소설 [왕녀는 단두대 위에서 웃는다]의 제4화입니다.

[제4화: 피로 물든 대관식]

다음 날 아침, 이사벨라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카엘이 약속했던 '명단'이 놓여 있었다. 단순한 이름의 나열이 아니었다. 각 가문의 비리와 숨겨진 사병의 수, 그리고 어젯밤 그들이 카시안의 잔당들과 접촉한 기록까지 상세히 적힌 보고서였다.

"준비는 끝났나?"

이사벨라의 물음에 그림자 속에서 카엘이 나타나 고개를 숙였다.

"전하께서 명령하신 대로, 그들은 지금 대관식장에 모여 전하의 실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이 든 잔과 숨겨둔 비수를 품은 채 말이죠."

이사벨라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화려한 순백의 드레스 위에 핏빛처럼 붉은 망토를 걸친 모습은 성녀와 학살자 그 경계에 서 있는 듯했다.

대관식장인 성소의 문이 열리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정적이 내려앉았다. 귀족들은 억지로 고개를 숙였지만,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오만함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 특히 카시안의 최측근이었던 로드릭 공작이 가시 돋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왕녀 전하, 여자가 왕좌에 오른 전례가 없습니다. 하물며 마녀의 힘을 빌려 오라버니를 축출하신 분을 우리가 어찌 군주로 모시겠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 귀족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품속의 무기에 손을 올렸다. 이사벨라는 비웃음을 흘리며 왕좌 계단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전례가 없다면, 내가 만들면 그만이다."

이사벨라가 왕좌에 앉는 순간, 로드릭 공작이 품고 있던 비수를 꺼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사벨라의 몸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그림자가 스스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컥, 이... 이게 무슨...!"

"내 심장에 깃든 '열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지?"

이사벨라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타올랐다. 그녀의 마력이 대관식장 전체를 압박하자, 귀족들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이것은 파괴의 권능이자, 나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들을 심판하는 낙인이다."

그녀가 손을 뻗자, 반역을 꾀했던 귀족들의 가슴 위에 검은 장미 문양이 새겨졌다. 그것은 카엘과 맺은 계약의 연장선이자, 죽음보다 지독한 예속의 증표였다.

"오늘부터 이 나라는 '이사벨라 드 발디마르'의 것이다. 내 법에 따르지 않는 자, 대관식의 카펫 아래 묻힐 준비를 해라."

공포에 질린 귀족들의 흐느낌 소리가 성소를 가득 채웠다. 이사벨라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선 카엘을 바라보았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어둠 속에서 조용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사벨라의 가슴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심장 속 마력이 마치 그녀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듯한 불길한 박동이었다.

제5화 예고:

왕좌를 차지한 이사벨라를 찾아온 뜻밖의 손님. "너의 수명은 이제 일 년뿐이다." 그녀에게 닥친 시한부의 운명과 마법병기의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