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왕녀는 단두대 위에서 웃는다]의 제5화입니다.

[제5화: 화려한 왕좌, 타오르는 수명]

대관식이 끝난 후, 집무실로 돌아온 이사벨라는 문이 닫히자마자 가슴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심장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 각성 이후 힘을 쓸 때마다 몸 안의 혈관이 뒤틀리는 감각이 그녀를 괴롭혔다.

“무리를 하셨군요, 나의 여왕님.”

카엘이 어느새 다가와 이사벨라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곳에서 서늘한 냉기가 흘러 들어오자 통증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이사벨라가 그의 멱살을 움켜쥐며 쏘아붙였다. 카엘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심장에 깃든 ‘열쇠’는 인간의 그릇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마력을 쓸 때마다 그것은 전하의 생명력을 연료로 태우죠. 지금 같은 속도라면… 전하의 수명은 고작 일 년 남짓일 겁니다.”

이사벨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단두대에서 살아남아 겨우 왕좌를 되찾았는데, 남은 시간이 고작 일 년이라니.

“방법이 있을 텐데. 네가 나를 죽게 내버려 둘 리 없지.”

“영리하시군요. 방법은 있습니다. 북쪽의 얼어붙은 성에 잠든 ‘성배’를 손에 넣으십시오. 그 안에 담긴 마력을 흡수한다면 그릇을 넓힐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카엘의 말에는 묘한 가시가 돋쳐 있었다. 북쪽 성은 대대로 왕실의 금기이자, 한 번 발을 들이면 누구도 돌아오지 못한다고 알려진 저주받은 땅이었다.

그때, 집무실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하! 큰일입니다! 서쪽 국경에 제국군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깃발이… 기이합니다!”

이사벨라는 카엘을 노려보았다. 카엘은 안대 너머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깜빡했군요. 제국의 황제는 참을성이 없는 분입니다. 당신이 쓸모 있는 여왕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사신’을 보낸 모양이네요.”

이사벨라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지평선 너머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국군이 들고 있는 깃발에는 왕실의 상징이 아닌, 거대한 ‘단두대’가 그려져 있었다.

“일 년이라….”

이사벨라는 책상 위에 놓인 왕관을 다시 머리에 썼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을 온통 내 발아래 무릎 꿇리기에 충분한 시간이군.”

그녀의 눈에서 서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전쟁의 무대는 왕궁을 넘어 대륙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제6화 예고:

제국군 사신으로 나타난 의외의 인물. 그리고 이사벨라를 향한 첫 번째 암살 시도. 그녀를 지키는 카엘의 진짜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