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군 '검은 까마귀' 병단은 당황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사벨라의 등 뒤로, 방금 전까지 자신들의 동료였던 병사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일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신성 모독이다! 죽은 자를 부리다니, 정말 마녀가 되었단 말이냐!"
제국군 지휘관의 외침에 이사벨라는 피 묻은 입술을 닦으며 조소했다. 그녀의 눈은 이제 완전한 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에녹의 생명력을 흡수한 대가로 얻은 힘은 압도적이었으나, 그만큼 그녀의 이성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죽음이 모독이라면, 나를 단두대에 세운 너희의 삶은 숭고하기라도 하단 건가?"
이사벨라가 손을 내리치자, 언데드가 된 병사들이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았고, 칼에 찔려도 멈추지 않았다. 제국군의 정예 병단은 자신들의 전우였던 시체들에게 뜯어먹히며 비명을 질렀다.
현장은 지옥도 그 자체였다. 이 잔혹한 광경을 지켜보던 카엘조차 평소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웠다.
"전하, 이 마법은 위험합니다. 영혼을 직접 갉아먹는 술식이에요. 당장 멈추지 않으면 성배를 찾기도 전에 자아를 잃게 될 겁니다."
카엘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지만, 이사벨라는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멈추라고? 제국이 내 나라를 짓밟고, 네가 내 수명을 일 년으로 단축했는데, 이제 와서 자비를 베풀라는 건가?"
이사벨라는 카엘의 멱살을 잡고 그를 성벽 난간으로 밀어붙였다. 그녀의 손톱이 카엘의 목을 파고들었다.
"너도 조심해, 카엘. 네가 제국의 첩자인지, 정말 나의 개인지 아직 확실치 않으니까. 만약 네가 나를 속인 거라면, 네 그림자조차 내 군대의 먹이로 던져줄 테니."
카엘은 목에서 피가 흐르는 와중에도 기이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완전히 미쳐버린 이사벨라의 눈동자에 매료된 듯했다.
"그 표정... 정말 아름답군요. 좋습니다. 파멸로 가시겠다면 기꺼이 그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드리죠."
그때, 제국군 진영 후방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단순한 마법이 아닌, 신성한 기운이 담긴 '성기사단'의 등장이었다.
"마녀 이사벨라! 신의 이름으로 너를 심판하러 왔다!"
빛의 기둥 속에서 은색 갑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이사벨라가 유일하게 두려워했던 인물, 제국의 제일검이자 성기사단장 '유리엘'이었다.
이사벨라의 심장이 다시 한번 거세게 요동쳤다. 열쇠가 경고하고 있었다. 이번 상대는 에녹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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