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왕녀는 단두대 위에서 웃는다]의 제8화입니다.
[제8화: 그림자와 빛의 충돌]
성기사단장 유리엘이 휘두른 성검 ‘엑스칼리움’이 밤공기를 가르자, 이사벨라가 부리던 언데드 군대가 연기처럼 소멸했다. 신성한 빛 앞에 부정한 마법은 무력했다.
“이사벨라, 그 고귀했던 영혼이 어쩌다 이토록 추락했단 말인가.”
유리엘의 눈에는 진심 어린 슬픔과 살의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그는 이사벨라의 어린 시절 검술 스승이기도 했다. 이사벨라는 비틀거리며 피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추락? 아니, 유리엘. 나는 이제야 땅을 딛고 선 거야. 당신들이 말하는 그 고귀함이 나를 단두대로 보냈으니까.”
이사벨라가 다시 마력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심장이 비명을 질렀다. 각성의 부작용으로 시야가 붉게 물들며 무릎이 꺾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리엘의 성검이 그녀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깡!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이사벨라의 목전에서 성검을 막아 세운 것은 카엘의 검은 단검이었다.
“물러나십시오, 전하. 이 빛의 냄새 나는 자는 제 취향이 아니거든요.”
카엘의 평소와 다른 서늘한 목소리. 그의 등 뒤로 거대한 검은 날개가 형상화되더니, 안대를 벗어 던진 그의 왼쪽 눈이 보라색으로 기이하게 빛났다.
“네놈… 제국의 그림자가 아니군. 마계의 공작, ‘레비아탄’인가?”
유리엘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카엘, 아니 레비아탄은 조소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대전 전체가 그림자의 영역으로 변하며 빛을 집어삼켰다.
“제국이 이사벨라의 심장에 박아넣은 ‘열쇠’는 사실 내 심장의 파편이지. 너희 인간들이 감히 내 심장을 도구로 쓰려 한 죄, 여기서 묻겠다.”
두 존재의 충돌로 성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사벨라는 그 파괴의 소용돌이 중심에서 카엘의 진짜 정체를 깨닫고 전율했다. 그는 조력자도, 첩자도 아니었다. 자신의 심장을 되찾기 위해 그녀를 숙주로 키우고 있는 포식자였던 것이다.
“카엘… 아니, 이 악마 자식아…!”
이사벨라는 무너지는 성벽 조각을 붙잡으며 이를 갈았다. 죽음이 코앞이었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악마에게 먹히든, 성기사에게 베이든, 그녀는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둘 다 꺼져. 내 목숨은, 내 영혼은 오직 내가 결정한다!”
그녀는 남은 생명력을 모조리 쥐어짜 내, 자신의 심장 속에 박힌 '열쇠'를 스스로 움켜쥐었다. 심장이 터져 나갈 듯한 고통과 함께 금빛과 검은 마력이 뒤섞인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제9화 예고:
폭주하는 마력 속에서 사라진 이사벨라. 정신을 차린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북쪽의 금지된 땅, '얼어붙은 성' 앞이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뜻밖의 인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짜 왕녀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