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죽음보다 차가운 진군]

북부의 설원은 더 이상 고립된 금지가 아니었다. 얼음의 성을 감싸고 있던 거대한 장벽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

이사벨라. 그녀가 걷는 길 위로 눈보라가 길을 터주었고, 그녀의 뒤에는 얼음으로 빚어진 기사들이 기괴한 마력을 내뿜으며 행진했다. 성기사단장 유리엘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도 검을 휘두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인간의 것이 아닌, 절대적인 '자연의 재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유리엘, 아직도 거기 서 있나? 내 성벽을 더럽힌 죄는 묻지 않겠다. 대신 가서 전해."

이사벨라의 목소리는 서늘한 바람을 타고 유리엘의 귓가를 직접 때렸다.

"제국의 황제에게, 단두대에서 죽었던 이사벨라가 그의 목을 수거하러 가고 있다고."

유리엘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인간의 마음을 버린 것입니까? 저 성 안의 선대 왕녀들처럼, 당신도 그저 얼어붙은 망령이 된 것입니까?"

이사벨라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엔 온기가 없었다. 그녀는 품 안에서 낡은 팬던트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그것은 과거 그녀가 사랑했던 제국과 가족에 대한 마지막 미련이었다.

"마음 따위, 복수를 끝낸 뒤에 찾아도 늦지 않아."

이사벨라가 손을 휘두르자, 얼음 기사들이 일제히 제국 국경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 제국의 황궁. 승전보를 기다리던 황제의 앞에 피칠갑을 한 전령이 들이닥쳤다.

"폐하! 북부의 성이 함락되었습니다! 아니, 함락이 아니라... 성 자체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왕녀 이사벨라가 죽은 자들의 군대를 이끌고 남하하고 있습니다!"

황제는 들고 있던 와인잔을 떨어뜨렸다. 붉은 액체가 카펫 위로 번져나갔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옆에 선 그림자를 향해 물었다.

"그럴 리가 없다. 카엘이 분명 그녀를 숙주로 삼아 심장을 되찾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림자 속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은 카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훨씬 더 깊고 노회한, 그리고 이사벨라가 너무나 잘 아는 목소리였다.

"내 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독한 아이였군요."

죽은 줄 알았던 선왕, 이사벨라의 아버지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눈은 이사벨라의 것과 닮은 금빛으로 기괴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 아이의 심장이 완성되었다면, 이제 제가 수확할 차례니까요."

제12화 예고:

제국 국경을 초토화하며 진격하는 이사벨라. 그러나 그녀의 군대 앞에 나타난 것은 죽은 병사들이 아닌, 과거 그녀가 아꼈던 시녀들과 기사들의 '기억'을 형상화한 환술 군대였다. "전하, 저희를 정말 베실 건가요?" 흔들리는 이사벨라의 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