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왕녀는 단두대 위에서 웃는다]의 제12화입니다.
[제12화: 흔들리는 얼음의 심장]
제국 국경의 제1관문, '철벽의 요새'는 이미 얼음 가시들에 꿰뚫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사벨라는 공중에 뜬 얼음 보좌에 앉아 무심한 눈으로 무너지는 성벽을 바라보았다. 이제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제국의 심장부였다.
"전하, 전방에 기이한 병력이 집결 중입니다. 철갑을 두르지도, 검을 들지도 않았습니다."
에드먼드의 보고에 이사벨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눈보라 너머로 나타난 형체들은 군대가 아니었다.
"전하... 정말 저희를 잊으신 건가요?"
익숙한 목소리. 이사벨라의 심장이 기분 나쁘게 요동쳤다.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온 이들은 단두대에서 그녀가 죽기 직전, 카시안의 칼날에 먼저 목숨을 잃었던 시녀 ‘마리’와 그녀를 지키다 눈도 감지 못하고 죽은 호위기사 ‘레온’이었다.
그들은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눈물을 흘리며 이사벨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전하를 지키지 못해 지옥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왜 이제야 오셔서 저희를 차가운 얼음으로 얼리려 하시나요?"
"이건... 환술이다."
이사벨라가 차갑게 읊조리며 손을 뻗었다. 얼음 송곳이 그들을 향해 조준되었다. 하지만 마리가 절박하게 외쳤다.
"환술이라니요! 전하께서 주신 이 손수건을 보세요. 전하가 직접 수놓아 주신 제비꽃이지 않습니까!"
마리가 펼쳐 보인 손수건에는 이사벨라의 서툰 바느질 자국이 선명했다. 얼음처럼 굳어있던 이사벨라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심장 속에 박힌 얼음 왕관이 쩍, 소리를 내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하, 멈추십시오! 적의 함정입니다!"
에드먼드가 외쳤지만, 이사벨라는 홀린 듯 보좌에서 내려와 눈밭을 걸었다. 마리의 눈물이 발등에 떨어지는 순간, 그 따뜻한 온기에 이사벨라의 발치에 피어있던 얼음 꽃들이 시들어버렸다.
그때였다. 마리의 자애로운 미소가 비릿한 조소로 바뀌었다.
"역시, 멍청할 정도로 다정한 내 딸이라니까."
마리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그 뒤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이사벨라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것은 마법도, 물리적인 검도 아닌 '혈육의 저주'였다.
"커학...!"
이사벨라가 각혈하며 쓰러졌다. 그림자 너머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인물. 제국의 황제 옆에 서 있던 사내, 그녀의 아버지이자 선왕이었다.
"아... 버지...?"
"이사벨라, 네 심장이 고통으로 일렁일 때가 가장 맛있는 법이지. 그 고귀한 희생정신이 결국 네 목을 조르는구나."
선왕은 쓰러진 이사벨라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이사벨라의 얼음 마력이 검게 부식되었다.
"네가 만든 이 얼음 군대, 이제는 내가 잘 쓰마. 제국을 무너뜨리고 이 대륙을 영원한 겨울로 덮기 위한 재료로 말이다."
이사벨라의 의식이 멀어지는 가운데, 그녀는 보았다. 자신의 얼음 기사들이 선왕의 검은 마력에 오염되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는 것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