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이 마샬


1만 년 전.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그리 시작한다. 1만 년 전, 챕터들이 리전이었던 시절. 1만 년 전, 황제 폐하의 아들들이 별들을 거닐던 시절. 1만 년 전, 은하계가 이전에는 결코 보지 못했던 규모로 불타오르던 시절.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는 가장 오래된 구전의 수호자다. 그러나 우리의 기록들 역시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다. 진실은 시간이 지나며 뒤틀리며 왜곡되고, 이야기는 독자의 관점을 반영하며 변한다. 은하계 전체를 통틀어도 헤러시와 그 이전의 대성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수천의 행성에서 황제 폐하를 인간이 아닌, 신이나 영적 존재 - 전사의 화신, 무덤을 넘어선 완전한 자애, 매해 찾아오는 범람과 매일같이 뜨고 지는 해를 다스리는 존재 등으로 - 여기며 기도한다.


나는 기함으로 돌아올 때마다 진실의 자연스러움 위에 세워진 내 집을 찾았다.


우리의 기록은 제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제일 순수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났던 사실의 단편적인 파편에 불과하다. 우리의 숭배는 경전이나 이야기에 근거하지 않는다. 1만년 전이라는 단어가 어느 성전사의 피를 끓게 만든다면, 대물림하며 보존한 두루마기나 홀로그램때문이 아니다. 이터널 크루세이더 같은 함선 때문이다.


이터널 크루세이더는 별들 사이를 1만년 동안 항해하며 우리 인류를 제련하는 전장에서 싸웠다. 우리는 대성전의 고대 기사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른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함선을 운용하며, 같은 공간에서 훈련하고, 같은 분노를 가져온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실전되었지만, 이것만큼은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진실이다.


그날 나는 사이네릭이 함선의 격납고에서부터 나를 따라오는 동안에도 이 모든 것들을 다시 되새겼다. 우리 둘에게 주변에서 보내는 존중에 불편해 하는것도 느꼈다. 내가 채플린이 되자 챕터 수행원들이 격식을 갖추기 시작했다. 레클루시아크가 되자 그보다 훨씬 진지하게 숭배했다. 우리 챕터는 수행원들이 각자의 의전용 무기를 지니게 허용한다. - 대체로 역장이 없는 검이나 단검 종류였다. - 그들은 검을 뽑아 무릎을 꿇고, 거꾸로 잡은 손잡이 위로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좁은 통로에서 다른 형제들을 지나칠 때 그들은 아퀼라 성호를 긋지 않았다. 그들은 팔을 교차하고 주먹으로 흉갑을 치며 성전사의 십자가를 만들었다.


우리가 단 둘이서 걷는 동안 사이네릭은 여전히 침묵했다. 그는 형제들이 그토록 존중을 표하는데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는 말했다.


그 불편함은 사라질 것이다.”


사실이기도 했고 거짓이기도 했다. 나의 주군 헬브레히트는 이것이 지나가리라 말했고, 그는 거짓을 말하느니 죽을 전사이기도 했다, 그 불편함은 내게 여전히 남아있었으나 나는 내 주군의 장담을 믿었다.


이터널 크루세이더는 진공의 요새였다. 누군가 이 함선의 모든 복도와 방을 걷는다면 몇 달은 걸릴 것이다. 나는 사이네릭을 이끌며 통로를 지나고, 갑판 사이의 승강기에 탔다. 그 와중에 자칫하면 오염구역으로 들어설 수도 있었다. 나의 목표 조준선이 문에서 문으로, 조각에서 조각으로 오가며 기본 탐색과 생체 측정 결과를 띄웠다. 우리가 갑판 사이를 거쳐 올라가는 상승 플랫홈에 올라서자 사이네릭의 흉터진 얼굴을 바라보고 뒤늦게 생각났다. 부끄럽게도 한참 전에 알았어야 했다.


다시 헬멧을 쓰거라.”


머뭇대는 그의 모습은 불복이 아니라 당황에서 비롯되었다. 잠금장치가 딸각 거리며 고정되자 징박힌 Mk6 코르부스 헬멧의 붉은 렌즈가 나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질문이 있었기에 답을 주었다.


챕터의 최고위 지휘관들 앞에서는 벗어도 되지만, 다른 형제들 앞에서는 절대 그러면 안된다. 사이네릭, 너는 더 이상 이전의 네가 아니다 채플린은 챕터의 역사이자 미래이며, 한 사람에게 깃든 상징이다. 너의 모습은 반드시 황제 폐하의 데스마스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쓰고 있는 헬멧의 은 해골 면갑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말했다.


네 형제들은 내 얼굴을 잊었듯, 네 얼굴 역시 잊어야만 한다.”


사이네릭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나는 아직 그가 확신하지 못했음을 느꼈다. 스스로도 앞으로의 몇 달간 해골 헬멧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함은 알고 있겠으나, 내 지시의 논리는 그것을 벗어났다. 어쨌든 그의 면갑은 내가 착용한 것처럼 불멸의 죽음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으니까. 최소한 지금은 그러했다.


나는 그에게 냉혹한 진실을 말하며 그 의문에 답할 수도 있었다.


- 너는 그렇다 한들 황제 폐하의 후예인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전사의 헬멧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은하계는 우리가 상징을 찾아다니던 시대에 그러한 감정 없고 몰개성한 얼굴을 한 수백만의 전사들에게 정복되었다. 해골 헬멧을 갖지 못했다면, 네 얼굴은 사실상 무단 도용에 가깝다. -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가르치고 설교할 시간이 필요했다.


사이네릭, 네가 이미 찾고자 하는 책임을 짊어진 것처럼 행동하라.”


다시 끄덕이면서 망설임이 줄어들고 만족감이 늘어났다.


우리가 한 회랑을 지나치며 서로 인간 수행원들이 보이는 존경을 무시하려 애쓰는 가운데 나는 통신 채널로 덧붙였다.


하이 마샬 앞에 설 때, 그 분과 시선을 마주하지 마라.”


더욱 혼란에 빠진 사이네릭이 물었다.


"스승님?"


날 믿어라.”


그는 첫 선언의 방, 그보다는 지기스문트의 홀로 알려진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블랙 템플러의 초대 하이 마샬은 이곳에서 다른 2차 파운딩 챕터의 초대 군주들과 함께 아이언 케이지로 알려진 전장을 바라보며 제국이 안고 있는 상처가 어떠할지라도, 대성전을 계속 이어나가리라 맹세했다고 한다. 다른 군단들은 인류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로이 행동했으며, 그들의 결정에 수치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기스문트와 그의 휘하에 놓인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원들은 닥쳐올 전투를 위해 갑주를 검게 칠하고 황제 폐하의 전갈을 진공 속으로 나르는 책임을 계속 이어갔다. 그들은 방어하지 않을 터였다. 그들은 공격할 터였다. 그리하여 대성전을 결코 끝내지 않은 유일한 전사들인 블랙 템플러가 탄생하였다.


멸망한 외계인의 행성들과 오래 전에 죽은 그들의 전사들이 어두운 금속 격벽을 따라 그림으로 묘사되었다. - 그것들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이들이 걸작으로 여겼다. - 지기스문트의 동상이 영원의 수호자처럼 서 있었으며, 우리 챕터의 초대 마셜과 카스텔란의 조각상들이 양 옆으로 자리했다. 그 동상들 하나하나는 세월이 흐르며 녹색으로 얼룩졌으나, 거역하는 검을 쥐었고 세월에 빛이 바랜 군기가 고딕 양식의 지붕에 걸려 있었다.


동상들의 갑주는 낡았다. 조잡하고 겹겹이 덧댄 갑주는 각 군단들의 직계인 고결한 2차 파운딩 챕터들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형식이었다. 구형 헬멧은 1만년 뒤에 그 자리를 이은 이들 전설적인 전사들을 나타내는 절정이었다. 이 자리에 선 누구라도 자신이 심판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고, 우리가 그들이 생전에 보여준 만큼의 명예를 가지고 그들의 유산을 짊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홀 전체에서 먼지와 더불어 옛 기억의 장중하면서도 묵은 냄새가 풍겼다. 헬브레히트는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주군은 엄청난 결의를 지닌 인물이나, 그만큼 큰 비애도 안고 있었다. 그의 유머는 오히려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는 내성적이거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욕과 헌신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의 의무는 절대 끝날 수 없었다. 그는 개인의 영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지나친 감정 표현도 삼갔으며. 살아있는 매 순간을 영원히 이어지는 성전에 쏟아부었다. 나는 그를 수십 년 동안 보아왔으나, 계획을 심사숙고하고, 전장에서 매서운 분노를 토해내며, 전투 도중의 차가운 분노를 표하는 와중에도 아주 희미한 미소 이외의 감정 표현은 전혀 보지 못했다. 그가 다른 지각 있는 이들처럼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감정을 온전히 다스릴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은 승리한 전쟁과 인류의 죽은 구세주 왕의 이름으로 얻은 흉터로 이루어진 제도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절제되었으며, 절대 감정이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살아있는 그 어떤 이보다도 더 많은 피와 불, 증오를 보아왔다.


그날 하이 마샬은 나를 이름으로 맞이했다. 챕터 전체를 통틀어 그런 대우를 받는 이는 정말 드물었다. 그는 사이네릭을 입회자 형제라고 부르고 젊은 전사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모두 그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의 전통대로 주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사이네릭이 내 말대로 주군의 시선을 피했으면 싶었다.


나는 그때의 생각을 아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형태를 한 전쟁이다.’ 어떤 말로도 그 이상 완전하게 묘사할 수 없었다. 검은 색에 금으로 장식된 그의 갑주는 전열 속에서 너무나 쉽게 눈에 띄었으나, 자기만족이 아니라 적의 시선과 분노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그는 검을 뽑을 때 그 모습을 적에게 보이길 원했다. 나의 주군은 언제나 선봉에 섰으며, 전선의 중심에 있었다.


그의 붉은 망토는 색이 바랜 누더기가 되었고, 부서지고 금이 간 갑주에 간신히 걸려 있었다. 갑주 곳곳에 빗방울처럼 튄 피가 말라붙었으며 기묘하게도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살육한 외계인 예언자와 점쟁이들에게 적절한 패턴이었다. 의수는 그대로 드러났으며 기계장치와 덜컥대는 피스톤이 갑주의 망가진 부위가 해야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인조 피부로 그런 걸 가리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무의미한 겉치레는 그의 마음에 결코 없었다.


주군.”


나는 그에게 인사하며 헬멧의 잠금장치를 풀어내고 방 안의 묵은 공기를 만끽했다. 하이 마샬의 검이 내 목을 향해 내려왔다. 내 입은 기사도적인 복종 속에서 내민 칼날을 훑었고, 이는 챕터와 최고 지휘관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는 전통이었다.


잠시 후 사이네릭도 같은 예를 취했다.


일어서게.”


헬브레히트가 우리에게 말하고 검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 검은 우리의 프라이마크께서 사용했던 검의 조각을 다시 벼려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그대로 행했다.


말해보게, 메렉.”


사이네릭은 그가 내 이름을 부른 사실에 긴장했다.


나는 말하는 대신 휴대용 홀로그램 영사기를 꺼냈다. 그것은 빛의 화신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한 아스타르테스 전사를 우리 셋 앞에 드러냈다.


-그리말두스, 그들은 우리에게 만헤임 협곡에 대해 거짓을 말했네. 그들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 그리로 보냈어.


헬브레히트는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침묵했다. 그는 줄하라의 영상이 배신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 곳에 서서 우주를 바라보았다.


이 기록이 조작되거나 거짓일 가능성은?”


적에게 조작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린스킨 외계인들은 이런 술수를 부리기에는 너무 거칠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줄하라가 말하는 반역자들은 이런 전갈만으로 특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사실이라 믿습니다.”


헬브레히트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그리말두스?”


저는 셀레스티얼 라이온 챕터 측과 연락하여 그들의 손실을 파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네는 그들을 배신한 자들을 응징할 생각이겠지.”


이 호소가 얼마나 절박할지라도,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주군.”


헬브레히트는 지기스문트의 동상을 바라보며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초대 하이 마샬의 동상 역시 같은 동으로 만든 그 검을 차고 있었다. 지기스문트의 상은 검을 뽑은 채 칼끝을 거대한 창으로 향했고, 그 방향에는 불타는 아마겟돈이 있었다.


자네는 챕터를 인퀴지션과의 직접적인 대립으로 몰아넣을 위험을 지고 있네.”


그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습니다, 주군.”


나는 그런 갈등을 겁내지 않네, 그리말두스. 불의는 반드시 맞서야 하며, 불순함은 반드시 정화되어야 하지. 그러나 이터널 크루세이더는 3일 안에 출항해야 하네, 형제여. 아마겟돈에서 워로드가 달아났으며, 놈을 처단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최우선 목표네.”


나는 그러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를 두고 가십시오.”


내 기억에서 처음으로 주군의 흉터 진 얼굴에서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토록 마지못해 이곳에서 싸우던 자네가 이젠 남겠다고 청하다니?”


나 역시 역설적임을 느꼈다.


다른 함선을 타고 떠날 수 있습니다, 주군. ‘군주의 미덕이 아말리히의 전투 중대의 잔존 병력과 함께 남아 있을 겁니다. 제가 살아남는다면 그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나는 레클루시아크를 잃게 되겠군.”


그렇다면 다른 이를 진급시키십시오. 이터널 크루세이더는 제가 없더라도 나아갈 겁니다, 헬브레히트.”


외부의 적과 맞서는 전쟁의 순수함과 내부의 적과 맞서는 전쟁 사이에 낀 그의 모습을 보는건 심히 낯선 경험이었다. 그는 할 수 있다면 동시에 싸울 것이나, 외계인 우두머리의 처단이야 말로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했다.


나는 여전히 지기스문트의 상을 바라보는 그에게 물었다.


주군께서는 궤도에서 외계인들과 맞서 싸우셨습니다. 우주전을 직접 눈으로 보셨습니다. 제게 셀레스티얼 라이온 챕터의 함선 손실이 잘못되었다고 말씀해주십시오.”


헬브레히트는 몸을 돌렸다. 갑자기 그가 전쟁과 세월로 닳은 얼굴임에도 너무나 늙어보였다.


그 보고는 사실이네.”


이제는 내가 행성이 서서히 움직이는 거대한 창밖을 내다볼 차례였다. 그러는 사이에 헬브레히트가 말을 이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나란히 하며 거의 모든 교전에 참여했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시점에서, 단 세 척만이 남은 상태지.”


있을 수 없습니다.”


나의 목소리는 차가웠으나, 반면에 피가 끓어올랐다. 우리는 1개 챕터 전체가 죽음에 처했다 이야기 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손실을 감수할 수 있습니까?”


나의 주군은 결코 유머 감각을 지닌 이가 아니었다. 그는 한숨이라고 칭할 만큼 조용하지는 않게 숨을 내쉬었다. 이 전쟁은 극도로 격렬했으며 그만큼 그를 마모시켰다. 그리고 이제 최후의 일격을 내지를 준비가 끝났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지연이 될 수도 있는 문제를 안긴 것이다.


그들의 손실이야 말로 내가 자네의 우려가 타당하다 믿는 가장 큰 원인이라네. 자네도 우주전의 흐름에 대해 알고 있겠지. 끝없이 명령을 중계해야 하네. 공허는 어두우며 함포 사격과 선체의 피해로 인한 천둥 같은 화재보다도 더욱 강하게 외쳐야 하지. 수백의 수백에 달하는 함선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위로 기동하며 사격하고, 들이받으며, 으깨지고 격침당하지. 사실과 허구는 함께 휘감겨 있다네.”


그러나 헬브레히트는 누구도 비할 바 없는 우주전의 달인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아마겟돈 궤도상의 모든 우주전력을 총 지휘하게 된 이유였다. 나는 그의 말이 개인적 실패의 해명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불행히도 더 중요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헬스리치로 보낸 것에 대한 사과도 아니었다. 나는 그 결정에 대해 더 이상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단지 형제애의 순간에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나는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사자들은 훌륭하게 싸웠네, 나는 결코 그들의 전투력에 대해 비방하려는 게 아닐세. 그들의 항로는 마치 불행에서 나타난 듯 했네. 명령이 전혀 전해지지 않았거나, 너무 늦게 전해졌지. 통신 장애에 대한 수많은 보고를 받았고, 지시 사항이 그들의 함장에게 전해지지도 않았네. 그 가운데 대부분은 반역자들의 술수였군.”


나는 들어야 했다.


말씀해주십시오.”


배틀바지 세렌카이가 대형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받지 못하며 대형에서 낙오해 적의 승함 공격에 압도당했네. 순양함 라비는 손상당한 플래시 테어러 챕터의 기함 빅투스와 충돌하는 사고로 인해 심각한 선체 손상을 입어 4시간 후에 침몰했으며, 누비카는 적 승함 공격을 당하자 탈취 당하느니 자폭을 선택했지.”


그는 그 외에도 12척의 함명을 읊었고, 12번의 다른 죽음도 말했다. 함명이 하나씩 언급될 때마다 내 이가 악물렸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 가운데 어느 함선이 정당한 전투가 아닌 내부의 배신과 사보타지로 당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네. 아마겟돈의 하늘에서는 매우 전투가 치열했다네, 형제여. 그리고 스스로의 무덤에 가까이 있었던 이들도 존재했지. 만약 인퀴지션이 사자들을 해하려 들었다면 실로 집요하면서도 교활하게 처리했음이 분명하네. 나는 그들의 요원들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함대를 잃은 채 지상에 남은 이들도 궤멸당한 챕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헬브레히트는 눈을 감고 내 심장이 여러 번 맥동하는 동안 근엄한 침묵 속에 사색했다. 그가 눈을 뜨자 모든 의혹은 사라졌다. 이것이야말로 언제나 그가 행동하는 방식이며, 나는 그러한 탁월함에 감탄했다. 반응하는 이가 아니라 먼저 행동하며, 공격하고, 언제나 공격했다.


정의가 우리를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