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성전의 레클루시아크, 모드레드가 죽은 이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는 루돌루스의 소드 브레스렌으로 가장 최근에 승급한 그를 은빛 면갑의 붉은 렌즈로 응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전 도시 내부.
거리는 암반을 뚫고 생성된 거대한 터널이었다. 동굴을 파내고 거대한 돌기둥으로 안정시킨 가옥과 사원들은 악을 쓰고 찬송하며 겁에 질린 가족들이 지키고 있었다.
전쟁은 끝났고 학살이 벌어졌다. 볼터의 총성이 무자비한 타악기 연주를 하는 가운데 성스러운 화염방사기의 검게 그을린 노즐에서 화학성 화염의 통풍을 내뿜었다. 지하도시의 환기 장치는 매우 우수했으나 전화 속에서 산소 정화능력이 한계에 달했다. 스페이스 마린과 전투 수녀들이 숨을 쉬기도 전에 공기가 불길에 삼켜졌다. 제국의 군세는 산을 타면서 호흡기를 착용했다. 이제 지하에서 질식하지 않으려면 다시 착용해야 했다.
광산은 화산 깊숙이 이어졌으나 대도시의 거주 구역은 지표와 훨씬 가까웠다.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단의 중심부에 이르자, 그리말두스는 – 적과 아군 모두에게 감탄하지 할 능력이 없던 전사였던 – 불타는 바위를 깎아 세워진 사원에 경외감을 느꼈다. 이곳에는 한 때 순례자들을 태운 셔틀과 광업용 운반선들이 화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재급유를 거쳤을, 천장이 폐쇄된 채 마그마의 흔적이 남은 거대 착륙장이 있었다.
행성 전체의 힘을 나타내는 지질학적 상징물은 거대한 동굴이 킬로미터에서 다음 킬로미터로 길게 이어졌다. 사원 자체는 바위 그 자체에서 태어났으며 동굴의 벽을 가공하여 만든 기둥과 방벽이 녹아내린 강 위로 연장되었다. 마그마가 흐르는 호수를 바라보자 저 지하의 강이 수많은 인간들의 전설을 가지고 흘렀으리란 상념이 잠깐 들었다.
제국군의 전진에 여전히 달아나고 있던 마지막 적 생존자들은 사원으로 이어지는 흙다리로 몰려드는 물결이 되었다. 그들은 등에 맞고 죽었다.
하이 마샬 루돌루스는 녹아내린 구멍 너머의 바위 도로로 진군을 이끌었다. 이단적 사원의 천사가 새겨진 벽에서 자신의 검을 수평으로 가리키고, 흑기사들을 마그마의 급류로 전진시켰다.
인퀴지터 빈쿨루스의 지시가 통신기에서 찌직였다.
“발전기를 파괴하시오. 이 무가치한 행성에 다시 해가 뜰 때, 하늘로의 수직 통로가 열려야 하오.”
거기에 하이 마샬이 덧붙였다.
“그리고 이 사원의 모든 살아있는 영혼을 처단하도록.”
검들이 깊게 베었고 피가 냉정하게 흘렀다. 처형이 마무리되자 그들은 대 반역자가 비무장 상태로 흐느끼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사제의 길게 늘어진 로브를 입지 않았고, 황금과 화산 유리로 만들어진 화려한 옥좌에 앉아 있지도 않았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광업용 작업복을 입은 채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는 한 남자였다. 뺨에는 천천히 흘러내린 눈물의 자국이 선연했다. 그의 전투 신도들과 마찬가지로 호흡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자신을 죽일 이들이 다가오는데 눈을 뜨지도 않았다.
그리말두스는 그들 가운데 주군의 곁에 서 있었다. 처음에는 돌진하고 싶은 열망속에 먼저 움직이려 몸을 긴장시켰다. 루돌루스가 그에게 손짓하며 저지시켰다.
“아니다.”
하이 마샬이 흑기사에게 말했다.
“네가 아니야.”
맹렬히 진동하던 그리말두스의 체인소드가 출력을 낮추며 타오르는 공기 속에서 잠잠해졌다.
먼저 나선 이는 – 역시 인간이며 너무나 연약한 – 빈쿨루스였다. 그의 체격은 주변의 기사들에 비하면 허약했으나, 목소리는 차가운 금속이었다.
그가 무릎 꿇은 이단자에게 말했다.
“인류의 신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나는 그 분의 성스러운 은하계에 맞지 않는, 너의 악마적 이단 행위를 단죄하노라.”
무릎을 꿇은 채 흐느끼는 그가 답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해.”
그는 역장이 쳐진 짧은 검의 형태를 띤 파멸을 지닌 채 자신의 뒤로 다가오는 빈쿨루스에 맞서려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난 그릇이야. 그저 그릇일 뿐이라고.”
성스러운 검이 이단자의 척추에 닿았다. 빈쿨루스는 반역자의 생명과 전쟁을 끝낼 한 번의 찌르기를 위해 자세를 갖추었다.
눈물을 흘리는 이단자의 눈이 기사들을 향했다.
“날 용서해줘.”
“기다려.”
그리말두스가 경고의 의미로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기다려!” 레클루시아크 모드레드 역시 그의 곁에서 같은 말을 외치며 같은 지시를 내렸다.
검이 몸뚱이를 가르며 깊숙이 파고들었다. 스스로를 그릇이라 주장한 이가 돌바닥 위로 쓰러져 죽어가면서 안에 있던 것이 해방되었다. 암이 상처에서 흘러나왔고 기름기를 띤 연기의 유령이 퍼지는 안개에서 도약해 인퀴지터의 부릅뜬 눈과 열린 입으로 파고들었다. 그것을 들이마신 한 순간, 그는 스스로를 파멸시켰다.
모드레드가 먼저 움직여 크로지우스 철퇴를 치켜들었다. 검 형제 그리말두스가 바로 뒤를 따르며 체인소드를 가동시켰다. 빈쿨르스는 비명을 질러대며 뒤로 물러나더니 굽힌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파냈다. 눈알이 신경과 혈관을 매달고 흘러나오자 달려오는 두 기사에게 내밀기라도 하듯 붙잡았다.
쓰러진 빈쿨루스가 울브짖으며 인간의 신체 내부에는 없을 젖은 검은 물체를 토했다. 모드레드와 그리말두스는 마치 그들이 새 숙주에 자리한 타락을 처단 할 수 있기라도 한 듯 각자의 무기로 육체를 박살냈다.
추악한 것을 뿜어내는 인퀴지터의 웃음이 들렸다. 주변의 공기에서 천둥의 전조마냥 압력이 생성되었다. 막 가격한 순간 인퀴지터의 육체가 터져나갔다.
근원과 방향을 알 수 없는 어둠이 내리깔리고 파멸의 망치가 내리쳐졌다.
말을 하면 좀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무시한 결과가 이모양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