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자들의 성벽은 전진하고 있었다. 플라스틸로 보강된 세라마이트 장갑판을 도저 블레이드처럼 장착한 트랙터들이 반역자들의 대형 선두에 섰고, 그렇게 만들어진 폭 1킬로미터짜리 움직이는 성벽이 충성파의 전열을 향해 다가왔다. 장갑판 사이의 무장들이 불을 뿜고, 방탄판이 둘러진, 급조된 트랙터 후면의 외장 포대들이 토염했다. 흩날리는 비를 뚫고, 전진하는 성벽 뒤에서 중장보병들이 걸음을 옮겼다. 병마에 시달리는 돌격대가 구슬픈 박자에 맞춰 창축과 방패를 부딪치며 전진했다. 무거운 걸음마다 구호가 더해졌다.
콜로시 관문 외부에 배치된 제국 방어선이 저지사격을 감행했다. 야포들은 포격을 퍼부었다. 폭우 속에서도 순식간에 흔들리는 포좌 내에 먼지와 포연이 차올랐고, 그 속에서 포병들이 맹렬한 기세로 재장전 작업에 나섰다. 약간 못 미친 곳에 떨어진 첫 포격은 짓이겨진 대지를 오물의 간헐천으로 승화시켰다. 다음 포격들은 전진하는 성벽을 강타했다. 세라마이트 판을 뚫고 거대한 진흙의 파도로 기계들을 휩쓸었다. 외벽에 배치된 미사일 포대와 로켓 포대가 그 대열에 합류해 방패로 구성된 전열을 향해 로켓을 쏟아부었다.
방어선의 보병들은 외벽 참호지대에서 몸을 낮춘 채 총검과 폴암을 다듬었다. 체인블레이드 톱날이 회전하고, 해자에 화염을 흘려 넣었다. 방어선을 지키는 병력들은 제국 억실라 여단들, 그리고 올드 헌드레드(Old Hundred)로 불리는 안티오크 마일스 베스페리(Antioch Miles Vesperi)와 키메린 야전군(Kimmerine Corps Bellum) 연대 소속의 고참병들이었다. 그들 사이로, 붉고 노란 섬광처럼 움직이는 아스타르테스들이 섞여 있었다.
움직이는 성벽 너머 펼쳐진 군기가 들락거렸다. 불경한 말이 가득한 상징이 빗속에서 뒤흔들렸다. 창공을 뒤덮는 구름처럼 새하얀 연막이 개활지 너머를 가득 덮으며 퍼져나갔다. 군용 화학물질과 가스가 산성비, 그리고 짓이겨진 대지와 합쳐지며 뿜어지는 연막이었다. 자욱한 연막이 화력 참호에서 뿜어지는 시커먼 연기와 뒤섞이며 자수처럼 수놓였다.
반역자들의 군대는 우주항 함락 이후 9일간 공세를 퍼붔고 있었다. 그들이 나아가는 길에 놓인 모든 것은 파괴되었고, 연기를 뿜는 파편만 남은 도시의 옛 경계선은 사막처럼 짓이겨졌다. 콜로시는 사자의 문으로 접근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최북단에 자리한 거대 요새지대의 첫째였다. 콜로시는 고르곤 바를 위시한 다른 고귀한 형제들처럼 전투를 위해 개조된 민간 시설 따위가 아니었다. 콜로시 관문은 애초에 일련의 동심원 요새와 거대한 장벽들로 구성된 내성 보루지대의 핵심 요새로 지어진 곳이었고, 요새 내에 별도의 보이드 쉴드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였다. 북변에서 밀려오는 어떤 적이라도 막아내기 위해 지어진 요새가 바로 콜로시 관문이었다.
진군하던 반역자들은 콜로시 관문에 닥쳐 멈춰섰다. 콜로시가 쏟아내는 포격은 놈들마저도 물러서게 만들었고, 돈의 명령에 따라 이미 초토화된 땅에 다시 퍼부어진 포격은 놈들의 선두를 무너뜨렸다. 그렇게 물러난 놈들은 8킬로미터 너머에 선을 긋고 공격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총연장 28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원호가 요새를 포위하는 선으로 그어졌다. 도랑과 참호, 말뚝으로 보강된 보루망이 구축되었다. 그렇게 파고든 놈들은 콜로시의 어떤 포격과 반격이라 해도 견뎌내고 있었다. 관문 앞에서는 거의 하루 하고도 반나절간 승패가 갈리지 않은 격렬한 기갑부대들의 교전이 벌어졌고, 놈들의 공습은 요새에 밀집된 방공망의 응징을 받았다.
그런 교전 끝에, 놈들은 이제 전술을 바꿨다. 아예 움직이는 성벽을 만들어, 한 번에 몇 미터씩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진한 성벽 뒤에, 엄폐한 포병대와 기갑부대의 포격이 솟아올랐고, 중장보병의 머리 위를 날아든 꾸준한 포격들은 외성 보루와 성벽 하부를 끊임없이 강타했다. 선명한 꽃다발처럼 피어오른 폭발은 인화물질로 이루어진 선명한 불꽃놀이와 불똥으로 타올랐다. 냅섹의 끈적한 불길이 방어선을 뒤덮었다. 고폭탄두가 흙과 벽돌을 하늘로 내던졌다. 그 뒤로 침투해 온 반역자들은 방어벽을 짓부수고, 그 짓부숴진 벽으로 씨를 뿌리듯 진격했다. 18번 참호가 함락되었고, 41번 참호는 압도적 화력 하에 무력화되었다. 야전 포좌 네 곳이 곡사포의 고각 포격을 받고 산산조각났고, 그 포격 앞에 포신과 포병들이 흩뿌려졌다. 병사들은 맹렬한 화염이 후방의 포탄 저장고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분투했다.
놈들의 포격은 의도적으로 방어 참호들 사이의 폐허를 향해서, 최고 사거리에 모자라게 발사되었다. 충성파 진지의 지뢰지대를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소수의 지뢰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그 포격에 유실되었다.
전쟁나팔의 울려퍼짐과 함께, 회전하는 도리깨들이 움직이는 방벽 아래서 휘둘러졌다. 강철 사슬로 된 채찍이 휘둘러지며 대지를 찢었고, 그 와중에 소형 대인 지뢰 상당수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안티오크 마일스 베스페리 연대의 마샬, 알다나 아가테는 40번 참호를 향해 뛰어내린 후 금속 판에 발을 디디며 서둘러 화력 통제소를 향했다. 뜨거운 불꽃이 따끔따끔하게 느껴졌다. 이번이 16번째 공세였고, 지금까지 가해진 공세 중 정말 제대로 된 첫 공세였다. 아가테는 들것을 든 위생병들을 피하면서 알비아 보병들에게 엄살 부리지 말라고 고함쳤다. 베스페리 경기병들의 딱부러지는 경례를 무시한 채 아가테는 질주했다. 아가테는 화력 통제소의 오스펙스를 살폈다. 남편과 두 아이에 대한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하타이-안타키야(Hatay-Antakya) 하이브, 세상의 4분지 1만큼 떨어진 그곳, 오론테스(Orontes) 저편 모자이크처럼 겹쳐진 경작지 위 비치는 햇빛, 관개망 위로 펼쳐진 생생한 녹색, 이스켄데룬 스퍼(Iskenderun Spur)의 빌라 일대 아래에 솟아나는 폭포 수영장의 시원함. 왜 지금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거지? 아가테는 머리에서 생각들을 제대로 지워낼 수 없었다. 머리 한 켠에 이런 생각들을 치워낼 공간조차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선명한 기억들이 아가테의 마음 속에 둔중하게 매달렸다.
아가테가 손을 흔들자 부관이 복스 링크를 들고 달려왔다.
그래, 하타이-안타키아는 이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딱 그런 꼴 아닌가.
“40번 참호다, 반복한다, 40번 참호다.”
아가테는 크롬 헬멧을 벗어버리고 더러운 손으로 꼼꼼히 말려진 갈색 머리를 쓸어넘겼다. 윤활유와 땀, 그리고 헬멧 덕분에 타고난 곱슬머리는 납작 눌렸고, 두피가 가려워 참을 수 없었다.
“2킬로미터 앞 적군이다. 항공지원과 보루 포격을 요청한다.”
아주 큰 요청이었다. 콜로시 북쪽을 방어하던 공중전력은 우주항 함락 이후 사실상 소멸한 상태였다. 콜로시 관문 상부에 위치한 주요 보루들의 야포들은 공성병기들의 진격에 대비해 탄약을 죄대한 아끼라는 지시를 받았다. 밥 사령부에서 직접 내려온 명령이었다. 하지만 밥 사령부는 이런 움직이는 방패벽의 진격을 예상하지 못했고, 지금 공격의 주축은 데스 가드 군단이었다. 바람을 타고 놈들의 냄새가 느껴졌다.
12호 포좌에 머물던 키메린 야전군의 밀리턴트 제네럴 버는 아가테의 목소리를 복스 연결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이미 몇백 개는 되는 채널이 아우성으로 가득찼다.
“불가하다, 아가테.”
복스 송신기의 송신 버튼을 누르며 버가 말했다.
“반격 준비를 갖춰라.”
“이미 준비는 끝났습니다. 기갑부대는 어떻게 됐습니까?”
복스 너머 아가테의 목소리가 삐그덕거렸다.
“너무 과열됐다. 6분은 걸린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당시 20번 참호의 분산 경사로가 박살났다. 지금 임시 다리를 가설하고 있다. 지연 시간 10분이라는 통보, 이상.”
아가테가 욕설을 퍼붓는 게 들렸다.
“야포 지원도 불가하다. 그렇게 전하도록.”
버를 바라보던 랄도론이 말했다.
버는 자기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블러드 엔젤 군단원을 힐끗 바라보았다. 퍼스트 캡틴 랄도론은 투구를 벗은 채, 낮은 참호에 맞춰 몸을 굽히고 있었다. 엄밀히 말해 버는 지금 방어선을 총괄하는 최선임이었지만, 베테랑 군단병 앞에서는 우물쭈물하게 됐다.
“이미 전달한 사항입니다, 경.”
“다시 전하고, 인지 여부를 확실히 확인하게.”
폭탄이 떨어지며 다시 엄폐호가 진동했다. 금간 천장 사이로 먼지가 떨어져내렸다. 파편들이 각진 엄폐호의 지붕을 따라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누군가 소리쳤다.
버는 망원경을 쥐었다. 그러나 망원경의 렌즈는 진흙에 물든 채, 조정이 어긋나 있었다. 버는 랄도론의 곁을 간신히 지나 사다리 위로 올라섰다. 선명한 라스 포격의 빛과 예광탄이 뿜는 섬광이 머리 위로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전진하는 성벽은 몇몇 곳에서 균열했고, 그 균열 사이로 장갑판을 갖춘 포병 차량들이 뛰쳐나왔다. 작고, 가볍고, 빠른 놈들. 저 놈들은 끊임없이 외부 보루를 괴롭혔다. 병사들은 저걸 총차(Gun-Wagon)라고 불렀다. 저 차량들은 헤비 오토캐논과 라스캐논을 적재실에 탑재했고, 스파이크가 붙은 바퀴 덕분에 지뢰지대를 다니면서도 장갑화된 차축과 각진 차량 하부는 무사했다.
그 차량들의 뒤로 중장보병들의 선두가 진군하기 시작했다. 한 대열마다 천 명 가까운 숫자의 중장보병들이 벽의 균열을 따라 쏟아져 내리며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앞서 뛰쳐나간 총차들이 그 중장보병들의 방패가 되어 주고 있었다. 돌격대, 참호전의 주인공.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외부 방어선을 향해 돌격해 오는 미치광이 습격자들.
“전선 주목! 전선 주목!”
버가 고함을 쳤고, 병사들이 급박히 태세를 갖췄다.
바로 그때 랄도론이 버를 불렀고, 버는 황급히 돌아봤다.
‘무슨 일입니까, 랄도론 공?’
랄도론은 버에게 복스 신호를 보여줬다.
“2분간 사격 중지? 이게 무슨 소립니까?”
“진짜가 아니라면, 아무 의미 없는 소리일세.”
랄도론은 여전히 인내심을 잃지 않았다. 공성전을 치르는 동안, 이 전선의 모두는 형제 자매였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는 돈이 세운 명령 체계를 굳게 따라야 했다. 하지만, 오, 바알의 이름을 걸고, 필멸자들의 이해는 너무 느렸다.
“하지만 여기 붙은 표식을 보게.”
“봤습니다. 이봐, 사격 중지다!”
버가 거칠게 복스 송신기를 움켜잡았다.
“전 전선 주목! 전 전선 주목!”
버가 고함을 쳤다.
“전 전선, 내 신호에 맞춰 사격 중지! 70초 전!”
다음 순간 쏟아지는 질문들이 버를 덮쳐왔다.
“씨팔, 까라는 대로 까라!”
버의 고함 너머, 랄도론은 침착하게 투구를 썼다. 목 부분의 잠금쇠가 결속되는 소리가 버의 귀에 들려왔다. 그 순간, 그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였고, 유일한 소리였다.
버의 시선이 다시 시계를 향했다. 알다나 아가테가 복스 너머로 확인을 요청하며 고함치는 게 들렸다. 하지만 버는 그 고함을 무시했다.
“이게 만약 실수라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입니다.”
버가 블러드 엔젤 군단의 선임 중대장에게 말했다. 랄도론은 글라디우스를 뽑았다. 날 비겁 혐의로 처형하려는 건가? 해 볼 테면 해 보라지!
“우리 모두 언젠가 죽은 목숨이네, 코나스.”
랄도론이 말했다.
“옥좌시여, 경의 말이 옳습니다.”
“그 필연을, 근위장의 뜻하신 바를 믿고, 한번 멈춰 보세.”
“까짓거, 그래 보죠.”
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당장 해 봅시다.”
복스 송신기를 꽉 쥔 버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 버는 딸깍이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작.
“전 전선!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제국군의 포격이 잠들었다. 장교들이 사격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사격을 퍼붓는 병사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고함을 쳤다. 하지만 침묵이 내리지는 않았다. 반역자들이 뿜어대는 포격은 여전히 거셌다. 하지만 그 끝에는 알 수 없는 고요함, 그리고 섬뜩함이 묻어 있었다. 오직 죽음이 부르는 고요함이.
버는 복스 송신기를 내려놓고, 다시 사다리를 타고 지휘소로 올라왔다. 돌격하는 반역자들이 토염하는 총격이 점점 근접하고 있었다. 콜로시 방어선을 따라 흐르는 연기가 북쪽으로 밀려들어갔다. 섬광. 버의 눈에 다음 순간 섬광이 보였다. 남동쪽에서 밀려오는 번쩍임, 그리고, 그 번쩍임은 압도적인 속도로 밀려오고 있었다.
“옥좌시여, 옥좌시여, 별들이여!”
버의 입에서 문장이 터져나왔다.
기병 전술은 이제 일부 봉건 시대에 머무른 행성이나 외계인들과의 싸움이 아니라면 거의 취하는 이가 없는 전술로 전락했다. 그 전술은 군사적 우위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규모로 측정되던 시절의 고풍스러운 전투 방식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전술 자체는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기병 전술은 현대 기술이라는 봉인 아래 그 본질을 감췄지만, 그 힘은 진화를 거듭해 왔다.
지금 이 전장에 펼쳐진 것이 바로 그 진가였다. 인류가 별에 이르기 전부터 이미 정립된 규칙에 따른, 기병대의 돌격.
첫째. 대형을 유지하라. 흔들림 없이 출발하며, 동료 기수들을 앞서지 말라.
화이트 스카 군단은 날 달린 널찍한 팬처럼 지면에 드리운 연기를 흩어내며 나타났다. 완벽한 대형이었다. 콜로시 방어선 외벽의 남동쪽 끝에서 나타난 화이트 스카 군단은 북쪽을 향해 휘둘러진 도끼처럼 원호를 그리며 질주했다. 300 하고도 30대의 제트바이크가 벼락의 기세로 달려들었다. 울부짖는 제트바이크들의 포효가 비명처럼 울려퍼졌다. 화이트 스카 군단의 질주 뒤를 따라 연기가 역류했다. 두터운 제방을 따라 가속하는 화이트 스카 군단의 제트바이크 너머 휘감긴 연기는 가속을 따라 사정없이 휘둘렸고, 광륜으로 화해 드리웠다. 붉고 하얀 제트바이크에 붙은 진홍빛 군기는 온통 휘어지고 갈라진 채 휘날렸다. 불록 패턴, 시미터 패턴, 샴시르 패턴, 호넷 패턴, 그리고 타이가 패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제트바이크가 질주를 이어갔다.
버는 그 질주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둘째, 오직 적이 사정권 내에 들었을 때 박차를 가하라.
이미 눈부신 속도로 진군하던 화이트 스카 군단은 그 이상으로 맹렬하게 가속했다. 버는 그 대형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분노 속에서 엔진이 울부짖었다. 방패벽을 두른 채 진격하던 돌격대의 전열은 옮기던 걸음을 멈춘 채 느릿하게 돌아섰다. 놈들도 그들을 향해 무엇이 닥치고 있는지 보고 있었다. 무기가 들어올려졌다. 요란하게 달려 나가던 총차들이 차체를 돌리거나 멈춰선 채 포신을 돌렸다. 거대한 호를 그리는 채, 화이트 스카 군단의 대형이 놈들을 향해 짓누르듯 달려들었다. 결코 흔들리지 않고, 물러서지도 않은 채, 고도를 유지한 채 흐릿한 형체들이 달려들었다. 마치 목표물 조준을 마친 미사일처럼. 얼룩진 빛이 오르두의 전사들이 뽑은 창과 탈와르, 글레이브에서 뿜어졌다. 대열의 중심에 카간이 있었다. 칸 중의 칸, 코르친(Khorchin)은 그의 거대한 보이드바이크에 올라 질주하고 있었다. 대칸의 기병도가 들어올려졌다.
공포 속에서 그러하듯, 시간이 무한히 감속했다. 반역자들의 대열은 광기 속에서 사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칸의 기병도가 휘둘러졌다.
화이트 스카 군단의 사격이 적 대열을 휩쓸었다.
바이크에 결속된 볼터, 헤비 볼터, 쌍으로 달린 볼터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울부짖는 종마들의 턱이나 코에 달린 회전식 포대가 화염을 토해냈고, 플라즈마 병기와 라스캐논, 볼카이트 컬버린이 맹렬한 포격을 뿜어냈다. 거대한 파괴의 허리케인이었다. 포격의 뒤에 따라붙은 검고 회색을 띤 포연이 바이크의 뒤를 따라 군기처럼 휘날렸다. 심장을 멎게 만드는 무장의 일제 사격에 직면한 반역자들이 멍해진 사이, 헤비 볼터가 내뿜는 광란의 사격이 울부짖었다. 버에게 그 소리는 군신의 마굿간에서 뛰쳐나와 전속력으로질주하는 군마들의 발굽이 뿜는 천둥이나 다름없었다.
거리를 가늠하기 위한 사격 따위는 없었다. 화이트 스카 군단은 이미 자기 사냥감을 겨누고 있었으니. 사격에 노출된 첫 총차는 그대로 폭발했다. 다른 놈들도 사격에 두들겨 맞은 채 요동치며 찌그러졌다. 동에서 서까지 뻗어 있는 적의 대열 위로 불덩어리가 수없이 빛났다. 돌격 대형은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몇몇은 완전히 부서졌고, 몇몇은 도망쳤다. 일부는 방패 대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물러났다. 돌격 대형은 그대로 서 있는 자리에서 벌초당하는 신세의 풀더미로 전락했다. 뒤틀린 시체가 내던져지고, 휘저어진 대지 위에서 산산이 부서진 채 피구름으로 화했다. 오직 소수만이 화를 면한 채 필사적인 반격을 시도했다.
셋째, 충격은 기병전의 핵심이다.
화이트 스카 군단은 갑옷을 파고들며 쏟아지는 포화 앞에서도 대형을 유지한 채 돌격을 이어갔다. 제트바이크 한 대가 그대로 공중제비를 넘으며 화염에 휩싸였고, 군단원 한 명의 자취를 잃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질주하는 바이크들은 그들의 포화 앞에 시커멓게 그을린 시신의 대지를 타고 넘었다. 제트바이크가 뿜는 반중력장에 휘말린 시체들이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격돌. 첫 오르두 기병대가 저지선과 맞부딪혔다. 바이크들이 뿜어내는 포화 앞에 적군의 대형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대열을 뚫은 기병들은 버텨 선 방어병력을 짓뭉개 창공에 날려보내며 질주를 거듭했다. 부서진 대열은 와해당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가속한 바이크에 부딪친 반역자들의 기화된 피가 뿜어지는 하얀 연기를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한 명이 꿰였고, 글레이브가 휘둘러질 때마다 한 명이 베어졌다. 빛나는 검광이 곳곳에 꽂히고 베어나갔다. 버의 눈에 한 화이트 스카 군단원이 뒤집어진 총차를 향해 질주하는 게 들어왔다. 바이크 측면에 쓰러져 있던 반역자가 볼카이트 피스톨로 바이크를 겨눴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화이트 스카 군단원이 휘두른 탈와르가 그대로 놈의 손과 마주했다. 탈와르는 볼카이트 피스톨을 쪼개면서 놈의 손도 함께 쪼개버렸고, 어깨까지 뻗어나간 탈와르는 반역자의 머리까지 베어버렸다. 한 번의 하마도 없이 이뤄지는 살육이었고, 그 자체로 완결된 동작이었다. 썰려나간 반역자가 쓰러지고, 볼카이트 탄환이 섬광처럼 폭발하는 동안에도 제트바이크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기병들은 방패벽까지 도달했고, 끊임없는 살육의 파도를 일으키며 질주해 왔다. 근거리에서 바이크들이 연이어 포화를 퍼부었지만, 방패벽을 구축한 중장보병들의 갑옷은 일그러질지언정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놈들의 대형이 깨져나갔고, 화이트 스카 군단은 대형 사이의 빈틈을, 혹은 대형 자체를 뛰어넘으며 질주했다.
그리고 그들은 방패벽 뒤에 힘을 온존하고 기다리고 있던 반역자들의 본대와 마주쳤다.
넷째, 전선을 돌파한 순간 적의 본대와 난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12호 포좌에서 더 이상 화이트 스카 군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방패벽과 연막에 가리워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버에게는 축복이었으리라. 그런 야만적인 난전을 보고도 화이트 스카 군단이 야만성을 누를 수 있는 형제라 믿을 수 있을 리 없으니까. 맹렬한 돌진을 거듭하던 화이트 스카 군단에게 방패벽 너머는 온전히 다른 세계였다. 속도와 충격, 그리고 압도적 화력으로 기병들은 방패벽까지를 휩쓸어 왔다. 하지만 방패벽 너머에 이른 순간, 기병들은 속도와 전열을 잃었고, 승산은 뒤집어졌다. 기병들은 그들을 짓누르는 보병들 사이에 갇혀 버렸다. 방패벽을 넘은 바로 다음 순간, 순식간에 연기로 뒤덮인 드넓은 개활지에서 보병 전열에 노출되고 말았던 것이다. 더 거세진 비 아래서, 담요처럼 전장에 드리웠던 연기는 순식간에 걷혀나갔다. 그들을 둘러싼 적수는 거대했다.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천의 돌격 장창이 공격 대열을 갖추었고, 수십만은 되어 보이는 반역자 보병들과 기갑부대가 기병들을 에워쌌다. 데스 가드 군단의 전열은 괴물같았다.
모든 반역자 군단 중에서도 화이트 스카 군단 오르두의 경멸을 한 몸에 받는 것이 데스 가드 군단이었다. 그리고 그 경멸은 일방적이지 않았다. 제14군단과 제5군단의 전쟁은 피로 피를 씻는, 결코 멈춰질 수 없는 유혈의 길이었다. 증오는 그 유혈을 설명하기에 너무 하찮은 단어였다. 그러한 역사의 낭떠러지 끝에서도, 화이트 스카 군단은 야생의 사냥꾼이자 근심 없는 살인귀, 전쟁의 열기를 즐기며 웃어대는 전사들이었다.
그러나 더는 어떤 웃음소리도 없었다.
대칸도, 그의 전사들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겪어 본 상황이었다. 진실로, 이 상황은 화이트 스카 군단이 돌격할 때부터 의도한 결과였다. 돌격에 나선 순간 적의 포화로 돌격 자체가 무위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돌격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적의 주력과 마주하여 그 한복판에서 난전을 벌이는 것. 화이트 스카 군단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체력은 다했지만, 정신력을 끌어낼 때였다.
기병들은 이제 각개전투에 돌입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속력을 뿜으며 진형의 돌격력을 유지했다. 기병들은 대열을 꿰뚫거나 짓이기며 투쟁했다. 그들의 바이크 자체가 곧 무기였다. 장갑화된 선두, 순수한 질량과 기동력, 그리고 반사 전극에서 뿜어지는 찍어누르는 에너지장까지. 반역자들은 대칸의 예상보다 많았지만, 그들은 단지 싸울 모양새를 갖췄을 뿐, 허울뿐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전투에 대비한 깊은 대열을 갖췄지만, 방패벽에 시야를 내준 채 무슨 일이 그들에게 닥칠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총과 엔진의 울부짖음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할 따름이었다.
화이트 스카 군단의 기병들은 그런 반역자들을 찍어눌렀다. 수직기동 체계를 통해 바이크를 치켜세운 채 질주한 기병들은 발아래 놓인 반역자들을 그대로 짓이겼다. 볼터가 불을 뿜으며 사형 집행이라도 하듯 늘어선 적들을 찢어발겼다. 몇몇 총격은 두 내지 세 열을 한 번에 관통해 반역자들을 쓰러뜨릴 정도였다. 기병들은 탐욕스럽게 적을 베어넘겼다. 너무 목표가 많아 어떤 놈을 먼저 쓰러뜨려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다. 살육은 온 방향으로 퍼져나갔다.
반역자들의 군세는 공격을 받을 때마다 뒤흔들렸다. 마치 기름 웅덩이가 그러하듯 파문이 온 사방으로 번졌다. 서로 부딪히면서 그저 기병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칠 뿐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화이트 스카 군단은 수적으로 열세에 처해 있었다. 반역자들은 온 사방에 널려 있었고, 기병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면 아군에 대한 오사조차 주저하지 않았다. 날붙이가 붙은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휘어잡은 채 무기를 휘둘러 댔다. 기수들은 적들의 대형에 둘러싸였고, 거센 비를 맞으면서도 안장 위에서 반역자들의 공격을 피해내며 격렬히 싸웠다. 그 와중에 거의 숲을 이루며 날아든 장창 무더기에 두 명의 기수가 수십 군데의 관통상을 입으며 바이크에서 낙마했다. 한 제트바이트가 총격에 엔진을 당하며 기수를 떨어뜨렸다. 기병은 곧바로 허공에 던져졌고, 불타는 상태로 나가떨어진 바이크는 그 순수한 질량의 타격에 이은 폭발로 반역자들을 연달아 쓰러뜨렸다. 하지만 나가떨어진 기수, 케르타 칼은 홀로 버텨선 채 돌격해 오는 적들에게 포위당했다.
데스 가드 군단은 끈질기게 전진했다. 혼란에 빠진 자신의 형제들을 쓰러뜨리면서라도, 화이트 스카 군단과 대적하기 위한 행군이 거듭되었다. 초인적인 반응 신경, 대담한 돌격에 대한 순수한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격렬한 증오가 그들의 연료였다. 감히 군단의 대열에 밀고 들어온 그들의 숙적에게 근접해서 징벌을 내리겠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데스 가드 군단의 흉측한 참상이 기병대의 시야에 들어온 순간, 기병들은 슬픔을 토해내야 했다. 한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형제 군단병의 변이는 가련하기까지 했다. 놈들은 이제 갑옷을 입은 거대한 폭력범에 불과했다. 빗물에 끈적하게 물든 녹회색의 갑옷, 녹과 점액이 들어찬 채 악취를 뿜어내는 질병의 화신들이나 다름없었다. 감염으로 부풀어 오른 육신을 따라 부풀어 오른 장갑판, 검은 바이저, 제트팩마저 울부짖는 짐승이자 야생의 포식자를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었다.
군단병과 군단병이 격돌했고, 빛나는 순백의 점들이 녹슨 빛으로 물든 물결에 휩쓸렸다. 탈와르와 세이버가 안장에서 휘둘러지며 썩은 호박빛이 도는 검은 갑옷판을 쪼갰고, 연한 적갈색과 노란색이 도는 전염성 물질들이 뿜어졌다. 숯처럼 시커먼 빛이 도는 창이 광택이 도는 하얀 세라마이트를 꿰뚫고, 붉은 피가 비내리는 전장을 물들였다. 그렇게 낙마한 기병들은 수적 열세 속에 짓이겨졌고, 몇몇은 여덟 내지 열 번에 달하는 치명상을 입은 채 진흙에 떨어졌다.
대지는 검고 깊은 늪으로 화했다. 성벽 역할을 하는 트랙터들과 전진하는 반역자들이 짓이겨댄 대지 위에서 데스 가드 군단의 군화와 다리는 진흙으로 흠뻑 젖었다. 젖어 있는 제트바이크의 측면도 진창의 뻘로 물들여졌다.
전장은 대혼돈으로 빚어졌다. 가장 격렬한 난전이 펼쳐졌다. 규칙도, 명령도 없는 광란이나 다름없이. 거대한 타격음을 뿜는 일격들, 볼터 사격, 엔진의 울부짖음이 전장을 감쌌다. 새 부리 투구를 탈와르가 쪼개들어가며 그 안의 두개골까지 쪼개졌고,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워해머가 흉갑을 짓이기며 흉곽과 근육까지, 심장과 장기까지 쪼개 놓았다. 한 화이트 스카 군단원은 톱니 날린 시커먼 창에 꽂힌 채 하마당했고, 데스 가드 군단의 분대장 하나나는 달려드는 바이크의 머리에 들이받혀 넘어진 후 리펄서 장에 말 그대로 찢겨나갔다. 갑옷 조각들이 허공을 날고, 바이저가 찢겨나갔다. 아직도 무기를 쥐고 있는 팔다리가 흐드러졌다. 흐르는 피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전장을 적셨다.
난전의 중심에 대칸이 있었다. 난공불락의 거인을 향해 반역자들의 분노가 집중되었다. 그러나 대칸은 주저 없이 적 대열에 뛰어들어 심장을 취했다. 대칸의 검이 빛날 때마다 야만적인 상처를 입은 데스 가드 군단병이 쓰러지고 공격이 무너졌다. 하지만 대가가 따랐다. 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상급이었고, 모든 데스 가드 군단이 죽이기를 갈망하는 적수였다. 감히 배신자들이 상상조차 못했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놈들은 몰려들었다.
하지만 프라이마크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서는 그를 죽여야 했고, 자가타이 칸은 전혀 죽음과 직면할 기분이 아니었다. 반역자들의 후방 전선에서 벌어진 광적인 난전은 영광스러운 기병 돌격을 끝장으로 몰고 가기 위한 멍청한 실수가 아니었다. 난전은 돌격의 원점이었고, 진정 돌격이 펼쳐진 이유였다.
다섯째, 적의 대형을 뚫고 들어갔다면, 이제 다시 놈들의 뒤를 칠 순간이 온 것이다.
대칸은 다오를 휘둘러 갑옷을 기름 덩어리라도 되는 마냥 베어넘겼다. 그의 입술에서 초고리스의 전쟁 휘파람이 날카롭게 울었다. 하지만 전투의 소음 속에 그 휘파람이 전해졌을까?
기병들은 모두 그 휘파람을 들었다.
제트바이크들이 맹렬히 질주했다. 모든 엔진들이 뜨겁게 포효했다. 바이크들은 일제히 선회하며, 의도한 대로 차체로 시신 더미들을 잔혹하게 짓이겨 놓았다. 화이트 스카 군단이 다시 돌격하기 시작했다. 대칸의 지휘 아래, 하나씩 둘씩 나아가던 칸의 기병들은 방패벽을 향해 자유로이, 폭발적인 가속을 거듭했다. 순식간에 치솟은 제트바이크들은 다시 강하하며 그대로 적진을 파성추와도 같이 들이쳤다. 제트바이크에 장착된 볼터들이 다시 불을 뿜었고, 기병들의 칼날은 감히 그들의 진격에서 살아남은 적을 살육했다. 감히 그들의 등 뒤로 달려들려 드는 멍청이들도 그 살육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이 돌격으로, 반역자들은 거의 첫 돌격에서 입은 피해만큼을 경험해야 했다.
화이트 스카 군단은 방패벽의 후방을 향해 돌격했다. 카라쉬 기병들은 양 갈래로 나뉘어, 첫 돌격 때처럼 횡대로 퍼져 방패벽의 너비만큼이나 넓은 대형을 한 채 달려들었다. 거대한 야전 트랙터들이 기병들의 사냥 대상이었다.
트랙터 너머 깔려 있던 지뢰들이 연이어 폭발했지만, 카라쉬 기병대는 이미 그 폭발을 지나 폭주하고 있었다. 트랙터들의 마운트가 폭발했고, 순식간에 불구름이 트랙터들을 감쌌다. 차체와 골격이 무너지고, 지지대와 차축도 붕괴했다. 화염 속에서 순식간에 트랙터들이 무너져 내렸다.
전진하던 성벽은 무너졌다. 대부분의 차체는 남아 있을지언정, 이미 붕괴해 버린 차량들은 이제 진흙에 잠긴 채였고, 더 이상 성벽이라 할 수 없었다.
여덟 대의 트랙터가 파괴되었고, 전진하던 성벽은 마치 이 빠진 미소마냥 무너진 채 그 틈에서 시커먼 연기를 뿜어냈다. 화이트 스카 군단은 짙은 연기를 뚫고 파괴의 흔적 위를 쏜살같이 질주했다. 몇몇 카라쉬는 제동을 건 채, 떨어지거나 부상당한 형제들을 옆의 바이크에 올렸다. 카라쉬 대원 예토는 피에 흠뻑 젖은 채, 반역자들의 시체더미 사이에 홀로 서 있는 케르타 칼을 발견했다. 예토는 케르타 칼을 그의 전투마 옆에 올려 지옥에서 끄집어냈다.
버의 눈에 연기를 뿜어대며 귀환하는 기병들의 첫 무리가 보였다. 기쁨과 충격의 눈물이 흘러나오려 했지만, 버는 그것을 억지로 틀어막았다. 살아남은 자는 거의 없으리라. 영광스러운 돌격을 달성한 이들이 반역자들의 가장 어두운 굴혈 속에 갇혀버렸다. 소수의 생존자만이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치밀었다.
하지만 그 첫 무리 뒤로 기병들이 더 나타났다. 그리고 또 다른 기병들이 그 뒤를 따랐다. 모두가 살아남지는 못했지만, 놀라운 숫자였다. 수십 명은 곧 백여 명이 되었다. 부상당한 반역자들의 사격 속에서 이뤄진 귀환 행렬은 처음의 엄정한 군율이 남아 있진 않았지만, 대형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몇몇 기병들은 부상을 입었다. 몇몇은 더 천천히 달리면서 부상 당한 전우들을 붙든 채, 혹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전우를 차체에 매단 채였다.
“꿈을 꾸는 것 같군요.”
버가 중얼거리며 랄도론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저런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까? 몇 명도 아니고, 저렇게나 많이?”
“이제 꿈에서 깼나, 코나스?”
랄도론이 물었다. 다시 투구를 벗은 랄도론은 초토화된 반역자들의 전선과 귀환하는 기수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떤 표정도 없는 얼굴이었다.
“아마도 깬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경. 아마도요.”
“알아두게. 자네가 지금 본 것은 화이트 스카 군단의 전쟁일세.”
랄도론이 말했다.
“저걸 본 사람은 흔치 않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조차도 행운이 따라 저 돌격을 볼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그것을 온전히 즐겼다네.”
“운이 좋아서라니요… 이건 게임이 아닙니다. 그… 화면 띄워!”
“그렇지. 결코, 그런 적도 없었고, 확실히 어두운 때를 걷고 있는 이 전장에는 행운이라는 것이 없었지. 하지만 코나스, 자네가 이 전장을 본 것은 오늘의 행운이나 마찬가지일세. 그러니 그 자체를 느끼도록 하게. 위대한 예술은 상황이 어떻건 인정받아야 하는 거니까.”
기수들의 첫 대열이 외벽에 이르렀다.
전체 기병 돌격이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은 6분이었다.
* 기병대 뽕은 이런 거지. 근데 여기서 너무 시간 많이 잡아먹음. 박진감 넘쳐서 좋긴 했는데, 너무 설명이 길었음.
멋지네 진짜..
와 공성전 묘사도 좋은데 참호전 냄새
전투 중에 휘파람으로 지휘한다니 프마가 부는 휘파람은 메가폰급인가
기병 뽕이 차오른다
친구하고 저 장면만 번역했었는데 3일 정도 걸렸음
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