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못 가겠어.”


아바돈은 호루스 악시만드를 힐끗 바라보았다.


“왜, 그가 거절할까봐 걱정이라도 되나?”

“그건 아니야.”

“그런데 왜 마음을 바꾼 거지?”

“아니, 그러니까… 강철의 군주는 나를 좋아하지 않지. 나도 그와 사이가 영 껄쩍지근하긴 마찬가지고. 네가 가는 게 옳아.”


아바돈은 호루스 악시만드를 노려보았다.


“강철의 군주는 지금 집중하고 계시네.”


아바돈이 계속 말을 이었다.


“옛날에 어쨌는지도 전혀 관심이 없으시고, 그럴 시간도 없으셔. 너도 봤잖나? 지금 중요한 건 단결이야, 악시만드. 사고와 목적을 하나로 모아야 해. 오랜 불화는 삭여 두자고.”

“그렇다 해도, 난 여기 남겠어.”


작은 호루스가 말했다.


“옛 상처를 들쑤시는 위험은 피하고 싶군. 그와 이야기를 나눠. 내가 보기엔, 넌 그 양반의 마음에 쏙 든 거 같으니.”


아바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계획에 대한 확신은 아직 있는 거지?”

“물론. 모니발은 너를 지원할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아바돈은 돌아섰다.


“그럼,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어.”


사자의 문 우주항의 거대한 형체가 그들의 위를 가린 채 거의 빛을 가리다시피 했다. 우주항은 매분 매시간 화물용 승강구와 수송창을 통해 운반되는 화물의 중량을 견디며 삐걱이고 신음했다. 우주항은 말 그대로 그들의 동맥이나 다름없었다. 궤도에서 표면을 향해, 전장의 생혈이 공급되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불생자들의 무질서한 무리가 무형의 강물을 이룬 채 흘러내렸다.


악시만드는 그의 형제가 장갑 갑판을 디디는 발자국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절대 남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남는 것을 선택했다. 악시만드는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아바돈이 향하는 곳에서 증기의 홍수처럼 흘러오는 워프의 기운 때문도 아니었고, 그와 강철의 군주 사이의 옛 감정 때문도 아니었다. 지난 며칠 밤, 우주항이 함락된 이후, 그의 꿈은 다시 시작되었다. 단지 잠들 때 뿐 아닌, 일상의 시간에도 찾아드는 꿈. 몇 달 동안 꾸지 않았던 그 꿈.


누군가 가까이에서 숨 쉬는 소리. 가깝지만 보이지 않은 누군가. 그 누군가가 악시만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드웰의 함락부터 시작된 꿈은 계속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악시만드는 그 꿈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로켄… 로켄, 로켄. 악시만드는 꿈 속의 기억을 먼 곳으로 치워버리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은 다시 돌아왔다. 부드러운 숨소리가 바로 그의 머리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악시만드의 상상 속 위협은 이번엔 무엇인가?


이제 악시만드는 혼자였다. 아바돈은 시야를 벗어났다.


“꺼져라.”


악시만드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면 정정당당하게 마주 보자고. 어떻게 굴건 널 꺾어버릴 테니.”


하지만 숨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게 들려왔다. 악시만드는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를 향하건, 그 숨소리는 그를 계속 따라오리라.


“장소를 말해.”


악시만드가 속삭였다. 답은 없었다.



거대한 배틀 오토마타들이 아바돈의 길을 조용히 가로막았다.


“그분과 이야기하고 싶다.”


아바돈이 말했다. 그러나 배틀 오토마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날 알잖아. 그분과 이야기할 것이다.”


아음속의 속삭임이 명령을 전해왔고, 배틀 오토마타들이 물러섰다.


아바돈은 우주항에서 20킬로미터 솟아난 첨탑에 있는 도킹 통제실에 설치된 지휘소에 발을 디뎠다. 거대한 전망창의 3면은 그을음으로 가득했다. 창백한 저궤도의 황혼이 지휘소를 채우며 한때 천여 명의 항만 관리 인력이 매일의 업무를 처리하던 통제실을 가득 채웠다. 이제 통제실은 버려졌고, 차갑고 푸른 어둠이 내려앉아 부서진 콘솔들과 모니터들의 잔해, 그리고 갑판 위에 뒤집힌 책상들을 비췄다. 한 콘솔의 모퉁이에는 아직도 반쯤 채워진 세라믹 카페인 잔이 몇 주, 어쩌면 몇 달의 시간을 뛰어넘어 기적적으로 버텨서 있었다. 한 모금 넘긴 후, 다음 모금까지 내려 놓아졌던 컵을 집을 사람은 이제 없었다.


“마지막 브리핑 내용에서 변동사항은 없었을 텐데. 만약 그랬다면 네게 알려줬을 테고. 왜 여기 온 것이냐?”

“말씀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페투라보의 물음에 아바돈이 답했다. 강철의 군주는 홀로 죽어버린 이 고요한 방에서 석양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바돈에게는 이상한 일이었다. 페투라보는 대체 언제 일을 멈춘 것인가? 끝없는 경계 속에서 모든 전구를 조종하는 것이 페투라보의 낙 아니었나?


“지휘소에서 전하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만.”


페루라보는 아바돈의 왼쪽에 앉았다. 그의 갑옷은 벗겨진 채였다. 로고스의 경이로 빚어진 갑옷은 페투라보 근처에 놓여 있었다. 배틀 오토마타들은 그의 갑옷 조각을 거대한 딱정벌레 표본처럼 선반 위에 정렬되어 있었다. 능숙한 곤충학자의 솜씨 같은 느낌이었다. 허리까지를 감싸던 갑옷을 벗고 있음에도 페투라보는 여전히 거대했다. 그의 살결은 희디흰 빛이었고, 야수같은 근육으로 감싸인 육신은 둥근 플러그 소켓과 옛 흉터로 드리워져 있었다. 화물 상자 위에 앉은 채, 동력이 끊긴 사령실 탁자에 팔꿈치를 내리놓은 채였다. 탁자에는 볼터탄을 무게추로 삼은 황궁에 대한 차트가 펼쳐져 있었다. 작은 램프 몇 개와 촛불이 타올랐다.


“철수했다.”

“철수라고요?”

“그래. 데이터로부터 말이다, 선임 중대장. 아예 눈을 끊었지. 내가 배운 술수 중 하나다. 지금 넌 날 방해하고 있구나.”“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아바돈은 떠나지 않았다. 아바돈은 사령실 상부의 꺼져 있는 콘솔들을 지나 탁자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발이 깨져나간 장갑유리와 금속 파편들을 짓이겼다.


“누구에게서였습니까?”

“뭐라?”

“누구에게서 이 술수를 배우셨습니까?”


페투라보의 거대한 머리가 아바돈을 향했다. 순전한 경멸이 담겨 있는 시선. 갑옷을 벗었음에도 페투라보의 위압감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선임 중대장 정도는 지진처럼 짓이겨 놓을 것만 같은 위협적인 느낌이었다.


“내 형제 로갈 돈에게서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네가 듣고 싶어할 만한 이야기겠지.”

“듣고 싶습니다.”

“데이터.”


페투라보의 말은 마치 그 자체가 답이라는 듯한 느낌으로 이어졌다.


“어느 전투에서건, 어느 전쟁에서건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지금 전쟁에서라면… 어느 정도일지 감이 오겠지.”

“그러합니다.”

“모든 데이터는 다시 검토하고, 모니터링과 조정 과정, 그리고 수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페투라보가 계속 말을 이었다.


“지속적으로 그래야 하지. 내가 어릴 때는 그 일에 온전히 집중했었다. 전신전령이었지. 작전이 끝날 때까지, 절대 사령실이나 누스피어 링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항상 시선이 고정된 채였지.”

“그리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직 소수만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놈은 가능하지. 모의 교전에서 놈은 아홉 차례나 나를 꺾었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야기다. 나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 내가 어쨌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전하.”

“돈에게 물었다.”


페투라보의 말은 거의 거슬리는 소리가 되어 흘러나왔다. 아바돈은 그 소리에서 후회감을 읽었고, 거의 우울한 웃음소리와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바돈, 나는 돈에게 물었다. 그때 우리는 형제였으니까. 그런 상호작용이 가능했지.”

“어떻게 되었습니까?”

“돈은 나에게 말했다. 알아둘 것은, 그는 이걸 아주 기꺼이 했다. 돈은 나와 그런 기교를 나눌 수 있어 기뻐했다. 돈은 데이터에만 전념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고 했다. 순수한 데이터의 무게와 세부사항의 부담 때문에 말이다. 특히 휴식 없이 이에 매달리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했지.”


페투라보의 시선이 그의 앞에 펼쳐진 차트를 향했다.


“돈은 물러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페투라보의 말이 이어졌다.


“물러나라, 교전의 절정에서라도. 믿을 수 있겠느냐? 마음과 집중력을 비우고, 피상적이고 현장과 무관한 데이터를 지우는 것이다.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헤아릴 수 없는 수학적 복잡성을 간단한 원리로 압축한다. 그렇게 마음가집을 새로이 하고 놈은 돌아왔다. 그리고 나서 돈이 뭘 했는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전하.”

“놈은 이겼다, 아바돈. 그 개자식은 계속 이겼다.”

“재능이 있었군요.”

“그렇지. 나는 처음으로 그것을 인정한 사람이다. 오직 바보들만이 현명한 충고를 무시하는 법이지. 적의 좋은 습관을 무시하는 것 역시 멍청이들이고. 그래서 나는 그 습관을 들였다. 지휘에 내 식으로 집중해서 임한 후, 잠시 물러나 휴식을 취한다. 완전히 전장을 무시한 채, 오거 피드도, 누스피어 연결도 끊은 채로 말이다. 돈이 옳았다. 그렇게 얻어지는 객관적인 전술적 명료성은 놀라웠다.”


아바돈은 탁자 곁으로 다가가 오래된 차트 더미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서 명료함을 느끼십니까?”

“충분히 명료하다. 지난 한 시간 기준으로, 1만 6천 하고도 485건의 개별적 교전이 발생했다. 1만 하고도 990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돈의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돈의 교전에 대한 정의는 나와 조금 다르다. 나는 교전을 2만 명 이상의 병력이 참전하는 전투로 정의하고, 그는 3만 명 이상으로 정의하지. 아주 사소한 전투 교리의 차이일 뿐이다.”


아바돈은 지도를 응시했다. 붉은 탄두에 놋쇠가 둘러진 두꺼운 볼터탄은 지도를 고정하는 무게추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네 발의 볼터탄이 지도 위에 서 있었다. 각각 사자의 문 우주항, 영원의 벽 우주항, 고르곤 바와 콜로시 관문이었다.


“완전히 압축적으로 만들어진 지도로군요.”

“그렇다. 직접 표시하는 종이 지도. 옛날 방식이지.”

“그런 말씀이 아니라…”


아바돈이 지도를 가리켰다.


“1만 6천 건의 교전을 아주 핵심적인 네 곳으로 압축하셨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페투라보는 볼터탄 한 발을 집어 든 채 장난을 치듯 만지작거렸다.


“그래, 그 네 곳이다. 지금 벌어지는 전쟁의 단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전장이지. 내가 처음 고려한 것은 마르막스를 전장으로 삼는 거였다.”


페투라보가 볼터탄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고르곤 바와 콜로시 관문 사이에 있는, 내성 망루 지대의 한 지점이었다.


“하지만 아직 마르막스 공략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무 강력한 요새니. 그리고 콜로시 관문 때문에 북쪽에서 공세를 가할 수 없다. 만약 내 형제들이 콜로시를 낙성시킨다면 그제야 둘 모두를 취할 수 있겠지. 차례대로 생텀을 향한 길에서 뭉개놓을 수 있을 것이다.”


페투라보는 아바돈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알겠느냐? 가장 날것의 진실을 파고들면, 가장 거대한 전투마저도 단순간 단계로 압축할 수 있다. 그래서 왜 여기 온 것이냐, 아바돈? 네 유전 아비의 지시로 왔더냐? 하? 더 빨리, 더 잘하라는 말을 속삭이러 왔더냐? 전혀 듣고 싶지 않다. 네 유전 아비에게 똑똑히 전해라, 나는 내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말이다.”

“루퍼칼께서는 이 방문과 어떤 상관도 없으십니다.”


아바돈의 답을 들은 페투라보가 기대앉았다. 그의 미간은 흥미로움으로 찌푸려졌다. 페투라보는 아바돈의 얼굴을 단서를 찾기라도 하듯 관찰했다.


“흥미롭군. 내 주의를 끌었어.”


아바돈은 답하지 않았다. 아바돈은 손을 뻗어 무게추로 쓰이던 볼터탄 하나를 집어 조심스럽게 지도 위에 똑바로 내려놓았다. 궁극의 벽 바로 남쪽이었다. 그리고 아바돈은 방금 한 수를 둔 레지사이드 기사처럼 물러선 채 반응을 기다렸다.


“그때 이곳을 알아차린 것은 너 하나뿐이었지.”


페투라보가 말했다.


“그곳의 중요성을 알아챈 것도 너뿐이었고. 이곳을 공격하고 싶더냐?”

“전하께서도 그러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다. 하지만 말했을 텐데.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지역은 표시된 네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워마스터의 칙령에 들어맞는 곳이고, 이 네 곳을 함락시킨다면 목표는 달성된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그리 되겠습니까? 한 달? 두 달? 그 이상? 충성파의 구원대가 도래해서 양면전선을 취하게 되기 전에 그리 될 수 있겠습니까?”

“충분하다. 내 계산으로는 두 달 이내에 가능한 일이다.”


페투라보의 대답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


“잘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 계획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비 게획이다.”

“매력적인 것 이상이라 생각합니다.”


아바돈은 주위를 둘러본 뒤, 부서진 화물 상자를 하나 더 발견하고 페투라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끌고 와서 앉았다.


“흠집입니다.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돈 또한 알 것이다.”

“만약 알지 못한다면요? 이런 게 전하께서 기다려 오신 기회 아닙니까? 아주 사소한 실수 말입니다. 전하께서 그가 저지르기만을 기원해 온 실수란 말입니다.”

“입을 조심해라, 호루스의 아들이여.”


아바돈이 손을 들어올렸다.


“만약 정말 실수가 맞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최정예 강습으로 이 약점을 뚫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하면 일주일이면 이 전쟁이 끝날 것입니다.”


페투라보는 아바돈을 응시한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보셨지 않습니까, 전하.”


아바돈이 말을 이었다.


“승리는 전하의 몫이 되실 것입니다. 테라 전투의 승리를 이끌어낸 위대한 지휘자로 남으실 것입니다. 제 주군의 명을 따라서 일궈낸 게 아니라요. 불멸의 영광이고, 모든 형제들 위에 남아 새로운 제국의 오른팔로-”

“무슨 말인지 안다. 아첨은 집어치워라. 말해봐라, 왜 내게 그런 기회를 넘기려 드느냐?”

“약점을 보았기 때문이고, 이 약점을 원해서입니다. 저는 이곳을 치고 싶습니다.”


페투라보가 히죽거렸다. 마침내 아바돈의 눈 너머에 감춰진 불길이 보였다.


“오호, 이제야 알겠구나.”


페투라보의 말이 이어졌다.


“너는 언제나 훌륭한 전사였지. 솔직히 말하마, 너도 이 전쟁의 일익을 맡았다는 영광을 원하는 것이 아니더냐? 네가 얼마나 훌륭한 전사인지, 네가 무엇인지를 증명하고 싶은 거지. 단지 워프의 힘을 빌린 일개 아스타르테스가 아니라 말이다.”

“실로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영광을 원합니다. 다만 제 검술과 수하들의 힘으로 영광을 얻고 싶습니다. 예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늘 그러했던 것처럼, 아스타르테스로서 말입니다. 그것이 테라의 순종을 부를 길이고, 제가 여기 있는 이유이자, 전하께서 여기 계신 이유입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

“어쩌면이 아닙니다.”


아바돈이 답했다.


“전하께서도 원하시지 않습니까? 특히 전하시라면 더욱 원하실 겁니다. 형제와 형제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 전하와 로갈 돈 사이 누가 이길 것인지 전사와 전사의 대결로 결판을 보는 것 말입니다.”

“아바돈, 어차피 승리는 나의 것이다. 그런 라이벌 의식은 지금 내 우선순위에서 맨 마지막에 있다.”

“물론 이기실 겁니다. 결국은 말입니다. 돈을 꺾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결과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진심이십니까? 그의 방식으로 그에게 되갚아 이기는 것을 원하시지 않습니까? 아스타르테스와 아스타르테스의 격돌로, 진짜 전쟁의 기술과 군율을 통해서, 너무도 많이 패했던 게임을 이기고 싶은 생각이 없으시단 말입니까?”

“입조심하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들어주십시오. 사실임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 방식으로 돈을 꺾는다면, 누구도 당신이 돈보다 우월함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구도 ‘강철의 군주는 워프 때문에 이긴 거지 로갈 돈보다 뭐가 잘났다고?’ 따위의 말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조그만 개자식이.”


페투라보가 거칠게 일어섰다. 그 서슬에 페투라보가 앉아있던 화물 상자가 박살나 쓰러졌다. 페투라보는 아바돈을 거의 1미터 가까이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올림피아의 망치는 그 오른손으로 아바돈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어떤 놈도 감히 날 이따위로 조종하려 들지 못한다.”


페투라보가 쇳소리를 냈다. 아바돈은 이를 악물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제가 내뱉은 말 중 거짓이 있다면 모두 되물리겠습니다.”


아바돈은 목멘 소리로 숨넘어갈 듯 사죄했다. 하지만 목을 틀어쥔 페투라보의 손은 더욱 거세게 아바돈을 조여왔다. 분노 속에서 그의 손이 덜덜 떨렸고, 아바돈의 목 둘레 갑옷이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우그러들기 시작했다.


강철의 군주는 아바돈의 얼굴에 침을 뱉고, 마치 인형을 내던지듯 아바돈을 방 저편으로 내던졌다. 아바돈은 버려진 모니터 스테이션에 나가떨어져 부수며 갑판 위에 널브러졌다.


내던져진 아바돈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작은 플라스텍 조각과 유리 조각이 온몸에 달라붙었다. 부러진 채 박혀 피를 쏟게 하는 갑옷 파편을 뽑아낸 아바돈은 그대로 프라이마크를 올려다보았다.


페투라보는 돌아선 채였다. 숨을 몰아쉬며 창을 통해 더럽혀진 바깥의 하늘을 보고 있었다. 뭔가 밝지만 너무 멀리 있기에 그만이 볼 수 있는 것을 관찰하듯이. 오래된 흉터 자국들과 신경 플러그 포트, 그리고 피하 회로로 이루어진 장식 무늬가 드리운 괴물같은 등은 들썩이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네놈의 부하들이 여길 치길 원하겠지, 안 그렇더냐?”


페투라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바돈은 일어나서 뺨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닦았다.


“루퍼칼의 충성스러운 아들들이 여기 참전한다면 루퍼칼이 흡족해하실 것입니다.”

“그렇겠지. 충분한 이유다. 하지만 그걸론 모자라다.”


페투라보가 중얼거렸다.


“최정예 강습입니다, 강철의 군주시여. 여기에 우리가 얼마나 능한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당신은 감히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군사적 분석의 대가이십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충성과 원한을 떠나, 누구를 여기 보내시겠습니까? 지금 확실히 고려해 주십시오. 객관적인 전술적 명료성으로 말입니다. 누구를 보내시겠습니까?”


페투라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바돈을 바라보았다.


“네놈도 그 답을 알 텐데.”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직접 하시는 말씀을 듣기 원합니다.”

“선 오브 호루스. 제16군단이다. 아니, 루나 울프라고 해야겠지. 내 수중에 루나 울프가 있다면 나는 반드시 그들을 보낼 것이다. 망할. 선임중대장, 넌 나를 열 받게 만들었다. 내 손으로 널 죽이게 만들 셈이냐.”

“아닙니다. 다만 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페투라보는 탁자 앞으로 다가갔다. 볼터탄 표식들은 굴러떨어져 있었다. 볼터탄을 집어 든 페투라보는 다시 원래 위치에 표식들을 올렸다. 그리고 아바돈이 내려놓았던 볼터탄을 들었다.


“루나 울프는 이제 없다. 그리고 선 오브 호루스가 남았지. 여기, 여기, 여기에. 나는 그 힘을 자유로이 쓸 수 없다. 이 계획에서 그들은 고착되어 있으니.”

“전원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최정예 1중대, 어쩌면 한 중대 더. 거기에 유스타이린과 모니발만 있으면 됩니다.”

“그걸로는 모자랄 텐데. 확실한 처형자라고는 할 수 있겠다만.”

“그리고 이것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집니다. 전하께서 직면한 다른 문제를 해결할 기회로요.”

“예를 들면?”

“우리는 통합되어 있습니다. 분열되지 않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합군입니다. 의견의 차이와 논쟁은 저 옆으로 치워둔 채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이어지겠습니까? 보이지 않은 위협 요소를 전하라면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 내부의 꼬여버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전하께서는 모든 전투 가능한 자산을 최대의 효과를 위해 사용하고 계시지만, 또한 그와 함께 외교적으로 활동할 의무를 지고 계십니다. 아니, 감히 정정하자면 외교적으로 활동하시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수많은 구성원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당신의 형제들을 만족시키셔야 하시지요. 하지만 형제분들이 언제까지 같은 생각으로 뭉쳐 계시겠습니까? 다들 자신만의 속내가 있으신 분들입니다. 전하, 승리를 향한 길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대열에 질서를 가져 오셔야 합니다.”

“불사조를 말하는 거군.”

“불사조, 예, 그렇습니다.”


아바돈이 말을 이었다.


“불사조는 첫 주자가 될 것입니다. 앙그론 전하께서는 이미 전하의 속박을 벗어났지만, 그의 난동은 여전히 전하의 계획에서 어그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펄그림 전하는 지금 전하께서 당장 직면한 급박한 문제지요. 그는 의욕적이지만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것이며, 무엇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합니다. 계속 두면 무기력에 빠져 버릴 겁니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펄그림 전하께 무언가 중요하다 여길 만한 일을 주시면, 그를 누르실 수 있을 겁니다.”

“놈의 망할 애새끼들은 죄다 배치되어 있을 텐데-”

“그 배치를 전하께서 정하시지 않습니까? 누가 감히 전하께서 놈들에게 내린 명령에 토를 달겠습니까? 며칠만 지나면, 놈들은 어차피 그 위치를 지키지 않고 있을 겁니다. 자기가 무엇을 할지 스스로 고를 수 있다 여길 테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목표만 주어지면, 놈들은 확실히 집중해서 진짜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펄그림 전하가 우쭐해 하겠지요. 항상 칭찬에 목마른 분이시니.”

“하지만 난 놈에게 다가갈 수 없다. 그 흉측한 외양도 겨우 참아넘길 뿐이니.”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중대 차원에서, 비공식적인 채널로 접촉하겠습니다. 보안은 철저히 유지하겠습니다.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놈들의 질서를 유지하겠다?”

“이 강습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확실히 질서를 잡겠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면…”


아바돈은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제3군단은 그저 우리에게 고기방패 노릇만 제대로 하면 될 텐데 말입니다. 그저 우리 앞에서 대포밥이 되면 됩니다.”


페투라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아바돈의 예상은 분명 타당했고, 무엇보다도, 그를 흡족하게 했다.


“그들은 물량을 제공하고, 저는 예리한 수술칼이 되겠습니다. 전하는 그 재료로 멋진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어 주십시오.”


아바돈이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이면 확실히 끝장을 보겠습니다.”


아바돈은 탁자 쪽으로 걸어가 페투라보의 손에 들려 있던 볼터탄을 받아들었고, 차트 위에 올렸다. 새터나인 관문이라 쓰인 글자의 가운데에 볼터탄이 놓였다.


“이제 만약 무슨 계략이고 네놈이 날 속인다면…”


페투라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아바돈이 답했다.


“이 작전은 저희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두 사람이 갈망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의 천재적인 전략 따위는 잊으십시오, 전하. 도래하고 있는 구원군도 잊으셔도 됩니다. 시간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이고, 전하의 형제들이 품은 인내를 갉아먹는 놈입니다. 새터나인에서, 반드시 우리 전쟁을 끝낼 벗을 찾아내 찾아오겠습니다.”


그리고 페투라보, 강철의 군주는 그가 아바돈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짓을 했다. 그러리라 기대조차 못한 짓을.


그는 미소를 지었다.



* 한줄요약 : [[[페]]]가 [[[페]]] 했다.


* 마지막 볼드는 일부러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