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압제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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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랜드 레이더와 랜드 크롤러]
[12호]
[파괴의 신의 사도]



 아칸 랜드-Arkhan Land는 자신을 평화적인 사람이라 여겼다. 그는 최초이자 최고의 기술고고학자였고, 기술의 암흑기 이래로 소실된 개념도와 표준 견본 작도 시스템-Standard Template Construct 데이터의 재발견에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왔다. 해당 분야에서 랜드의 이름은 상당히 잘 알려진 편이었고, 그 사실에 랜드는 상당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누가 깊은 지각판과 맨틀 속으로 들어가 치명적인 함정들과 단단히 보안된 방어 시스템들이 쫙 깔린 리브라리우스 옴니스-Librarius Omnis의 지하 금고들을 탐험하였던가? 바로 아칸 랜드였다. 또 그 누가 거의 작은 국가 만한 면적을 지닌 성지 화성의 지하 묘지 지역의 지도를 작성하였던가? 그 또한 아칸 랜드였다. 레이더 패턴 주력 전차의 재생산에 필요한 고대의 개념도들을 발견해낸 것은 그 누구였던가? 이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아칸 랜드, 그 자신이었다.


 아칸은 재발견된 주력 전차를 랜드 레이더-Land Raider라고 부르는 관습이 군단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는 데에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그것을 재발견한 것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 지에 대한 고려도 없이 말이다. 아칸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길고도 상세한 반박문을 작성하기까지 했었다. 그 반박문에는, 랜드 레이더 패턴 주력 전차와 직접 관련된 주목할 만한 주석과 논문: 고대의 기적의 재탄생,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아칸이 크롤러 패턴 농업용 수확기에 대한, 폭 넓고도 엄중히 보안된 계획들을 가지고 붉은 행성의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경외심에 사로잡힌 그의 상관들은 그에게 여러 공장들로부터 모인 여러 요인들에게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해달라 요청을 했었다. 크롤러 패턴 수확기는 그저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에 있어서의 유용성의 세 가지 측면, 그 모두를 포함하는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으니, 곧 저가의 생산 비용, 유지보수의 간단함, 그리고 비숙련 운전자도 제어하기 간단한 안전성이 그것이었다.


 아칸의 후원자들은 그에게 크롤러가 제국에 새로이 편입된 아그리 월드들에서의 삶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호언장담했었다.


 아칸 랜드 역시 남들에게 그런 말을 들을 것도 없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체 뭣 때문에 그가 그리도 애써서 이 계획을 지상으로 가지고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학술 토론회에서 발표된 그의 연설은 거의 3시간 동안이나 이어졌었다. 그의 동료와 후원자들 중 몇몇 이들은 그의 자축이 너무 그 정도가 과하다고 간주했으나, 아칸 랜드는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크롤러는 이미 제국에 의해 재정복된 수백 개의 행성들에서 사용될 예정에 있었다. 그의 동료들은 그처럼 농업에 대한 인류의 접근 방식에 혁신을 가져다 주지 못했고, 그들이 그리하지 못하는 이상, 그들이 자신이 거둔 성과에 마땅한 연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던지 그것은 아칸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아칸은 항상 앞날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자이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천재였다. 그가 테라 표준력으로 5살을 넘겼을 즈음에 아칸은 이미 고딕어에서 갈라져 나온 50개의 변형 언어들을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으며, 또 다른 수십여 가지의 언어들도 그럭저럭 괜찮게 말할 수 있는 언어구사력을 지니고 있었다. 증강 시술에 대한 문제에서 아칸은 순수주의자라 할 수 있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11살이 되었을 때 아칸은 기억력 증강 임플란트 장치와 인지력 증강 장치를 시술 받기를 거부하였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사고력이 ‘다른 누군가가 만든 장치에 의해 느려지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스스로 자신의 몸에 증강 시술을 가해왔었다. 성스러운 화성의 모든 권력자들은 스스로를 개조해 진화시키는 관습에 몰두해 있었다. 오직 바이오닉 장치와 증강 시술을 통해서만 아뎁트들은 옴니시아의 순수함에 다가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칸은 자신의 몸을 개조하는 데에 있어서는 그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만 그쳐왔다. 다른 이들에게 있어 아칸은 자신의 인간적인 육신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만 보였다.


 아칸은 자신의 이런 결정을 뒷받침하는 데에 있어, 황제의 예시를 가장 좋은 이유로 들곤 하였다.

 “옴니시아께서는.” 누군가가 그의 신체의 개조 정도에 대해 비판한다면, 아칸은 이리 대답하고는 하였다. “당신의 외면에 오직 극히 적은 양의 증강 시술 흔적만을 내보이고 계신다. 나의 경건함에 대해 염려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누구를 따라서 이처럼 자제하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도록 하라.”


 그렇게 답변을 하고 나면, 그를 비난하던 이들은 대부분 잠잠해지곤 하였다.


 고대 기술을 수집하는 아칸의 취미는 거의 전설적인 수준이었고, 이는 그가 수집해온 모든 소장품들의 규모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칸 랜드의 진정한 열정은 그의 동료들 중 여럿이 푹 빠져 있는 광범위한 신체 개조가 아닌, 바로 여기에 향하고 있었다. 아칸 랜드는 자신이 수집한 도구들과 장치들, 그리고 기구들에 푹 빠져 있었고, 그 수집물들 중 대부분은 현재의 테라와 화성이 보유한 기술력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에 있었다.

 지금까지 아칸이 자신의 병기고에 수집해온 모든 병기들 중에서도 가히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이라 할 수 있는 한 것은, 바로 큼직한 부피의 휴대용 병기 한 자루였다. 그 병기에는 특이한 형식으로 배열된 여러 장의 집속 렌즈들이 달려 있었고, 회전하는 자기력(磁氣力) 프로펠러와 나선형으로 꼬인 가속 코일 장치, 그리고 아이의 손가락 끝 만한 크기의 소형 고체 원자탄 여러 발을 담을 수 있는 공간 또한 달려 있었다. 아칸은 그 병기를 쏠 때 발생하는 엄청난 굉음을 상쇄하기 위해 병기에 소음기를 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유물 병기를 늘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그것을 어깨에 고정된 포대에 부착시켰다. 그것을 허리춤이나 로브 속에서 꺼낼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그것은 꼭 자신보다 못한 이들에게 자신의 무용을 과시하는, 지루하리만치 자의식 과잉에 빠진 총잡이 같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아칸은 그 병기를 자신의 무의식과 연동시켜 두었는데, 한 번 그 병기가 그의 생각에 따라 작동되고 나면 그의 고개를 따라 방향과 각도를 바꾸면서 그의 바라보는 방향을 정확히 조준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랬다. 비록 그가 발사될 때마다 핵분열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한 병기를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아칸은 스스로가 평화주의자라고 믿었다. 아칸은 그러한 태도가 위선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만일 누군가가 그런 그의 태도가 위선이 아니냐고 말한다면, 아칸은 아마 놀라서 머뭇거릴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실성을 그가 자신의 의무에 대해 여기는 것만큼이나 진지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근래 들어 아칸은 정말로 바빠졌다.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했고, 살아 움직이는 신의 호위병들에게서 그 승리를 거두기 위해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는 것은, 실로 우쭐해지게 만드는 일이었다. 아칸은 레기오 쿠스토데스가 사용하는 전차의 중력부양판을 설계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바가 있었고, 이는 패러곤 패턴 제트바이크-Paragon-pattern jetbikes*의 설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아칸은 패러곤 패턴 제트바이크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형태를 띄고 있다고 생각하곤 하였다. 그 차량들의 엔진이 울부짖는 그 굉음이란! 그 차량들의 시끄러운 엔진은 곧 옴니시아에게 바치는 성체(聖體)와도 같았다. 그것이 기능함에 있어서 조용하기만 한 기계란, 곧 나약한 영혼을 지닌 기계였다. 중요한 것은 그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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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커가들이 타고 다니는 바로 그 제트 바이크.)


 대체 언제부터 그가 신임 제조 장관에게로 돌아갈 비난을 대신 받는 희생양 역할로 전락했는지는 아칸 랜드 또한 알지 못하는 일이었지만, 지금 그의 상황이 바로 그 모양이었다. 아칸은 지금 이 문제에 대해 불평을 털어놓는 것은 그저 짓궂은 장난꾸러기 아이의 불평처럼 쩨쩨하고 옹졸하게만 여겨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임 제조 장관이라. 케인이 그 역할을 수행한 것이 벌써 화성이 함락된 이래로부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함은 여전히 신선하게만 들렸다. 어쩌면 그 신임 장관이 지금 자리에 오르고 나서 한 것이 별 게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랜드는 생각했다. 아칸은 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그것이 너무 야박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러한 평가는 당연한 것으로만 느껴졌다. 동포들 가운데서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아칸 혼자 뿐인 것도 아니었다. 성지 화성이 대반역자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는 한, 은하계의 다른 곳에서 그 얼마나 많은 승전보가 들려오던 그것은 화성 기계교의 사제들과 시어들에게 있어 그리 중요한 소식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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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피엔-Sapien이 아칸의 어깨 위로 매달렸다. 인공 원숭이*, 사피엔은 찰칵거리는 넓은 눈들로 황궁 내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피엔은 이따금씩 아칸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서비터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씩씩거리며 뭉툭한 이빨을 드러내곤 하였다. 이 조그만 친구는 최근 들어 영 심기가 뒤틀려 있었지만, 아칸으로서는 그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가끔씩은 이 날렵한 동반자를 만들 때 이진법 은어를 말하거나,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단을 전혀 고려치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곤 했다. 하지만 당시에 그러한 장치를 설치하였더라면, 그것은 그가 지니고 있는 역사 기록에서 탈선하는 것이 되었을 터였다. 그 참조한 그 역사 기록에는, 테라에 원숭이 같은 생물들이 존재하였을 시기에 원숭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할 수 없었는지가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역주: 원문은 artificimian. 이것도 신종 합성어인데, 인공으로 제작되었다는 뜻의 artificial이랑 원숭이라는 뜻의 simian을 합친 거다. 즉 인공적으로 만든 기계 원숭이라는 것.)


 아칸은 테라와 화성, 그리고 태양계 외부의 여러 학자들과 함께 그 역사 기록들의 진실성에 대해 토론을 나누곤 했었다. 원숭이가 대체 정확히 무엇이었냐, 라는 명제에 대해 모든 학자들은 저마다의 견해를 지니고 있었고, 그들의 견해는 그들 자신만의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었다. 원숭이라는 존재에 대해 특히 더 잘못 이해하고 있던 아칸의 경쟁 학자 한 명은 그 생물이 꼬리로 나무에 매달려 있을 수 있었다고 고집스레 주장하곤 하였다. 물론 두말할 것도 없는 헛소리였지만 말이다. 생각 있는 학자라면 누구라도 그 짐승의 꼬리가 채찍 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그것은 목표를 찔러 독을 주입하기 위한 무기로서 기능하였으리라는 것을 뻔히 알 수 있을 터였다.


 두 탑 사이를 이어주는 고가 현수교를 따라 아칸의 신발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수교는 황궁의 기반을 세우기 위해 지형을 다듬어 만들어진 수백 개의 평평한 지대 위로 수천 피트 높이로 세워져 있었고, 그 정도 높이에서 불어오는 테라의 씁쓰레한 산들바람은 미약하게만 느껴졌다. 일설에 따르면 황궁은 완공되는 데에 거의 2세기나 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칸은 그 일설을 믿을 수 있었다.

 그 일설이 진실이라 한다면 그것은 즉, 로갈 돈과 그가 이끄는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이 황궁을 장엄한 궁전에서 철벽의 요새로 재탄생시키는 데에는, 오직 그것을 짓는 데에 걸린 시간의 20분의 1도 안되는 시간만이 걸렸다는 뜻이었다. 아칸은 그 역시도 간단히 믿을 수 있었다. 스페이스 마린들이 그들의 한정된 정신을 무언가에 집중시키기만 한다면,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더 근면하게 그것을 수행하곤 하였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 모든 사단의 중심 속에, 바로 그 특성이 들어 있었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이 은하계는 불타고 있는 것이었다. 오직 하등한 존재들의 질투 때문에, 옴니시아의 위대한 비전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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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짧지만 분량 문제 상 여기서 일단 한 번 자르고 가겠음.



그나저나 원숭이 저거는 ㅈㄴ 웃기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