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폐하를 만족시키는 것 외의 포상은 존재할 수 없다!"
복스캐스터의 목소리는 쉬지않고 말했다.
"황제폐하를 섬기는 이들에게 황제께서 말씀하시는 것 외에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그말대로다. 모든 훈련과 브리핑이 끝난 후 '아르빈 란'은 모든 준비가 끝났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의
고생 끝에 마침내 여기 서있었다. 이제 그의 첫 전투가 코앞에 있었다. 굳은 결심과 긴장감이 머릿속을 가득 매울때
다른 한가지 산만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다. 3주라는 시간이었다. 분명 해군장교는 1주일이 더 걸려야 작전지역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었었다. 게다가 작전 투입이 오늘 당일이었다면 체력을 비축하는게 당연한 건데..
..왜 작전당일날 길고 고된 훈련에 '페레스' 하사는 집착했던건가?
1주일이나 강하시점이 당겨진 이유는?
"제국방위병은 질문할 필요가 없다!"
'아르빈'의 마음을 읽은것처럼 복스캐스터 방송이 쩌렁쩌렁 울렸다. 의심하는 것은 종양과 같다.
이 종양은 나를 비겁한 겁쟁이로 만든다. 정신차리자 스스로 굳게 마음을 먹어야해!
'아르빈'은 고개를 저으며 마음 속 의심을 털어냈다.
병사에게 필요한 것은 의무, 순종, 황제를 향한 사랑만 있으면 된다.
방금전 함내 복스캐스터 방송이 양심을 후벼판듯 그는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고향 '쥬말 4'에서 아들의 무사함을 기원할 어머니의 기도를 상상했다.
지하실에서 아버지에게 들었던 제국방위병이었던 증조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회상했다.
아버지는 내게 주어진 의무를 다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겠다던 약속이 생각났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 '아르빈'은 초심을 잃은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나는 제국의 병사다.
그리고 지하실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말들이 귓가에 맴돈다.
복스 캐스터의 험상궂은 말투가 아닌 아버지의 그때 그 한마디 한마디가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
"아르빈, 황제폐하를 믿어야한다."
눈물을 닦으며 말하던 아버지의 그 목소리를.
"황제폐하에게 의지한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릴거야."
플랫폼의 유압장치가 열리며 병사들을 수송할 수송선의 입구가 열렸다. '아르빈'과 분대원들이 줄맞춰 내부로 탑승했다.
안전한 착륙을 위한 마지막 안전 점검을 위해 엔지니어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기계령을 달래기 위한 간이 축성의식을 했다.
거룩한 기계의 축복의식이 끝나고 엔진의 진동이 느껴졌다. '아르빈'과 병사들 모두 잠자는 호랑이 옆을 살금살금 지나가는
여행자처럼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서둘러 자신의 좌석에 착석한 후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옆에는 라스건을 잠궈두고 안전장치를 재차 확인, 총구가 흔들리지
않게 한손으로 꽉잡았다. 차례차례 모두가 착석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아르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이상하다.
2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수송선에서 왜 고작 1개 중대만 강하시키는거지?
중대장을 비롯한 다른 장교와 병사들도 같은 생각인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닐꺼야.
그렇게 '아르빈'은 생각했다.
우리는 선봉대이며 이후에 모든 연대의 병력이 상륙할 것이다.
"강하개시까지 마이너스 2:00. 모두들 준비되었나!"
수송선 내부의 방송이었다.
"딱 정확한 시간에 준비가 끝난것 같아."
'젠크스'가 '아르빈'에게 말했다. 그는 바로 옆에 있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옆에 '페레스' 하사가 앉을 수도 있었다.
"근데 우리말고 나머지 병력들은 다들 어디있는거야?"
'젠크스'가 안전장치를 확인하며 고개를 돌아 모두에게 외쳤다.
그리고 몸이 붕뜬 듯이 무중력이 느껴지고 수송선이 우주로 향해 발사되었다.
이제 이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아르빈'은 생각했다.
일이 잘못된다해도 이미 되돌릴수 없다고.
제6 중대가 행성으로 진입했다.
엔진의 속도가 올라가며 격하게 흔들렸다.
"걱정할 것 없어 '알비'."
'젠크스'가 고개를 돌려 스스로를 위로하듯 '아르빈'에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이 속도로 땅에 추락하면 고통없이 죽을테니까."
선내 방송이 상륙예정 시간을 반복하며 알렸다.
"상륙까지 마이너스 3:00."
"상륙까지 마이너스 2:30."
"상륙까지 마이너스 2:00."
아, 안전한 착륙을 위해 기도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수송선의 속도에 '아르빈'은 머리가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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