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활기찬 페스티그의 한복판. 직접 지은 조그마한 집과 벽난로의 아늑함. 서로의 살갗이 교차하는 온기.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 영영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파편은 모든 것을 잃은 슐츠에게 마지막 삶의 의지를 남겼다.
 
  한때 위풍당당한 제국의 검사였던 늙은 퇴역군인 주변의 전우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이클란트의 플레질런트, 미덴란트의 술주정뱅이, 스티어란트의 민병대, 아발란트의 그레이트소드 등 다양한 출신을 가진 각종 인간 군상. 평소였다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칼부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조합이지만 과거의 모든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고향은 침략자들의 야만스러운 손아귀에 잿더미가 되었고, 그들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행방을 알 수 없거나 잔혹한 북부인들에게 도살당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망치는 선택 대신 카오스의 무자비한 파괴에 맞서 지금까지 무기를 들고 저항해 왔으며, 그 선택이 그들을 바로 이 자리, 이미 한 차례 광기가 휩쓸어 폐허가 된 미덴하임으로 이끌었다.
 
  그리핀을 탄 황제가 검을 빼어들고 그들을 앞질러 도시 중심부를 향해 날아갔으며, 저 멀리 엘프의 왕으로 보이는 자가 기사들을 이끌고 북방인들을 돌파하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기사들의 무구는 자신들의 것과 다르게 여전히 그 광택을 잃지 않았지만, 슐츠와 마지막 제국민들의 전의는 그들과 한 치도 뒤쳐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고 남아있는 그들의 육신에 자리잡은 것은 분노와 악에 받힌 저항심이었다. 병사들이 모퉁이를 돌자 조잡한 창칼을 든 쥐새끼 한 무리가 급히 모여들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들은 기꺼이 스케이븐 방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덴란트 술주정뱅이 한스는 아발란트에서 쥐인간에 대한 여러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슐츠는 하수도를 오가는 기묘한 발걸음과 한밤중에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흔한 괴담으로 치부했지만, 괴담의 실체와 칼을 맞대는 상황에서 한스를 불신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앞장서 돌격하는 한스는 전에 보이지 않았던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과거 미덴하임의 주민이었던 한스가 마지막 미덴하임의 생존자로서 폐허가 된 도시에서 분투하는 광경은 슐츠에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일으켰다.
 
  광기에 가까운 돌격은 스케이븐의 전열을 박살내 백여 명의 제국 병사들은 그대로 쥐인간 무리 사이로 파고들었고, 그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며 다리에 걸리는 모든 털뭉치들을 베고 찌르며 뭉개버렸다. 슐츠는 자신의 오래된 방패를 휘둘러 흉물의 작은 방패를 쳐내 떨어뜨렸고, 곧바로 오른손에 든 검을 연약한 가슴팍에 밀어넣었다. 그는 동시에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창날을 방패를 휘둘러 비껴가게 했으며, 그 즉시 고개를 숙여 자신과 비견할 만한 덩치를 가진 갑주 입은 쥐인간의 공격을 회피했다. 스케이븐 하나를 상대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지만, 슐츠가 한 놈을 처치하면 세 마리가 밀려들어와 그를 공격하는 상황이었다. 돌격력을 잃은 병사들은 이제 밀려드는 쥐인간의 공격을 방어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스톰버민 두 마리에게 공격당하는 한스가 할버드의 타격에 방패를 놓쳤다. 다른 스톰버민이 사악한 웃음과 함께 그대로 할버드를 휘둘러 방패를 놓은 그의 팔을 절단했고, 클랜랫 세 마리가 균형을 잃은 그를 넘어뜨리는 것이 슐츠가 본 한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버민타이드는 이제 한 줌에 불과한 제국의 병사들을 파묻을 듯 휘몰아쳤고, 무장을 갖춘 스톰버민이 합류하며 그들은 쥐인간을 상대로 신체적 우위를 상실했다. 남은 병사들은 조금씩 밀려나 원형으로 모여들었고, 이제 스케이븐이 사방에서 그들을 포위하게 되었다. 쥐인간들은 당장 그들에게 달려들 수 있었으나, 그들은 그 대신 창칼을 겨눈 채 더 많은 무리가 합류하는 것을 기다렸다.
 
  슐츠를 비롯한 남은 삼십여 명의 병사들은 바로 지금이 자신들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전설 속 존재였던 쥐인간에게 도살당하다. 노병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비문이라고 슐츠는 생각했다. 슐츠는 좌우를 둘러보았고, 상처 입고 지쳤음에도 결연히 무기를 들고 자리를 지키는 병사들을 보며 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그 출신이 어찌되었던 그들은 모두 제국의 백성이자 용감한 군인이며 지그마의 신민이었다. 세상이 끝나감에도 불꽃을 잃지 않고 끝까지 싸운 이들이야말로 꺼지지 않는 제국의 정신 그 자체이리라.
 
  슐츠는 체력이 다해 후들거리는 손으로 자신의 검을 간신히 들어올렸다. “제국의 위대한 병사들이여! 바로 지금, 제국에서 가장 명예로운 전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갈라지는 목소리를 억지로 높이며, 그는 치켜든 검을 전방을 향해 움직였다. 모든 병사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황제 폐하를 위해! 제국을 위해! 지그마를 위해!”
 
  마지막 외침과 함께, 슐츠와 마지막 제국 병사들은 마지막 돌격을 시작했다.





오밤중에 제국뽕 차서 함 써보고 잔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