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집결
헬스리치의 지휘부와 계획을 조율하는데 꼬박 밤을 새었다. 나는 우리가 도착했더니 이미 사자들이 최후의 전투를 치르기 위해 무너진 요새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을까 우려했다.
우리가 구름을 뚫고 하강할 때 해가 뜨기까지는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사자들은 먼저 출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헬스리치 주둔군의 절반이 이미 우리 둘보다 먼저 도착했다.
우리 챕터의 썬더호크 한 대를 허비할 의도는 없었기에 사이네릭이 우리가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해군 셔틀 한 척을 빌렸다. 사자들의 초토화된 요새 착륙장 위로 건쉽 무리들이 자세를 잡는 사이에 우리가 탄 셔틀은 라이트닝 전투기들이 남긴 비행운으로 갈라진 하늘을 가르고 하강했다.
그 가운데 총안구가 설치된 단 한 채의 중앙 건물이 기능중인 하이브 시티의 중앙 첨탑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외의 나머지 시설들은 방기된 상태였다. 대공포가 설치된 전투 벙커는 침묵하고 있었다. 요새의 방벽들은 만헤임 학살의 직후 사자들의 방어를 휩쓴 외계인의 분노를 뒤집어 쓴 그대로 방치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건물 한 채는 여전히 건재했다. 도장의 곳곳이 벗겨지고 먼지투성이인 썬더호크 건쉽 4대가 착륙장의 넓은 지붕 위에 착륙해 있어, 사자들이 몇 시간 전에 먼저 도착했음을 나타냈다. 우아함이 없는 수십 척의 병력 수송선들이 잇달아 착륙하면서 중앙 건물의 무너진 외벽 밖에 먼지를 휘날렸다.
사이네릭이 셔틀의 창밖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제국군의 조직된 힘을 바라보았다.
“베인블레이드 한 대가 보입니다."
그가 거대 수송선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큼직한 딱정벌레같은 수송선의 집게가 거대한 중전차 한 대를 하역하고 있었다.
“‘그레이 워리어’다,”
나는 고마움에 목소리가 굳어감을 느꼈다.
“쿠로프 장군이 저걸 투입했군.”
폭풍에 시달린 전차의 차체는 여기저기에 탄흔이 생겼지만 굳건했다.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잦아들기까지의 몇 주 동안 가만히 있지는 않았음을 나타냈다.
우리는 중앙 건물 바로 위에 내리고 싶었지만 조종사는 이미 포화상태인 착륙장에서 자리를 찾기 곤란해 했다.
나는 그에게 지시했다.
“하강을 중단하고 궤도로 돌아가도록. 내 지시가 있으면 10초간 램프를 개방하라.”
궤도의 우리 형제들과 헤어진 우리는 어떠한 결과라도 맞을 준비가 되었다. 셔틀의 제한은 안전 좌석에 의존한 12명의 일반인을 수송할 때의 기준이었지, 완전 장비한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전사 두 명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점프팩이 셔틀의 벽에 계속 걸릴 뻔했고, 발치의 예비 탄약 상자도 포기해야 했으나 상관없었다.
사이네릭이 램프의 개방용 판을 주먹으로 치자 내부로 강풍이 몰아쳤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 바람을 맞이하고 하늘로 낙하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꿈을 꾼 적이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저 잠재의식의 영역에서 벌어진 꿈을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많은 의학 기록에서 일반인들은 악몽을 추락으로 비유하며, 충격 직전의 순간에 깨어난다고 한다. 나는 항상 그 사실이 신기했다.
인간성은 그만큼 약한 조건이며, 상상 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통제력 상실을 두려워한다. 추락의 악몽은 심지어 중력도 그들에게 심리의 적으로 만든다.
공포. 그것으로 인한 소변의 지린내. 더욱 불쾌한 감정을 피할 수 없다.
드랍 포드가 없을지라도 고공 강하는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에게 드물지 않았다. 우리는 몸을 내밀고 과감히 강하하며, 우리를 맞힐 가능성이라곤 없는 예광탄의 금빛 줄기를 뚫고 내려간다. 사이네릭이 요새에서 이륙하는 임페리얼 가드 수송선을 피하기 위해 점프팩을 작동시켜 강하 궤도를 수정했다.
지면이 치솟으며 고도계가 작동했다. 나의 점프팩 엔진이 곧 활기를 띠며 지금의 하강이 마지막아 되지 않도록 속도를 늦췄다. 우리가 둔탁한 굉음 두 번을 울리며 착지하자 착륙장의 바닥판이 휘고 발이 닿은 자리로 거미줄 같이 금이 갔다. 우리 위의 하늘은 대공포대들이 자동으로 회전하며 오가는 건쉽과 병력 수송선들을 무해하게 추적했다.
내가 걸음을 떼려는 적절한 타이밍에 망막 디스플레이에서 통신의 룬이 작동했다.
“레클루시아크? 이 상황을 설명해주십시오.”
나는 어느새 황제 승천의 사원이 내 위로 붕괴하던 순간 이후로 처음 웃고 있었다.
“감사할 줄 모르는 군, 에케네. 우린 자네가 지원군에 고마워 할 줄 알았네만.”
그 날은 처음으로 일반인들이 나를 끌어안은 날로 기억되었다. 착지하고 나서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사이네릭과 나는 요새의 외벽을 걸으며 집결하는 여러 대대들을 바라보았다. 벌쳐 건쉽들이 우리 위에서 떠 있으며 덜컥거렸다. 공회전하는 전차들이 공기 그 자체를 들이키고 매연을 내뿜었다. 5개 연대에 달하는 스틸 리전 장병들이 탄약을 챙기고 병력을 점검하며 키메라 장갑차나 6륜 셰두 수송차량에 탑승했다.
나를 끌어안은 이는 누군가 예상하듯 안드레이 대위가 아니었다. 기품 있는 노신사인 쿠로프 장군이 허리에 검을 차고 눈물을 띤 채 나를 맞이했다.
“레클루시아크.”
포옹은 너무나 빠르고 기습적이어서 나는 반응하지도 못했다. 그의 머리는 내 흉갑의 문장에 겨우 닿을 정도였다. 그는 물러서기 전에 나를 응시했다.
“헬스리치의 영웅이 부르니, 그의 도시는 답했습니다.”
그의 친밀함에 내 피부가 곤두섰다. 그의 호의는 헬스리치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훈련을 받았기에 납득할 수 있었다. 아마겟돈의 전쟁은 그에게 있어 씁쓸한 귀향이며 나를 본보기로서 우러러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났고, 양자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놀라운 일이었다. 나의 차가움과 그의 온화함은 양립하기 어려웠다.
“여기서 보게 되어 반갑네, 장군.”
절대적으로 중립성을 띤 나의 태도에 그가 마음 상하지는 않으리라 믿었다.
내 불편함을 느낀 사이네릭이 내 옆에 섰다.
“나는 사이네릭이오.”
그는 장군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쿠로프 장군이 아퀼라 성호가 아닌 성전사의 십자가를 긋는 모습에 통신으로 내 형제가 작게 웃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내게 통신망을 써서 말했다.
“스승님, 이들에게 이토록 영향력을 끼치셨습니까.”
그 날 엔진이 돌아가는 전차 1개 대대 앞에서 펼쳐진 논의는 단순하면서도 거칠었다. 수립한 계획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임페리얼 가드 장교들이 나와 사이네릭 옆에 몰려들었고, 그들 중 상당수는 곧 닥칠 전투에서 행운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나의 갑주를 만졌다. 나는 포옹을 무시했듯 이번에도 그리했다. 이 낯선 미신이 사기에 도움이 된다면 하게 놔두리라.
논의가 잠깐 멈춘 사이에 쿠로프 장군에게 물었다.
“헬스리치에 두고 온 것은 가져왔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계획은 간단했다. 우리는 만헤임 협곡으로 진격하여, 살아 숨 쉬고 움직이는 모든 것을 박살낼 예정이었다.
“그거 참 마음에 듭니다.”
안드레이는 회색으로 도장된 키메라 장갑차의 도저 삽날에 걸터앉아 발로 철판을 두드렸다. 그의 의견은 트렌치 코트와 헬멧 차림에 아직 호흡기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은 채 모여 있는 임페리얼 가드 장교들의 끄덕임과 동의의 속삭임을 이끌어냈다.
에케네는 나와 함께 이 논의의 중심에 서서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그의 분노는 너무나 뚜렷하여 내가 보기에도 그 분위기가 선했다. 논의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말했지만,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인간 장교들이 근처에 없는 마냥, 그들이 자신의 마지막 돌격을 돕기 위해 목숨을 거는 건 상관없다는 마냥 말했다.
그가 내게 말했다.
“데스스피커 께서는 월권을 저지르시는 겁니다.”
내가 그들에게는 약간의 인도가 필요하다 예상했음에도, 그의 헬멧 스피커에서는 분노의 으르렁댐이 흘러나왔다.
“나는 내 의무대로 행할 뿐이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세.”
그는 솟아오른 산을, 형제들의 유해가 썩어가는 방향을 체인소드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우리의 싸움입니다.”
나는 채플린에게 무례를 범한 그를 때려눕힐 수도 있었다. 충동은 그러했고, 내게는 분명히 그럴 수 있는 권위가 있었다. 하지만 가드맨들에게 아스타르테스들 사이에 균열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리고 나 역시 그의 분노를 이해하고, 심지어 공감했기에 충동을 억눌렀다. 그에게는 단지 가르침이 필요했다. 지금은 내가 냉철해질 시기지, 피가 끓게 할 시기는 아니었다. 그에게는 인도가 필요했지, 구타와 굴욕이 아니었다.
나는 말했다.
“이 전투는 물론 자네의 전투라네.”
내게 그런 공격성을 보인 순간, 수많은 임페리얼 가드 장교들이 각자의 소총을 움키거나 권총집에 손이 간 모습을 알아차렸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사촌이여, 차이가 있다면 이젠 자네가 이길 수 있는 전투가 되었다네.”
그는 몸을 돌려 내가 한쪽 어께 위에 걸친 크로지우스 철퇴를 너무나 미묘하게 주목했다. 나는 그 순간 에케네의 불만이 진정으로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렸다. 그것은 자신의 공격을 돕기 위한 수천의 가드맨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은 그리 할 수 없었다.
바로 나 때문이었다. 그가 지닌 불편함의 원인은 나였다.
“만약 우리가 우두머리를 발견한다면….”
나는 정중한 손짓으로 그의 말을 끊었다.
“사자 형제여, 복수는 그대의 것이네. 자네를 사냥감으로 인도함이 내 의무이니. 명예는 자네가 직접 놈을 참하라 요구하고 있네.”
“그게 제가 드릴 청의 전부였습니다, 레클루시아크. 놈은 반드시 사자들의 검에 죽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그 광경을 보세.”
나는 너무나 많은 차량들이 공회전을 하며 발생하는 숯과 프로메슘의 냄새를 느끼며, 장병들의 황회색 트렌치 코트와 같은 색으로 도색된 전차들을 바라보며 임페리얼 가드 장교들에게 몸을 돌렸다.
“연설해주십쇼!”
안드레이의 외침에 웃음이 터졌다. 나는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복수와 명예를 위한 전쟁을 벌인다. 그러한 덕목은 그 자체로도 이미 정의롭기에, 강조할 연설은 필요 없다. 하지만 이건 말하겠다.”
나는 철퇴를 들어 전선을 가로지르는 호를 그리며 모든 병사들, 모든 차량들, 모든 보급품 상자를 가리켰다.
“그대들은 내가 오늘 점령해 달라 부탁한 협곡에서 오백에 달하는 스페이스 마린들이 전사했음을 모두 들었을 것이다. 경악할 만한 숫자며,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왜 내가 수많은 사촌들의 생명을 앗아간 곳에서 그대들이 피와 땀을 흘려주기를 청했는가?”
“헬스리치의 전사들이여, 그 답은 내가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것보다 그대들의 영혼을 하찮게 여겨서가 아니다. 내가 그대들의 피를 의미 없는 도박판의 동전처럼 낭비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 이유는 나의 형제들이 그대들의 도시에서 피를 흘려갈 때 제군들이 인간 영혼이 지닌 불굴의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며, 지금 함께할 수 있는 그 누구보다도 제군들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군들의 위기에 답했다. 그리고 제군들은 우리의 위기에 답했다. 거기에 나는 감사한다. 사자와 기사 모두가 거기에 감사한다.”
“제군들이 여기에서 살아남아 훗날 다시 싸울 때를 위해, 나는 한 현인의 말을 인용하겠다. 나의 유전적 시조이자, 황제 폐하의 아들이신 프라이마크 로갈 돈께서는 이리 말씀하셨다.”
‘내게 백 명의 스페이스 마린을 달라. 그럴 수 없다면 천 명의 다른 병력을 달라.’.
나는 모여 있는 장병들을 시야에 담기 위해 잠시 말을 멈췄다. 이들은 헬스리치 주둔군 전체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았으나, 대륙을 가로지르는 궤도 재배치의 복잡함을 감안할 때, 이토록 많은 육체와 철이 아퀼라 군기 아래 모인 모습을 볼수 있음은 축복이었다.
“제군들의 규모를 보라. 황제 폐하의 아드님께서 남기신 말씀에 따르면 지금의 전력은 만헤임에서 쓰러진 사자들의 세 배에 달한다. 저 협곡에서 그 어떤 광기가 우리를 기다릴지라도 용기를 가져라. 그대들은 내가 승리하고자 하기에 여기 있으며, 그대들이 여기에 있고 그리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군들은 그 누구보다도 이 유물들이 처음으로 전장에 나가는 모습을 볼 자격이 있다.”
쿠로프 장군이 대기하던 발키리 건쉽에게 신호를 보냈다. 윤활유를 갈구하는 유압장치의 비명이 들리며 후방 램프가 열리고 서비터 셋이 사이보그 손에 황제 승천 사원의 유물을 하나씩 쥐고 나타났다. 첫 서비터는 십자가형을 받는 듯한 자세로 거대한 아퀼라 상을 어깨에 지고 있었다. 두 번째 서비터는 기수가 군기를 치켜들듯 헬스리치의 도시 창립 헌장을 높이 들었다. 마지막 서비터는 무너진 사완의 황동 성수반을 나르고 있었다. 내 의지에 종속된 서비터들은 의식 없이 행진했다. 내가 이터널 크루세이더에 저것을 보관하는 대신 도시에 두고 온 게 얼마나 다행인가.
인간 장병들이 소총과 총검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길고 열렬하게 환호했다. 나는 거의, 거의 첫 그린스킨의 물결이 헬스리치로 몰려들던 그 때의 방벽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리의 도시! 우리의 고향! 우리의 도시! 우리의 고향!”
“그리말두스! 그리말두스! 그리말두스!”
수천의 남녀 장병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는 외침을 뚫고 사이네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설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답했다.
“네가 이걸 연설이라 생각한다면, 채플린이 되기 위해 배울게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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