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의 이야기에서 전장에서 떠나고 일어난 세 가지 사건을 언급해야 한다. 이것들이 아마겟돈 행성을 떠나기 전 나의 마지막 행동이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일은 꼬박 사흘 밤낮이 걸렸다. 나는 만헤임 협곡에서 전사한 모든 스틸 리전 장병들의 소속 부대와 이름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 하나 하나를 검은 대리석 기둥에 아로새겨 새로이 재건될 - 우리가 떠나고 수 년 뒤의 일이겠지만 - 황제 승천의 사원이 자리할 터에 세웠다.


나는 육천 팔백 하고도 열한 명의 이름을 검은 대리석에 직접 금으로 새겼다. 그들의 명단 위에는 로우 고딕으로 간단한 비문을 적었다.


이들의 이름과 업적은 황제 폐하의 아들들과 더불어 이들이 지켜낸 도시가 영원히 기억하리라.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이들의 용기를 찬양할지어다.


이터널 크루세이더의 레클루시아크, 로갈 돈의 후예, 헬스리치의 영웅 메렉 그리말두스 씀


전사자 명단 중에는 아르바레이 쿠로프 장군과 안드레이 발라톡 대위가 있었다.


두 번째 일은 셀레스티얼 라이온 챕터의 새 챕터 마스터로 취임한 에케네 두바쿠가 살아남은 형제들의 호위를 받으며, 엘리시움 9행성으로 항로를 잡은 블랙 템플러의 타격순양함 일곱 번째 아들의 검에 오르는 자리에서의 작별이었다.


에케네의 바이오닉 다리가 갑판에 철컹거렸다. 그의 의족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는지 약간 절뚝거렸다. 그가 착용한 갑주는 고대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어느 챔피언이 착용했던 황금 갑옷으로, 이터널 크루세이더 내 기억의 전당에 보관된 유물이었다. 망토 역시 헬브레이트 직할의 소드 브레스렌들이 착용하는, 흑색으로 장식된 붉은 망토로서 한쪽 어께에 우아하게 착용했다. 나 역시 좀 더 운이 좋았던 옛 시절에 그 망토를 착용했다. 내가 아는 바라면, 헬브레히트가 에케네에게 전력이 고갈된 챕터의 군주로 취임하겠다는 맹세를 강요한 후, 직접 준 선물이었다.


순탄한 여정을 기원할 준비가 끝난 의장대는 나와 사이네릭, 그리고 하이마샬의 직속 기사들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의전용 예복을 착용했다.


챕터 마스터.”


나는 작별의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였다. 사이네릭 역시 마찬가지로 예를 갖추었다.


에케네의 허리춤에는 우리가 함께 처단한 그린스킨 워로드의 두개골이 살을 발라내고 광을 낸 채 흑색 사슬로 연결되었다. 내 이름이 거기에 새겨졌으며, 사이네릭과 에케네의 이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명예야말로 챕터 마스터의 가장 큰 전리품일 것이다.


그는 짙은 피부색의 얼굴에 미소를 띠며 강조했다.


형제들이 죽어간 자리에서 압도적인 복수를 했으니, 마음을 털어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두 분 모두 고맙습니다.”


사이네릭의 해골 헬멧이 답례하며 더욱 깊이 숙였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가르침을 내리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하지 않았다.


복수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오, 챕터 마스터, 허나 가끔은 믿을 수 있는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함께 싸우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는 법이오.”


그는 성전사의 십자가를 그리며 답했다.


그 점을 기억하겠습니다.”


나는 시간이 지날 때마다 셀레스티얼 라이온 챕터의 재건과, 그의 뒤를 이을 세대의 훈련이 순조롭게 이어지기를 더욱 강하게 기원했다.


우리는 아마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에케네는 평생을 지키기로 맹세한 자신의 챕터가 있고, 블랙 템플러는 언제나 공격하기 위해 앞장설 테니까.


세 번째이자 내 기록에 남길 가치가 있는 마지막 사건은 이터널 크루세이더가 아마겟돈 행성의 궤도를 떠나기 직전에 일어났다. 나는 첫 번째 선언의 방에 홀로 있으며 거대한 관측창의 난간에 기대 불타고 일그러진 소중한 행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발소리인데 한 명의 발소리만이 파워 아머의 작동음과 일치함을 인식하기 전의 일이었다.


내가 몸을 돌리자 사이네릭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걷는 한 인간을 데려왔음이 보였다. 일반인들은 여기 와서는 안 되었다. 나는 일반인들이 마지막으로 이곳에 들어섰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의 방문자는 아무런 인상도 받지 못한 채 유물에 시선을 두지 않았고,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깁니다, 여기요. , 당신 말입니다. 전 안 죽었지 말입니다? 이제 아주 잘 보이실 겁니다. 당장 내려가서 제 이름을 좀 지워주십쇼.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사이네릭은 이제 자신의 일이 끝났으니 참으로 불편한 이 순간을 내게 맡기고 떠났다. 해골 헬멧 덕분에 이 문제에 유머를 담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즐기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나는 그렇지 않았다.


자네는 전사자 명단에 실려 있었네.”


분명히 그랬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스틸 리전 장교는 머리를 긁으며 한 쪽 눈을 좁혔다. 무슨 감정을 나타내는지, 혹은 무슨 의미를 전하려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유감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어쩌면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시다면 제가 안 죽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 박물관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라도 부를까요?”


제발 둘 다 하지 말게.”


안 되는 겁니까?” 좋습니다. 제가 직접 지워야겠군요. 그러면 제 밀린 급여를 받을지도 모르잖습니까? 레클루시아크께서 제가 죽었다고 새기시는 통에 한 달 월급을 못 받았다는 거 아십니까? 이제 영웅의 이름은 있으되 돈이 없습니다. 사이네릭 형제님이 당신께서만 그걸 고칠 수 있다 말해주었습니다.“


그때 함선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안드레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안 돼.”


마치 한 사람의 말이 돌이킬 수 없는 조류를 바꿀 수 있다는 듯이 말했다.


안 돼! 안 된다고! 함선이 움직이잖아! 이건 있을 수 없어. 이대로 함선이 떠버리면 난 탈주죄로 총살당하고 그럼 진짜 죽는다고!”


그는 내게서 시선을 돌려 행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월급도 못 받잖아!”


자신의 소속 부대와 한참 떨어져 있는데 대체 어떻게 탈영 장교로서 처형당한다는 말인가? 대체 그의 사고 방식을 알 수 없었고 뭐라 답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랬기에 말하지 않았다.


함선을 좀 멈춰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는 고글을 헬멧에 다시 정돈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좀 전에 화가 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이터널 크루세이더가 다시 떨렸다. 아마 이 자리에서 수십 층 아래에서는 수천의 노예들이 거대한 엔진을 가동시키며 용광로를 먹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고궤도에 진입했다. 별들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제안했다.


자네가 서둘러 뛴다면 셔틀 격납고에 늦지 않게 도착할 것이네. 내가 그쪽에 사용 허가를 내려두겠네.”


그의 눈에 빛이 돌아오며 문가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허가라, 잘 되겠군요? 가장 가까운 셔틀 격납고가 어디입니까?”


함선의 중앙 수직 통로를 따라 바로 2km쯤 가면 되네.”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제발 농담이라고 말씀해주십쇼.”


지금 당장 뛰는 편이 좋을 걸세, 대위.”


그는 잠깐 나를 바라보고는 내가 온전히 가늠하기 힘든 미묘한 인간적 작별을 담아 고개를 젓고는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