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Clonelord에서 파비우스 바일은 신인류 Gland Hound를 다수 만들어내온 것으로 나옴.

이 글랜드 하운드들은 겉보기에는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고, 그저 좀 더 근육질인 정도. 그것도 우락부락하고 벌키한 근육질이 아니라 비교적 슬림한 근육. 그래서 바일은 이미 수많은 글랜드 하운드들을 제국 사회 속에 침투시키기도 했음.

이 글랜드 하운드들은 하나하나는 아스타르테스보단 약하지만, 하운드라는 이름처럼 작은 무리, 즉 pack을 구성해 적을 사냥하는데 특화되었고, 이들의 여족장인 이고리는 책 초반에 바일의 함선에서 선상반란을 일으킨 엠칠 아스타르테스들을 하나하나씩 사냥해 처치하고 프로제노이드 샘(Gland), 즉 진시드를 바일에게 바치는 모습을 보여줌. 그래서 이들에게 붙은 또다른 별명은 바로 엔젤 헌터, 즉 죽음의 천사들인 아스타르테스들을 사냥하는 사냥꾼들.

또 생식 능력이 제거된 아스타르테스들과는 달리, 글랜드 하운드들은 얼마든지 유성생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차이점. 바일 왈, 자신의 피조물들을 그저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은 황제와 자신은 다르다고. 실제로도 소설 내내 그가 자신의 글랜드 하운드들을 정말 헌신적으로 아낀다는 게 드러남.

그리고 소위 신적 존재란 워프 사념체들이 인류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혐오하던 바일은 이들이 일반인보다는 워프에 대한 저항력이 있도록 설계함. 그럼에도 나중에 이들이 펄그림 클론이 내뿜는 프라이마크 특유의 사이킥 현혹 효과에 영향을 받자 더 개선시켜줄 점이 있다고 혀를 차긴 하지만. 그가 보기엔 그런 사이킥 현혹에 휘둘리는 것도 고쳐야 할 결함이자 나약함인 것이지.

게다가 바일은 워프 및 카오스에 대해선 황제나 말카도르 같은 이들과 거의 똑같은 관점을 지니고 있고, 이는 거의 정확함. 소위 신이나 악마라고 자칭하는 것들은 사실은 지성체들의 감정 및 사념의 집합체이고, 그 지성체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종의 사이킥 현상일 뿐이란 거지. (그리고 슬투닼 작가인 존 프렌치가 그 책의 후기에서 설명한 카오스의 본질도 이와 똑같고.)

에이돌론을 포함한 엠칠 군단원들과 불편한 만남을 가지는 도중, 바일은 슬라네쉬의 편린이라 할 수 있는 대악마를 직면하게 됨.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별들을 포함한 천체 구성 요소들이 하나의 거대한 얼굴을 형성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모습을. 그 모습에 바일은 심장이 멎을 뻔하고 심신에 어마어마한 중압을 느끼게 되지만, 결국 그 우주의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며 그들은 신 따위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현상일 뿐이라며 굴하길 거부함.


'신 따위는 나약한 자들에게나 맞는 것이고, 나는 나약한 자가 아니다.'
‘Gods are for the weak. I am not weak.’

https://www.reddit.com/r/40kLore/comments/c8qlcu/book_excerpt_fabius_bile_clonelord_fabius_is/




책에서 계속 드러나는 것이, 바일은 기존 인류에게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점임.
그는 황제 자체에 대해서는 다른 카스마들에 비하면 딱히 악감정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오히려 인류 최고의 과학자로서 일말의 존중마저 있음. 블엔 소설에서도 '황제는 단 한 번도 신 따위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런 것을 경멸했어. 그에게 지금 이 꼴을 볼 눈이 남아있다면 역겨워 할 것이야'라고 말할 정도. 아스타르테스들이 생식능력이 제거되었다는 것에서 황제가 자신들을 그저 기존 인류를 지키기 위한 도구로밖에 쓸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아챘음에도.
하지만 그렇다고 황제의 곁으로 돌아간다거나 하는 미련도 전혀 없음. 그는 황제가 인류에게 빌붙으려는 워프의 기생충들(=카오스 신들)로부터 기존 인류를 지켜내려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음을 눈치챘고, 기존의 인류가 워프의 존재들을 포함한 우주의 위협 요소들을 이겨낼 수 없고 결국에는 무너질 것이라고 봤음. 그래서 그는 기존의 낡은 인류가 무너질 때 그 자리를 계승할, 더 강인한 인류를 만들려고 하는 것. 현재의 종교에 미쳐버리고 부패해버린 제국에는 더더욱 미련도 뭣도 없고.

그리고 낡은 구 인류가 결국은 무너질 때면, 충성파든 반역파든 아스타르테스라는 족속들이 순순히 사라져 주지는 않을 것이라 알기에, 이 글랜드 하운드들이 그런 구세대의 낡은 잔재들을(바일 본인을 포함해서) 쓸어내주길 바라고 있음. 개인적으로 아흐리만 삼부작에서 아흐리만이 형제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기꺼이 내놓으려 했던 게 생각나기도 했음.

'그 날이 오면, 너희들은 천사들을 사냥해서, 그들의 뼈 무더기 위에 새 왕국을 지을 것이란다.'
'You will hunt angels, in the days to come, and make a new kingdom from their bones.'

'그렇다면 그 때 당신은 어디에 계실 건가요?' 그녀(이고리)가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And where will you be?' she asked softly.

파비우스는 한발짝 물러났다. '내 생각에는 나 자신이 그 토대가 될 첫 제물이 될 것 같구나, 아가야.' 그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다가올 낙원에 나 같은 것이 있을 자리는 없단다.'
Fabius stepped back. 'I imagine I will be first among the foundations, my dear.' He smiled thinly. 'There will be no place for me in the paradise to come.'

https://www.reddit.com/r/40kLore/comments/9hi6kv/excerpt_fabius_bile_clonelord_fabius_shares_his/


후반부에 애써 키워낸 클론 펄그림이 지정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바일의 말을 어기고 전투에 난입하고, 클론 프라이마크에게 현혹되어있던 이고리가 그를 지키려다가 부상을 입은 것을 보고 바일은 크게 노함. 초반부에 엠칠 군단원들이 선상반란을 일으켜도 별 동요도 안하고 중간에 부하란 것들이 계속 어깃장을 놓아도 차갑게 으름장을 놓을 뿐이던 그가, 아비의 말을 어긴 딸에게는 진심으로 분노하며 두 번 다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꾸짖음. 전자에게는 별다른 기대도 신뢰도 없었기에 실망할 것도 없었지만, 후자는 진심으로 기대와 정을 준 대상이었기에 실망하고 화를 낸 것이지.

그리고 동시에 그는 클론 펄그림에게도 크게 실망함. 과거 아바돈과 카욘이 부숴버렸던 자신의 칸티클 시티의 폐허가 된 연구실 배양 탱크에서 아기였던 그를 구해낸 후 직접 가르치고 애지중지하며 키워왔지만(이 과정에서 클론은 조금씩 원본의 지식을 떠올려내더니 결국엔 타락 전의 펄그림의 인격 그대로를 되찾게 됨), 원본 펄그림이 가졌던 오만함과 프라이드를 그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거지. 호헤 펄그림 소설을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비록 레란 소드의 유혹이 있었지만 결국 펄그림 자신을 타락의 길로 몰고 간 것은 펄그림 자신의 인격적 결함 때문이란 걸 다들 알거임. 이를 본 바일은 자신이 이미 실패했던 과거의 유물에 현혹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됨. 클론을 만들어낸 자신의 실력에도, 클론의 완성도에도 문제는 없었지만, 그런 시도를 한 자신의 선택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게다가 더 중요한 건, 클론 펄그림이 글랜드 하운드들을 새로운 인류가 아닌, 그저 구 인류를 위해 싸우고 죽어줄 도구로밖에 보지 못했다는 점. 처음 클론 펄그림을 봤을 때 바일은 이것이 3군단을 타락 이전의 영광으로 되돌릴 수 있을 구원의 기회라고 여겼으나, 이 부분에서 계속 클론 펄그림을 따라 과거의 영광을 좇는다면 자신의 아이들, 신인류들을 배신하는 것임을 깨닫지. 게다가 클론이 계속 신인류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내버려두면 이고리가 펄그림을 구하려고 몸을 던진 것처럼 더더욱 그들이 프라이마크에게 현혹될 것이었고. 때문에 그는 이고리가 간곡하게 애원함에도 '이건 너를 위해서 하는 거다(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라며, 착잡함과 씁쓸함을 느끼며 클론 펄그림과 그에게 현혹된 3군단 멤버들을 트라진에게 팔아버림.

사실 이전에 솔렘나스에서 바일과 대면한 트라진은 바일과 깊고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바일이란 인물을 매우 흥미롭게 여겼음. 정지장 안에 가두는 것보다는 살아서 돌아다니게 하는 게 더 재밌을 인물이라고. 그래서 자신이 대성전 때 '수집'한 3군단의 진시드 십일조가 가득 들어있는 함선을 넘겨줄테니, 바일이 떠나도 같이 대화할 수 있게 바일의 예비 클론 중 하나를 달라고 했음(대성전 초기부터 3군단의 유전적 결함 때문에 바일은 시한부 인생이었고, 연명 치료로 버티다가 나중에는 아예 자신이 죽으면 미리 만든 클론 신체로 정신을 전송시키는 식으로 살아옴. 그럼에도 그 클론 신체들의 평균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해당 소설 초반에도 함내를 걷다가 픽 쓰러져서 의무실로 실려간 뒤 새 육체로 부활하는 장면이 나옴) 여기서 바일은 트라진에게 자신의 클론 대신 클론 펄그림(+그에게 현혹된 바보들)을 가져가라고 말하고, 클론 펄그림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트라진이 그들을 전부 솔렘나스로 전송시키고는 사라짐.

이 장면에 대한 감상들 중 흥미로웠던 말이, '자기 자식들을 위해 자기 아버지를 배신했다'는 말.

개인적으로 아흐리만과 함께 카스마 캐릭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