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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있는 모두가 침울한 가운데 '가보스키' 하사가 보기에 여기서 '바레스키'만큼은 유일하게 행복해보였다.

그는 '로얄 발리디언' 연대가 사지로 떠나기 전에 한명을 붙잡아 한손용 화염방사기를 얻었고

'그라일'의 도움으로 윤활류도 누군가에게 얻어 얼음숲을 행군하면서 열심히 화염방사기를 닦는 중이었다.

 

현재 그들의 팀은 북쪽으로 가던 길을 수정해 북서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미 사제의 추락지점 4분에 1만큼에 도달해있었지만 이젠 얼마나 걸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고요한 얼음의 숲에서 1시간 동안 '아이스 워리어'들은 '발리디언' 친구들의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곧 멀리서 '가보스키' 하사에게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총성, 폭발, 비명소리, 전쟁의 소리.

 

400명의 선한 이들이 싸우고 죽어가는 소리였다.

 

 

- - -

 

 

 

 

 

'크레시다'의 파멸까지 38.24.44

 

 

 

숲이 다시 조용해질때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던 것 같았다.

'스틸' 대령의 향상된 청각으로, 그것은 더 길게 느껴졌다.

 

'좋은 징조로군.'

 

대령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불과 몇분이면 무너질 것 같았던 '발리디언 연대'의 병사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적을 묶어줄 줄은 예상못했다.

400명의 병사들은 영웅이 되어 죽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병사들도 이런식의 죽음은 원치 않을거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희생함으로 옳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다였다.

 

그렇다고 대령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다는 건 아니었다.

'스틸' 대령은 긴시간 동안 무려 6차례나 자신의 결정을 검토했고, 다른 방법을 강구했으나 묘책이 없었다.

어쨌든 그의 최종결정은 항상 믿을만한 지표였던 '가보스키' 하사의 지지를 받아 결정되었다.

 

'아이스 워리어'들은 절반정도 숲을 건넜다. 이제 카오스 무리는 그들의 뒤에 있었고 어쩌면 사제의 추락지점에

다시 돌아갈지도 몰랐다. 대령은 적들이 지금 전투에서 다친 상처를 핥으며 시간을 소모하기를 기도했다. 그저

그의 병사들이 안전한 지점까지 도달할때까지만 있어주면 됐다.

 

 

그때 대령의 청각에 부자연스러운 소음이 들렸다.

 

 

그는 돌연변이의 모습을 아직 볼순 없었지만 빠르고 무식하게 얼음나무를 부수며 움직이는 놈의 형태를 느낄 수 있었다.

간간히 그 돌연변이는 울부짖기도 했는데 그 소리가 범상치 않았다. 대령은 저 적들은 방금전 '발리디언 연대'와의 전투에서

도망치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돌연변이는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아이스 워리어'들이 있을거라 생각치 못했겠지만

이 기가막힌 우연으로 정면에서 두 원수들이 만나게 되었다.

 

 

대령은 병사들에게 경고하며 몸을 숨길 것을 알렸다.

 

병사들은 대령이 무엇을 봤는지 알수 없었지만 질문보다 신속하게 각자 나무 뒤에 숨는 걸 택했다.

다들 어떻게든 몸을 숨겼지만 얼음 나무 둘레보다 2배나 더 큰 체격의 '보사크'는 적들이 눈먼 장님이

아닌이상 대놓고 보이는 수준인게 유일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령은 돌연변이들이 전투 중 겁에 질려 도망가는 공황상태라면, '보사크'를 놓칠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갑작스레 다수의 다양한 기형신체를 지닌 돌연변이들이 주위로 지나갔다.

대령의 생각대로 대부분은 '보사크'를 눈치 채지 못하고 도망쳤다. 근데 지나가던 한마리 돌연변이가

분홍색 눈으로 대놓고 돌출된 '보사크'의 배를 응시하기 시작하면서 대령의 작전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저게 뭔가? 하는 표정의 돌연변이가 눈치를 채고 동료들에게 경고하려는 순간..

 

'스틸' 대령이 라스 피스톨을 빼내들고 침착하게 놈의 머리 정중앙에 구멍을 냈다.

 

대령의 나머지 병사들도 준비된 듯 일제히 도망가던 돌연변이를 향해 라스건을 발사했다.

이때까지 내내 똥씹은 표정으로 다니던 '포자르'는 겁먹고 도망가는 적을 향해 라스건을 발사하면서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펴졌다.

 

 한편 이 아비규환 속에 '바레스키'는 화염방사기를 들고 조용히 움직이며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얼마안가 세마리 돌연변이들이 화염에 타오르며 고통스러워하다가 얼음 나무에 부딪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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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도 도망치지 못하게 해!"

 

'대령'이 소리쳤다.

 

 

대령은 눈앞에 남아있는 4마리 돌연변이를 볼 수 있었다.

놈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려했다. 그 중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보이는 놈을 처리할 수 밖에 없었고

대령이 쏜 라스 피스톨에 큰 덩치, 곱추등이에 촉수달린 돌연변이 하나가 사살당했다.

 

다른 세마리 돌연변이들은 도망쳤고 놈들을 사살하기에는 이미 대령의 시야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곧 엄청난 폭발이 터지더니 세마리 돌연변이들이 모습을 숨긴 나무 숲의 얼음조각이 쏟아졌다.

멀찍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바레스키'가 수류탄을 던져 세마리 모두 죽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스틸' 대령은 미리 최대감도로 향상시킨 청력 때문에 움찔했지만 그것이 효과적인 전술이었다는 걸 인정해야했다.

 

 대령은 부디 이 수류탄 폭음을 적들이 듣지 말았기를 기도했다.

아마도 적들은 남아있던 '발리디언 연대'의 자폭공격이거나 컬티스트 끼리의 사소한 분쟁정도로 여길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저 돌연변이들은 살아돌아가 대령의 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테니.

 

대령은 더 남아있을지 모를 돌연변이 탈영병들을 찾기로 했다.

그전에 그가 사살한 돌연변이가 다시 부활하는 일이 없도록 머리에 라스 피스톨을 몇차례 발사했다.

권총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돌연변이의 얼굴이 눈과 코가 입 주위로 녹아내릴 정도로 확실한 죽음을 맞았다.

 

 

돌연변이가 총을 발사하기 위해 겨눴지만 '보사크'는 훨씬더 빨랐다.

총신보다 가까이 근육덩이 '아이스 워리어'가 접근해오자 당황한 돌연변이는 개머리판으로 '보사크'의 턱을 후려쳤지만

그는 꿈쩍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놈의 몸통을 붙잡고 돌진했다. '보사크'는 불운한 적을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얼음 나무의

가지에 관통시켰다. 돌연변이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피를 흘렸지만 사악한 웃음과 빛나는 하얀치아의 이 발할란 병사는 그걸

즐기는 듯 돌연변이의 머리를 천천히 뒤로 밀어 얼음가지로 반토막냈다.

 

'아이스 워리어' 특공대의 포위망을 뚫고 3마리 돌연변이가 더 도망쳤다.

하지만 '가보스키' 하사와 '아나코라'의 십자포화에 사살됐다.

 

'팔리네브'는 이미 3마리의 돌연변이를 단검으로 조용히 살해하고 다음 기회를 찾기위해 몸을 숨겼다.

'바레스키'가 다시 한번 화염방사기의 불을 뿜어냈고 '보사크'는 또다른 돌연변이에 맨주먹 파운딩을 먹이고 있었다.

돌연변이가 반항하며 그의 얼굴에 주먹을 찔러넣자 분노한 '보사크'는 놈의 수염을 맨손으로 뜯어 비명지르게했다.

 

 

기습과 규율은 '아이스 워리어'의 가장 위대한 자산이었고 그들의 적들중 상당수는 어떻게 대항하기도 전에 이미

쓰러진 상태였다. 특히 중화기병 '미카레브'는 라스건도 매우 잘 다뤘는데 훌륭한 샷빨로 종종 적들이 겹쳐 이동하는

순간을 노려 한번의 라스빔으로 두마리씩 사살하고 있었다.

 

이 대령의 특공대가 멋진 팀워크를 발휘하던 순간은 4마리 돌연변이들이 '블론스키'를 둘러싸 공격하려던 찰나였다.

대령은 재빨리 라스 권총을 들어 한마리를 사살했고 곧 각각의 돌연변이들이 어디선가 날아온 병사들의 사격에 쓰러졌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대령의 병사들은 동료들이 다치지 않게 신경쓰며 싸우고 있었다.

 

다만 대령이 보기에 '포자르'만은 예외였다.

 

대령은 이제 그의 파워소드를 꺼내들었다.

푸른빛의 분해 에너지장이 검날에 흘렀고 증강된 근력으로 접근한 돌연변이의 목을 척추와 분리시켰다.

'보사크'는 이제 세번째 희생자를 찾아 두들겨패고 있었다.

 

'그라일'도 '보사크'를 따라 돌연변이와 맨손격투를 하고 있었지만 돌연변이의 힘이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는다는걸 알아차렸을

 때는 늦은 뒤였다. 그러나 '그라일'은 악착같이 싸워대며 '블론스키'가 총검으로 돌연변이를 처리해줄 때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싸움은 끝났다.

더 이상 돌연변이들은 서있지 않았고 , '팔리네브'가 돌아와 도망치던 마지막 돌연변이를 추적해 살해했다고 보고했다.

'아이스 워리어'들은 라스빔과 화염방사기로 녹아버린 텅빈 공터에 남아있었지만 곧 얼음 나무는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포자르'는 빠르게 자라나는 얼음나무에 발을 하마터면 관통당할 뻔하기도 했다.

 

이제 다시 이동하기 전에 '스틸' 대령은 돌연변이 시신들을 세어보고 완전히 처리했는지 확인했다.

혹시나 그가 본 숫자와 죽은 숫자가 동일한지 확인하는데만 4번의 계산이 필요했다.

 

몇번씩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건 대령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그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에.

 

 

대령은 어떤 것들은 명확하게 잘 기억하고 있었다.

 

가령 그가 병원에서 겪었던 끔찍한 시간, 그곳에서 의료진들이 그에게 했던 것 전부를 기억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부서진 '스틸' 대령의 머리를 재건하고 그의 두개골에 판을 삽입하고 그의 뇌에는 각종 기기들을 삽입했다.

그의 오른쪽 어깨와 위쪽의 부서진 팔들도 인공신체로 교체되고 그의 근손실은 인공근육줄기로 대체되었다.

 

 

의료진들은 대령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그는 의료진들이 자신의 부상당한 몸을 이용해 모종의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떻든 간에 '스틸'은 수술 이전의 과거를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폐허가 된 전장에 오게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의 복무기록에 등재된 2년 이상의 '카르낙' 행성에서의 과거도 기억나지 않았다. 

제국의 수많은 적들 중에 어느것과 싸워왔는지도 그리고 그 운명의 날 무슨 명령을 내렸는지도 그가 부상당하기 직전까지

함께했던 전우들과의 기억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어쩌다가 자신의 머리가 산산조각 났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도 기억나지 않았고 '발할라'에 두고온 사랑하는 여자친구의 따뜻한 감촉도 기억나지 않았다.

수술이 성공한 후 몇주간 '스틸'은 그저 부작용으로 죽기만을 소원했다.

 

'스틸' 대령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감정없는 지휘관, 말수 없는 남자로 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진짜 '스틸'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다. 모두들 그 날의 부상 이후로 과거를 잃어버려 공허하고

좌절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대령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