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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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령은 강화된 신체 덕에 40미터 밖 나방의 날갯짓 소리를 들을 수 있고 100 미터 떨어진 인간의 체온도 감지할 수 있었다.
보통의 인간이면 수 분이 걸릴 복잡한 계산도 몇초면 가능했고 뇌의 일부분에 필요한 정보를 담아뒀다가 복기가 가능했다.
그가 수술 이후 겪은 수많은 전쟁 속 전략, 전술의 경험은 완벽하게 그의 머릿속에 담겨있었다.
의료진들은 대령에게 눈폭풍 한가운데에서 눈송이 숫자를 셀수도 있을거라 했지만 대령은
아직까지 자신의 의미없는 능력을 시험해볼 정도의 한가한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물론 그의 오른쪽 팔은 보통 성인의 3배 근력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전투에서 그의 파워소드를 휘둘러 갑옷을 입고 있었던 이단자 둘을 동시에 벤적이 있었다.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그의 능력은 이상적이었다.
확실히 이 탈인간적 능력이 아니었다면 대령의 직위까지 올라설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병사 '보사크'가 상기시킨 적이 있듯이 제국의 기술력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틸' 대령의 눈, 코에 있는 후각센서, 심지어 그의 오른쪽 어깨와 팔까지 모두 오작동의 우려가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그의 상태는 언제든지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래서 그가 새 생명을 얻은지 9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때 의료진들이 설명하지 않은 비밀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대령은 아직도 자기의 생각이 진짜 감각인지, 아니면 뇌속에 부여된 무언가의 오작동으로 인한
착각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오감을 동원해 전체적 정보를 수집하려 애썼다.
어디서부터가 진짜 나 자신의 느낌이고 어디서부터가 기계가 주는 느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침내 특공대는 얼음 숲의 가장자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스틸' 대령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는데 빽빽하던 얼음 나무간의 간격이 점차 늘어나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은 어차피 지시를 하지 않아도 그의 곁에 따라올테니 대령은 걸음걸이의 페이스를 당기기로 했다.
아직 적들이 우릴 추적한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대령은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마침내 대령과 병사들이 얼음 숲을 통과해 개활지로 빠져나왔다.
'스틸' 대령 자신처럼 나머지 병사들도 기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병사 '보사크'는
뭉친 목과 어깨 근육을 풀며 구속 풀려나 자유를 만끽했다.
그들의 눈 앞에는 이제 눈으로 가득찬 넓은 언덕이 있었고 그 뒤로는 '이오타 하이브' 도시의 거대한 첨탑이 반기고 있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볼때 작전 진행상황은 긍정적이었다. 그들이 구출해야할 사제의 추락지점은 불과 몇 킬로미터였고 지금부터는
엄청 쉬운 일만이 남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 트인 개활지는 그 나름대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스 워리어'들의 녹색 방한코트는 주변의 어느 언덕이나 들판을 내려다보는 적 보초병에게 쉽게 눈에 띌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10명의 군인들이 걸어온 발자국이 선명하게 숲에서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다.
운좋게도, 곧 해가 저물 시간이었다.
'스틸' 대령은 완전히 밤이 될때까지 이 자리에서 대기하는 것도 고려해보았으나 대기함으로써 얻을 이점보다
그들이 소모해야할 시간적 압박이 더 심했기에 보류하기로 했다. 행성의 파멸까지 매초가 흐르고 있음을
대령조차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때 '가보스키' 하사가 대령에게 다가가 병사들이 지쳐있다며 조용히 귀띔했다.
얼마나 우리가 행군을 재촉했으며 얼음 숲에 들어간 이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달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하사는 잠시동안 병사들을 매복시킨 뒤 휴식을 취하게 할 것을 요청했다. 대령은 하사의 의견을 지지했다.
곧 병사들은 자리에 앉고 배급품과 물통을 꺼내 몇 시간만에 처음으로 꿀같은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휴식시간은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고, '미카레브'와 '그라일'은 제국해군의 전투기 '라이트닝'과
'썬더볼트'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한 기종인가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그라일'은 제국해군으로
단기 재입대를 고려하고 있었고 여기서 살아남으면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한편 '가보스키' 하사는 '팔리네브'와 '포자르'에게 그들이 겪은 옛 전투 경험담을 듣고 있었고
'바레스키'와 '보사크'는 또다시 유치한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네 화염방사기가 불발되지 않도록 기도하는게 좋을걸?"
'보사크'가 쾌활하게 말했다.
"어쩌면 연료가 바닥나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날 이기려면 첫번째 사격이 빗나가면 안될꺼야.
왜냐하면 네가 쏜 첫발이 끝발일 수도 있거든. 그 후에는 내 손이 네 목을 감을테고.. 그 다음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이해되지?"
"고마워 친구. 절대 안빗맞출테니까."
'바레스키'가 장담했다.
"믿어도 돼."
휴식하며 '스틸' 대령은 '발리디언 연대' 지휘관이 알려준 호수와 관련된 경고를 꼽씹었다.
'발리디언 연대'가 이곳에서 숲을 따라 후퇴하면서 호수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작은 카오스 주둔지를 보았다는 이야기였다.
대령은 가능하다면 그의 부대를 이끌고 호수를 통과할 생각이었다. '발리디언 연대'의 기억이 맞다면 호수의 폭은 좁을 것이다.
그래서 숲에서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빠져나온 후 '아이스 워리어'들은 호수의 가까운 둑에서 비틀거리며 멈췄다.
대령은 한쪽 무릎을 꿇고 파워소드의 칼끝을 얼음표면에 놓은후 천천히 긁어 그것이 부딪힌 저항을 측정하고 칼끝이
얼음을 뚫고 물줄기에 맞닿았을 때 표면저항이 끝났음을 느꼈다.
거의 얼음의 두께는 대령의 칼날 전체 길이와 같았다.
충분히 10명의 병사들의 무게를 버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구의 '보사크'는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곧 그를 제외한 모든 동료들이 그를 앞질러갈때도 얼음이 부서질까 전전긍긍하던 그는 4~ 5보 정도 반복한 후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곧 앞지른 동료들을 따라잡았다.
병사들은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부채꼴처럼 퍼져서 걸었다.
누구라도 발아래가 부서져 미끄러질 수 있다는 걸 염두해두고 발에 초점을 맞춰 함께 걸었다.
'스틸' 대령은 자신의 강화된 청각이 압력에 부서지는 얼음표면을 감지할 수 있기를 빌면서
경고를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워 언 호수의 소리를 들었다.
호수의 지름은 1킬로미터 정도라고 들었지만 어느새 그들은 중앙에 도착했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지는 밤의 그림자에서 호수의 반대편 둑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병사들이 가장 무방비한 상태로 노출되었을 그때 첫번째 총성이 울렸다!
"저격수다!"
'팔리네브'가 외쳤고, 그의 오른쪽 몇미터 지점의 얼음이 폭발했다.
'스틸' 대령은 몸을 숙여 첫 저격수의 사격지점을 짐작해 시야를 확대했다.
곧 대령은 어둡고 둥근 언덕에서 북동쪽으로 둥글게 파인 참호 속 뭔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정보를 다른 병사들에게 알리기 위해 좀더 시야를 확대했다.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인간의 형태가 보였다.
그리고 놈이 가지고 있는 것은 저격용 '롱라스건' 이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적 저격수의 사격실력은 형편없다는 점.
나쁜 소식은 굳이 대령과 병사들을 맞출 필요가 없이 죽이는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두개의 광선이 '아이스 워리어'들을 빗맞추고 호수 얼음을 폭발시켰다.
곧바로 병사들이 라스건을 조준해 응사했지만 사거리도 사거리고 저격수는 바로 몸을 낮춰 피했다.
'팔리네브'의 롱라스건을 제외하고 이정도 사거리의 적을 저격할만한 무기가 없었다.
기적적으로 라스건으로 적을 맞춘다고 해도 너무 먼거리로 인해 빔은 반감될거고 가벼운 화상정도만
입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응사는 적 저격수가 고개를 들지 못하기에는 충분했다.
언 호수에 바짝 몸을 붙이고 있던 '팔리네브'는 대령이 자기 손에 있던 롱라스건을 잡아채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말게, 병사."
대령이 중얼거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쏘는게 더 나을것 같아서 말일세."
'대령'이 '팔리네브'에게 빌린 저격총을 사격하려는 걸 본 '가보스키' 하사는 병사들에게
엄호사격하면서 빠르게 호수를 건널 것을 명령했다.
또 다른 라스빔이 얼음을 폭발시킬 때 대령은 적 저격수를 향해 스코프의 초첨을 맞추는 중이었다.
등 뒤로 고열에 폭발하는 얼음과 물줄기가 그의 등을 덮쳤고 대령은 거의 무기를 떨어뜨릴뻔했다.
그의 아래 얼어붙은 얼음표면이 갈라지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격수가 쏘는 라스빔의 폭발과 호수를 내달리는 병사들의 충격 연쇄반응이 얼음을 불안정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나서 나머지 팀원들도 대령을 돌아봤는데 이미 크게 부서지고 금간 얼음 덩어리들이 떠올라 대령 주위를
맴돌지경이었다.
대령은 서있을 수 없었다.
누운 상태로 겨우 무게를 분산시키고 있었다.
얼마안가 물에 빠질 것이지만 도망치기 전 그가 해결해야할 문제도 있었다.
스스로를 지킬수 없다는걸 잘아는 대령은 분대원들을 구하기위한 유일한 일을 선택했다.
그는 롱라스건을 견착하고 눈을 동그랗게 떠 저격수를 조준했다.
그의 강화된 시야가 저격수를 포착했을 때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방아쇠를 당겼다.
무기의 반동이 점점 그를 호수의 차가운 물속으로 끌어내리는 걸 느꼈다.
'아아, 인생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지.
그저 모르는게 최선이다.'
차디찬 물속으로 빠져들면서 그의 강화된 감각이 물의 온도와 깊은 호수속으로 그를 끌고 내려가는 무거운 군복과 배낭의 무게를
계산하고 있었다. 대령은 깨진 호수의 수표면이 다시 얼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공신체들은
생존을 위한 계산에 여념이 없었다. 이미 대령은 자신이 어떤 결과에 마딱드릴지 알고 있었지만 그의 또다른 신체는 애써 무시하며
정보만을 찾기를 고집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일찌감치 정신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추위로 머리가 멍해지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스틸'은 달랐다.
그의 머릿속은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인한 정보의 범람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의 인공적인 두뇌는 폭발직전까지 가동했고 임박한 운명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작은 초시계가 째깍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대령의 생명신호가 꺼졌다.
대령이 저기서 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