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 로코스의 참주 다메코스는 이웃 도시의 참주 아도푸스와의 동맹을 돈독히 하기 위해 페투라보를 선보인다. 페투라보는 겨우 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때부터 혼자 힘으로 로코스의 르네상스를 선도하며 문화와 학문과 산업의 전 영역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도푸스는 과학, 인문학, 예술, 군사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페투라보의 반신적인 성취를 보고 찬탄과 경외를 감추지 못했으나, 의혹과 주저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다. 그러자 다메코스는 아도푸스를 완전히 설득할 요량으로 로코스의 신동 페투라보와 올림피아 최고의 신학자가 초빙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군주들이시여," 성직자가 말했다. "저는 비젤리온의 사제 로다스크라고 합니다."


"당신은 이 소년과 토론하기 위해 여기까지 행차한 거요?" 아도푸스가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군주님." 로다스크가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저는 이 소년에게 신의 존재를 납득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아도푸스가 입가를 비틀며 신랄한 미소를 지었다. "신들을 믿지 않는 신들의 선물이라고? 아이러니의 극치로군." 


"하여간 시작하시오." 다메코스가 성직자에게 말했다. 그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아도푸스를 쳐다본 뒤 그의 의자에 다시 등을 기댔다.


로다스크는 청중을 둘러보며 환한 미소를 날렸다. 그것은 자신이 우주의 유일무이한 진리를 정각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지을 법한 득의만면한 웃음이었다. 


"당신은 페투라보라고 불리는 이가 맞습니까?" 그가 말했다. 로다스크는 말하는 도중에 뒷짐을 진 채 앞으로 어슬렁거렸다. 그가 걸친 다색의 망토의 주름이 일렁였다.


"그렇다." 젊은이가 말했다.


"나는 당신이 신이란 허상에 불과하다고 진술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페투라보는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내가 신들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실에 대한 성명이 아니다; 그것은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함으로서 당신은 스스로가 신성을 묵살한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입니까?"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톤이 높았으나 자신만만했다. "나는 단지 신들이 있다는 너의 추정을 시험한 것 뿐이다. 만약 신들이 있다면, 나는 제시한 가설을 시험함으로서 그것을 입증할 것이다. 나의 이론의 정교한 구조화를 위한 진전 도중 발달될지도 모르는 다른 모든 가설들과 함께 말이다. 확실히, 그 어떤 신이라도, 만약 그가 실재한다면, 그러한 노력에 유열을 느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실재한다면, 나는 텔레푸스 산 정상에 등정하여 그들의 존재를 알현하고, 그들 앞에 배례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 역시 모욕당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청중들은 어째서인지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페투라보는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는 어떠한 유머도 의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페투라보는 자신의 아우라를 고의적으로 억압했다. 이것은 지성 대 지성, 논리 대 논리의 대결이었다. 그의 첨탑 같은 자존심은 카리스마적 압도를 통한 손쉬운 승리를 용납하지 않았다. 


"신들의 실존은 자기 확증적인 것self-substantiating입니다." 성직자가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것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실존에 대한 증거는 우리 주변에 온 세상에 있습니다. 지면의 돌과, 비가 내리는 패턴과, 해의 떠오름이 그것을 현시합니다. 그리고 당신 스스로는 어떻습니까?"


"네가 열거한 것은 그러한 사물의 존재에 대한 증거일 뿐, 그것들의 유래에 대한 증거가 아니며, 그것들의 적확한 존재론적 위상에 대한 증거는 더더욱 아니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네가 보고 있는 것들은 현실이다 - 태양, 비, 그리고 나 자신. 오직 그것만이 진실이다." 


"듣고 계십니까, 신앙인 여러분?" 성직자가 청중을 둘러보며 연설했다. "우리의 신동께서는 신들의 작업을 인정하지만, 신들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으신답니다! 이것을 심사숙고해 보십시오. 어떤 상인이 그가 방문한 적도,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는 머나먼 이국 토양에서 유래한 직물을 판매하러 왔습니다. 그것은 상인이 전혀 알지 못하고, 상인과 같은 언어를 구사하거나 문화를 공유하지도 않으며, 상인이 철저하게 무지한 길고 복잡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의복을 구매합니다. 당신이 그것을 만든 사람을 결코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의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까?" 


페투라보는 그의 고개를 내저으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너의 논증은 형편없군."


"어떻게 말입니까?" 성직자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활짝 열린, 거룩한 무지의 화폭과도 같았다.


"직물이 인간 주체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추정하는 것은 타당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주치게 될 모든 직물은 인간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하자면, 모든 직물이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추론하는 것은 온당하다 - 말하는 레오니드가 아니라 말이다."


청중이 또다시 웃었다. 페투라보는 이번의 반응은 덜 모욕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의복은 여러 교역상들의 손을 거쳐가며 운반된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인간 주체가 다른 인간 주체로부터 그것을 구매한다. 그러므로, 최초 생산자의 존재는 궁극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비는 진실이고, 해는 진실이고, 당신도 진실이며, 따라서 신들은 진실입니다." 성직자가 말했다. 청중들은 그에 동의하는 듯 웅성거렸다. 


"그러한 추정을 비에 적용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그것의 책임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최초의 객체 - 비 - 의 생성 과정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비록 나는 그것의 원인이 바다 위의 태양과, 그것으로부터 공급되는 복사열에 의한 대기 중 수증기의 응축에 있다고 의심하지만 말이다. 반면 후자 - 신들 - 은 미지의 것이다. 자신이 사람이 도시로 의류를 운송한 사람을 만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는 것은, 설사 우리가 그 사람과 개인적인 면식이 없다고 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는 개연성 있게 진실을 말할 수 있다. 허나 자신이 만난 사람이 신을 만난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소망한다면, 나는 의류의 직물을 그것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한 걸음씩 되짚어 추적할 수 있다. 나는 심지어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을 찾아낼 수도 있다. 우리의 천성은 우리의 탐구욕을 추동한다. 우리의 의류의 직물의 연원에 대한 이야기를 창작해 내는 것 또한 우리의 천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적어도 어느 정도 입증이 가능하다. 


"그와 유사하게, 너는 네 눈에 보이는 패턴에 이치를 부여하기 위해 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초자연을 끌어들여 최초의 동인을 해명하려는 시도는 가상한 일이다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증명될 수 없다. 종교는 엄격한 학문이 아니다. 신화는 객관적 입증이 불가능하고, 그러므로 그것은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숭배에 대해 엄격합니다." 


"하지만 사고에 대해서는 아니지." 페투라보가 응수했다. "보다 나은 길은 네 주변 세상의 기원을 신성에 귀속시키지 않는 것이다. 네가 믿는 것이 무엇이건 그것은 여러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진리는 무엇입니까? 태양에 대한 진리가 무엇인가요?" 


"나는 그것을 아직 명쾌하게 규명하지는 못했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 장서관에 머무르며 수많은 오래된 텍스트를 독파-"


"신성모독적인 텍스트겠죠." 성직자가 끼어들었다.


"오래된 텍스트다." 페투라보가 침착하게 단언했고, 성직자는 입을 다물었다. "태양은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과 똑같은 별이며, 그 주된 질료는 수소와 헬륨이다. 다른 별들이 태양보다 작게 보이는 연유는 거리의 차이 때문이다. 내가 직접 고안한 계산은 옛 저작의 타당성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계산의 기반이 된 수식은 무엇입니까?" 성직자가 비웃으며 추궁했다.


"데니보르 아스트로콘의 공식이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그것은 원근 법칙에 의거하여 올바른 비율을 사정하기 위해 의도된 계산입니다." 성직자가 비아냥거렸다. "천문학자가 아닌 예술가의 도구죠." 


"예술과 과학의 도구는 동일한 것이다. 모든 것은 전체를 계량하기 위한 저울판이다. 분과적이라는 측면에서 너희 올림피아인들의 사상은 불완전하다. 너희의 철학자들은 분류와 범주화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분류는 물질과 형이상으로 이루어진 전체론적인 세계관에 부자연스러운 분열을 초래한다. 이러한 분열은 인위적일 뿐만 아니라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다. 그렇게 도구가 하나의 사물의 본질을 결정하게 되며, 그럼으로서 사물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저해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요?" 성직자가 말했다. "당신의 존재는 신들의 실존에 대한 명확한 증거입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당신은 심지어 인간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나지조차 않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말이 타당하다고 사료한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나는 내가 자연이 아닌 모종의 인공적인 설계의 산물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기에는 내가 가진 능력은 너무나 크고 많으며, 나와 다른 사람 간의 격차는 너무나 심원하다." 


"그럼에도 당신은 신들이 당신을 만들지 않았다고 고집합니다. 신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겠습니까?"


"나는 의류의 직물이다." 페투라보가 말했다. "언젠가 나는 나를 엮어낸 누군가를 찾아낼 것이며, 나는 그 혹은 그녀가 신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성직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대화를 듣고 있던 아도푸스가 다메코스에게로 몸을 기울여 부드럽게 속삭였다. "당신은 그의 나이가 얼마라고 말했소?" 


"그에 대한 루머가 로코스에 들어온 것은 2년 전이었소. 그 전까지는 아무 소식도 없었지." 논박을 속행하는 페투라보를 바라보며 다메코스가 대답했다. "나는 그가 아무리 많아봐야 겨우 몇 살도 먹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오." 


"불가능해!" 팔다리가 낭창낭창하고 근육이 탄탄하게 자리잡은 잘생긴 소년을 쳐다보며 아도푸스가 외쳤다. 


"저 소년에 관한 모든 것은 불가능 그 자체요." 다메코스가 말했다. "지켜보시오."



성직자는 이제 자만심에 가득 찬 평정을 약간 잃은 상태였다. "당신의 논거는 신성 모독적입니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의 영혼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까?" 


"만약 내게 영혼이 있다면," 페투라보가 말했다. "그것은 내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미지의 것, 신앙의 간증을 위해 차용된 또다른 입증 불가능한 비실체다. 그것은 후일 해도 좋을 논의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너희의 역사에 대한 나의 독해는 신성 모독에 대한 모든 처벌이 일관적으로 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 부과되었음을 보여주었다 - 신뢰할 수 없는 종교 경전인 미티카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손을 내려칠 신격의 비존재를 완벽한 확실성으로 연역해낸다." 


"신앙인들이 당신을 징벌할 것입니다." 성직자가 위협했다. 천복天福으로 충일했던 그의 태도가 시시각각 흐트러지고 있었다. 


페투라보는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다시 말하건데, 그것은 인간에 의한 행위이지 신에 의한 징벌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감히 그럴 마음을 품은 모든 인간에게 저항할 것이다."


"그는 로코스에 파멸을 불러올 것입니다!" 성직자가 청중을 직접 바라보며 호통을 쳤다. "기근, 역병, 전쟁... 저 독을 품은 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신벌의 참화가 이 도시에  들이닥칠 것입니다!" 


"이제 너는 대중 선동가 행세를 하느냐? 그것은 과오를 범하고 잘못을 지적받은 사람의 전형적인 방어 기작이다. 만약 로코스에 기근이 닥친다면, 그것은 단지 다수의 상호 연관된 요인이 균일하게 맞물려 기아라는 불가피한 재앙으로 귀결된 것일 따름이다 - 험준한 지형 및 기후 조건, 저열한 농경 기술, 경제적 고려에 의해 경작지로 사용되는 토지 면적의 왜곡, 탐욕스런 권력자들에 의한 빈곤층의 수탈, 타국과의 소모적인 장기전..."


"이 중 어느 것에도 내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노엽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없다."


"당신은 당신의 신성 모독이 가설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직자가 분노로 몸을 떨며 더듬거렸다. "스스로가 증거 없는 확실성으로 경도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습니까?" 


페투라보는 차디찬 미소를 지었다. 그 앳되고, 수려한 얼굴이 지은 표정은 소년의 천진한 웃음이 아닌 노회한 파충류의 소름끼치는 조소였다. "나는 나의 확신에 대한 용기를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옳은지 그른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말을 함으로서 내가 천벌로서 응징당하지 않을 것이며, 너의 포퓰리즘적 시도가 아둔하게 보일 것임을 확신한다." 


청중들이 폭소했다. 성직자는 격분했다. 


페투라보는 잠시 동안 묵상했다. "너는 너의 무지로 인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내가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 동굴을 상상해 보라. 그 안에는 그들의 전 생에 동안 감금되어 있는 수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동굴의 벽에 사슬로 묶여 있으며, 따라서 그것의 입구를 볼 수 없다. 그 대신, 그들은 출입구와 마주하고 있는 또다른 벽면을 마주보고 있다. 동굴의 입구에서 장작이 밤낮으로 타오른다. 보다 넓은 세계의 사물들의 그림자가 그것을 통해 드리워지며 앞뒤로 흔들린다. 그림자는 벽면에 투영되며, 수인들의 눈앞에 비추어진다-" 


"나는 당신의 메타포가 신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성직자가 말을 가로막았다. 


"경청하라. 그리하면 너는 계명되리라. 너는 설화와 유비로서 논지를 전개해 왔다. 그러니 나 또한 교화를 위한 유익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려고 한다." 또다시 청중은 폭소했다. 페투라보는 그의 언사가 그들에게 발휘하고 있는 효과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는 점점 더 유머를 의도하고 있었고 그들의 웃음을 즐기기 시작했다 - 그것이 자신에게로 향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림자가 수인들이 볼 수 있는 모든 것이기에, 그들은 그것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그것의 본질을 유추했다. 그림자가 곧 그들의 세상이었다. 동굴에 투영된 물체의 그림자는 현실이며, 광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양쪽 모두의 진정한 본질은 그림자로부터 추리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명백히 실재한다. 비록 수인들은 그것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네가 처해 있는 상태이다. 너는 무언가 참다운 것의 일부 - 그림자 - 를 보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편린으로부터 정수를 추론해낸다. 너의 경우에 있어, 그것은 신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명의 수인이 동굴에서 탈출했다." 페투라보가 말을 이었다. "그는 불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눈을 바늘처럼 아프게 찔렀다. 그는 고통으로 인해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없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저 불길을 등진 실루엣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물건이 그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사물들의 진리이며, 그림자는 단지 실체의 부산물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고형의 물체를 지각할 수 없었기에 - 그의 시야는 상했고, 불꽃은 눈부셨으며, 그는 관련성의 프레임을 거의 인식할 수 없었다 - 그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화톳불과 그것을 둘러싼 새까만 어둠 뿐이었다. 


"그 자신을 격통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하여, 그는 뒤돌아서 자신이 원래 알던 곳으로 도망쳤다. 그의 고통은 사라졌고, 그의 눈은 이미 불꽃을 목도했으므로 그림자를 보다 선명하게 지각할 수 있었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진리가 절대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는 이제 사물의 진정한 본질에 대해 조금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고통이 두려워 감히 보다 심도 있게 그것을 궁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약간의 진리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하지만 같은 수인이 다시 한번 동굴에서 강제로 끌려나왔다고 상상해 보라. 이제는 정오의 햇빛 속으로 말이다. 그곳에서 그는 형언할 수 없는 격통을 겪었으나, 처음에는 서서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르게, 그의 시야는 낮의 밝음에 적응하게 되었다. 그때 그는 고형의 물체와 그것이 드리우는 그림자를 목격했고, 마침내 그림자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 자신, 물체, 그리고 빛."


"그가 그림자의 무지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벗어났는가! 최종적으로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어쩌면 중천에 박혀 있는 광원 자체도 목격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는 동굴 너머의 세계의 본질에 대해 숙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세계가 또다른 동굴이고, 태양은 또다른 불꽃이며, 만약 그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치길 원한다면 더 멀리까지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청중은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도푸스는 주문에 홀린 듯 넋을 빼앗기고 있었다. 심지어 성직자마저 그의 고함과 호통을 거짓말처럼 그쳤다.


그러나 페투라보는 아직 말을 끝맺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는 이로부터 어떠한 교훈도 배우지 못하리라." 그는 성직자에게 선고했다. 


"어째서입니까?" 성직자가 멍하니 반문했다. 


"왜냐하면 너는 여전히 동굴 안에 갇혀 있는 수인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무지로부터 해방되고 진리를 정각한 사람은 그의 동료들에게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눈은 이제 세상의 낮에 적응이 되어 있었고,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여전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그림자를 목도할 수 없었다. 그림자 외의 다른 참조 기준을 가지지 못한 수인들은, 그들이 받은 진리의 계시를 광기로, 그들의 눈에 보이는 그림자에 대한 사람의 맹목을 질병으로 치부했다. 그렇게, 그들은 외부 세계가 해롭다고 간주했고, 그의 광증을 멈추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


"그들은 또한 그들을 동굴에서 해방시키려 시도하는 다른 모든 사람을 파괴하기로 결의했다." 페투라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너의 성직자들은 너희의 안온한 무지를 보전하기 위해 너희에게 동조하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의 고통을 부과한다." 


청중 사이로 숨이 막히는 소리가 내달렸다. 그것 중 일부는 경탄과 깨달음의 탄성이었고, 나머지는 공포의 외침이었다. 


"이 거만한 애새끼가!" 성직자가 발광했다. "나는 네놈이 무슨 일을 꾀하고 있는지 알겠다. 너는 네 자신을 그 '사람'으로 설정함으로서 이 도시 전체가 신들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드려 하는구나!"  


"그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라네," 이러한 비난에 대해 다메코스가 중얼거렸다. 그는 손가락에 낀 반지 인장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도푸스는 그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허나 참주는 일순간 그의 손님에 대한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너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구나.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태양이다." 페투라보가 무감하게 읊조렸다. "나는 네가 볼 수 있을 때까지 너의 눈을 불태울 것이다. 내가 바로 진리다." 


"너는 틀렸다! 신들이 네게 천벌을 내릴 것이다!" 성직자가 고래고래 괴성을 지르며 소년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는 이 장소에 재액을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만약 네가 고집한다면, 온 세상을 파멸시키리라! 나의 말에 귀기울이소서! 그리고 이렇게 기록하소서! 나, 비질리온의 로다스크가 재앙을 예고했노라고!" 


근위병들이 로다스크의 양옆에 다가서 그의 팔꿈치를 세게 움켜쥐었다. 


페투라보는 미동도 없이 성직자의 눈을 뚫어지게 쏘아보고 있었다. 


"나는 위협이 아닌 증명을 요구한다." 


근위병들은 여전히 발작을 멈추지 않고 있는 성직자를 홀 바깥으로 짐짝처럼 질질 끌고나갔다. 그것은 어딘지 동굴에서 강제로 끌려나가는 수인을 퍽 닮은 모양새였다. 


"나는 통찰의 은총을 가지고 있소! 신들께서 나를 축복하셨소! 그의 말을 듣지 마시오!" 그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점차 잦아들었고, 대도서관의 거대한 문이 닫힘과 동시에 완전히 차단되었다.


페투라보는 기립한 채 청중들에게 도전적인 응시를 날렸다. 후두둑 소리를 내던 공손한 박수갈채가 금세 사그라들었다 - 그것이 프라이마크의 기백이었다.


아도푸스는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극상의 토론이었네. 참으로 훌륭했네, 다메코스. 허나 조약은 인상적인 신동들에 의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네.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을 보러 온 것인지 깨닫고 있는 중이네. 그리고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네. 하지만 우리 도시 사이에 동맹은 없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