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반레스쿠스의 계획]

[강대한 적의 귀환]

[자유 발포]



“전 승조원, 진입 준비!”


송가의 계율의 함장이 발한 경고가 기함 전체로 퍼져나갔다. 카산드라 반레스쿠스 경은 사령실의 연단에 몸을 기댔다.


“시작이다. 전원 전투 준비. 폐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성 아스테르 전단이 지금쯤이면 위치를 잡고 공격 중일 거다.”


굶주린 듯한 미소가 반레스쿠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적과 싸울 시간이다! 전체 디스플레이 활성화 준비!”


참모들과 부관들이 그녀의 지시를 반복하며 다가오는 거대한 전투에 맞설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기함 전역에서 알람이 울려 퍼졌다. 영혼을 고통스럽게 하는 진입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반레스쿠스가 이끄는 공세를 위해 수많은 전함들이 모여들었고, 이마테리움은 순순히 그들을 현실로 뱉어냈다. 전함들이 진동을 발하며 워프를 떨쳐냈다. 다시 진동이 일고, 고함이 터져 나왔다.


“진입 완료, 겔러 필드 종료. 보이드 쉴드 활성화 완료.”


마테리움을 헤쳐나가는 엔진이 불을 뿜으며 전함들이 뒤흔들리고, 전투를 알리는 클락슨이 울부짖었다.


“적군이 시야에 포착되었습니다.”

“전 함선 전투 배치!”


반레스쿠스가 명령을 내렸다.


“선간 누스피어와 전술 연결망을 활성화하라. 전체 디스플레이 가동시키고. 놈들 실물 이미지를 띄워라. 실물을 한번 봐야지.”


갑판 곳곳의 기계들이 명령을 처리하며 윙윙거렸다. 작은 화면들이 먼저 켜졌고, 반레스쿠스의 주력인 3개 전단의 배치 상황을 띄웠다. 알푸스(Alphus) 전단과 베타리스(Betaris) 전단은 모두 반레스쿠스 근처에 있었고, 델파리스(Delpharis) 전단의 배치는 조금 지연되고 있었다. 반레스쿠스가 직접 교전 지시를 내린 직후 헤페스투스(Haephestus)는 포모르 방면으로 항진을 시작했다. 람닥스(Lamdax)는 전쟁 초기 타격을 입은 최근의 정착지가 몰려 있는 북쪽으로 향했다. 작은 임무부대들이 각지에 흩어져 있는 궁지에 몰린 병력들을 돕기 위해 흩어졌다. 살육의 성전에 나선 군세는 말 그대로 온 사방에서 공격을 받기 시작했고, 각각의 공격은 동시에, 그리고 워프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근접한 곳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한 시점을 맞추는 것이 이번 전투의 핵심이었다.


알푸스와 베타리스는 동시에 등장했고, 6척의 제국 전함이 하나의 창끝이 되어 찔러들어갔다. 반레스쿠스가 승함한 송가의 계율은 호위함 세력과 함께 그 창의 자루가 되었다. 측면 방어와 추격을 맡을 전대들이 양 측면에서 얇은 전선을 그려냈다. 이 모든 양상이 작은 디스플레이들에 그려졌다.


가장 큰 홀로리스 화면은 가장 나중에 켜졌고, 적 함대의 생생한 영상을 담아 펼쳐냈다. 반레스쿠스가 이끄는 전력에 버금갈만한 함대가 압도적인 힘으로 문명화된 행성 6개를 품고 있는 얀시(Yannsi) 성계를 향해 밀어붙이고 있었다.


반레스쿠스는 재빨리 적의 대형을 살폈다. 놈들은 한 줄로 늘어선 채, 연합군이라기보다는 각각의 워밴드가 뭉쳐진 인상이었다. 각개 격파에 나서야 했다. 놈들은 원거리 포격전보다는 근접 승함 시도를 선호하는 놈들이었다. 몇몇은 그들이 섬기는 워프의 힘을 받아 괴물처럼 일그러진 채였다. 다른 놈들은 제국의 함선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대순양함 한 척을 중심으로 한 무리를 제외한다면, 조직력을 기대할 수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대순양함을 중심으로 한 함대는 대규모 방어 대형을 갖춘 채 항해하고 있었다.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게 분명했다.


식별을 마친 함선들의 이미지 위로 꼬리표가 깜빡이며 달라붙었다. 대순양함의 이미지 역시 깜빡였다. 녹색 윤곽이 대순양함 위로 드리웠다.


피의 왕이었다.


이미 놈들의 함대는 공세를 위해 반응하고 있었다. 본래 제국이 세운 사운드 일대에서의 전투 교리는 주력이 놈들을 붙들어 둔 사이, 별동대가 진입해 본래 목표를 강타하는 거였다. 하지만 놈들에게서 이런 전략적인 움직임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 반역자들이 원하는 것은 살육과 전쟁 뿐이었다. 전투의 유혹은 놈들이 뿌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놈들 모두가 근접해 오는 중이었다.


반레스쿠스는 씩 웃었다. 이게 그녀가 바라던 거였으니. 반레스쿠스가 전 함대에 복스 송신 채널을 열었다.


“놈들이 저기 있다. 함대 총원 전투 준비! 우리 목표는 적 전멸이다. 노바 캐논으로 성대하게 맞이해 주도록 한다. 놈들 주력함급 이상 전함은 30척 정도 되는 것 같군. 신사 숙녀 여러분, 놈들이 우리에게 근접하기 전에 좀 몇몇은 때려잡는 게 어떤가. 일 좀 편하게 하자.”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답하듯 들려왔다.


“자, 자.”


반레스쿠스가 속삭이듯 지시를 내렸다.


“진지하게 말한다. 오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불멸의 영광이 될 거다.”


반레스쿠스가 다시 미소지었다.


최소한 내게는 불멸의 영광이겠지. 너희 모두는 거기에 찬조출연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패한다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아니,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가 영원히 저주하는 이름이 되겠지. 우리가 패하면 테라는 대균열로부터 바로 내려온 놈들에게 공격받게 된다. 내가 첫 출격을 간청드린 것은, 내 자신의 부정할 수 없는 탁월함을 믿어서가 아니라 그대들의 능력이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올 거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니 내 얼굴 깎는 짓은 하지 마라. 이제 전쟁의 시간이다!

“노바 캐논 전량 발사 준비 완료!”

“전 함장, 포격 개시하라.”


반레스쿠스가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수십 척의 전함이 이물에 장착된 거대한 레일건에서 일제히 포화를 뱉어냈다. 플라즈마가 휘발하며 거대한 탄두가 자기 궤도를 따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탄두들은 거의 즉발에 가깝게 명중했다. 수 밀리초 단위로 설정된 퓨즈가 순식간에 불타오르며 탄두를 폭발시켰다. 거의 20여 척의 적함이 포격을 얻어맞고 태양과도 같은 섬광을 뿜으며 타올랐다. 놈들의 함선이 뒤흔들리고, 전자기장 펄스가 뿜어지며 함선의 운영 시스템이 망가졌다. 보이드 쉴드가 유사 성광 속에서 타오르며 일렁였다. 금속이 불타고, 산산조각난 파편들의 실루엣이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 엿보였다. 직격당한 놈들은 더한 장관으로 불타올랐다. 광속에 가깝게 가속된 탄두 자체가 폭발보다도 더한 위력을 뿜어냈다. 세 척의 순양함이 빛덩어리가 되어 소멸했다. 노바 캐논이 뿜어낸 섬광이 모두의 눈에 잔상을 남겼다.


“전 함대, 재장전 후 자유포격 개시!”


이제 얼마나 되는 포격이 가해지느냐는 각 함의 승조원의 손에 달렸다. 반레스쿠스의 계산에 따르면 근접전에 돌입하기 전, 대략 3번 내지는 4번 정도 일제포격을 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바 캐논은 특유의 포구초속 덕분에 장거리에서만 한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니, 그 이상은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적 함대가 공격 속도로 가속 중입니다.”


참모 한 사람이 보고했다.


“기다려라. 4분의 1 속도로.”


반레스쿠스의 홀로리스 이미지에는 모든 함선의 지휘 갑판이 떠올라 있었다.


“놈들이 20만 마일에 도달하면 바로 첫 번째 어뢰 포격을 진행한다. 알푸스 전단에서 임무부대 프린키피오(Principio), 테시안(Thesian), 그리고 결백(Incorrupt)은 측면으로 빠져서 포격선을 형성하도록. 임무부대 호언장담(Bombast)과 불타는 복수심(Vengeful)는 놈들을 봉쇄한다. 베타리스 전단은 대구모 공세 기동을 준비하라. 각각 재량에 맞춰 교전하라. 명령대로 움직일 것.”


반레스쿠스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그녀의 명예로운 사냥감, 피의 왕이 질주하고 있었다.





클락슨에서 승함 공격 대기 신호가 울리면서 프라이머리스 마린들은 각각의 공격선으로 향했다. 아레이오스와 부하들 역시 그 사이에 있었다. 성 아스테르 전단에 합류한 메시니우스가 이끄는 소수의 스페이스 마린을 제외하고, 나머지 병력들은 반레스쿠스의 지휘에 따라 알푸스 전단과 베타리스 전단에 합류해 승함 공격과 함내 방어에 투입되었다.


아레이오스와 그의 부하들은 적함이 승함 공격을 가해오기 전 선제 공격을 감행하는 타격대 역할이었다.


카울은 프라이머리스 스페이스 마린을 전장에 내보내기 위해 기존모델보다 거대한 오버로드(Overlord) 건십을 설계했고, 아레이오스의 부대 역시 여기에 탑승했다. 건십은 크게 두 곳의 탑승구획을 이중 동체에 갖추고 있었다. 접혀진 날개와 이중 동체 사이에 웅크린 조종석은 흡사 먹이 위에 내려앉은 맹금을 떠올리게 했다. 무장을 장착한 포좌가 선체 외곽에 줄지어 설치되어 있었고, 날개 끝에는 개틀링 라스가 장비된 채였다. 더불어 널찍한 날개 아래 미사일들이 잔뜩 설치된 채였다.


아레이오스의 지휘에 따라 마린들이 승선하기 시작했다. 각각 40명씩이었다. 그와 루터넌트 콜리니우스(Colinius)가 완편에 가까운 반개 중대씩을 지휘했다. 각각의 부대는 헬블라스터와 인터세서로 구성된 완편 2개 분대, 그리고 5명의 어그레서(Aggressor)로 구성된 3개 부대, 채플린과 아포세카리, 테크마린과 서기(Epistolary)로 구성된 1개 지휘분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콜리니우스가 이끄는 병력에는 중대 고참병(Ancient)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름뿐인 직책일 뿐, 그들 모두는 눈을 뜬지 고작 몇 달째 아니던가.


군홧소리가 탑승 경사로를 철컹철컹 울렸다. 시험 주기를 맞이해 엔진을 가동하는 요격기들의 엔진 소리가 수백 야드 떨어진 발사관에서 뿜어졌다. 격납고에 드리운 소음의 벽 속에서 아레이오스는 자신이 어그레서 대원들을 따라갈 수 있다는 데 만족했다. 전후방의 탑승 경사로가 폐회되면서 소음 대부분이 끊겼다. 서로 무구를 점검하면서 드문드문 말이 나올 따름이었다. 이따금 명령과 공지사항이 내려왔다. 대부분은 “대기, 대기.”였지만 말이다.


이제 그 명령과 공지사항들도 끊겼다. 스페이스 마린들은 갑판에 군화를 결속하고, 흉갑판에 무장의 자기 고정을 마쳤다. 각각의 왼쪽 어깨를 맞대고 바싹 기대선 채였다.


아레이오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작전 목표를 다시 점검했다. 적과 싸워라. 할 수 있는 한 모두 죽여라. 파괴 공작, 무력화, 이후 철수. 이 정도면 쉽다. 한 번도 해 본적은 없었지만, 천 번도 넘게 꿈에서 행했던 일이다.


오버로드 건십이 착륙 지주대 위에서 흔들렸다. 그들이 승함해 있는 순양함이 포격에 나서고 있었다. 대 행성 포격과 승함 작전에 특화된 타격 순양함들의 유효 사거리는 타 함선에 비해 짧고, 위력 역시 약해 그들의 발사물에 더 높은 속력을 더하기가 어려워진다. 그 덕분에 그들은 포격전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포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제 승함 작전에 투입될 만한 거리가 되었다는 뜻이다.


“준비하라, 형제들이여. 곧 시작된다.”


아레이오스가 복스 송신을 마쳤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뒤흔들리는 함선 속에서, 그들은 희미한 전투 조명 아래 대기하고 있었다.



*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음. 이거 포함해서 11편이네. 본편 10편에 에필로그 1편. 방금 윤문작업 다 마쳤으니, 적당한 간격으로 다 올리도록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