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됐다고!” 그라마티쿠스가 노성을 질렀다.
“조용히.” 알파리우스가 말했다.
“싫어!” 그라마티쿠스는 침을 내뱉고는, 고개를 돌려 프라이마크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이게 바로 내가 피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던 대치 상황이란 말이야. 카발과 상대하는 방식이 이런 게 아니라고! 카발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협박을 할 수는─”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 알파리우스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원한 것은, 이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지. 너희 카발은 집요하도록 알파 리전을 조종하려고 은밀하게 획책해왔지. 그런 것을 신뢰의 기반이라 할 수 있나. 놈들의 말은 들어 주겠다만, 놈들이 내 군단을 이용하거나 함정으로 이끄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글쎄 함정이 아니라니까!” 그라마티쿠스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은 아니지.” 오메곤이 말했다.
그라마티쿠스는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 싸매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올린 그라마티쿠스의 눈에, 소네카와 룩샤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나를 이용했군.” 그라마티쿠스가 한숨을 내쉬며 불신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나를 이용해 먹으려 했으니 피장파장이지, 존.” 소네카가 대꾸하였다. “날 이용해 먹으려고 아주 열심이시더군.”
“하지만─” 그라마티쿠스가 입을 떼었다.
“내 주군께서 이 일을 원하셨고, 그렇기에 나는 그분께 이 결과를 가져다 드렸지.” 소네카가 말했다. “그분께서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당신이 과연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기를 원하셨소.”
“그리고 당신도.” 그라마티쿠스는 이번에는 룩샤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전부 다 거짓이었군.”
룩샤나는 보호장구의 목덜미를 열고, 자신의 목에 매달려 있는 펜던트를 드러내어 보였다. “사이오닉 방호장치예요, 쾨니히.” 룩샤나가 말했다. “덕분에 제 정신이 망가져 있는 것처럼 위장할 수 있었죠.”
“오, 룩샤나. 대체 왜?” 그라마티쿠스가 간절한 어조로 물었다.
그 상황을 즐기듯, 룩샤나는 보호장구의 단추를 계속해서 푸른 뒤, 옷깃을 옆으로 젖혀 자신의 오른쪽 가슴 절반을 드러내어 보여 주었다. 새하얀 룩샤나의 피부 위로, 히드라의 낙인이 마치 애교점처럼 자그마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라마티쿠스는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카발의 대변자는 누구인가?” 알파리우스가 단상 위를 가로질러 카발에게로 다가가며 물었다.
“카발의 모든 의지는 제 입을 통합니다.” 그’라트로가 구기를 딸깍거리며 말했다. “알파리우스 전하, 우리 요원의 말이 옳습니다. 이것은 대사(大事)를 함께하기에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카발은 전하의 공격적인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 카발은 나와 대화를 하기를 원했지. 그러니 이 상황에 적응하고 대화나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알파리우스가 대꾸하였다.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대체 무엇이 그리 중요하기에 그리고 열심히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려 한 것이지?”
카발의 대변자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라트로의 뒤편에서, 나지막이 줄인 기묘한 어조로, 카발의 구성원들이 서로와 상의를 나누었다.
“경계심을 늦추지 말도록.” 페크가 셰어에게 말했다. 볼터는 외계인들을 향해 겨누고 있는 채였다. “놈들이 무슨 장난질을 부리는 기색이 느껴진다면…”
셰어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이킥 활동이 벌어지고는 있습니다만, 순전히 대화의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딱히 폭력적 의도를 띈 것은 없군요.”
“만약 변화가 생긴다면 알려주게.” 페크가 말했다.
웅웅거리며 웅성이던 외계인들의 목소리가 멈췄다. 그’라트로가 알파리우스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전하께서 만드신 이 상황은 개탄스럽습니다만, 카발에서는 대화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라트로가 말했다. “격정과 호전성은 인간 종족의 전형적인 특징이니까요.”
“시작해라.” 알파리우스가 말했다.
“카발은 알파 리전 군단 아스타르테스의 프라이마크와만 직접 대화할 것입니다.” 그’라트로가 구기를 떼었다.
“지금 그러고 있지 않나.” 알파리우스가 말했다.
“모든 프라이마크와 말입니다.” 그 곤충형 외계인은 말했다.
알파리우스의 입이 멈칫하였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알파리우스가 되뇌어 말했다.
“우리를 겨누고 계시는 그 총구를 고려하면, 신뢰의 증거를 보이셔야 할 것은 이제 전하 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라트로가 말했다. “저희 사이에 진실된 비밀을 나눌 수 있을 것임을 보여주는 증표를 보여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알파리우스는 잠시 그’라트로를 노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번뜩이는 암청색 잠입용 갑주를 입고 있는 오메곤이 천천히 단상 위로 걸어 올라와, 알파리우스의 곁에 섰다. 소네카와 룩샤나의 사이로 곤혹스러운 시선이 짧게 오갔다. 그라마티쿠스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둘이 더 자라나리라.” 그’라트로가 말했다. “테라인 황제의 유전 아들들 가운데, 오직 전하만이 쌍둥이시군요. 두 전하 모두가 프라이마크시군요. 두 개의 육신에 나누어진 하나의 영혼.”
“우리 군단 외부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 오메곤이 말했다.
“우리가 가장 극비로 지키는 비밀이니.” 알파리우스가 말했다.
“너희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지?” 오메곤이 물었다.
곤충형 외계인의 구기가 꿈틀거렸다. “지난 수십년 간 행적이 알려진 모든 프라이마크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대조하여 본 덕분이지요. 조사를 통해 저희는 프라이마크들 가운데 장자와 막내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호루스 전하께서 그 일을 행하시면, 두 전하께서는 그 일을 막으실 것입니다.”
“호루스가 무슨 일을 행한다는 건가?” 알파리우스가 말했다.
“호루스 전하께서는 이 은하계를 불태우실 것입니다.” 그’라트로가 말했다. “그리고 내전에 불씨를 붙이시겠지요.”
“이단(heresy)를 지껄이는구나!” 오메곤이 으르렁거렸다.
“바로 그렇습니다.” 카발의 대변자는 그리 대꾸하였다.
알파리우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헛소리로군. 네 이전에 너희의 요원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너희 역시도 곧 다가올 전쟁과 거대한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는구나. 너희가 이야기하는 분열은 일어날 리가 없는 것이다. 호루스 루퍼칼은 워마스터이다. 황제 폐하의 오른팔이요, 그 누구보다도 충성스러운 신하란 말이다. 호루스가 무엇을 행하던, 그것은 황제 폐하를 위한 것일 것이다.”
“내 생각에는 오히려 너희가 이딴 헛소리들을 통해 우리 사이에 분열의 씨앗을 심으려 하는 것 같군.” 오메곤이 카발의 대변자에게 말했다. “제국의 기반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이겠지.”
“헛소리가 아닙니다.” 그’라트로가 말했다.
“근거도 없을뿐더러 모욕적인 헛소리다!” 오메곤이 사납게 말했다. “세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도 않고, 애매모호한 단언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 아닌가.”
“이미 예언된 사실입니다.” 그’라트로가 말했다.
“또 그 소리군!” 알파리우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환시이니, 신접이니 하는 소리를 할 셈인가? 그 따위 예언들은 무가치할뿐더러,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다! 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헛소리란 말이다! 미래란 알 수 없는 것이며, 그렇기에 너희는 우리에게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를 못하는 것이다.”
“아뇨.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라트로가 말했다. “증거를 보시길 원하신다면, 저희의 천안을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말인가?” 오메곤이 경계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라트로가 말했다. “먼저 저희의 함선을 이 정류지로 이끌고 와, 두 전하와 함께 승선하여야 합니다. 신뢰의 표시로서, 두 전하의 일행께서 무장한 채로 저희와 함께 이동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는 전하께 알려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알파리우스 오메곤 전하. 전하께 보여드려야만 합니다.”
““그렇게 하라.”” 알파리우스와 오메곤이 동시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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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샤나는 진짜 식스센스급이었네ㅋㅋㅋㅋ
룩샤나는 알파 리전에 붙잡힌 이후에 포섭이 된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이미 포섭이 되어 있던 상태에서 그라마티쿠스를 멕였던 건지...
어느 쪽이든 소름끼치네 요망한 년ㅋㅋㅋㅋㅋ
그라마티쿠스 호구마티쿠스 되어버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한번 벗겨 봤어야지ㅋㅋㅋㅋㅋ
야쓰만 몇번 했을텐데 어떻게 저걸 숨겼냐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