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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마린이 되기 위해 오늘도 체력 단련에 여념이 없는 훈련생도들. 이들이 있기에 제국의 미래는 밝다.)




먹구름 낀 하늘은 천둥소리로 가득했다.

비는 바람에 날려 비스듬히 추위와 함께 내렸다.

세찬 비가 들이치는 넓은 훈련장엔 빗물이 락크리트 바닥에 튀겼고,

빗방울에 반사된 빛이 주변에 흩뿌려졌다.

저 멀리 첨탑들이 보였다. 이피게니스, 틸레온, 모르보.

그들이 뿜어내는 선명한 불칫은 밤의 어둠과 폭우 그리고 자욱한 안개에 가려 흐릿하게 보였다.



스물네명의 소년들이 한 줄 서서 폭우 속에서 떨고 있었다.

모두 회색빛의 얇은 옷가지만 몸에 두른 채였다.

가장 어린 소년은 일곱 살이었고, 가장 나이가 많은 이도 많아봐야 아홉 살 정도였다.

그들 모두 턱을 쳐들고 두지 어린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봤다.

빗물이 그들의 경직된 얼굴을 타고 흘렀다.



하렌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추위에 몸을 떨었다.

추위에 강하다는 스칸드마크 출신인 그 역시 마른 몸을 떨며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하렌은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주먹을 움켜쥐고 손톱으로 손바닥을 지압하면서 버텼다.

그의 양옆에 있는 소년들도 자신과 똑같이 하고 있는걸 알 수 있었다.

트레비, 아마다, 케넷. 그들 모두 추위, 어둠, 피로 그리고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애를 썼다.



후퇴는 없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북쪽의 춥디추운 고향땅에서 그를 데려온 남자가 해줬던 말이다.

남자의 손에 이끌려 그는 데라 반대편을 가로질러 훈련 센터가 있는 이맘도에 도착했다.

나중에 그는 이 말이 그들 사이의 신조이며,

전투 형제들이 전투에 임박했을 때 자신들끼리 되뇌이는 말 임을 알았다.

이 신조는 군단이 어떤 순간에도 퇴각하지 않는단 의미였다.

그는 이를 믿고 싶었다.

신조가 그들을 영광스럽고 우러러 보는 존재로 거듭나게 한 것 처럼,

그 자신도 그들 처럼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번 시험은 너희들의 인내심을 시험할 것이다." 교관이 말했다.

짧게 깎은 머리와 엄격한 표정의 남성이 줄 한 켠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소년들을 바라봤다.

하렌은 처음엔 그를 매우 싫어했다. 훈련생 모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저 교관에게 별 감정이 없었다.

그는 그저 삶에 놓인 무수한 장애물 중 하나에 불과했다.

지난 두 달 동안 하렌은 시험 받고, 견뎌 내고, 얻어맞고, 벼려지고, 모욕 당하고, 진이 빠졌다.

지금까지 있던 고난들은 더이상 그를 상처 입힐 수 없었다.

오히려 그것들은 하렌에게 그의 목표를 상기시켜 주는 자극제였다.

이제 조금만이면 된다. 오랜 인고 끝에 정말로 끝이 보였다.



교관이 고개를 들자 비가 그의 얼굴을 때렸다.

그는 마치 불쾌하다는 듯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잘 알아둬라. 절대로 다른 형제들을 돕지 마라. 이건 개별 운동이다. 징이 울리며 시작한다."


하렌은 몸의 긴장을 풀려 했다.

그는 자신들 앞에 놓인 락크리트 아레나를 바라봤다.

길고긴 원형 트랙이 훈련장 가장자리에 위치했다.

주행로엔 비탈길, 구덩이, 벽, 물로 그득한 터널 등의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 까지 같은 코스를 몇 번이고 뛰어다녔다.

어느 날은 하루에 두 번도 뛴적이 있었다.

트랙 안의 모든 크레바스와 진흙 웅덩이가 그에겐 이미 익숙한 것이었다.



그는 시험이 얼마나 오랫동안 치러질지 궁금해 했다.

그들이 설계한 프로그램은 훈련생 중 가장 약한 자를 걸러내기 위해,

충분히 긴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을 고려해봤다.

추위 속에 벌벌 떨면서 서 있었던 건 최악이었지만, 대부분의 면에서 양호했다.

그의 근육은 달리기에 충분히 단련되었다.


트레비가 그의 곁에 와서 자세를 잡았다. "행운을 빌게."


하렌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배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마치 근육의 긴장이 심장까지 퍼진 듯 했다.


징이 울렸다.


소년들이 앞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들 누구도 섣불리 앞서 나가지 않았다.

모두 이 시험이 얼마나 고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 누구도 꾸물거리며 달리지 않았다.

모두 그러한 불충한 노력에 어떤 처벌이 가해지는지 알기 때문이다.

24명의 소년들이 트랙을 따라 달리면서 호흡 주기를 안정시키고,

코로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내뱉었다.

소년들은 서로 느슨하게 거리를 두며 한데 모여 달렸다.

축축하게 젖은 바닥이 운동화에 밟혔다.



하렌은 무리 중간에서 보조를 맞춰 뛰었다.

그는 정신을 반 쯤 놓은 상태로 달렸다.

고된 활동에 적응하려면 머리를 비우고 보폭에 맞춰,

짧은 말을 외는게 효과적이었다.


후퇴는 없다. 후퇴는 없다.


몇몇 소년들이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아마 너무 오랫동안 추운 곳에 있어서거나, 몸을 비에 적신 상태였거나,

아니면 저번 활동에서 부상을 입어서일 것이다.

하렌은 그들에게 관심을 줄 틈이 없었다.

그는 고르게 뛰면서 비탈길을 오르고, 구덩이를 뛰어넘고,

팔을 위로 뻗어 담을 넘어 몸을 던져 담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는 뛰는 주기에 몸을 맡기고, 심장과 폐가 규칙적으로 박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잠시 상념에 빠졌다.

예전 삶을 잊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금발에 쪽진 머리를 하고 발갛게 홍조를 띠던 어머니,

정수리가 슬슬 허전해 보이던 아버지,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유독 눈썹이 진했던 누나.

이번 운동은 지가간 것을 잊어버리게 도와주도록 설계되었지만,

기억이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되살아나는 법이었다.

하렌은 이따금씩 자신이 그들을 완전히 떠나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어쩌면 증강 수술을 받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가 아는 바로는, 수술은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정신을 깨끗이 정화시긴다고 들었다.


후퇴는 없다.


그는 계속 달렸다. 원형 트랙은 몇 바퀴고 계속 뛰었다.

그의 근육이 경련하기 시작했다. 무릎에 난 상처가 시렸다.

찬공기가 들어가자 폐가 욱신거렸다.

트랙을 한 바퀴씩 돌 때마다 고통이 한데 모여 그를 괴롭혔다.


시작한지 두시간이 경과하자 소년 한 명이 쓰러졌다.

숨을 쉴려고 할 때마다 온몸이 경련했다.

비를 맞는 가운데 사지를 떨고 있었다.

수행원들이 그를 부축해 밖으로 옮겼다.



하렌은 쓰러진 소년을 보곤 적잖이 놀랬다. 소년이 너무나 나약해 보였다.

만약에 그가 병에 걸려서 쓰러졌다면 발탁은 물 건너 간 셈이다.

이제 그는 어떻게 될까? 그들은 이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그를 집에 돌려보낼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후퇴는 없다.


조금 나중에 다른 한명도 낙오되었다.

곧바로 몇몇 이들이 달리기를 포기했다.

그들 모두가 허탈감에 기진맥진한 눈치였다.

이들은 곧바로 트랙 밖으로 끌려 나갔다.



하렌은 어느새 선두에서 뛰고 있었다.

자신의 호흡을 유지하면서 성급히 가속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비탈길을 뛰고 나면 멀리 까지 가고 나서야 숨이 가다듬어 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

발을 떼는 게 점점 무거워졌다. 가슴 근육도 경직되어갔다.

머리도 지끈거렸고, 헛구역질이 나왔다.

트랙을 달릴수록, 빗소리가 마치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아마다가 다음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의 마르고 지친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케넷도 얼마 안가 아마다를 따라 달리기를 포기했다.

트랙 한 켠에 쓰러져서 숨을 헐떡거리는 두 명의 모습이 마치

바닥에 떨어진 파리 꼴이었다.

하렌 역시 갈수록 몸에 힘이 빠졌다. 호흡도 거칠어졌다.

발바닥은 매번 땅바닥에 닿을 때마다 아팠으며,

무릎은 충격이 올 때마다 찌를 듯이 쑤셨다.

당장이라도 쉬고 싶었지만,

운동 종료를 알리는 두 번째 징이 아직 울리지 않았다.



트레비가 바로 앞에서 뛰고 있었다.

하넨이 그의 얼굴을 언뜻 보자, 고통에 비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겨우 여섯 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

두 명은 다리를 절면서 멀찍이 뒤따라 오고 있었다.


고통은 더욱 격렬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타르 웅덩이에 빠진 듯이 힘겨워졌다.


후퇴는 없다.


그의 시야가 칠흑 같은 수렁처럼 어두워졌다.

맥박이 그의 관자놀이에서 넘실거렸다.

이미 시야에선 트레비가 사라져 있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였다.

이제 그는 잡생각을 끊고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턱이 느슨하게 흔들렸다. 팔은 축 쳐진 채 몸에 매달려 있었고,

허벅지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몸이 이따금씩 앞으로 쏠렸다.



분명 징이 울렸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머리를 숙이고, 발을 힘겹게 내딛으며, 그는 계속 달렸다.

그렇게 폭우를 맞으며 검은색의 뭉툭한 벽을 향해 달렸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벽을 뛰어 넘으려 했지만,

벽 어디에도 손잡이가 잡히지 않았다.

그는 추위가 얼어붙은 손으로 벽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잡고 올라갈 벽 틈을 찾으려 애썻다.

그러나 틈은 커녕 그저 반복되는 빨간색과 검은색 원만이 보일 뿐이었다.

어떻게든 벽을 타고 꼭대기를 넘으려 했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그의 발을 디딜 곳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달리 락크리트 벽돌들이 너무나 부드럽고 곡선형이었다.



그는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리는걸 알아채지 못했다.

이윽고 자신이 코스를 이탈해 달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자신이 오르려 했던 벽이 사실 벽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백색 갑옷을 입은 전사임을 깨닫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하렌은 당황한 눈치로 거인의 발 앞에 주저앉았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거인이 자리에 우두커니 선채로 그를 내려다봤다.

그의 윤곽은 등 뒤의 광채로 인해 빛나 보였다.

공기 중의 물안개가 그의 갑주를 윤이 나게 했다.



"잘 해냈다." 거인이 즐거운 기색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기계가 낮은 음성으로 우르릉거리는 소리 같았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질머리로군."



하렌은 부끄럽게 보이지 않도록,

근육을 쥐어짜내 당당하게 보이려 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이 떨렸다.

저 멀리서 수행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는 게 들렸다.

그는 내심 자신이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었을지 궁금해 했다.


거인이 쭈그리고 그의 옆에 앉았다.

몸을 숙였음에도 그는 여전히 거대했다.

하렌은 자기 앞의 육중한 견갑에 시선이 갔다.

거기엔 늑대의 머리가 그려져 있었다. 늑대의 뒤엔 초승달이 위치했다.


"네가 마지막에 디딘 발," 거인이 말했다.

"그 근성을 계속 간직한다면 너도 언젠가 이 갑옷을 입게 될 거다. 그 16군단의 갑옷 말이다, 꼬맹아."


하렌은 그 자리서 의식이 날아갈 듯 했다.

온몸이 쑤시고, 팔다리가 너무 긴장해 얼어붙었다.

그의 폐는 숨에 차 헐떡였다. 이제까지 이런 식의 고통을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달-늑대의 장비를 보고,

거인의 복스 필터를 거친 목소리를 들으니 하렌은 상상할 수 있었다.

그 거인이 입은 파워아머와 비슷한 갑옷을 두른 채,

자신과 같이 빼어난 전사들 사이에서 전장을 향해 행군하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어느새 온몸의 아픔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순수한 행복감에 미소를 지었다.


저는 당신들처럼 될 겁니다. 멈춰선 채 생각했다.

호루스를 위해, 호루스와 황제폐하를 위해, 전 당신들 처럼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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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1. 나 완주하는 상상함 ㅋㅋ

2. 나 벽 넘는 상상함 ㅋㅋ

3. 나 '루나 울브즈' 되는 상상함 ㅋㅋ


달리기 하나로 21KB 쓸 수 있는 작가가 너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