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 Purge the Unclean
"심문관님과 그분의 사냥감 사이에 끼어들지 말아라. 트루퍼 양과 격렬한 싸움 사이에 끼어들지 말아라."
- 신성 빈디카레 사원의 암살자, 지정 명칭 "아맛"
두어 시간의 격렬한 전투 끝에 컬티스트들이 와해되었다. 비록 제국 정규군의 무구를 지니고 있었으나, 컬티스트들은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했기에 워아디언의 격한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다. 결국 컬티스트들은 전의를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쳤고, 워아디언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죽음을 선사해줬다. 전투의 열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양은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늦췄다. 잠시 지속되던 편두통만 제외하다면, 적들의 잔당을 처리하는 일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머리 위로 포격이 쏟아지기 전까지는.
"너희들... 휘파람 소리같은 거 안 들려?"
카울린이 창문 너머를 경계하는 도중 양과 로스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로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반면에, 양은 자신의 오라가 보내오는 불길한 예감을 눈치챘다.
"엎드려어-!"
양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로스와 카울린을 넘어뜨렸고, 그러고선 친구들을 팔로 꽉 감싸안았다. 지붕이 내려앉으며 우그러지는 동시에, 전신에 퍼져나가는 고통과 더불어 웅웅거리는 이명만이 세상을 가득 메웠다. 귓가에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이명 사이로 드문드문 비명이 들려왔다. 양과 전우들 위로 한쪽 벽이 내려앉았고, 육중한 무게가 그들을 꼼짝없이 바닥에 짓누르고 있었다. 양은 양팔에 오라를 흘려넣으며 머리 위의 돌무더기를 들어올렸다. 양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콘크리트 잔해를 옆에다가 치워버렸다.
"괜찮아?!"
양이 다그치듯 물어 보았다. 갑자기 쏟아져내린 포격 때문에 비몽사몽한 카울린과 로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어비스가 고함을 치고 있었으나, 양은 그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엘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며 무기를 되찾기 위해 바닥을 더듬거렸다. 무너져내린 벽에 깔려 짓뭉개진 한 워아디언의 머리에서 허여멀건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번째 포격이 모래 위에 내려꽂히자, 짙은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며 날카로운 파편이 벽에 틀어박혔다. 카울린과 로스가 서로를 껴안고는 피범벅이 된 바닥에 고개를 파묻듯 숙이며 웅크렸다. 포격의 충격에 주위의 벽이 진동하며 흔들렸다.
"여기서 빠져나가!"
로스와 카울린이 두 손으로 귀를 꼭 틀어막은 채 멍하니 양을 쳐다보았다. 양은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도시 안으로 더 많은 포탄들이 쏟아져 내리자, 벽에 균열이 일어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젠장! 더 많이 쏟아지고 있잖아!" 양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친구들을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짊어진 채로, 또 다시 포탄 세례가 쏟아지기 전에 재빨리 건물에서 벗어났다. 천지를 진동하는 포성이 울려 퍼지자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어디선가 튕겨나온 금속 파편이 시빌을 꿰뚫었다. 시빌은 플랙 아머 위로 삐죽 튀어나온 파편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양은 시빌의 멱살을 틀어잡고는 무너지는 엄폐물 바깥으로 그를 질질 끌고갔다.
조어비스는 양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단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 조어비스는 워아디언을 보이는 족족 가장 가까운 건물 안으로 던져 넣거나 끌고 들어갔다.
"대체 -젠장- 방금 그게 뭐였지?"
양은 친구들을 그나마 안전한 곳까지 끌고오느라 악물었던 이를 풀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소대원들이 잠시나마 안정을 취했던 건물이 허물어져 내렸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세 명의 감마 소대원들을 깔아뭉갰다. 조어비스는 간신히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폐허에서 빠져나왔다.
귓가에서 울려퍼지던 이명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가장 먼저 들린 말은 부상병들이 괴로워하며 내뱉는 울음이 뒤섞인 비명 소리였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젠장할. 너무 무력해.'
누군가가 소리쳤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바실리스크다!" 조어비스가 내뱉었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바실리스크가 없잖습니까!' 카울린이 외쳤다.
"빌어먹게 멍청한 새끼 같으니!" 소대장이 카울린이 쓴 헬멧의 뒤통수를 치며 소리쳤다. "저건 아군의 것이 아니다! 현지 방위군이 배신한 거다!"
"아, 제기랄." 로스가 힘없이 중얼거리며 벽에 등을 기댔다. 카울린은 기도문을 중얼거리며 외웠고, 마엘은 배신자들을 떠올리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성호를 그었다. 양의 귓가에 자리잡은 마이크로비드가 지직거렸다. 와이스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이 도시 전체가 함정이였어. 홀리 테라시여! 내가 너무 멍청했어!" 와이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이스?"
"난 괜찮아!" 마이크로비드 너머의 와이스가 대답했다. "이제 내 말 잘 들어. 빨리 저 바실리스크 포대를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난 지금 네 도움이 필요해."
모래 바닥 위로 포탄이 작렬하면서 땅이 이리저리 요동쳤고, 짙은 회색빛 모래덩이가 허공에 흩날렸다. 몇몇 워아디언들이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내가 뭘하면 되는데?"
"[스피릿] 전차를 타고 가는 중이야. 거기서 준비하고 있어."
포격. 천둥소리.
이 소리들은 그에게 익숙한 소음이 아니었다. 새하얀 캔버스 위로 붓이 움직이는 소리와 조용히 울려 퍼지는 엑시투스 저격총의 소음. 바로 이 소리들이 그가 진정으로 익숙하게 들어왔던 것이었다. 심문관님께선 공공연한 싸움을 좋아하지 않으셨고, 전장에서 살아가는 분도 아니셨다. 거대한 대포들이 육중한 포성을 내뿜으며 죽음을 노래할 동안, 전장의 열기가 심문관님을 덮쳤다. 트루퍼 양은 아직 살아있었다. 거센 포격의 영향으로 도시에서 피어오르는 회색 먼지구름 사이로도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황량한 폐허 위로 내려앉은 고요함과 대비되는 밝고 눈에 띄는 색깔, 양은 봉화 그 자체였다. 도시 안으로 돌격하는 양의 모습은 영광스러운 광경이었다. 양은 마치 신-황제 폐하께서 강림이라도 하신 것처럼 격렬히 싸웠다.
그러나 잇달아 몰아치는 포격이 걱정스러웠다.
아맛은 양을 살려두라는 명령은 받지는 않았다. 만일 양이 카오스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경우에 그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만약 아맛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양의 경이로운 실력이 무색하게도 쏟아지는 포탄들이 그녀를 으깨버릴 것이다. 포대는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저격총의 사정거리 안에 충분히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거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망설임. 숙고(熟考).
주어진 명령을 거부하는 것인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아맛은 양이 사악한 악의에 물들 확률은 극히 낮다고 여겼다. 지금 목표를 처리하는 데 들이는 몇 분 정도의 시간에 비한다면 더 낮을지도 모른다. 심문관님께서는 아맛을 믿고 있었다. 어떻게 명령을 처리할지는 전적으로 아맛의 몫이었다.
아맛은 도시에서 시선을 돌리며 자세를 바꿨다. 도시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감히 황제 폐하의 빛을 등진 배신자들에 의해 오염된 상태의 바실리스크 자주포들이 방열되어 있었다.
역겨움. 혐오.
이제 저 배신자들에게 죽음을 선사할 시간이었다. 비록 모든 포대를 박살낼 정도로 탄약이 많지는 않았으나, 포격 속도를 현저히 늦출 수는 있었다.
아맛은 엑시투스 저격총의 머신 스피릿에게 부디 자신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도록 간청하면서 진심어린 기도를 올렸다. 새하얀 마스크 밑의 입술이 주문을 읊으며 달싹였다. 장황한 기도문은 아맛이 집중하도록 도왔다. 그저 기도문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맛의 조준은 완벽했다.
"그리하여 그분의 분노가 나의 손을 인도할지어니, 기꺼이 당신의 뜻에 따르리라."
아맛은 기도를 끝마치며 심장박동을 늦췄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힘을 주자 죽음을 알리는 총성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개머리판이 어깨를 거세게 밀어내는 동시에,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약실에서 솟아나온 탄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터보-페네트레이터 탄환이 목표물에 적중했고, 바실리스크의 강철 차체는 물론이요, 그 안에 타고 있던 조종수와 뒤쪽에 있던 탄약 상자까지 꿰뚫고 지나갔다. 프로메튬 공장처럼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넘실거리는 불길이 기다란 포신을 집어삼켰고, 결국 포신은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했는지 이리저리 뒤틀리며 녹아내렸다.
"이로써 황제 폐하께서 그대들을 용서하리라."
아맛은 익숙한 듯 새로운 탄환을 약실에 밀어넣었다. 다른 이동식 자주포가 조준경 안으로 들어오자 아맛은 조준을 수정했다. 조준경 너머로 혼란에 빠진 이단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질서. 공포.
아맛이 살짝 미소를 짓자 그의 새하얀 이가 드러났다. 철컥, 하며 방아쇠를 당겼고, 총성이 울려퍼지며 총구가 번뜩였다.
"이로써 황제 폐하께서 그대들을 용서하리라."
아맛이 조용히 읊조리며 자신의 재능이 꽃피워낸 정화의 불꽃을 지켜보았다.
얼마 안 있어, 아맛은 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의 단순함을 즐겼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이름 아래에 선한 일을 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금 옥좌시여, 임무를 이행하는 것은 너무 즐거웠다.
와이스는 자기가 보낸 저 어새신 써먹을 생각은 못한건가? - dc App
사이커 양을 감시하기 위해서 따로 빼놓았죠. 감시 겸 호위로.
근처에 있을 테니 전화 한 통 때려서 야, 거기서 저거 못 잡냐? 할 순 있잖음 - dc App
뭐... 제가 작가가 아니라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냥 데려온 기갑부대 쓸려고 했겠죠. 통신거리 밖일 수도 있고. 애초에 작중에서도 알아서 포대 처리하고 있는데요.
글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