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후 이야기 시리즈 링크



대체 얼마만인가.


행성의 대기를 맛보는 것은.


항성의 빛을 맨몸으로 느끼는 것은.


현실우주의 감각을 영혼으로 느끼는 것은.


두 명의 아나테마, 시체 황제와 죽음의 신의 개들의 간계에 빠져 이 저주받을 보석에 대체 얼마동안 같혀있던 것인가.


대체 얼마동안이나, 하찮은 필멸자들의 속임수에 빠져 부활하지도 못하고 이 빌어먹을 봉인에 속박되어 있던것인가.


이제 이 기나긴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


놈들을 몰랐을테지.


아무리 철저하게 봉해놓은 그릇일지라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는 약해진다는 것을.


한 번 금이 간 이상 새는 물을 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한 번의 균열이라도 간 이상 나의 해방은 곧 필연이 된다는 것을.


이제 이 은하계는 나의 복수로 불타리라.


하찮은 필멸자 놈들은 내게 거역했던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제 은하계는 나, 첫번째 자손이자, 악마들의 대공이요, 최초의 승천자인 나, 벨라코르의 분노로 불탈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던게 불과 10년 전이었다.


지금의 그는 아무런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행성에서 혼자 앉아서 고뇌하고 있었다.


봉인에서 풀려난 직후 그가 처한 은하계의 상황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라져 있었다.


주변에 자신의 추종자들도, 적수도 없는 현실에, 처음에는 이게 또 무슨 신들의 간계인 것인가하고 그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약 10년동안 은하계 구석구석까지 탐색한 결과, 그제서야 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은하계 속에서 군웅할거하던 세력들은 이미 한참 전에 멸망한지 오래였다.


지금은 이젠 그저 그들이 존재는 했었구나라는 사실을 겨우 알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흔적들만 보일 뿐이었다.


어떤 것들은 이미 멸망했고, 어떤 것들은 짐승만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했고, 어떤 것들은 이미 이 은하계를 떠나버렸다.


동시에 자신에게 축복을 내려주고는 농락하고 능욕하던 4명도 오래 전에 굶주려서 소멸한지 오래였다.


지금은 그들을 기억하는 존재조차 거의 없었다.


대체 내가 얼마동안 봉인되었기에 이들이 전부 잊혀진 것인가?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정신은 허무감과 난감함에 집어삼켜졌다.


그리고 그는 의문을 품었다.


허면 자신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승천시켜준 4명과 카오스가 소멸했음에도, 어째서 자신은 공멸하지 않고 지금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어째서 나는 온전히 그대로 남은 것인가?


고뇌한 결과, 아마도 그들에게서 똑같이 축복받은 나머지 자신이 완전하고 유일무이한 언디바이디드가 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는 결론지었다.


신들이 멸망한 지금은 그로부터 아예 완전히 해방된 것일 거라 그는 생각했다.


허나 그토록 소원했던 불멸성을 얻었음에도, 그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은 그저 단순히 영원한 존재성을 원했던 게 아니었다.


그는 현실과 워프의 모든 존재가 자신을 섬기며 절대복종하는 노예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숭배받음로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4만년대의 강성했던 필멸의 세력들은 이미 은하계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자신을 속박했던 폭군들도 사라지고, 자신을 섬기도록 굴복시키려 했던 노예들조차 사라졌다.


빼앗아야할 왕관도 차지해야할 옥좌도 이젠 없다.


이제는 어찌해야 되는가.


자신이 화풀이하고 복수해야할 대상도, 노예로 만들 대상도 영원히 사라져버린 지금은 어찌해야 되는가.


자신보다 높은 존재에게 아양부려야 불멸성을 얻을 수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서야 정작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작 자신이 최고로 원하는 것을 얻고나서야, 그는 필멸자들이 그러했듯이 자신의 존재에 큰 고민을 품었다.


이젠 주어진 수명도 없는 데 이젠 무엇을 해야할까.


이젠 자신에게 정해진 파멸의 운명도 없는데, 이젠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일까.


아무런 뒷생각도 없이 오로지 불멸성을 추구하던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의의에 대해서 고민했다.


자신을 초월하던 존재들조차 이미 사라졌는데, 그러면 자신조차 의미없이 소멸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공포에 빠졌다.


자신도 언젠가 그들처럼 잊혀지는 것이 아닌가?


자신도 어쩌면 영원한 망각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약 1년 동안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앉은 침묵 속의 고뇌의 끝에, 그는 답을 냈다.


자신이 새로운 시작이 되면 된다.


쓸 왕관이 없다면 자신이 직접 주조해서 쓰면 된다.


앉을 옥좌가 없다면 자신이 새로 세워서 앉으면 된다.


오히려 신들이 사라진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다.


이젠 주인이 없는 은하계를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정점에 오르기 위한 자신의 무대로 만들면 된다.


멸망해버리고 활기를 잃은 이 우주를 다시 한번 더 불멸자들이 필멸자들의 사이를 활보하던 시절로 되돌리면 된다.


설령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차근차근 해내가면 된다.


한 때 빛났던 인류제국도 처음에는 하나의 자그만한 행성에서 시작되었는데, 자신이라고 뭐 못할게 있겠는가.


일단은 은하계의 과거를 잊고 나약해져버린 지금의 필멸자들에게 자기들을 뛰어넘은 불멸의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면 된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자신을 신으로 숭배하는 추종자 집단을 만든다 하더라도, 다른 초월자가 나타난다면 자신의 지위에 의심을 품는 균열의 씨앗이 필 것이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항상 최고여야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다른 불멸자들과 자신을 비교할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간단했다 - 과거 카오스의 4대신이 그러했듯, 만신전을 세우면 된다.


이 은하계에 흩어져있는 초월자들을 모아 자신의 수하로 만들면 된다.


그런 불멸의 존재들 중에서 자신이 으뜸이라는 것을 계몽시켜주면 된다.


과거의 4명은 서로가 비등했기에 최고신을 가려내는 데에 실패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는 10년 동안 은하계를 탐색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분명히 일반적인 필멸자들을 뛰어넘은 비범한 존재들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을 뛰어넘을만한 존재들은 거의 없었다.


이들을 구슬리거나 복종시켜서 자신을 따르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자신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상의 존재, 즉 최고신이 되면 그만이다, 그는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들을 모아야 했다.


굳이 자신과 같은 악마가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다.


초인, 불사신, 반신, 초월자, 워프 크리처, 크탄, 신의 파편이든 그 어떤 것이든 좋다.


어차피 만신전으로 모이고 나서 그들도 신성(자신보단 못할테지만)을 얻으면 자신처럼 신격으로 올라설테니까.


제일 먼저 기억나는 것은 저 멀리 동떨어진 곳에서 침묵 속에서 우주의 먼지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외눈의 예언자였다.


육신과 영혼을 잃고 미쳐가는 기계종족의 일원이었던 그가 어째서 여러 크탄 조각과 융합해 반신이 되었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일단은 모집 후보에 올려야겠지.


그 다음에는 운명의 건축가의 비서이자 오른팔이었던 두 머리의 마법사이자 또다른 예언자가 기억났다.


주인이 소멸했음에도 공멸하지 않고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는 미스터리였지만, 놈도 외눈 예언자와 마찬가지로 이젠 지긋지긋하다며 스스로 차원 감옥에 들어가 봉인되어 있었다.


서로 둘다 예언자라는게 겹쳤지만, 그래도 일단은 만신전을 만들어야하니 모아둬서 나쁠건 없었다.


딱 하나 자신과 비등할지도 모르는 오로지 탐식만을 아는 그 벌레도 후보에 올려야 하나 싶었지만, 놈은 이미 이 은하계를 떠났으므로 모집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황무지 행성에서 본 외로이 박혀있던 제국의 파멸은...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지금쯤이면 이미 소멸했으려나, 일단은 확인해봐야겠군.


어쩌다가 본 여명검을 든 붉은 슈트에 탄 불사신 생존자도 포함시키면 나쁠 것 없다.


그 다음은 혹시 아직 살아있을지 모르는 아나테마의 아들들이었다.


놈들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머나먼 과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죽을 놈들이 아니다.


이전엔 죽을 각오로 싸운데다가 설령 만나게 되면 바로 덤벼들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은 아량이 넓으니 그들을 설득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초월성을 얻은 존재들을 찾아나서려면 기나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설령 만났다 하더라도 '설득'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불멸을 얻은 자신에게 시간이란 무의미한 것이니.


그는 인내심이 강했다.


과거 장막 뒤에서 여러 대사건들을 은밀히 조장하고 짜맞춰왔듯이, 지금도 똑같이 하면 된다.


몇천년, 몇만년이 걸리든 상관없다.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하든 상관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그 어떤 수단과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쌓아올린 옥좌 위에서 자신은 은하계를 내리볼 것이다.


마테리움과 이마테리움의 모든 세계를 장악하는 최고신으로서 이 우주를 거머쥘 것이다.


그렇게 새로이 야망을 품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밤하늘 사이로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날개를 펴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날아갔다.


그리하여 은하계 최초이자 최후의 데몬 프린스는 다시 한번 더 신들의 시대를 펼치기 위해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을 떠났다.


본디 어둠의 악마가 만들게 될 세계는 광기와 파멸로 가득찰 테지만, 카오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이상 그가 만들게 될 세상은 무엇이 될지 모른다.


어쩌면 똑같이 지옥같은 악몽일지도, 아니면 영광스럽고 새로운 신화가 쓰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제 도래하게될지조차도 아무도 모른다.


늘 그렇듯, 그 해답은 미래만이 알고 있을테지.















멸망하고 나서야 봉인 풀렸는데 전부다 멸망한 사실에 현타온 벨라코르가 새로운 만신전을 만들자고 결심한 이야기...인데

이젠 필력도 다 떨어지고 소재를 살릴 능력에 한계가 오니까 이딴 쓰레기가 나오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