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부드럽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지푸라기와 진흙으로 지어진 집들의 굴뚝에서는 저녁 식사를 만들어내느라 빚어나오는 연기들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었기에 소년은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흙속에서 튀어나온 부패한 팔들이 소년의 발목을 잡아버렸고, 땅이 갈라지며 말라 비틀어진 시체들이 몰려나와 소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늘과 함께 풀밭으로 뒤덮인 언덕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황제는 갑작스러운 꿈으로 인해 뇌파의 상승과 함께 무의식으로 강한 사이킥을 방출하고 말았다.


옆을 보좌하던 커스토디안들과 기계교 사제들이 당황하는 것을 보자 황제는 왜 그들이 악몽을 꾸고 일어난 자신의 모습에 저리 당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호루스의 일격을 맞고 황금 옥좌에 안치된지 어연 수십만년이 지난 지금까지 황제는 자신의 옥좌로 끌려온 사이커들의 생기를 공급받으며 아스트로노미카의 불빛을 유지해야만 했다.


황제는 한때 그가 원치 않는 방법으로 숭배받은 나머지 13번째 아들의 몸에 깃들어 너글의 정원을 불태워버린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오래전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그럴 힘을 공급해줄 사이커들의 수도 많이 줄어버렸고, 그가 인류의 시대를 위해 정복하려 했던 존재들은 점차 무너져가고 있었다.


엘다, 자신의 아들 중 하나인 불칸이 그토록 증오하던 종족은 인나리의 이름 아래로 연합하여 그들 스스로 빚어낸 죄악의 정점을 죽이려하지만, 그 존재가 집어삼킨 그들의 유산을 다시 되찾을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미래를 본다는 그들이 어찌 그들의 앞길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


황제는 자신의 사지 중 일부가 멀쩡했다면 웃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종족들의 현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오크, 황제는 자신의 세 자식들과 그들의 군단을 전부 궤멸시킬 뻔 했던 가르쿨 블랙팽과의 결투를 아직도 잊지 못했다.


어쩌면 그가 이끌던 오크가 은하계의 주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었으며, 끊임없이 몰아치는 녹색 물결이 카오스까지 집어삼켰을지도 모를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가축으로 키우던 스퀴그보다 더욱 퇴화해버렸고, 일개 야생 동물들마냥 돌아다니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끔찍한 녹색 물결이 이젠 성가신 빗줄기로 전락했구나.'


황제는 폐 부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면 오크의 말로를 한숨 쉬며 이야기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이나마 했다.


네크론, 황제는 자신의 시대가 존재하기 이전에 은하의 지배자였던 이들이 신이나 다름없던 크탄들을 그들의 입맛대로 도구처럼 이용한 것에 대해 그들과 자신이 어느정도나마 닮았다는 것을 수만년 전에 인정했다.


네크론은 크탄을 도구로서 이용했으며, 크탄은 도구로 생각하던 그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황제는 프라이마크들을 도구로 취급했으며, 그들 중 하나였던 호루스의 손에 의해 최악의 미래를 맞이하고 말았다.


육신을 되찾으려다 미쳐버린 나머지 스스로 자멸해버린 그들의 말로를 생각하며 황제는 썩을대로 썩어버린 자신의 제국을 떠올렸다.


'눈 앞의 모든 것들을 도구로 이용하려는 자보다 어리석은 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황제는 자신의 손뼈에 거죽마냥 들러붙은 피부를 바라보며 육신을 갈구하던 네크론들의 욕망에 잠깐이나마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오스, 타이라니드와 견줄만한 은하계 최악의 존재 역시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슬라네쉬가 짊어진 혼돈의 힘이 너무나도 많아진 나머지, 카오스 신들 사이에 존재하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이는 곧 4대신의 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죄악을 짊어져아만 균형을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었기에 감당할 수 없는 힘들을 억지로 가지게 된 코른의 황동 옥좌는 녹슬어가기 시작했고, 수많은 흉계들이 기록된 젠취의 서재는 무너져내려갔으며, 너글의 부패한 정원은 점차 매말라가기 시작하였다.


인류와 함께 무너져가는 카오스를 바라보며 황제는 호루스가 자신이 직접 일군 어둠의 제국을 보면 어찌 절규할지 상상해보았다.


'보아라, 호루스. 너와 나는 너무나도 어리석은 존재였다. 그 어떤 존재도 결국에는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는 걸 우리는 인정하지 않았단 말이다. 우린 어리석었다. 오그린보다 어리석은 존재였단 말이다.'


황제는 호흡기에 의지하며 낮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아래로 기울였다.


이제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기 시작했기에 그는 천천히 수면상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