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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반은 파리우스 내무위병의 상등병이었다.


그는 그의 전임자가 적들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한 후 진급했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는 수 천 개의 노동 조직 중 하나를 맡게 됐다. 백여명의 지치고 정신적으로 상처입은 민간인들은 잔해들을 파헤치며 되는 대로 재건해 나갔다. 채찍을 든 서비터들이 그들 위에 서서 그들에게 의무를 수행할 것을 재촉했다.


그리고 자르반 상등병은 이방인과 만나게 됐다.


그의 노동자 무리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들을 끌어내고 있었다. 그들은 어제 여러 명의 생존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늘의 경우 생존자의 수는 별로 없었다. 내일, 그들은 우선 순위가 더 높은 구역으로 재배치 될 것이다. 이곳 하이브 섹터에서 통제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홀로 서 있는 루멘 유닛이 그림자 사이로 창백한 빛을 비추었다.


자르반은 그림자에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존재를 본 순간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이곳에 있어선 안될 존재였다. 그는 손전등이 달린 라이플을 들어 올리고, 인간의 형상을 가리켰다.


그 자의 피부는 창백했다.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는 여느 하이브 하층 거주민과 똑같았다. 그는 젊고 억세 보였다. 그의 머리는 군인처럼 짧게 깎여져 있어싿. 자르반의 눈이 재빨리 남자가 들고 있는 라스건으로 향했다. 하지만 남자는 총을 조준하고 있지 않았다.


'무기 떨궈! 당장! 무릎 꿇고! 두 손은 머리 뒤로' 남자는 자르반의 명령을 순순히 따랐다.


'관등성명을 대라' 상등병이 말했다.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멍한 눈으로 자르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르반은 남자가 아마 군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니폼이 없을 뿐이지, 군인다운 모습이었다. 그는 볼품없는 회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관등성명을 밝혀라' 자르반이 반복해서 말했다.


'이름과 계급이 뭐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남자가 말했다.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간 자르반은 그의 머리에 상처가 있는 걸 발견했다. 피가 상처와 뺨에 말라붙어 있었다. 분명 뇌진탕을 겪었을 것이다. 상등병은 가장 가까운 노동자에게 손짓했다. 그는 그들의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지 않았다. 그는 노동자 3명을 시켜 남자를 몸을 수색하라고 명령했다.


남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노동자 한 명은 남자의 무기를 자르반에게 건내줬다. 자르반은 라스건이 파리우스에서 사용하는 라스건이 아니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봤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라스건을 지난 몇 주 동안 충분히 봐왔다. 라스건은 큰 대가를 치루는 대신 강한 출력으로 사격할 수 있게끔 개조되어 있었다. 강한 열을 배출하기 위해 총열 주변에 여러 구멍들이 나있었다. 라스건에는 제국 포지 루시우스의 인장이 박혀 있었다. 공장은 크리그의 소유였다.


'이 총은 어디서 얻은 거지?'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그에게 문신이나 변이가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살피는 와중에도 그의 눈은 자르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노동자들은 남자가 깨끗하다고 보고했다. 그들 중 한 명이 그에게서 신분증을 발견했다. 상등병의 재촉에 노동자는 신분증을 띄엄띄엄 읽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어, 아르보라고 합니다, 아르보는...이 구역에 배치되었습니다. 3등급 노동자입니다'


자르반은 거의 실망할 뻔 했다.


"겨우 정비 노동자 한 명 때문에 호들갑을 떨었군' 자르반이 생각했다. 아르보는 분명 쓰러진 병사에게서 라스건을 주워 들었을 것이다. 아마 라스건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를 것이다. 자르반의 생각은 남자를 쏴버리고 의료진들의 시간과 고생을 아껴준다는 결심을 기울어지고 있었다.


대신 자르반은 라이플을 내려놓고 몸을 숙여 남자의 눈을 응시했다.


"충분히 깨끗하군" 자르반이 생각했다. 그는 일어나 그의 노동자들에게 다시 손짓했다.


'이 자를 서둘러 의료진들에게 보내게. 20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태형을 안겨주겠어' 이미 충분히 시간이 낭비됐다. 자르반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남자는 자르반 상등병의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그의 머릿속에서도 재빨리 잊혀졌다.




의료 시설은 다른 곳 만큼이나 매우 소란스러웠다. 위급한 외침과 서두르는 발걸음들, 그리고 돌봄을 받지 못하는 부상자들의 비명이 목이 막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시설'이라는 말은 이 장소에 대한 과대평가였다. 박살난 공장의 크레인과 승강기 사이에서 임시로 지어진 것에 불과했다.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벽을 닦아내며 수 백년 동안 뭉쳐진 떼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걸레로 바닥의 신선한 구토와 피를 닦아냈다. 초췌한 의무병들이 그들 사이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충혈됐고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으며, 사방에서 위급한 애원들이 그들을 불러 세우고 있었다.


아르보라고 불리던 자는 삐걱거리는 들것에 실려 있었다. 그는 들것에 누운 채로 소음이 그를 휩쓸게끔 내버려 뒀다. 소음들이 하나로 뭉쳐지며 그에게 필요한 수면을 막고 있었다. 그는 부패하고 병에 걸린 시신들의 악취를 맡았다. 가끔씩 깜빡 잠에 들다가 총성에 벌떡 일어나곤 했다. 그와 같은 환자들에게 있어서, 뇌에 총알 한 발은 가장 효율적인 치료법으로 여기지는 듯 했다.


몇 시간 동안 겨우 2명이 아르보를 눈여겨 봤다. 한 명은 어드미니스트라움의 사무원으로 보고서를 확인하며 세부 사항들을 데이터-슬레이트에 작성하고는, 혀를 차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또 다른 사람은 종교적 상징물들을 잔뜩 차고 있는중년의 여성으로 지난 번 노동자들이 그를 살펴본 것처럼 그에게 카오스 오염의 징조가 있는 지를 살펴봤다.


여러 훼방 속에서, 그의 정신은 최근에 있었던 일로 움직였다.




하이브 오푸스는 쪼개졌다. 하이브의 대포 소리가 멎었다. 데스 코어들은 그들의 참호 안에서 뛰쳐나와 앞으로 전진했다. 그들은 소화기 세례에 맞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해골-마스크를 쓴 병사들이 쓰러질 때마다, 2명이 더 나타나 죽은 병사의 자리를 채웠다. 그들의 돌격은 계속됐고, 막을 수 없었다. 비명지르는 광기의 파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적은 과잉의 추종자들로, 육욕의 쾌락에 빠진 자들이었다. 그들은 코어맨들의 강철과도 같은 규율의 일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황제의 신성한 복수의 얼굴 앞에서, 그들은 무너졌다. 컬티스트들로 가득한 구멍이 벌어졌고, 코어맨들은 구멍 안으로 그들의 총, 전투 단검 그리고 본인들의 힘을 퍼부었다.


전투의 맥박이 울릴 때마다 아르보의 머리 또한 울렸다. 그의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꼬, 그의 눈은 폭발하는 수류탄에 의해 섬광 실명에 당해 있었다. 피와 불, 코르다이트, 죽음의 악취가 그의 코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바닥에 배를 댄 채로 누워 있었다. 따뜻하고 끈적한 피가 그의 오른쪽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시야는 여전히 잔상이 실려 있었지만, 점점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형체들이 그의 주변 연기 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도 전선에 휩쓸리며 그는 잠시 의식을 잃었던 게 틀림없었다. 플랙 아머와 두꺼운 외투를 입은 데스 코어맨들이 그를 둘러쌌다. 그들의 군화가 그의 머리 옆의 잔해를 짓밟았다.


"저리도 비인간적인 모습이라니" 그가 생각했다. 그들의 얼굴은 눈동자마저 볼 수 없게끔 호흡 마스크로 감춰져 있었다. 현재 그가 누워 있는 곳에서, 그는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그들은 분명 그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왜 그를 돕겠는가? 그 또한 그들에게 있어서 낯선 이와 다를 바 없었다. 각각의 코어맨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게 되는 훈련에 따라 그의 망가진 전우들의 시신을 뚫고 적들을 명중시키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앞으로 전진, 계속 전진.


그리고 몇 분, 몇 시간, 어쩌면 며칠이 흘렀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사라져 있었다.


는 자신이 몸을 끌며 일어난 것도 겨우 기억해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홀로 남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고난 속에서도 그의 라스건을 붙들고 있었다.


그의 마스크는 삐딱하게 나가떨어져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 달린 호흡기는 망가져 있었다. 그는 외투를 벗어던지고 망가진 도구들을 버렸다. 공기의 상태는 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태어난 행성처럼 공기가 유독하진 않았다. 크리그와는 달랐다.


아르보로 알려지게 될 남자는 장갑 낀 손으로 그의 마스크를 들어 올렸다. 그는 텅 빈 해골 같은 눈구멍에 반사된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낯선 생각이, 불미스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자유였다.




아르보는 다시 현재로, 그의 병상으로 돌아왔다


의료진은 개조된 눈알을 가늘게 뜬 채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서비터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고, 서비터가 나타났다. 서비터는 거대한 피하 주사기 팔을 들어 올렸고, 안에는 혈청으로 가득한 실린더가 들어 있었다. 서비터는 거대한 주사기를 아르보의 배에 찔렀고 화학 작용이 그의 고통과 피로를 약화시키고 그의 정신을 날카롭게 만들어줬다.


'해산' 외료진이 그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르보가 그를 불렀다.


'아니, 잠시만요. 전 어디로 가야 하는 거죠?'


'더 이상의 치료는 불필요. 해산' 의료진은 다른 환자에게로 움직였다. 그는 아르보에게 등을 보였다.


'완치 불가능. 제거 권장' 의료진은 이번 환자에겐 그렇게 선고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아르보는 일어났다. 그의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노동자들이 의식을 잃은 여인을 그가 있었던 자리에 올려 놓았다. 그들의 풀이 죽은 눈동자는 그의 시선을 피했고 아르보는 그들을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는 너무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그의 신분증-정확히는 아르보의 신분증-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는 그들의 주소를 찾았다. 거주지? 확실치 않았다. 그는 단 한번도 이런 것들을 배운 적이 없었다.


다른 해산된 환자들이 줄에 합류했다. 줄은 어느 느긋한 중년 남성이 앉아있는 책상으로 이어져 있었다. 아르보는 건물 밖의 줄을 따랐다. 그는 누군가가 이 줄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을 엿들었고, 이 줄이 이어진 곳은 '거주지 및 노동 배치부'라는 말을 듣게 됐다.


'그는 줄 뒤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그가 입을 연 것은 겨우 한 번이었다. 그의 뒤에 있는 누군가가 본인의 삔 다리에 붕대를 감겨주지 않았다고 투덜거렸을 때이다.


'황제 폐하께선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신다' 아르보가 말했다.


'그리고 자원은 반드시 세심히 관리되어야 하는 법이다'


아르보는 소모된 의료 가방을 그의 의복과 함께 버린 것을 후회했다. 그의 머리에 난 상처를 소독할 수도 있었는데'



'이름과 신분 번호는?' 3 시간 후, 책상의 사무원이 말했다.


사무원은 데이터 슬레이트를 누르며 가끔씩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보는 기다렸다. 반쯤은 사무원이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변장을 눈치챌 거라고 예상했다.


'자네의 거주-구역은 몰수됐군, 자네를 새 주거지와 노동 조직에 배치하겠네' 사무원은 아르보의 신분증에 연필을 갖다 대더니, 그곳에 몇몇 수정을 가하고 다시 책상 너머로 밀었다. 사무원은 아르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손목 시계를 확인한 사무원이 말했다.


'자네의 첫 작업은 2600에 시작되네. 지금은 2418이지. 다음!'


공공 차량은 매번 의료 캠프를 떠났고, 캠프 밖으로 나온 환자들을 도시로 실어 날랐다. 이제 아르보는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지를 알고 있었다. 흐린 눈동자의 군중들 사이로, 아르보는 그와 같은 구역에 배치된 다른 6명의 사람들과 그들을 데려다 줄 내무위병과 그의 차량을 발견했다.


아르보는 불타는 산업 지구와 폐쇄된 도로 사이를 지났다. 그는 그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세상의 소리, 광경, 냄새를 들이켰다. 오직 소수의 크리그인들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이었다.


분명 망가진 세상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평화로운 세상이었다.


아르보의 새로운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