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곳이 햄갤 엑소더스가 도착한 피난처입니까?


첫글 기념 번역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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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Bhab) 요새, 세쿤두스 13일




세쿤두스의 13일이 되는 날, 테라를 향한 폭격이 시작되었다.


적은 의도적으로 첫발을 내궁의 중심부이자 인류의 황제 본인의 거처인 생툼 임페리알리스(Sanctum Imperialis)에 향해 발사했다.


포탄은 불의 노래를 내지르며 히말리아 상공의 대기권을 돌파했고, 황궁 방어진지들이 내뿜는 수많은 대공 포격과 방어용 레이저 빔들로 이루어진 거친 폭풍을 뚫고 들어왔다. 워마스터의 함대를 향한 공격이 너무 격렬한 탓에 이 포탄이 황궁을 향해 날아오는 모습을 본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감지가 된 순간 라스빔들로 이루어진 화력망에 의해 포탄은 짧은 순항을 마치고 순식간에 소멸됐다.


그리고 이 포탄을 확실하게 본 이들이 있었다.


황제의 집정관(Emperor's Praetorian)은 변함없이 엄중한 표정을 지은 채 포탄의 짧은 비행을 지켜봤다. 그의 곁에는 제국의 강력한 군주들 2명이 서있었다. 위대한 천사(The Great Angel)매(Warhawk) 또한 포탄의 반짝이는 폭발을 보고 있었다.


잊혀진 시대의 지식의 불꽃으로 벼려진 3명의 갑옷을 입은 거인들.


이들은 모두 동일한 과학기술과 동일한 비인간적인 천재성으로 탄생한 일종의 형제들이었다.


집정관의 이름은 로갈 돈이었다. 그는 황금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머리칼은 눈부신 하얀색이었다.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은 인류의 긴 역사에 등장하는 여느 우두머리 만큼이나 엄격했다. 그는 어떤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사의 이름은 생귀니우스였다. 그는 돈의 갑주만큼이나 빛나는 황금색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갑옷은 그의 얼굴과, 눈처럼 하얀 날개를 제외한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아름다웠다. 천상으로부터 끌어 내려져 인간의 세상에 추방된 신성한 존재의 화신 같았다. 그는 슬픈 얼굴로 우주의 바라보고 있었다.


는 하얀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를 입양한 이들은 그를 자가타이 칸이라 불렀다. 첫번째 단어는 그의 뛰어난 기량을, 두번째 단어는 그가 그들의 왕임을 나타냈다. 그는 그 이름을 그대로 간직했다. 곁의 형제들처럼 그도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긴 상투 아래 그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치면서 사나웠다. 그는 가을의 구름이 드리워진 여름의 끝자락처럼, 항상 미소를 지을 듯 싶으면서도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칸은 단순히 죽음을 비웃었을 때의 즐거움을 위해 죽음을 쫓는 자였다.


'옛 관습대로의 심판처럼, 자정에 오는군. 저 상징적인 첫 공격,' 칸이 말했다. '우리의 형제가 우리를 향한 적의를 표하는군. 저건 도전이야. 자신의 승리에 대한 약속. 초고리스에서 군대들이 맞닥뜨렸을 때 자주 했던 행위지. 저 포탄은 우리 셋을 위해 보낸걸세.'


'저 오만함이란...' 생귀니우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호루스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났지. 하지만 그 자신감에 통제를 잃었어. 그는 지금 자만하고 있지.' 칸은 호루스의 타락이 마치 당연한 결과였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장엄한 갑옷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쉬익거리는 소리를 내뿜었다. '오만함은 자만심의 가까운 친척이지. 호루스는 결국 그 오만함 때문에 실패하게 될걸세.'


돈은 워마스터의 함대로 시선을 옮겼다. 대성전 초기에 구성된 최초의 원정함대, 프린키피아 임페리알리스(Principia Imperialis)가 집결했던 이래 이 정도 규모의 함선들이 테라의 궤도 위에 모였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 정도 숫자의 적들이 몰려온 적도 없었다. 테라에서 비롯된 강철의 아이들이 마음에 살의를 품고 인류의 요람에 침뱉기 위해 자신들의 기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한 지금, 그들은 별다른 행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지상에서 날라오는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포탄 세례와 격렬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공격들을 버텨내고만 있을 뿐이었다.


수천에 이르는 함선들이 모든 궤도들을 채우고 있었다. 이들이 내뿜는 빛은 우주를 수놓은 별과 태양들과 경쟁할 정도였다. 밤과 낮의 구분은 사라지고 사나운 반짝임과 전쟁의 붉은 불빛만이 영원히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황궁에서 날아온 공격들을 튕겨내는 보이드 실드들이 상층 대기권에 불결한 색의 연기들을 내뿜었다. 그 어마어마한 연기의 양으로 인해 행성 전체가 역겨운 색의 오로라에 갇혀 있었다.


황궁의 모든 첨탑들에선 종이 울리고 있었다. 사이렌들은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경보기들이 쉴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포대들이 불규칙적인 격발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늘은 강력한 무기들이 내뿜는 발포음에 우지직거렸다. 황궁의 방어진지들은 적들이 유효 사거리에 진입한 순간부터 포격을 시작했다. 극도로 밀집된 진형을 취하고 있던 적 함대를 빗맞추기란 불가능했다. 형제들이 보는 순간에도 적 함선 한 척이 폭발하면서 대기권에 잔해 유성우를 내리고 있었다.


적들은 오로지 포탄 한 발로 응답했다.


'무엇을 기다리는거냐?' 돈이 조용히 말했다. 밥(Bhab) 요새의 성벽 위엔 세 형제 외에 아무도 없었다. 그의 질문은 무언가 말을 해야할 것 같아 내뱉은 말일 뿐이었다. 요새들어 돈은 자신이 너무 자주 침묵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오너라. 우리의 성벽에 몸을 내던져.'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셈인가 보군,' 생귀니우스가 말했다. 한 때 음악 같이 감미로웠던 그의 목소리는 지금 긴장감이 넘쳤다. '시작됐네.'


적 함대의 모든 함선이 일제히 포격을 개시하자 하늘이 수십억개의 반짝임으로 가득 찼다. 빛들은 마치 신호를 보내는거 같았다. 황제는 쓰러지리라. 우리는 파멸을 일으키고자 왔다.


'내가 목도한 모든 전쟁은 저마다 숨겨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지,' 칸이 말했다. '하지만 이만큼 시선을 홀리는 장면을 본 적은 정말 드물었네.'


'아주 잠깐의 아름다움일 뿐이지,' 돈이 말했다. '그리고 아주 치명적인.'


포탄들은 하늘에 붉은 선을 그리며 상층 대기권을 통과했다.


'모든 것은 일시적인 존재일세,' 칸이 말했다. '인생은 짧으면서도 비통한 법이지. 우리는 매 순간을 쥐어 짜내고, 좋든 나쁘든 그것이 제공하는 경험을 들이마셔야하지.'


황궁 위의 공간이 지상으로 향하는 포탄들과 위로 향하는 라스빔들로 가득 채워졌다. 우주로부터 날라오는 물체들로 공기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히밀리아 산지의 꼭대기에서 쿵하고 울리는 반향들이 모든 지역으로 퍼져나가며 첫 포탄이 터지기도 전에 전 세계를 소리로 가득채웠다.


'어떻게 이 모습에서 좋은 것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생귀니우스가 칸에게 물었다. 그가 매를 향해 돌아서는 순간 첫 포탄들이 테라의 마지막 인공 위성인 스카이(Skye) 궤도 판(orbital plate) 위에서 폭발했다. 궤도 판은 장착되어 있는 수많은 중력 엔진들을 혹사시키며 내궁 인근에서 낮은 높이에 떠있었다. 포탄들은 보이드 쉴드에 부딪히며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한 채 워프속으로 사라졌다. 궤도 판의 둥근 방어막이 악의로 가득찬 에너지에 반짝였다.


'기쁨은 저항의 행위일세,' 칸이 말했다. '기쁨이 있다면 우리는 지더라도 이길 수가 있네. 좋은 삶을 살았다면 결국 언젠가는 죽게되는 우리에겐 그 자체가 하나의 승리지. 웃고 있는 전사에게 죽음이란 하찮은 존재. 그리고 시인은 비극을 영광으로 바꾸어주지. 바로 이 때문이네.'


포탄들은 스카이 궤도 판을 타격한지 불과 수 초만에 황궁의 주 쉴드에도 부딪혔다. 이 보호막은 화성의 기계사제들이 꽁꽁 감쳐둔 고대의 지식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보호막을 구성하고 있던 보이드 에너지가 반응을 일으키자 지구의 하늘이 화염으로 휩싸였다. 불길로 이루어진 폭풍들이 복잡한 모양의 번개들을 내뿜었다. 황궁의 탑들 속에 파묻혀 포격을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발전기들로 인해 황궁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보호막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는 땅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보이는 모든 수평선은 폭발한 핵탄두들이 일으킨 버섯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다. 지진들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첫 포탄들이 부딪히자 함대는 뒤이어 에너지 포대들을 가동시켜 불타는 광선과 플라즈마 공격을 내려보내기 시작했다. 보이드 쉴드들이 춤을 췄고, 함대의 모습이 하늘에서 사라졌다.


황제의 집정관은 하늘을 뒤덮은 불길을 올려다봤다. 그의 눈은 적 함대를 지나, 그 뒤편의 숨겨진 우주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태양계와 물질계를 지나, 워프를 통해 이곳 테라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오고 있는 길리먼의 함대를 볼 수 있다는 듯이.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돈이 흔들림 없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우리는 견뎌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