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깨어나고 기억하라

호루스의 아들

피와 행운

 

감옥선 아이커스, 천왕성 고궤도

 

 

메르사디는 도둑이 빛을 훔쳐 눈꺼풀을 감기고 어둠 속으로 끌어내린 것처럼 잠에 들었다. 그녀는 깨어 있는 채로 있으려고 애썼다.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눈이 감기려고 하면 감방 천장에 있는 램프 케이지를 쳐다보거나 일어서서 작은 원을 그리며 벽을 돌곤 했다.

 

그녀는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 전날 밤의 꿈은 그녀에게 공포의 오싹함을 남겼다. 로켄, 복수심 가득한 영혼그건중요해보였다. 그녀는 꿈에서 일어난 일이 현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대수롭지 않은 것이라 여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기억을 더듬고 더듬으며 살아왔고 가능한 한 많은 디테일들을 기억해내고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피 냄새를 맡거나 비명소리를 듣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잠을 참았고 몇 미터 되지 않는 감방을 걷고 빛을 바라보며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하려 애썼다.

 

그녀는 지금 상황에 대한 의문으로 마음속을 채우려 애썼다. 왜 타이탄의 감옥에서 배로 옮겨졌는가? 로켄이 한 짓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앉아 고개를 저었다. 이 금속 상자에는 밤이 없었지만 그녀가 잠을 잔 지 거의 하루라는 시간이 흘렀을 터였다. 그녀는 깨어 있어야 했다.

 

그녀는 배에서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녀 혼자인 건가, 아니면 다른 이들이 더 있을까? 어떤 본능이 그녀에게 배에 수감자가 더 있을 거라 말했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다른 이들이 있었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었단 말인가? 제국에 위협이 되는 죄수들을 옮긴다는 건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만약

 

그녀는 램프 케이지를 보고 눈을 깜빡이며 몸을 흔들었다. 그녀는 깨어 있어야 했다. 그녀는

 

만약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려진 새들이 그려진 하늘의 태양과 구름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 앉았다. 창문은 열려 있었고 따뜻한 바람이 안으로 불어왔다. 시트러스 꽃의 냄새가 났다. -돔의 울타리 아래의 나무들은 늦게 꽃을 피워내 향기와 꽃가루, 열매에 대한 약속으로 무거웠다. 그녀는 잠시 동안 주변을 둘러보고 침실용 탁자와 카툴라 나무로 된 책장, 창턱에 남아 있는 물이 반쯤 남은 컵을 보았다.

 

아니.” 그녀가 자신에게 목소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큰소리로 말했다. “이건 꿈이야.”

 

창문에서 불어오던 미풍이 잦아들었다. 조용해지자 그녀는 멀리서 누군가 플라스틸 판에 조약돌을 까는 것처럼 부드러운 딸깍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문으로 향했다. 소음을 따라가자 그녀의 앞에 저택의 복도가 펼쳐졌다. 그녀는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이 꿈의 디테일이 전부 그녀의 기억만큼 완벽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나선형의 넓은 계단을 지나 일출 회랑에 들어섰다. 저택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이곳에서 아스카 산맥을 끝까지 보거나 테라 적도의 하이브들의 먼 첨탑을 바라볼 수 있었다. 높은 곳의, 차양 달린 창문들은 바깥 공기를 향해 열려 있었다. 반투명 커튼은 새로운 날의 첫 열기에 마른 빗물의 냄새를 옮기는 바람에 나부꼈다. 그녀는 정원 저편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크롬-유리 돔에서 태양빛이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테라의 오염된 상층부 장막이 대기를 선명한 연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 여자가 메르사디를 등진 채 방 한가운데 바닥에 앉아 있었다.

 

안녕.” 여자가 반쯤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메르사디는 순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미안하지만, 여기가 어딘지 알아?”

 

메르사디가 책꽂이에 놓여 있는 가죽 표지 책을 만지려다가 멈추고 말했다. “떠나기 전에, 내 집은 테라에 있었지.” 그녀는 책을 펼쳤다. 계몽의 칼날, 솔로몬 보스 저라는 제목이 손 글씨로 제목 페이지를 가로질렀다.

 

오랫동안 꿈을 꾸지 않았지?” 방 한가운데 앉아 있던 여자가 말했다.

 

행복한 기억이 있는 곳이 아니었는데.” 메르사디는 말했고 책을 덮었다.

 

넌 돌아가지 않았지.”

 

아니.” 메르사디가 말했다. “집은 내가 돌아가고 싶었던 곳이 아니었어.”

 

그래서, 넌 네 재능을 따랐고, 그 덕에 별들과 늑대무리 사이에 다다를 수 있었지.”

 

그래, 그랬지.” 메르사디가 말했다. 그녀는 방 한가운데를 향해 몸을 돌렸다. 여자는 여전히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메르사디는 그녀가 앞에 놓인 낮은 탁자에서 무언가를 하느라 바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넌 누구야?” 메르사디가 물었다. “넌 기억에 없는데. 그럼 내가 왜 너의 꿈을 꾸고 있는 거지?”

 

여자가 웃었다. 그 소리는 간결하고 명료했다.

 

날 못 알아보겠어?”

 

메르사디는 눈을 깜빡이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에우프라티?

 

바닥에 앉아 있던 여자가 등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고 미소 지었다.

 

만나서 반가워.”

 

메르사디는 멈췄다. 꿈에서조차 에우프라티 킬러는 기억하던 것보다 다르게 보였다. 얼굴의 미소는 슬펐다. 이목구비는 군살 없이 핼쑥했다. 머리는 짧게 잘려 있었고 회색과 흰색이 줄무늬를 남겼다. 루나 울프 사이에서 메르사디의 시간을 공유했던 아름다운 리멤브란서는 사라져 있었다. 그들은 어둠에 빠져버렸고, 사라져버렸으며, 더 힘든, 목적에 의해 재정의된 무언가에 의해 대체되었다.

 

메르사디는 주변을 다시 둘러본 다음 킬러를 향해 돌았다.

 

이건 꿈이 아닌 거지? 그런 거지? 전에 로켄에 대해 얘기했을 때랑 똑같아.” 그 꿈은 수년 전에 꾼 것이었지만 메르사디는 별 노력 없이 기억해낼 수 있었다. 메르사디가 기적이란 단어에 손을 내밀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방법에 따라 실현된 연결의 순간으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넌 여기, 내 꿈 속에 있는 거지, 그런 거지?”

 

킬러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할 말이 있어. 그리고 미안하지만 네게 물어볼 게 있어.”

 

?”

 

먼저 넌 이해해야 해.” 킬러가 그녀 앞의 바닥에 무엇이 있었는지 돌아보며 말했다. 메르사디는 보일 때까지 움직였다. 그녀는 멈추어 얼굴을 찌푸렸다. 황동 원반이 매끈한 나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저녁 식사 용 접시만큼 넓었고 여러 개의 고리로 나누어져 있었다. 광택 나는 돌과 강철의 원들이 나무의 오목한 곳에 박혀 있었다. 메르사디는 킬러의 왼손에서 더 많은 원반들을 볼 수 있었다.

 

행성과 별들의 표시잖아. 이건-”

 

옛 밤 이전의 시대에 쓰인 거지, 그래.” 킬러가 각각의 고리에 더 많은 원반을 끼워넣으며 말했다. “전쟁의 행성, 꿈의 여인, 기쁨의 인도자. 그리고 그 옆에는 천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러니까 순드의 점쟁이들이 쓰던 상징들인 불타는 호랑이, 피투성이 궁수, 영혼의 무게를 다는 자, 바다의 왕관 같은 것들이 있어.”

 

이것들을 알아.” 메르사디가 말했다. “유로파의 온실 탑 위에서 머무르는 동안 칼데아의 문자를 읽은 적 있어.”

 

이것들이 나타내는 천상으로 올라간 이후에도 인간들의 일부가 저것들을 여전히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 이상해, 안 그래?” 킬러가 장난기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못된 철학의 유물이지만, 인류가 시간이 지나도 매달렸던 것들처럼, 거기엔 사람들이 대부분 인정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진실이 있지. 조잡한 일종의 거짓말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메르사디가 눈살을 찌푸렸다. 킬러의 말에는 그녀의 피부를 쑤시는 듯한 차가움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뒤로 열린 창문에서 돌풍이 풀어오자 커튼이 휘날렸다.

 

에우프라티, 무슨 일 있는 거야? 넌 이런 말을 한 적 없잖-”

 

넌 이해해야 해, 메르사디.” 킬러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굳었고 목소리는 강철 칼날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해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고 말 거야.” 그녀는 손으로 원반을 돌렸다. 원반의 고리들이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하자 돌과 강철의 상징들이 흐릿해졌다. 흐릿해졌으나, 어째선지 메르사디는 여전히 빠르게 도는 각 상징들을 볼 수 있었다.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천상에서처럼, 대지에서도. 이마테리움에서처럼, 현실계에서도.”

 

메르사디는 흐릿한 상징들로부터 눈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호루스가 인류의 옥좌를 차지하고 황제 폐하를 살해하러 오고 있어. 워프의 힘이 그와 함께 있어. 그토록 강대한 힘이 하나의 목표를 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도. 현실계에서, 육체의 세계에서 전투는 피와 불로 치러졌지만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또 다른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죽은 점성술사와 점쟁이들의 믿음으로 테라가 우주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황제 폐하와 테라는 이마테리움에서 정렬된 힘 한가운데에 있어.”

 

회전하는 상징들의 고리가 지금은 느려지고 있었다. 메르사디는 등 뒤로 차가운 공기가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거의 돌아설 뻔했지만 킬러가 또 다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솟구치는 바람보다 더 컸다.

 

황제 폐하께선 의지와 기예의 힘으로 그들을 저지하고 계셔. 그분께서는 저들을 붙잡아두셨고 저들은 저 너머의 영역에서 그분을 무너뜨릴 수 없지. 그래서 저들은 영적세계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피투성이 손으로 저지르라고 자신들의 투사 호루스를 보낸 거야. 물리 세계에서 방어군이 버틴다면 그분께서는 워프의 힘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으실 수 있겠지.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원반의 마지막 고리가 느려지고 있었다. 지금 방 안에선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책 한 권이 탁자에서 굴러 떨어졌고 책장들이 휙휙 넘어갔다. “방어는 강인하고 로갈 돈께서는 준비되어 있으시지만, 그분은 모든 전투의 국면을 보고 계시지 못하셔. 이건 3차원, 4차원의 전투가 아니야. 한 세계에서 취한 행동이 다른 세계에도 영역을 미치고 필멸자의 손으로 한 행위가 저 너머에 메아리치는 영역들 간의 전쟁이야.”

 

메르사디는 황동 원반 위의 기호들의 배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배열을 읽었다. 기억이 이전에 읽었을 땐 단지 호기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오래된 양피지에서 그녀의 마음속 의미를 풀어냈다. 그녀는 킬러를 올려다보았다.

 

이건 단순한 비유가 아닌 거지? 이 상징들은 행성을 바탕으로 한 게 아니라 행성 그 자체네. 이건 하나의 설계야. 한 의식을 위한 정렬이라고.” 그녀는 멈췄다. 창틀에서 유리창이 흔들리고 있었다. 따스했던 새벽의 빛이 어두워져 있었다.

 

피와 살육으로 표시되었으니, 위에서처럼, 아래에서도.” 킬러가 말했다. “이건 로갈 돈께서 보지 못하시는 차원이야. 호루스가 이것을 실현하면 근위관의 방어는 무의미해질 거야. 그에게 닿아야만 해. 너무 늦기 전에 그에게 말해야만 해.”

 

기억해!” 갑자기 그녀는 소리치고 있었다. “네가 본 것을 기억해!”

 

그리고 메르사디의 앞에 상징들의 원들이 떠올랐다. 더 이상 돌과 강철이 아니었고 공중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이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걸 느꼈다. 그것이 그녀에게 쏟아져 들어오는데도 이해할 수 없는 추론과 의미가 펼쳐지기만 했다.

 

왜 나야?” 더 이상 바람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울부짖음 위로 메르사디가 소리쳤다. 꿈에서부터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왜 나한테 이걸 하라고 하는 거야?”

 

나는 할 수 없으니까.” 킬러가 말했다. “로갈 돈께서는 전에도 널 믿으셨고 한 번 더 믿으실 테니까. 넌 호루스가 황제 폐하를 배신했다는 진실을 그분께 보여드렸잖아. 그분은 널 믿으실 거야.”

 

하지만 난 감옥에 있어. 어떻게 그에게 간단 말이야?”

 

길이 열릴 거야.” 킬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솟아오르는 바람의 울부짖음을 따라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넌 그 길을 직접 걸어야 할 거야.” 방바닥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깥의 하늘은 보랏빛과 강철의 색으로 멍들어 있었다. “그들은 널 멈추려고 할 거야.” 킬러의 꿈 속 얼굴이 말했다. “옛 친구들과 적들이 모두 너에게 올 거야.”

 

꽃병이 벽에 붙은 탁자에서 떨어졌다. 하얀 꽃과 물이 바닥에 흩어졌다.

 

호루스가 오려면 얼마나 걸려?” 그녀가 소리쳤다.

 

그는 이미 와 있어.”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폭풍 같은 바람이 안으로 휘몰아쳤다. 메르사디는 재와 불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녀는 사이렌의 비명으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해 눈을 떴다.

여정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