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가 선택한 시점도, 그가 선택한 장소도 아니지만, 결과는 거의 비슷하리라.
자가타이가 일격을 가할 위협은 충분했다. 모타리온이 아는 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오히려 로갈이 지금까지 그를 가둬두고 있었다는 게 더 놀라운 일이었다.
모타리온이 사자의 문 우주항 자체에 신경을 썼다면 아마 이곳은 말 그대로 난공불락이 되었을 것이다. 존재할 수 있는 화신이란 화신은 모조리 투입되어 들끓고, 그의 혐오스러운 아버지조차 도전하기 전 다시 생각하게 만들 무한한 악의로 가득한 깊은 늪이 빚어졌으리라. 하지만 지금 그가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곳은 그저 권력으로 향하는 길목에 불과했다. 여기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는 것은 정복이 품은 궁극의 영광을 저 조그마한 아바돈에게 넘기는 위험을 감수하는 짓이다. 아니, 어쩌면 저 고통스러워하는 앙그론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의 정신은 저 불타는 황무지를 건너 생텀을 향해 서쪽으로 반쯤은 이미 걸음을 옮긴 채였다.
그의 형제는 늘 정확한 시점을 활용하는 데 능했다. 자가타이가 그렇다는 걸 누구라도 인정해야 하리라. 그는 모든 걸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혈신의 제멋대로인 아들들이 벌이는 이 진군은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군단을 위한 것임을 알아차리고 있으리라. 화이트 스카 군단은 늘 그렇듯이 위험한 존재였기에, 그들의 개입은 결코 모타리온의 부관들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끝내야 했다. 그리고 다시 필연적인 진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는 어디서건 자가타이를 기꺼이 죽일 것이다. 여기에서건, 생텀에서건, 그건 중요치 않았다. 모타리온은 30미터 가까운 높이의 깨어진 관측창이 이어진 긴 관측 전당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조용히 움직이는 데스슈라우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어쩌면 여기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게 모타리온의 생각이었다. 여기서 모든 걸 마무리짓고, 나머지 낡은 야만인 군단들도 끝장을 낸 뒤, 그 살육의 명성을 내걸고서 자신이 진정 힘으로 향하는 결승에 오를 자격이 있다 주장할 수 있으리라.
어쩌면 이미 핵심부로 보내진 그의 지휘부를 다시 불러들여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카르굴(Kargul), 더 나아가서는 보르크스(Vorx)까지. 물론 타이퍼스는 결코 아니다. 제1군단에 대한 그의 깊은 복수심을 자극해서, 자신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믿게 만들어 그를 방해하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결국 모타리온은 누구도 불러들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필요한 대로 펼쳐졌고, 곧 군단 전체가 다시 모여 그 운명을 향해 걷게 될 것이다. 워프 속에서 고통을 겪으며 그가 펼쳐놓은 그 운명대로 말이다. 옛 장애물들이 그러했듯이 이 장애물 역시 제거될 것이고, 더 큰 게임이 도래할 준비를 갖춘다. 워프와 현실계의 혼종, 호루스의 승리가 빚어낼 결과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상급이었다. 이미 절룩이며 죽음을 향해 걷는 필멸의 제국이 흘리는 재가 아닌, 신과 천사가 노니는 천상 그 자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가 고통을 용인한 이유였다. 아들들을 짓누르는 역병, 광기로의 추락, 신의 창조물로 나아가기 위한 돌연변이까지.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었다. 현실의 공기 분 아니라, 워프의 공기를 들이쉴 수 있는 존재로 변이해야 했다. 마침내 경험의 지평이 뚫리고, 호루스가 황제의 심장에 발톱을 박아 넣어 차원 사이의 장벽이 없어진 순간, 이 모든 고통의 마지막 보상이 내려질 것이다. 데스 가드 군단은 문턱에 굳건히 선 채, 악마의 영액으로 고동치는 혈관 속에서 억겁의 후원자가 낄낄거리며 이미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은총을 내리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더 이상의 오버로드는 없어야 한다. 건널 수 없는 봉우리도 없어야 한다. 견딜 수 없는 독도 없어야 한다. 이제는 아니다. 도래할 영원 속에서 결코 용인할 수 없으리라.
모타리온은 널찍한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갔다. 그 날것의 표면 위에 페투라보가 마지막으로 남긴 서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모타리온의 시선은 요새 안으로 향했다. 요새의 근간부터 정점까지, 온 공간이 질병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 질병 자체가 곧 요새의 무기였다. 침공해 들어온 병력들은 점점 느려졌고, 일부 지점에서는 패퇴하기까지 했다. 아마 시간이 더 있으면 이곳이 놈들의 무덤이 되리라. 기록이 남을 수 있다면, 사자의 문은 화이트 스카 군단이 마지막으로 패배한 곳으로 남으리라. 프로스페로, 칼리움, 그리고 카툴루스의 실패에 한 획을 긋는 불명예가 되리라.
하지만 놈들은 계속 공격했다.
관측 회랑은 두 개의 장갑화된 높은 벽으로 감싸인 긴 회랑이었다. 서쪽을 향한 보루의 바깥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이 공간은 진입 거부를 위한 일부 무장을 제외하곤 텅 비어 있었다. 내부 조명은 진작에 사라졌고, 기능적인 표면은 미끌미끌한 유기물로 뒤덮였다. 저 먼 끝은 두꺼운 포자 구름으로 가려져 있었다. 우주항의 운영층에서부터 이어지는 조립실과 부양 플랫폼까지 내려가는, 두껍게 드리운 구름이었다. 그를 수행하고 있는 것은 터미네이터 갑주로 무장한 데스슈라우드 전사 일곱 명과 각각 다른 산하 부대에서 뽑힌 49명의 깨지지 않는 자들이었다. 갈라진 군화가 오물을 튀기는 소리르 ㄹ내며 길을 다라 움직였다.
그는 공격이 일어나기 직전에서야 이를 감지했다. 급박하게 현실로 생각이 돌아오는 와중에도, 마지못해서나마 감탄하게 만드는 그런 공격이었다. 이 땅에서 자신의 의도를 모타리온에게 들키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 그들이 재주를 부렸을 것이다. 놈들의 무당들이 즐겨 쓰는, 뼈를 갉아내는 싸구려 요술(Magick)이리라. 적절한 시기에만 쓰면,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으니.
“통로를 지켜라.”
모타리온이 쉰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며 300미터 정도 아래 펼쳐진 갈라진 벽 부분을 가리켰다. 높은 창문 너머의 아치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그가 말하는 동안에도, 그 틈을 따라 밝은 빛이 새어들어왔다. 스톰버드의 엔진이 포효하는 굉음이 밤하늘을 타고 밀려들었다.
데스슈라우드가 즉시 움직였고, 통로와 그들의 주인 사이에 대형을 형성했다. 나머지 깨지지 않는 자들 역시 곧 닥칠 돌파에 대비해 움직였다. 소용돌이치는 조명과 밀려드는 굉음을 향해 볼터가 조준되었다. 모타리온 자신은 그저 멈춰선 채, 낫의 자루 끄트머리를 락크리트에 박고 기대어 선 채였다. 당황이라기보단 흥미를 느꼈다 해야 할 것이다.
다음 순간 외벽이 우레와 같은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안으로 파편을 튀겼다. 이어 묵직한 헤비 볼터의 굉음이 들려왔다. 제5군단의 전사들은 부서진 석조 파편들이 허공을 날고 있는 동안까지도 안으로 뛰어들며 벽의 균열부에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텔레포터 특유의 익숙한 오존 내음이 새어들었다. 에어 포켓이 질량과 자리를 맞바꾸는 굉음, 그리고 그와 함께 상아빛 갑주를 두른 터미네이터들이 파문을 일으키며 형체로 빚어졌다. 그들은 자신의 전투 형제들과 즉시 합류하며 움직였다. 교전이 펼쳐졌고, 날아드는 발사체와 활활 타오르는 에너지장의 폭발이 교차했다.
모타리온은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데스슈라우드들이 길을 따라 치명적인 맨리퍼를 집어든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이트 스카 군단의 전사들 중 누구도 프라이마크에 근접하지 않았다. 전투가 격화됨에 따라 꾸준히 그들은 뒤로 밀려나는 독기에 빠져드는 중이었다. 원거리에서의 종심 타격은 분명 대담한 행동이었지만, 그 이상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타리온은 거의 몸소 놈들을 추격할 뻔 했다. 진짜 살육이 시작되기 전, 갑갑한 사지를 풀어 두는 것도 좋은 것 아닌가.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의 바로 뒤, 그림자 속에서. 워프의 기술로 빚어낸 텔레포터 따위가 아닌, 날것의 번개와 영원한 풀숲 위에 드리운 쌍둥이 달의 규율로 빚어진 감지하기 힘든 침투를.
그가 몸을 돌린 순간 너덜한 망토가 휘저어졌지만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변화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뭔가가 포자로 뒤덮인 어둠 속에 감춰진 채였다. 모타리온은 한 걸음 더 내딛었고, 저 뒤에서 펼쳐지는 싸움을 잊은 채 어둠 속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다음 순간, 그림자가 움직였다. 부르르 떨리며 솟구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와 합쳐졌다. 한 조각의 빛이 움직이며 흡사 뱀처럼 꿈틀거렸고, 또 다른 빛의 웅덩이에 합쳐졌다. 그림자와 빛이 빠르게 뒤엉키며 서로를 둘러싼 춤을 추었다. 뒤엉킨 빛과 그림자가 유령처럼 지지 기둥에 뒤엉키며 은은한 금색과 백색의 빛덩어리로 뿜어지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존재가 포자로 가득한 구름의 소용돌이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위치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모타리온은 칸이 솟구치는 순간을 알아채지 못했다. 한순간 모든 것이 흐릿했다. 단지 건물의 구조가 뭔가 이지러져 보였을 분. 다음 순간, 그는 기둥에서 떨어져 나온 채 굳은 형체로 버텨 섰다. 검은 이미 뽑혔고, 마술적인 순간은 끝났다.
확실히 날씨를 다루는 그의 부하들은 솜씨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고, 방해받지 않도록 전진에 앞서 칸이 여기까지 이르게 했다.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을.
티즈카의 폐허에서 처음 마주친 이래, 이 모든 것은 둘 사이의 일이었다. 군대도, 전쟁을 위한 기계도, 동맹군도, 과로한 사이커들조차, 그들이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수단에 불과했다.
모타리온은 평가하는 듯 한 시선으로 그의 형제를 응시했다. 칸은 프로스페로 이후 변화해 있었다. 여전히 그 오래된 오만함, 항상 몸에 지니던 귀족적인 냉담한 오만함은 마치 직접 새긴 흉터처럼 남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뭔가 달라져 있었다. 체념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니면 이제야 그 귀족적인 오만함이 꺾여 다른 이들과 같은 층위로 추락했는지도. 항상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중력은 곧 그를 다른 이들이 얽힌 점액을 향해 끌어당길 테니까.
“꼴이 말이 아니로군, 형제여.”
모타리온이 칸에게 말했다.
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절묘한 백호도가 갑자기 떨쳐 움직이지도 않았고, 숨막힐 것 같은 타격 범위로의 도약도 없었다. 그저 자루를 잡은 채 서 있었고, 그의 전흔이 남은 갑주 위로 녹색 원광이 일렁일 뿐이었다.
결국, 딱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날개.”
경멸하듯이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모타리온이 낄낄거렸다.
“엄청난 선물이지. 아직 어떻게 쓰는지 배우고 있네.”
“타락의 상징이지.”
“천사에게도 똑같이 말해 보시지.”
“그 날개는 잘 어울리지.”
정말 기이한 일이었다. 모든 일이 종막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이 형제와 형제로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니. 긴 시간 동안, 그의 모든 생각은 그를 거부한 자들을 어떻게 살육할 것이냐에 쏠려 있었건만, 이제 모든 겻것이 다시 형제간의 경쟁으로 바뀌지 않았던가. 형제들이 처음 시작할 때 받은 바늘을 겨루는 것, 그뿐이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잊어버리게 된다. 그들은 세상을 걷는 그 누구와도 다른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신도 아니었고, 그들의 아버지와도 달랐으며, 누구도 그들과 대등한 층위에서 우주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특별한 종, 곧 프라이마크였다. 육체와 신성이 결합된, 음울한 대량 생산의 은하에서조차 대체할 수 없는 단 한 번의 존재들. 기본적으로 자가타이는 대부분의 데스 가드 군단원보다 모타리온의 본질을 꿰고 있었고, 모타리온은 칸에 대해 초고리스의 사람들보다 더 깊이 알고 있었다. 얼마나 역설적이던가. 그들은 자신의 고향의 이방인이었고, 피로서 이어진 형제였어야 할 존재들과 단절되어 있었다. 이제 그들 모두는 테라의 사람이었고, 서로를 죽이려는 급박한 도약 속에 모든 게 잊혀졌다 생각했건만.
“그래서 자넨 여기서 자네의 전쟁을 끝내기로 선택한 거군, 자가타이.”
모타리온이 말했다.
“자네가 단 한 번도 아낀 바 없는 세상 위에서.”
“나는 그 세상의 수호자로 남아 있지.”
마침내, 칸이 자신의 다오를 방어 태세로 들며 답했다.
모타리온이 창백한 빛을 발하는 침묵을 들었다. 거대한 대낫의 칼날은 다른 세계에서 이른 빛으로 일렁거렸다.
“아주 짧은 시간일 걸세.”
모타리온이 말했다.
“자네가 단 한 번도 아낀 바 없는 세상 위에서.” “나는 그 세상의 수호자로 남아 있지.” 대칸! 대칸! 대칸! - dc App
이번껀 대칸 명대사에 추가해야 한다 ㄹㅇ
말만 하면 명대사 어록에 넣을 주옥같은 말만 내뱉는것도 재능임.
크... - dc App
대칸니뮤
결국 제대로 뚫는 건 힘들었고 본진 강습으로 결투 나서야 했던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