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거라 생각했듯이, 진입은 지옥같았다.


바지선은 때로는 존의 급선회에 따라, 때로는 무언가에 일격을 맞아 진로를 이탈하고 튕겨나갔다. 아마 대개 소형 무기 사격으로 보였다. 즉 라스건들이 바지선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이 빗나갔지만, 몇 번의 명중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존은 조종간을 맹렬히 움직이며 낡은 바지선을 마치 걷어차인 개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들었다.


지금 조종석에 앉은 건 존 혼자 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선실로 돌아가 구속장치에 스스로를 단단히 붙들어둔 채, 이를 악물고 진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도시에 들어서자, 시야는 거의 제로로 떨어졌고 관측창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적인 화면이 비칠 뿐이었다. 낡은 탑의 기울어진 잔해가 어둠 속에서 기울어 있었다. 시신의 가장자리로 가까이 근접하며 조명을 끈 존은 이 두껍고 더러운 더께 속에서 사실상 바지선을 감출 수 있었다. 엔진 소음도 계속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포성 덕분에 가려진 채였다. 하지만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것은 많았다. 스모그를 힐끗 바라본 시선 한 번, 전방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는 아거 센서 한 번이면 모든 게 끝날수도 있다. 그래서 존은 긴장을 전혀 풀지 못한 채, 감지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닳아가기 시작했다.


한 번의 삶만 남았군. 존은 씁쓸하게 생각했다. 집중하기 좋은데.


긴 시간 동안, 경계를 넘은 뒤에도 황량한 도시의 풍경은 이상하리만큼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지독한 학살 끝에 오직 뜨거운 돌덩이만 남은 것처럼 말이다. 존은 두꺼운 잿더미의 틈새로 흩어져 움직이는 군세를 몰래 살폈고, 계속 위장을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대규모 군세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늘에는 눈에 보이는 한 항공기들이 거의 없었다. 비록 이미 일어난 전투의 증거로 대지에 추락한 동체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긴 했지만 말이다.


최대의 당면 과제는 환경이었다. 엔진에 아주 무리가 가는 상황이었다. 온 사방에 잿가루가 휘날리는 판인지라 흡입구로까지 재가 밀려들었고, 외부 관측창을 스치고 지나가 노출된 장갑판을 따라 거세게 부딪히는 중이었다. 때때로 마치 고형물에 파고들어 헤치고 날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대로면 더빈 블레이드가 날아가 그대로 회전하며 추락해 아직 온전한 첨탑의 골격 위로 추락하게 될 지도 모를 판이었다.


존은 이제 아래에서 진군하는 부대를 염탐하는 데 익숙해졌다. 처음으로 큰 규모의 부대가 엿보였다. 저 아래 펼쳐진 길을 줄지어 움직이고 있었다. 수십만은 될 것 같은 병력이 빠르게 움직였다. 병사들은 미로같은 폐허 속을 쥐처럼 헤집고 다녔고, 그 중 일부는 파워 아머를 두른 괴물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광란에 사로잡힌 필멸자 폭도들이었다. 아마도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낡은 군기들이 수없이 걸린 너덜너덜한 기둥들이 보였다.


바지선이 나아갈수록 병력의 밀도는 점점 더 빽빽해졌다. 존은 곧 살아 있는 카펫이 완전히 뒤덮은 대지 위를 날아가게 되었다. 간헐적인 폭발이 빛을 밝히고, 얼마나 되는 사람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의 병사들이 서로 밀치고 싸우며 벽과 탑의 잔해를 짓밟고 있었다. 그 숫자만으로도 막대한 공기를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조명을 끈 채 불규칙하게 항행중인 바지선 한 척이 큰 표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었다. 존의 관찰 결과로는 대부분의 병사들이 전투용 약물, 혹은 살인에 흠뻑 취해 있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반역자 마린들은 해골로 된 탄띠를 두르고,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상대를 죽였는지 보이려는 마냥 텅 빈 투구를 어깨에 매달고 있었다. 저 멀리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안개 너머로 더 거대한 기계들이 폐허를 뚫고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나이트, 제국군 보행병기, 심지어 정찰용 타이탄까지. 놈들은 아직 싸움의 전면에 서지도 않았다. 점점 좁아지는 공간 속에서, 저런 거대한 덩치는 앞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다는 뜻일 뿐이다. 저 아래서 벌어지는 진영 내에서의 싸움은 그런 좌절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굼뜬 놈들끼리 거품을 내며 싸우는 것이다.


- 보이나, 존?


후방 선실에서 보조 아거 센서를 조작하고 있는 올이었다.


“초현실적이네요.”


존이 침울하게 답했다.


“들어오려고 줄이라도 선 것 같습니다.”

- 저항은 있나?

“최소한 보이는 건 없습니다.”


여전히 불타고 있는 방어탑 주위를 선회하던 존은 반쯤 무너진 거주 블록의 그늘 아래에 사격을 가했다. 아거 스크린에서 깜빡이던 목표물이 곧 사라졌다. 전투용 기체들이 북쪽을 향하는 게 수 차례 목격되었다. 물론 더 높은 고도에서 더 빠른 속도로, 제법 떨어진 곳에서였긴 하지만 말이다. 거대한 엔진이 이미 더러운 하늘 위로 새로운 검은 스모그의 흔적을 더했다. 일부는 병력 수송선이었고, 대부분은 공격용 건십이었다. 수개월 전 시작된 거대한 공습군의 마지막 일별이었을 것이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너무 긴 시간 동안 휴식 없이 비행해 왔는데,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극도의 집중을 요구받고 있었다. 점점 더 전방의 경로는 알아보기 어려워졌다. 마치 먼지와 불꽃으로 빚어진 경계선 없는 세상에서 길을 잃은 채 지하를 나는 것 같았다.


더 나아갈수록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가느다란 그들의 측면을 포착하고 일격을 날리는 데에는 딱 하나의 중무장이면 충분했다. 폐허는 점점 더 거대해졌다. 흐트러진 상태임에도 웅대한 규모였다. 아주 작은 바지선은 그 사이의 위험한 길을 계속 헤치고 나아갔다. 벽 사이의 비좁은 공간은 탄약과 플라즈마가 쏟아지는 빌어먹을 빛 속에서 밝아졌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운이 다했다. 콘솔 위로 경고의 룬이 깜빡였다. 존은 최선을 다해 바지선을 약간 하강시키며 조금이나마 엄폐할 곳을 찾아 헤맸다.


다음 순간 뭔가 흉측한 놈이 관측창 위를 덮쳤다. 뭔가 기형에 가까운, 등을 옹송그린 채 오물을 끌고 움직이는 놈이었다. 일종의 건십이었지만 존이 알아볼 수 있는 형식은 아니었다. 대형 주포가 뾰족한 상부 구조물 아래 매달려 있었고, 그 꼭대기에는 풍향계와 해골로 장식된 군기가 달려 있었다. 공중에서 펄럭이며 흔들리는 놈의 거대한 엔진이 마치 사람의 비명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부서진 철판들로 범벅이 된 조종석의 관측창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놈은 공중에 어떻게 떠 있는지 알 수 없는 존재였다. 군단의 공중전이 쏟아낸 화염의 폭풍에서 홀로 살아남은 채, 광기의 조각이 남아 과열된 터빈과 광신에 힘입어 날고 있을 뿐.


“선실!”


존이 경고를 날렸다. 물론 아마 승무원실 쪽에서도 관측창을 통해 그가 본 것을 다들 보았을 것이다.


존은 전력을 다해 바지선을 몰았다. 좁아지는 틈을 타고 바지선이 힘차게 달렸다. 놈은 스모그를 자욱하게 뿜어내며 추진기에서 화염을 뿜었다. 천둥같은 소음과 함께 놈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몇 번 정도는 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점점 틈이 좁아지고 있었다.후방 관측창에 비친 놈의 형체가 점점 커졌다. 존은 놈이 탄약이 떨어졌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놈의 선수에 튀어나온 황동으로 둘러진 플레이머를 너무 늦게 알아보고 말았다. 놈이 기다리던 게 저거였다.


존은 급강하하며 동력을 순간적으로 끄고 엔진을 재가동하기 전에 바지선을 아주 잠시 동안 실속 상태에 빠뜨렸다. 급강하하며 탄력을 순간 잃었지만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바로 위로 두 개의 불기둥이 뿜어져 상부 통제익을 태웠다.


“빌어먹을.”


존은 으르렁거리며 고도를 높이기 위해 조종 장치을 붙들고 안간힘을 썼다. 저 앞에 두 개의 거대한 거주용 첨탑 사이로 급격히 길이 좁아지고 있었다. 건십이 다시 불을 토해낼 준비를 하며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존은 가능한 한 오른쪽의 금속제 절벽에 가까이 비행하려 애를 쓰며 이리저리 회피기동을 펼쳤다. 그때 누군가 조종석으로 기어올라왔다. 올이 아니라 악타이였다.


“여긴 당신이…”


존이 막 입을 열었다.


“닥쳐요.”


악타이가 쏘아붙였다.


“계속 날아요.”


그것 말고 할 일도 딱히 없었다. 허약한 엔진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추진력가지 쥐어짜며, 저 빌어먹을 플레이머의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알고 있는 모든 비행기술을 동원했지만, 충분치 않았다. 목 뒤에서 객실을 뚫고 조종석까지 열기가 치솟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악타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뒤쪽을 살피고선 침착하게 손을 뻗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적 건십의 이미지를 응시했다. 그리고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 순간, 갑자기 물 아래로 가는 것처럼 공기가 쫙 펼쳐졌다. 첨탑 모서리가 플라스틸 파편을 토해냈고, 존은 조종간 두 개를 모두 당겨 가장 가까운 파편에 부딪히는 꼴을 어떻게든 피해내려 애썼다.


하지만 건십은 더 나쁜 운명을 맞았다. 후방 관측창을 힐끗 본 존의 시야에 마치 보이지 않는 악타이의 거대한 주먹이 움켜쥐어지기라도 한 듯이 건십이 박살나는 꼴이 보였다. 플레이머의 연료 탱크가 점화되기 직전, 놈은 완전히 공중에서 멈춰 용골과 선수가 맞닿을 지경이었다. 다음 순간 폭발과 함께 온 사방으로 장갑판과 파편이 튀었다.


“제기랄.”


존이 첨탑의 폐허 사이로 헤쳐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내뱉었다.


악타이 덕분에 공중에서의 위협을 막아냈을지 몰라도, 이런 규모의 폭발은 제 아무리 약에 취한 병사들이라도 주목을 끌기 마련이었다. 천 명의 얼굴이 올려다보았고, 그 뒤로 천 명이 더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파손되고 취약한 비행체를 보는 것 자체가 유혹이었고, 곧 라스 볼트 사격이 위로 튕겨오르기 시작했다.


존은 어떻게든 더 고도를 확보하려 노력했지만, 틈새의 난기류와 엔진 흡입구에 쌓인 오물 덕분에 충분한 고도를 확보할 수 없었다. 십수 발의 라스 볼트가 바지선의 하부를 난타했고, 이어서 상부 장갑판으로까지 공격이 쏟아졌다.


이제 놈들은 사거리에 들었다. 놈들의 윤곽이 화염의 광환으로 훤히 드러났고, 저 아래 있는 폭도들이 더 많은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놈들이 우릴 추락시킬 겁니다.”


존은 어떻게든 최악의 경우라도 목표를 더 지나치는 정도로 그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결말 같군요.”


악타이는 지금까지와 같은, 짜증스러우리만큼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저 틈새만 살아서 통과하면, 진흙밭에 부딪힐 수 있어요.”


존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웃음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웃음이었다.


“아 좋군요. 아무것도 아닌 일이네요.”


존은 쏟아지는 라스 사격 사이를 어지러이 헤쳐 나갔다. 한 방 한 방 덕분에 첨탑에 위험하리만큼 가까이 근접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연인지 연료 도관 중 하나에 라스 사격이 명중하면서 두 엔진 중 하나라 작동을 멈췄고, 기체가 미친 듯이 왼쪽으로 기울었다. 일련의 타격이 이착륙장치 쪽에 집중되며 착륙 기어의 해치가 박살나고 후방 안정 핀을 뜯어냈다. 이후에도 사격이 계속해서 바지선을 향해 쏟아졌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큰 타격은 피한 것 같았다.


“선체 상태가 어떻습니까?”


올이 아마 더 신호를 더 잘 잡을 수 있으리라. 존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 엉망이지.


올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전해졌다.


- 하지만 여기도 뭐랄까… 추가 방어막이 있어서.


잠시 동안, 존은 올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 순간, 존 역시 느꼈다. 뜨겁게 달아오른 가시로 찔리는 것 같은 따끔한 느낌. 사이킥 에너지가 온 기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캇이군.”


존이 중얼거리며 악타이에게 메마른 미소를 던졌다.


“경쟁자가 생겼네요.”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비행은 존의 일생에서 손꼽을 만큼 우수한 비행이었다. 비록 목격자가 별로 없었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말이다. 존은 바지선을 틈새의 길이에 닥 맞춰 조종하면서, 깊은 틈 사이로 확실히 나아갈 수 있을 정도의 추진력을 충분히 확보했다. 사람이 빚어낸 계곡을 넘어 거대한 도시로 이어지는 세 개의 통로가 뻗쳐 있었고, 반역자 군대는 그 길을 따라 밀려들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피어오르고, 전면전의 맹렬한 폭풍우가 불을 뿜고 있었다. 존은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방어벽을 힐끗 바라보았다. 반쯤은 파괴된 채, 이미 난간까지 거대한 공성 기계들이 올라서는 중이었다. 손상을 입은 바지선은 이제 흡사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존은 맹렬하게 엔진 출력을 끌어올렸다. 간신히 기대에 부응한 엔진은 급격히 다가오는 계곡 바닥에 바지선이 격돌하는 것을 겨우 막아냈다. 거대한 참호지대의 위로, 바지선이 맹렬히 수평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다음 순간, 완전한 어둠이 그들을 삼켜버렸다. 기름처럼 짙은 어둠 속으로 빨려든 바지선은 행성의 핵심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빨려들었다.


존은 다음 순간 에어 브레이크에 모든 동력을 끌어다 옮긴 후 고도 조정간을 최대한도로 틀어막았다. 바지선의 선수가 마지막 순간 하늘을 향했고, 확실하게 상승 고도를 그리게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임박한 불시착을 치명적인 것에서 고통스러운 것으로 바꾸기엔 충분한 정도였다.


“추락 대비!”


존은 바지선 하단부가 대지에 격돌하기 직전 순간 간신히 외치는 데 성공했다. 바지선 전채가 다시 튕겨 올라갔다가 오른쪽으로 거세게 튕겨나간 뒤, 참호 깊은 곳의 잔해와 쓰레기에 뒤엉키며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뼈를 긁어내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바지선이 거의 수평으로 500미터 가까이 쭉 미끄러졌다. 장갑판과 강화 유리가 온 사방에 튀기고, 마침내 멈춰섰다. 반쯤은 파묻힌 채 연기를 피워 올리면서.


최악의 충격이 가라앉으며, 존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첫 충돌 때 홱 잡아채진 그의 헬멧 안에서 핏기가 느껴졌다. 계기는 모두 나갔다. 조종석 관측창에 제대로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악타이도 손이 피투성이였다. 존은 떨리는 손으로 통신 활성화를 시작했다.


“올?”


존이 통신에 대고 물었다.


- 다 무사하네.


답신이 돌아왔다.


- 일단은이지만.

“그러니까… 빌어먹을, 여긴 대체 어딥니까?”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채 존이 중얼거렸다. 구속 벨트를 풀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있어야 할 바로 그 곳이죠.”


악타이가 자기 자리에서 교묘하게 빠져나오며 대신 답했다.


“가죠. 알파리우스가 길을 알려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