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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열리다

과거의 메아리들

죽은자의 복귀



시간이 얼어붙은 순간이었다.


시간은 늘어났고 소리가 없었으며 고요했다.


쉐로킨의 첫 생각은 이게 죽음이라면, 라이케우스의 고참병들이 어린 반군인 자신에게 말했던 모든 것들이 틀렸다는 거였다.


고참병들은 죽음을 너를 집어삼키는 불이라 말했었다.


고통스러울거야, 라고 말했었다.


고참병들의 이야기 속에선 죽음은 언제나 고통스러웠고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좋은 죽음은 갑자기 이루어 지는 것 이자, 만약 운이 좋다면 죽음이 오는 것을 볼 수 없을 거였다.


하지만 이게 그 순간인가? 이 영원한 순간은 평화로웠다.


이건 뭔가 다른 거였다.


차갑고 무중력함이 형용할 수 있는 질병의 최악의 변형인 것 같아서 쉐로킨의 내장은 메스꺼움으로 부풀어 올랐다. 쉐로킨의 눈은 마치 미세한 바늘들이 느리게 동공을 찌르는 것처럼 타올랐다.


쉐로킨은 화끈한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감각이 일관되게 안팎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비명 지르는 목소리들, 공포의 외침들, 억제되지 않는 즐거움.


남자들과 여자들과 아이들이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이름들을 부르짖었기에 쉐로킨이 알았던 목소리들이 아니었다.


일천 개의 목소리들, 수 만의 목소리들.


쉐로킨은 테라의 언어들을 알아들었고 마찬가지로 인류가 탄생한 행성으로부터 첫 항해를 떠났던 이래 수 세기에 걸쳐 뿌리를 내린 방언들도 알아들었다. 이 언어들로 엮인 것들은 결코 소리내어선 안 되는 단어들이었으며, 날카로운 이빨과 혐오스런 욕망들의 악마적인 재잘거림이었다.


쉐로킨의 입에서 쇠 맛을 느꼈고 머리는 감정의 격렬한 폭풍에 부풀었다. 감정들 중 몇 개 만이 자신의 거였다.


두려움, 죄책감, 구원을 향한 희망 그리고 오직 강인한 규율로 인해서 자멸적인 맹렬한 폭풍으로 바뀌지 않는 압도적인 공포.


너무 많아. 너무 빨라.


쉐로킨은 마음 속의 시냅스가 풀어져 가는 것을 느꼈고, 감정들의 급류가 교량의 지지대를 떼어내는 높은 파도처럼 시냅스를 침식하는 것을 느꼈다.


텅 빈 백색의 시야가 선명해졌고 다시 한번 쉐로킨은 버팀벽을 댄 지지대의 차가운 철과 함선의 함교에 리벳을 밖은 철판을 보았다.


시지페움 호는 바람 속의 나뭇잎처럼 회전했고 현기증의 끔찍한 느낌이 쉐로킨이란 존재의 모든 섬유 조직에 침투했다. 마치 안팎으로 접혀진 것 같음을 뼛속부터 마음속까지 느꼈다. 마치 자신의 모든 차원이 이제 조잡한 구조물로 들어난 것 같았다.


어느 싸이렌도 요란하지 않았고 그저 지직이는 경고음이 함교를 채우고 있었다. 마치 까마귀 무리가 전투에서 전사한 자의 고기 위를 빙빙 날아다니는 소리 같았다. 빛이 쉐로킨의 시야 구석에서 깜박였다. 뱃속을 완전히 헤집는 매스꺼움의 생생한 찌르는 듯함에 눈을 감고 옆으로 굴렀다. 그 감각이 초인의 생리에 너무도 부자연스러워서 거의 인지할 수 없었다.


감각이 지나갔고 쉐로킨은 가까운 제어반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자기 몸을 위로 당겼다. 신생아처럼 약함이 느껴졌다. 시야 속의 타는 듯한 통증의 나머지를 눈을 깜박여 날려버리고 나서 뭐가 되었든 방금 벌어진 것으로부터 회복하고 있는 함교의 다른 선원들을 보았다.


브랜단이 물었다. ‘메두사의 이름으로, 웨이랜드 방금 건 뭐였지?’ 캡틴의 기계화된 육신은 냉각 유동체를 흘렸고 워프 세인트 엘모의 불처럼 보이는 것에 의해 쩌적이는 소리가 났다. 가루다는 바닥에 누운 채로 다리를 움찔거렸고 눈은 기계적인 불빛으로 깜박였다.


사빅은 대답하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것이 한창 정신 소거 중인 서비터 같았다. 자신의 지휘석에 묶여 있었기에 사빅은 나머지처럼 쓰러지진 않았지만, 시지페움 호의 남은 시스템들과 통합되어 있어서 함선이 겪었던 모든 것을 느꼈었다.


‘저건 뭐였냐고?’ 브랜단이 반복했다.


쉐로킨은 자신의 친우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다음으로 움직이기 전에 가장 시급한 요구사항을 해결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우선 사항들과 실행.


조사 배열채는 잡음과 왜곡에 타오르는 엉망이었다. 마구 뒤섞인 신호들과, 정보 지점들과 항해의 신호등들은 목성 인근의 것들과 유사성이 없었다.


쉐로킨이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스팩스 상의 어느 판독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브랜단이 명령했다. ‘그럼 말이 되게 만들어.’ 의지의 힘으로써 자신들을 둘러싼 현실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았다. ‘카나이저 호가 우릴 끝장낼 준비를 할 수도 있어!’


쉐로킨이 머리를 가로지었다. ‘아닙니다. 저는 이 공역 속에서 함선의 어떤 특징이나 엔진 화염을 집어낼 수 없습니다. 우린 여기에 홀로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가 정확히 어디지? 우린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효율적으로 싸울 수 없다.’


‘만약 제가 집어낸 몇 개의 정보 지점들이 올바르다면, 여긴 마치…’


쉐로킨이 계속하지 않자 브랜단이 말했다. ‘마치 뭐?’


‘마치 워프 도약을 해낸 것 같습니다.’ 쉐로킨은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적은 정보를 말이 되게 하려는 것처럼 말했다. ‘저에게 보이는 모든 것은 우리가 더 이상 목성의 전장에 있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우린 태양 원반 위 어딘가이며 화성 외곽 해역 속에 있습니다. 대략 테라로부터 3 광년…’


브랜단이 불쑥 말했다. ‘불가능해. 태양에 이렇게 가깝게 워프 도약하는 것은 우릴 동강내 버렸어야 해.’


‘달리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해 줌에 따라 쉐로킨의 말이 점점 자신감을 가졌다.


웨이랜드의 말은 시스템-충격에 불분명했다. ‘쉐로킨이 맞습니다 캡틴. 저는 카나이저 호가 우릴 타격한 직후 워프 영역의 거대한 뾰족한 것을 느꼈습니다. 그게 뭐였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혜성 성소 인근 어딘가였습니다. 전쟁 함대가 전송할 때 제가 보기를 예상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규모가 더 거대했습니다.’


브랜단이 말했다. ‘워프 균열이라고? 이렇게 태양계 깊숙이? 어떻게?’ 함교의 인원 모두는 현실에 대단히 충격적인 그런 상처를 낼 수 있는 설계자가 오직 한 명 뿐임을 알았다.


쉐로킨이 말했다. ‘호루스 루퍼칼’


웨이랜드가 말했다. ‘이게 그 놈이 하는 방식이야, 항상 하는 방식이야.’ 너무도 대담한 계획의 실행함에 대해 찰나의 순수한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 ‘크토닉 관문과 엘리시안 관문 주변의 전투는 그저 우리의 방어가 태양계 둘레를 따라 펼쳐지게 만드는 것이었어. 우린 관문들이 호루스가 자신의 함대를 통과시킬 유일한 길이라고 상정했지만, 이 판독들의 수치가 애매하게라도 맞다면, 반역자들은 일백의 함대를 균열을 사이로 항해시킬 수 있어. 사실상 테라의 궤도 속으로…’


브랜단이 말했다. ‘그럼 우린 새로운 목표가 생겼군.’


쉐로킨이 분노를 담아두려 몸부림 치면서 말했다. ‘새로운 목표요?’ ‘우린 우주 속에서 죽을 겁니다. 카나이저 호의 광선들이 우리의 내장을 거의 헤집어 놨습니다. 하부 갑판의 수도관이 위태롭습니다. 우리의 구동 장치는 꺼졌고 반응로들 중 하나가 우주 속으로 방사능을 빌어먹을 신호탄 마냥 분출하고 있습니다.’


브랜단이 말했다. ‘그럼 우린 수리할 어딘가를 찾는다.’


쉐로킨이 말했다. ‘어디서요? 이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브랜단이 말했다. ‘오래된 중간 기착지, 버려진 건선장, 잊혀 진 연구소, 뭐든지. 테라에서 최초로 밀어내저 이 밖까지 떠밀려 나온 유물들이 있을 것이다.’


쉐로킨이 대답했다. ‘제가 말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웨이랜드가 중력-좌석에서 몸을 비틀었고 날카로운 시선을 쉐로킨에게 고정시켰다.


‘나이코나. 만약 이 어둠 속에 잊혀 진 무언가를 찾을 것이라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면 그게 바로 너야. 시지페움 호에 가해진 부상을 치유할 어딘가를 찾아줘 그러면 우린 살아서 계속 싸울 거야. 너의 형제들이 말하던 게 뭐였지? 우린 어둠 속에서 빠르고 치명적으로 타격한다. 그리고 우리의 적들이 반응할 수 있을 때에는…


쉐로킨이 신음했다. ‘…어둠만이 있고 더 이상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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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p Corposant => 워프 세인트 엘모의 불. 배 높은 곳에서 자연 발생하는 방전 현상.


나이코나 쉐로킨(Nykona Sharrowkyn) - 66 중대 중대원 이라는 것 외에는 들어난 경력이 없음. 하지만 라이케우스(=딜리버런스)에서 어린시절 이라거나 어린 반군 이라거나 쉐도우 마스터(=모르 데이탄)에게 가름침을 받았다는 것 등을 통해 대성전 시절 복무기록이 범상치 않을 것이라 생각됨.

이스트반 5에서 부상 입은 채 야전 병원에 있을 때 사빅 웨이랜드가 나타나 쉐로킨을 대리고 시지페움 호로 탈출함. 이후 행적은 Kryptos, Angel Exterminatus, The Seventh Serpent로 이어짐.


사빅 웨이랜드(Sabik Wayland) - 이스트반 5에서 쉐로킨의 목숨을 구한 아이언 파더. 이후 쉐로킨과 같이 행동하며 반역파의 암호화된 통신을 해독할 수 있는 크립토스를 다크 메카니쿰의 포지월드에서 탈취 하는 등의 활약을 함. 여러 재주가 있지만 항공기 조종에 탁월한 실력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