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농담삼아 올린 [3K 테라에 떨어진 프라이마크들]의 속편(?)

"전부 형제님 덕분입니다."
"하하, 저는 한 게 없습니다."

메마른 대지 위 초록 풀 뿌리 몇포기 난 땅 위로 교회와 학교 건물이 지어져있고, 아무것도 모르되 가난과 굶주림만을 알던 아이들이 입가에 음식 부스러기를 묻히고 꺽꺽 트림하며 뛰놀고 있었다.

두 목회자는 서로를 바라보고, 아이들을 번갈아보며 방긋 웃었다. 자금난과 강도들에 시달리던 지난 몇달만에 보인 첫 미소일 것이다. 덩치 큰 목회자가 아이들 손에 이끌려 사라지고, 목회자 자매가 슬며시 다가왔다.

"처음엔 아이들이 무서워할까 걱정했는데, 이제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네요, 형제님."
"솔직히 저도 좀 무서웠습니다."
"...형제님이 그러시면 안되죠."
"사람 본능이 별 수 있나요... 이제 한시름 놓은 거지요?"
"하아... 글쎄요."
"아니, 무슨 일 있습니까?"
"... 아이들을 납치하는 강도 떼들이 있다는 모양입니다. 최근에는 저기 북서부 마을까지 공격받았다는 모양이에요."
"아니 그런 소식이 이제 알려졌습니까?"
"그마저도 관광객들이 검은 연기를 보고 신고했다나봐요."
"...설마 여기까지도..."
"형제님!"

덩치 큰 사내의 고함이 둘의 목소리를 집어 삼켰다.

"애들이 갖고 싶은 것을 잔뜩 적어주었는데, 이번에 학교도 지었겠다. 입학선물로 줘도 되지 않겠습니까?"
"선물... 예. 좋지요. 그럼 제가..."
"그게... 이 애가 저랑 가고 싶답니다."
"아, 그러면 형제님이 가셔야죠."
"저도 가도 될까요?"
"자매님도요? 형제님 혹시..."
"저는 괜찮습니다. 애들이랑 학교라도 청소하죠. 형제님 자매님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얘야! 가자! 그래, 큰목사님 허락 받았어!"

큰 사내가 여인과 한 아이를 태우고 시가지로 향했다. 그들은 잡화점과 골목의 가게들을 돌며 목록의 물건들을 하나씩 사들였고, 그 짐들 대부분은 사내에게 쥐어졌으나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아보였다. 별로 짐도 안되어 보였다.

"이만하면 슬...슬..."
"자매님?"
"저...저긴..."

교회방향이었다. 여인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겠지만 사내는 흐릿하게나마 총탄과 수류탄의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여인과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짐을 실은 뒤 아이들을 위해 지은 학교로 차보다도 빠르게 달려갔다. 이렇게 격한 움직임은 아주 오랜만이라, 관절들이 삐걱거리고 근육은 경련했다.

"형제님!"

사내가 도착했을 때 상황은 이미 끝나있었다. 반항하던 아이들의 육편이 나뒹굴고, 교회 벽에는 총탄 자국이 남고, 학교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형제 목회자는 피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아...이들이..."
"말하지 마십시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자매님이-"

목사는 다 죽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이 미끼지 않는 악력으로 큰 사내의 멱살을 잡고 일어났다. 그는 비틀거리며 불타는 교회를 향해 걸어갔다.

"아...이...들..."

목사는 그 말을 끝으로 쓰러졌으며, 그렇기 모시던 신의 곁으로 떠났다. 큰 사내는 그의 육신에서 소름끼치는 무언가가 빠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소름돋아 있을 시간은 없다. 아이들이 불타는 교회 안에 남아있을 것이다.

사내는 망설임 없이 웃도리를 벗어던지고 교회 벽을 부수고 들어갔다. 불타는 교회 안에서 아이들의 신음소리가 넘쳐흘렀다. 그는 빠르게 아이들을 건져 교회 밖으로 빠쟈나왔다. 모두 열 아홉이었다. 60여명 중 열아홉.

아이들은 모두 살아있으되 곧 죽을 운명이었고, 이미 셋은 그가 불길속에서 건져 땅에 놓기도 전에 명을 달리했다.

"목...사님..."
"그래, 얘야. 그래."
"저... 너무 아파요..."
"미안하다... 얘야... 미안해..."

아이가 사내의 옷 소매를 힘없이 잡았다. 손은 곧 미끄러지고 검댕이 그의 옷에 묻어남았다.

"너무... 아파요... 이제 아프지 않게 해주신댔잖아요..."
"미안하다... 미안해..."

사내가 흐느끼며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
"...아니에요."

아이의 눈은 불길 속에서 그을려 수분이 죄 빠져나간 뒤였다. 분명 아이는 사내를 볼 수 없음에도 그는 아이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무어라 말하려다 고통에 경련하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사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큰 사내가 호신용의 권총을 꺼내들었다.

"...나는 약속을 지킨단다."

열 여섯번의 총성이 울리니, 그 깊은 밤 명부의 해변에서 그대의 고매한 이름을 가르쳐다오.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열 여섯개의 탄피가 땅에 떨어지니,  그 한마디에 온 영혼을 쏟아낸 듯이.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열 여섯의 목숨이 사그라드니, 간신히 중얼거리기를 '다른 모두가 떠나갈 때'.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

무자비한 재앙에 쫓기고 또 쫓기메, 희망을 바랄 때조차 엄한 절망으로 되돌아 오나니.

이 슬픈 대답을 하노라, 영영 없으리.


자매와 아이가 탄 차가 도착하고, 푸른 바탕에 박쥐가 그려진 지프차도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