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정글 행성에, 아이언 핸드 마린과 레이븐 가드 마린이 나란히 외계의 덩굴 식물들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얼핏 보자면 둘이 서로를 보조하며 길을 뚫어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실제로 그 둘은 다만 서로간에 경쟁하고 있을 뿐으로ㅡ
각자 크고 작은 백여가지의 부상들을 부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뚝거리는 그 발걸음에는 의문의 여지도 없이 바로 옆에서 걷는 형제에 대한 경멸과 승부욕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결국 스페이스 마린 기준으로도 고통스러운 체력과 고통의 한계 속에,
둘은 거의 동시에 바닥에 쓰러지며 숨을 헐떡였다.
외계 행성의 대기 중에 퍼진 생체-포자의 독기, 적대적인 생명체들과
이전 연합 전투간 치명적인 외계인 적들로부터 입은 부상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둘이 살아나갈 가능성은 희박했다.
"너희들은 나약하다. 나약하기 때문에 경멸스럽기 그지없다.
너희들이 나약하기 때문에ㅡ전투에서 패배한 것이다.
나약하지 않았더라면ㅡ승리했을 것이다."
아이언 핸드의 발언에, 마침내 레이븐가드 마린의 뚜껑이 터졌다.
전투 이전, 브리핑 간 쉐도우 캡틴은 아이언 핸드의 이상 성격을 언급하며
그들을 도발할 수 있을지 모르는 모든 언행에 대해 경고하였으나
이미 패배한 전투와 죽음을 앞둔 현 시점에서 그러한 것들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레이븐 가드는
마침내 긴 침묵을 끊고 그에게 대답했다.
"나약하다고?"
"그렇다. 너희들은 나약하다.
우리들은 모든 종류의 나약함과 약점을 혐오한다.
나약하기 때문에 너희들은 이스트반 V에서 패배했다.
너희들의 나약함으로 우리가 패배한 것이다.
나약함은 철저하게 숙청당해야만 한다.
오직 나약함만이 패배한다.
결과 : 너희들은 나약ㅡ"
"알았다. 나약함을 싫어한다는거지, 형제여?"
"...그렇다."
숨을 천천히 고르며, 레이븐 가드 마린은 잠시 생각했다.
조금만 더 쉬면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겠어, 라고.
먼 거리에서, 괴물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피 냄새를 맡고 따라오는지도.
사실 이성적인 판단으로 미루어볼 때, 여기서 잡담이나 나눌 시간은 없을 터였지만
그럼에도 레이븐 가드 마린은 지금까지 아이언 핸드 측이 보낸 혐오와 천대ㅡ전투 이전이든 중이든 지금의 이후이든,
을 이대로 그냥 봐주기에는 자신이 너무나도 감성적임을 깨달았고 납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하면 진다는 것이고, 그런가?"
"그렇다. 너희와 너희 프라이마크, 샐러맨더와 샐러맨더의 불칸께서도 나약하셨다.
그렇기에 패배한 것이다.
강자는 패하지 않는다. 그 점에 있어서는, 매너스께서도 피할 수 없다.
오직 강자의 냉철한 판단만이 진리인 것이다.
강자만이 살아남을 가치가 있다.
강자는 유일무이하다. 강자는 그 자체로 강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라고 형제여.
결국 자네 프라이마크는.."
그는 잠깐 말을 흐렸다. 그리고는 아이언 핸드 마린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웃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는 자신의 코르부스 헬멧이 표정을 감추어주고 있다는 점을 크게 다행으로 여겼다.
"목이 날아가셨지. 그렇지 않나?"
"..약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너희들의 배신 때문에."
"아니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
강자는 살아남는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자네 프라이마크는 죽었네.ㅡ물론 자네 프라이마크는 약했기 떄문에 죽은거겠지.
근데 우리 프라이마크와..불칸께서는 살아남으셨네.
그러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강한 것 아닌가?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라는 논리 명제는 역으로 살아남으면 -> 강하다. 라는 답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면, 결국 우리들이 아니라 자네들이 잘못된게 아닌가?
어쩄거나 우리 프라이마크께선 누구처럼 목이 날아간건 아니잖은가?
자네 프라이마크가 강했으면 되는 문제 아닌가?
결국 약한게 문제니까, 살아남은 우리를 욕할게 아니라
죽은 쪽을 욕하는게 맞는말 아닌가?"
"..."
"...너, 너희들은 배반자다! 너희들은 배반자다!! 너희들은 배반자다!!"
"아니 논리적으로 따지자는 말이네 형제여."
"너희들은 배반자다! 배반자다!! 배반자다!!우리는 강하다! 우리는 강하다!
우리는 내면과 외면의 약점 모두를 제거했다!
너희가 약하고 우리가 강해!"
"논리가 통하질 않는군.
자네는 내면의 약점이 덜 제거된 모양이네 형제여?"
"이..이!! 이!! 배반자!!"
기계 터지는 소리처럼 욕설을 뱉으려는 아이언 핸드 마린을 외면하며,
마침내 숨을 고른 레이븐 가드 마린이 진흙 투성이인 무릎 받이를 탁탁 털며 일어섰다.
저 멀리서 외계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수 분 정도면 금새 따라잡을지도.
하지만 최소한 자신은 노력이라도 할 수 있었으니까.
아이언 핸드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육신보다 더욱 단단한 강철 사지를 달았지만ㅡ결국 그것이 약점이 되어 지금 그를 붙잡고 있었다.
전투 중 파손된 그의 인공 부속 사지들은 다시는 작동되지 않으리라.
"뭐 그러시겠지. 자네가 외면의 약점을 제거하기 위해 팔다리까지 다 뗀건 잘 알겠네.
근데 알겠네만, 하필 지금 그게 고장난 모양이군 형제여.
그렇다면 자네는 역시 약자겠군 형제여.
참 안타깝네그려, 팔 다리를 전부 기계로 대체했는데,하필 그게 고장나서 여기 이 진창에 처박힌채로 죽게 될 것이니 말이네.
아 미안한데 나도 강자는 아닌 모양이네.
하필 자네를 들기에는 내 힘이 너무 약해서 말이야.
아이구 약해라~"
"이 배반자! 넌 배반자다! 넌 배반자!! 배반!!!"
"수고하게 약자여~"
레이븐 가드 마린은 그대로 덩쿨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을 저주하던 아이언 핸드 마린은, 외계인들 특유의 시끄러운 미개 언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기가 최후인가..
마지막 순간에야, 그는 최소한 단 한가지 사실ㅡ약한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자신이였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지 여럿 달린 외계인들 앞에서, 마지막 최후의 저항으로 파편 수류탄의 핀을 잡아 뽑ㅡ
으려 하였으나, 볼터 발사음과 함께 쓰러진 그의 머리 위로 수 발의 섬광이 번쩍이며 지나갔다.
곧 묵직한 외계인들이 진창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 거리가 가까웠기에 진흙이 헬멧 위에 튀어 달라붙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아이언 핸드 마린이 입을 열었다.
"...뭐냐. 어쨰서 배반자 주제에 도망치지 않은 것이냐?"
"뭐, 약자끼리 돕고 살자는 의미라네 형제여."
"..."
왠지 모르게 나는 강하고, 너는 약하다 라고ㅡ더 이상 말할 수가 없었다.
이런 비루한 행성에서 아무런 영광 없이 비루하게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역시 레이븐 가드의 도움을 받는 것도 수치스러웠고
그러면서도 지금은 그가 와준 것에 어쩌면 '감동'이라 표현되는 필멸자들의 감정과 유사한 것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ㅡ데이터 융합 속에 아이언 핸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그런 그의 곁에 레이븐 가드 마린이 주저앉으며 말했다.
"역시 서로 돕고 살아야 하네."
"혼자 강한 전사 같은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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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한 껄껄껄
저놈은 좀 살려서 보내야할 아핸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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