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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호루스의 마지막 아들들,라스트 선 오브 호루스 설정

                 전함 '그분의 복수',노바 크토니아 궤도

히야진트는 고개를 돌렸다.구멍이 숭숭 뚫리고,장기가 삐져나오고,진 시드가 위치한 목덜미와 가슴팍이 찢어진 블랙 리전 마린들이 수습되지 않은 채로 함선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가 고개를 돌린 것은 함선 내에 쓰러진 마린들에 대한 동정심이나 연민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희열을 느꼈다.

자신의 아버지를 배반한 자들.거짓 주인을 따르는 자들.

그들의 더러운 검은 갑옷은 볼트탄에 의해 뭉개지고 갈라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함선의 복도를 돌아다니는 마린들의 군청색 갑주를 보았다.

한때 선 오브 호루스의 군청색은 검은색으로 더럽혀졌었지만 지금은,적어도 이 함선에서만큼은 호루스의 마지막 아이들을 자랑스레 빛내고 있었다.

히야진트는 복도의 한쪽 끝을 응시했다.

분노에 휩싸인 붉은색 악마는 앞으로 그가 온 은하를 떠돌며 불러일으킬 피와 죽음의 협주를 기대하고 있었다.

사이킥의 신묘한 힘이 흐르는 진홍 악마는 그의 행보가 블랙 리전과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들,그리고 제국에 가져올 예기치 못할 변화를 상상하며 그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실실 웃고 있었다.

작고 더러운 녹색의 악마는 그의 복수가 퍼뜨릴 절망과그 속에서 피어날 자그마한 희망을 섭취하기 위해 그의 파워 아머로 올라타려 애썼다.

그리고 이상한 매력을 뿜어내는 집게발 달린 분홍 악마는 이 모든 상황이 즐거운 듯 자신의 행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히야진트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물론 저 악마들의 더러운 욕망과 자신이 추구하는 순수하고도 웅대한 이상은 천지차이였지만 매일 아침 그가 눈을 뜰 때마다 그는 점점 저들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블랙 리전의 형제들처럼 워프에 오염되는 것보단 인간으로서의 순결한 모습을 유지하길 원했다.그러나 만약 이것을 통해 아바돈을 이길 수만 있다면...호루스의 복수를 완성시킬수만 있다면...자기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별 상관은 없었다.

''승부의 끝이 다가왔습니다.''

선체의 바닥이 진동할 정도로 육중한 타르타로스 터미네이터 아머를 입은 그의 부관이 속삭였다.

대답을 기다리는 부관을 향해 간단한 목례로 답한 히야진트는 부관이 말한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달려들어라!그렇지!더!더!''

히야진트의 오른팔,몬제스는 격정적으로 팔을 내두르며 그가 이기리라고 점친 자가 승리할 수 있도록 온갖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야이..좀만 잘 싸워봐 이 배신자 놈아!내가 너한테 볼터탄 몇 발을 걸었는 줄 알아?''

워드 베어러의 채플린 가레옥스는 그가 이기리라 점친 자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이 건 볼터 탄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한때 채플린의 설교장이었던 이곳은 워프의 힘으로 벽과 융합된 블랙 리전 마린들과 처형당한 포로들,투사들의 피로 가득한 투기장으로 변했다.

이곳에서 라스트 선 오브 호루스에게 사로잡힌 스페이스 마린들,특히 블랙 리전의 마린들은 온갖 모욕을 당했다.

이들에게 죽음은 허락되지 않았으며,모진 고문과 조소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마린들은 함선 바깥으로 끌려가 '그분의 복수'호의 장식품이 되었다.

이 광기 속에서 포로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죽음은 자신의 형제였던 자들과의 결투에서 패자가 되어  안식을 선물받는 것 뿐이었다.

두 블랙 리전 포로들은 완전한 알몸으로 서로를 향해 컴뱃 나이프를 들이밀었고,라스트 선 오브 호루스의 마린들은 급소를 꿰뚫을 듯 아슬아슬하게 빗겨가는 칼날에 야유를 보냈다.카오스의 악마는 언제부턴가 이 공간에 들어와 결투를 벌이는 두 포로들을 응시하며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히야진트는 그곳에 발을 들였고,때마침 몇 차례의 의미 없는 칼질 끝에 드디어 두 포로 중 하나가 기회를 잡아 다른 하나의 칼을 쥔 손을 자르고 목을 베어넘겼다.

패자는 정해졌고,아포세카리가 그의 진 시드를 채취하는 동안 승자는 라스트 선 오브 호루스와의 약속에 따라 그 자리에서 처형당했다.

그리고 히야진트는 한때 황금색 쌍두독수리 동상이 자리했던 높다란 곳에 걸린 타고 남은 호루스의 해골을 바라보았다.

아바돈과 그 수하들에 의해 불태워졌고 더럽혀졌지만 텅 비어있는 그의 눈에서 히야진트는 가장 위대한 프라이마크의 우렁찬 외침을 떠올렸다.

'거짓 황제에게 죽음을!''

시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는 호루스의 칼날같던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생각하며, 히야진트는 경의와 존경을 표하고자 그의 해골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호루스.''

''가장 위대한 프라이마크시여,카오스의 새로운 신격이시여,용맹한 순교자시여,배반당한 아버지시여.''

라스트 선 오브 호루스의 마린들도 그를 따라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그런 그들 사이로 아포세카리들은 널부러진 두 블랙 리전 포로들의 시체를 끌고 히야진트의 앞에 놓았다.

''당신의 장엄한 기치는 땅에 떨어지고 당신의 형제와  아들들은 당신을 모욕했나니,당신께서 사라지시자마자 군단은 찢어지고 함께 제국을 무너뜨려야 할 당신의 형제와 부하들은 서로 갈라서고 반목하며 끝나지 않을 싸움을 계속하고 있사옵니다.''

히야진트는 숨을 골랐다.

''당신을 배신한 아들들은 우리를 도랑 속의 물고기 잡듯 사냥하고 있으며 그들의 거두이자 당신이 가장 총애하던 아들,아바돈은 이 무주공산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나이다.''

''카오스의 에버초즌이신 호루스님을 찬미하며 구하오니
부디 저희가 바치는 가장 강한 두 패륜아들의 시체를 받으시고 이 저주받은 워프에 강림하시여 원수를 갚으시며 위기에 빠진 당신의 마지막 아들들을 위해 당신의 숙적들을 물리칠 강대한 힘을 저희에게-''

''저...저게 뭐지?''

''이놈!신성한 기도 시간에 입을 열다니!너에겐...어...''

호루스께 인신 공양을 드리는 신성하고 엄숙한 시간에 입을 연 마린에겐 죽음만이 유일한 속죄의 길이었지만,
그 마린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린 히야진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해골의 공허한 눈에서 푸른색 안광이 뿜어져 나오며 그의 턱이 그 어떤 도움도 없이 스스로 딱딱거리며 무어라 말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루스님...호루스님!''

히야진트는 무릎을 펴고 일어섰다.

''테크 프리스트!기계교도들아!빨리 호루스님의 해골을 내리거라!''

히야진트의 닦달에 테크 프리스트들은 호루스의 양 팔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풀어내고 그 해골을 피로 얼룩진 바닥에 내려놓았다.

''어서 말씀하십시오 호루스님.제가 다 듣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푸르게 빛나는 눈 밑으로 호루스의 턱은 딱딱거리며 무언가 말하고 있었고,그가 아랫턱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히야진트의 주름진 얼굴의 표정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테크 프리스트,당장 관문 쪽으로 대함 스캐너를 작동시켜라!''

''의문 표함:대함 스캐너를 작동시키면 바깥을 정찰중인 아바돈의 함선에게 위치를 추적당할 우려가 있음.''

테크 프리스트는 그의 몸에 부착된 뒤틀린 기계들을 맞부딪히며 히야진트의 의견에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냈다.

''망할,그냥 닥치고 틀어!호루스님의 전언이다!''

''모순: 다 타버린 해골은 말을 할 수 없-''

히야진트는 말을 하지 않았다.대신 그의 부하가 들고 있던 볼트 라이플을 뺏어서 그 테크 프리스트의 머리통에 겨누었을 뿐.

''긍정:스캐닝....''

테크 프리스트는 못마땅하다는 듯 그의 기계-몸에 달린
연결선을 함선의 수많은 구멍들 중 하나에 꽂고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얼마나 지났을까,연결선을 뺀 테크 프리스트가 귀에 거슬리는 기계음을 내며 히야진트를 향해 떽떽거렸다.

''비상:블랙 리전의 함대 접근중.최소 100척 이상.''
''비상:블랙 리전의 함대 접근중.최소 100척 이상.''

''젠장.이럴 줄 알았어.호루스님의 말이 맞아떨어진 거야.놈들이 이리로 온다!''

히야진트는 머리를 싸맸다.

아바돈의 검은 함대는 그분의 복수 호의 갑판에서도 어렴풋이 보일 만큼 이곳에 근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어떻게...이곳은 워프 스톰 안이다.대체 어떻게 저들이 이 실낱같은 통로를 찾아낸 거지?''

''누가 가장 최근에 타격대 임무를 맡았었지?아,가레옥스가-''

''아바돈이 당신께 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지금까지 함교를 감독하던 히야진트의 왼팔,델치아트의 목소리가 그의 복스 스피커로 전해졌다.

''안녕하신가,나의 친애하는 형제들과 조카들이여.''

그가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함선의 복스 스피커를 타고 그 안에 탑승한 모두에게 아바돈의 불경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 행성에 꽁꽁 숨어 쥐새끼마냥 돌아다니는 함선 한두척 습격하면 우리가 영원히 모를 줄 알았나?그런 게릴라 전술에 우리가 타격이라도 입을 줄 알았던 건가?''

아바돈은 껄껄 웃었다.기계적인 비난의 표현이라기보단,
정말로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상관없지.나의 부하들이여,저들을 보라.너무나도 무능해서 자기들 군단에서도 말단직을 전전하다 탈영한 놈들이 우리에게 맞서겠다 대드는구나.약해빠진 프라이마크를 숭배하는 저들은 곧 사라지리라.군단의 탈영병 집단은 우리의 공격 앞에 그 불쌍한 목숨줄을 더 이상 연명하지 못하리라.''

''그리고 42중대장,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지.''

''거짓 아버지의 겁쟁이 아들들에게 죽음을.''

아바돈의 목소리가 끊김과 동시에,블랙 리전의 함선에서 발사되는 어뢰들에 대한 경보가 온 함선을 뒤덮었다.

''회피하라!함선 내의 모든 마린들은 행성 지표면으로!전쟁에 대비하라!''

다급한 히야진트의 목소리와 함께 군청색 마린들의 무리는 드랍포드를 타고 그들의 새로운 모행성,노바 크토니아로 강하했다.그들의 등 뒤로는 이미 불길에 휩싸인 라스트 선 오브 호루스의 함선들이 워프 속 심연을 향해 고꾸라지고 있었다.

전쟁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