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스카르센 / 참전 요청 / 살매장이]



 다른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해가 아고루의 소금 평원 위를 굽어보고,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아지랑이와 바짝 마른 공기가 여느 날처럼 살인적인 무더위를 자랑했다. 사람 잡아먹는 산에서부터 뜨거운 열풍이 불어와, 1 km 길이의 행진로 양편에 늘어세워져 있는 사우전드 선 군단의 스카라베 깃발과 매 깃발 여럿을 휘날리게 하였다.


 군단의 5개 원정대에 속한 거의 6천 명에 가까운 아스타르테스들이 진홍색과 상아색 전투 갑주를 눈부시게 차려입은 채 도열해 있었다. 흉갑에 녹옥 스카라베 문장이 번쩍이고 있는 스캐럽 오컬트 부대의 아테프(atef)* 투구에는 황금 볏 장식이 세워져 있는 반면, 다른 군단원들이 쓰고 있는 데쉬렛 투구는 윤이 나도록 닦여, 황금과 자수정으로 된 깃털 장식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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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했던 왕관 형태의 일종.


 그 날 역시 다른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지만, 오직 한 가지만이 달랐다.


 늑대들이 오고 있었다.


 포텝 호로부터 전해진 전언에 따르면, 대양으로부터 소규모의 아스타르테스 함대가 출현하여 무시무시할 정도의 속도로 아고루에 접근해 오고 있다고 하였다. 마치 물살을 가르는 칼날처럼, 돌연 출현한 함대는 성계 외곽을 가장 빠른 경로로 통과하여 제28원정대의 정박 위치로 향하였다. 이내 어스펙스 심문 프로토콜에 따라 그 함선들의 정체가 스페이스 울프 군단의 것임이 밝혀졌지만, 프로토콜 이전에도 사우전드 선 군단은 이미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아흐리만이 칼리스타 에리스의 글을 가져왔을 때, 마그누스는 전혀 놀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휘하의 원정대장들에게 새벽에 열병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군단을 준비시켜 두라는 명령을 내렸을 뿐이었다. 본래 워프로부터 함대가 도착하는 것을 감지하기란 사우전드 선 군단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였다. 그러나 이번에 스페이스 울프 군단의 갑작스러운 도착을 눈치챈 것은 오직 마그누스 뿐, 군단의 전사들 중 누구도 이를 감지한 이는 없었다. 아흐리만 역시 이 이변의 이유에 대해 마그누스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지만, 프라이마크는 그의 염려를 묵살하고 그저 우주선이 항해하는 매개액의 흐름에 대한 군단의 이해는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으니, 그들이 실수를 하였을 리는 없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아흐리만은 그 말에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형제들의 재결합을 지켜보기 위해 수천 명에 이르는 군단 시종들이 모였지만, 행진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마그누스의 전속 서기관인 마하바스투 칼리마쿠스를 포함한 리멤브란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흐리만은 리멤브란서들 사이에 끼어 있는 레뮤엘과 카미유, 그리고 칼리스타의 기운을 감지하고, 세 사람이 느끼고 있는 불길한 예감을 함께 느꼈다. 혹여 칼리스타 에리스의 메시지에 자신이 이해한 것보다 더 많은 무언가가 함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지만, 대양에서 미래의 메아리를 예지하고자 밤을 새워 가며 했던 명상은 다시 한 번 실패로 끝나고 만 뒤였다.


 오늘 있을 행사에서 제외된 데에 대한 리멤브란서들의 불만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접식은 오직 아스타르테스들만을 위한 행사였다. 기념해야 할 상서로운 날인 만큼, 사우전드 선 군단의 군기가 바짝 뜬 기풍이나, 약간 지나치다시피 엄숙하고 정확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전사들의 대열에도 실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저 의장대가 형제 군단을 맞이하는 정도의 행사가 아니었다. 이것은 일종의 무력 시위요, 경고 행위였으며, 동시에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였다.


 프라이마크는 하얀 비단으로 자아진 아름다운 차양 아래 서 있었다. 군단을 섬기는 구릿빛 피부의 환관 60명이 비단 차양을 높이 치켜 들고 있었고, 스캐럽 오컬트 대의 터미네이터 81명이 프라이마크의 곁을 수행하였다. 전투용 갑옷으로 완전 무장한 마그누스는, 보다 검소한 미(美)의 형태를 추구하기 위해 비교적 난해한 형태의 장비들은 착용을 삼가고 있었다. 단순명쾌한 취향의 늑대들에게는 그 편이 더 적합할 테니. 마그누스의 황금 견갑에는 검은 사슬 망토가 매달려 있었고, 깃털 장식 달린 투구는 마치 화려한 코케이드처럼 솟아 있었다. 평소 갑옷에 매고 다니던 커다란 책 역시 보이지 않았으니, 현재는 마그누스의 천막 안, 마그누스 본인 외에는 누구도 열 수 없는 잠금장치 안에 숨겨져 있었다.


 아흐리만은 하늘을 힐끗 올려보았다. 하얀색으로 타오르는 금속판이 금방이라도 그 육중한 하중을 짓누르며 내려오려 하고 있었다. 거의 머리 위까지 다가오기 전까지는 청회색 수송기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터였지만, 아흐리만은 상관없다는 듯 계속 그것을 바라보았다. 변덕스럽게 형태를 뒤바꾸는 튜텔러리들이 전사들의 머리 위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파워 아머의 장갑판에 반사된 햇빛을 받아 간신히 눈에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에트피오가 깜빡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 하는 모습이, 아흐리만 자신이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에트피오 역시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한편 우티파와 파이오크가 각자의 주인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는 가운데, 시오다는 칼로피스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함께 고동하며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우티자르의 튜텔러리인 에프라-Ephra는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다른 동족들에게 다가갈 때마다 소심한 빛의 타래들이 더욱 줄어들며 모습을 감추곤 하였다.


 "여지껏 열심히 이리로 달려오고서는, 정작 우리가 준비가 다 되니 열심을 못 내는군." 포시스 트'카르가 투덜거렸다.


 "딱 스페이스 울프 답지 않은가." 하토르 마아트도 한 마디를 던졌다. 아흐리만은 형제가 이전의 조각 같은 모습보다 조금 덜 아름다운 형태로 육신을 둔갑하였음을 눈치챘다. 마아트의 얼굴은 이제 고대의 도자기 조각상보다는 강인한 전사의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안 그런가, 우티자르?"


 우티자르는 마아트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러스 전하의 전사들은 예측이 불가능하지요. 전쟁에 대한 것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우티자르는 말했다.


 "그래, 자네가 잘 알겠지." 포시스 트'카르가 말했다. "한때는 저들과 함께 복무했었으니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입니다." 우티자르가 나지막이 말했다. "저들은... 외부자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하!" 포시스 트'카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거 우리랑 똑같구만. 벌써 마음에 들 것 같은데."


 "늑대들을 말인가? 저들은 야만인일세." 칼로피스의 말에 모두는 놀라워하였다. 칼로피스는 마치 사냥에 나선 짐승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 마냥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제6원정대장은 거칠기로 유명했지만, 아흐리만은 그런 칼로피스의 정서 상태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비록 파괴 행위를 즐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로피스가 막연하거나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자네랑 동류 아닌가, 칼로피스." 하토르 마아트가 말했다. "자네라면 저들과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맘대로 떠들게, 파보니. 자네가 얼굴 성형 한 걸 내가 모를 줄 아나?"


 "그저 상황에 맞춘 것뿐이지." 하토르 마아트가 능구렁이 같은 어조로 응수하였다. 마아트의 튜텔러리가 짜증스레 깜빡거리고 있었다.


 "왜 저들이 야만인이라는 겐가?" 포시스 트'카르가 물었다. "자네를 무시하는 건 아니네만, 자네가 그리 민감한 사람은 아니지 않나."


 "자네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네. 하지만 나는 늑대들의 원정 기록에 대해 조사를 해봤어. 저 자들은 거친 방식의 전쟁 도구야. 저들의 전투에 교묘한 책략이나 정밀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네. 그저 고삐 풀린 파괴의 낫질일 뿐이었지. 황제 폐하께서 늑대를 푸실 때엔, 절대 저들의 길 앞을 막고 서지 말게. 늑대들이 고삐에서 풀려나면, 오직 잿더미만이 남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테니까. 페투라보 전하의 전사들은 차라리 그 공격성이 통제되어 있기라도 했지. 그들로부터는 배울 게 무척 많았네. 정확히 필요한 시점에 정확한 힘을 가하는 그 솜씨란 참으로 훌륭했지."


 "이번만은 칼로피스의 말에 동감이로군." 아흐리만이 말했다. "내가 정신이 나간 게지."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지만, 우티자르만은 표정을 찡그리는 모습이 보였다.


 모든 원정대장들은 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다른 군단에 임시 전출되어 그들의 방식을 배우고, 또 이 은하계에 대한 사우전드 선 군단의 이해를 넓히곤 하였다. 아이언 워리어 군단에 전출을 갔었던 칼로피스는 그들에게 흠뻑 빠져, 그들을 사우전드 선 군단에 이은 제2위의 군단으로 여기고 있었다. 포시스 트'카르는 루나 울프 군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었는데, 늘 다른 형제들에게 자신이 호루스 루퍼칼을 알현하였을 때의 이야기나, 자신이 필두 프라이마크의 최측근 부관인 하스투르 세야누스나 에제카일 아바돈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질리지도 않고 자랑해 대곤 하였다.


 하토르 마아트는 발족 초기의 엠퍼러스 칠드런 군단에서 복무하며 루나 울프 군단과도 함께 전투를 치렀었다. 하토르 마아트의 말에 따르면, 그의 완벽한 풍채가 불사조 펄그림의 눈에 들은 덕분에 펄그림 가까이에서 전투를 벌인 일이 많았다고 하였다. 마아트가 가장 자랑스레 여기는 소지품은 펄그림이 직접 새겨 준 순간의 맹세문이었는데, 프로스페로로 돌아올 때에도 그 맹세문을 자신의 흉갑 위에 자랑스레 고정해 두었더랬다.


 우티자르의 전출은 역대 원정대장들 중에서도 가장 짧았는데, 테라력으로 겨우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전출 복무를 종료시킨 것이 늑대들 쪽이었는지 우티자르 쪽이었는지는 아흐리만도 알지 못했다. 아타나이안 교단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그 생각이 너무 시끄럽고, 잔혹하고, 횡설수설하거나 요란한 이들을 피하는 편이었다.


 아흐리만은 워드 베어러 군단에서 5년을 복무하며 그들 군단과 그들의 전쟁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학습하였다. 아흐리만에게는 그리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 로가의 자손들은 좀 지나치다시피 열성적이었고, 인류의 주인에 대한 그들의 헌신은 거의 광신의 경계선에 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주군과 그분의 대의에 헌신하는 것은 모든 군단이 마찬가지였지만, 워드 베어러 군단은 마치 자신들의 성화(聖火)를 봉송하리라 맹세라도 한 사람처럼 열광적으로 살아가고, 또 싸우곤 하였다.


 워드 베어러 군단원들의 아우라는 마치 확신감으로 타오르는 불기둥과도 같았다. 아흐리만은 그들의 그런 확신감을 부적절하다 여겼는데, 그 확신의 기초에는 그를 받쳐 주는 지식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신앙이라 부르겠지만, 아흐리만이 보기에 그것은 희망찬 무지함일 뿐이었다. 단, 에레부스라는 이름의 전사만은 그 예외였다. 아흐리만은 XVII군단에서 오직 소수의 전사들만을 친구로 사귀었었는데, 워드 베어러 군단원들이 품은 열정은 그 열정에 동참하지 않는 이들에게 가까워질 여지를 내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가의 군단은 불길한 숫자를 번호로 삼고 있었다. 고대 탈리-Tali의 전통에 따르면 숫자 17은 불운의 숫자였다. XVII이라는 문자는 고대 고딕 표현인 VIXI의 아나그램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수비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으니, 이는 곧 "나는 살았었다." 즉 그 논리를 연장하자면, "나는 죽었다"라는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아에트피오가 말없이 불안을 표출하자, 아흐리만의 생각은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되돌아왔다. 아흐리만을 고개를 들어, 각진 회색 항공기 한 쌍이 진한 노란색 하늘을 뚫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꼭 엔진이 고장나기라도 한 것처럼. 한 쌍의 항공기들은 비명소리와 함께 하강하며, 날개의 앞쪽 가장자리에서 타오르는 비행운을 흘리고 있었다.


 "열심히 오고 있구만." 포시스 트'카르가 말했다.


 "좋은 건가?" 아흐리만이 물었다.


 "아니." 우티자르가 말했다. 갈색으로 탄 낯빛이 창백해져 있었다. "늑대들이 달려오는 건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가?" 하토르 마아트가 물었다. "이 거리에서도?"


 "궤도상에 있어도 읽을 수 있습니다." 우티자르가 최대한 평이한 어조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말했다.


 아흐리만은 수송기들이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진입 궤도를 계산하고는, 수송기들이 착륙장에서 벗어날 것임을 깨달았다.


 "뭔가가 잘못됐다." 아흐리만이 말했다. "목표 지점을 놓쳤어. 그것도 아주 크게."


 수송기들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소금 평원 위로 추락하게 된다면 대폭발과 커다란 크레이터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리라. 그 이미지가 정신에 고정되고 한 순간, 아흐리만은 그것이 자신의 상상일 뿐인지 아니면 미래의 파편을 훔쳐본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제 추락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확신한 순간, 두 수송기의 엔진이 켜지더니 천 마리 늑대가 일제히 울부짖는 것만 같은 포효 소리와 함께 화염이 역분사되었다. 수송기 한 쌍이 마그누스의 비단 차양 옆쪽으로 쿵 하고 착륙하였다. 배기된 먼지 구름이 착륙지점으로부터 자욱이 일어나고, 뜨거운 공기에 타버린 소금 결정들이 회오리치며 휘날렸다. 유전자 공학을 통해 몸집이 불어난 환관들이 수송기 제트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류에 날아가려는 차양을 힘겹게 붙들고 매달렸다.


 자욱한 먼지 구름이 채 다 가시기도 전에, 두 수송기의 강습 램프가 쿵 하고 떨어졌다. 회오리치는 눈따가운 연기 속에서, 회색 갑주를 입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유연한 힘은 늑대의 형상을 입고 있었고, 그 기량은 치명적으로 날이 세워져 흔들림이 없었으니, 가히 궁지 속의 싸움도 기꺼이 즐기는 게걸스러운 포식자들의 무리였다. 그 선두를 이끄는 전사는 회색 갑주를 입고 가죽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순수하고도 능률적인 공격성을 뿜어내고 있었다.


 암로디 스카르센 스카르센손. 스페이스 울프 군단 제5중대의 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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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배드애쓰한 히어로 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