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은 스페이스 울프 군단에게서 기대해야 할 바를 알지 못했다. 우티자르 역시 임시 전출이 끝나고 돌아온 뒤로 별다른 말이 없었으니. 굳이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보려 할 만큼 스페이스 울프 군단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 아흐리만은, 러스의 자손들에 대한 웅대한 이야기들과 호들갑스러운 칭송들이 그저 호사가들의 과장이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아흐리만은 그것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회색과 흰색으로 얼룩진 털에, 강한 힘이 담긴 근육질 어깨의 늑대 무리가, 아스타르테스들에 앞서 침을 뚝뚝 흘리며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노란 눈동자에 가느다란 홍채가 달린 두 눈동자는 마그누스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턱은 벌어져 지나치게 길게 자란 이빨들을 드러내었으니, 마치 무수한 상아 단검들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늑대들이 턱을 딱딱거리며 으르렁거리고, 크고 텁수룩한 대가리는 먼저 공격할 사냥감을 정하듯 양옆으로 움직였다.


 그 늑대들의 뒤로, 청회색 터미네이터 아머를 걸친 육중한 전사들이 암로디 스카르센 스카르센손을 선두로 다가왔다. 연기와 먼지 구름을 뚫고 다 망가진 마그누스의 천막을 향해 나아가는 스카르센의 어깨는, 마치 거친 눈폭풍 속을 전진하듯 웅크려져 있었다. 스카르센의 갑주는 뇌운처럼 추레한 회색이었는데, 그 목덜미에는 검은 늑대 모피가 둘러져 뼈로 된 걸쇠로 고정되어 있었다. 직접 잡은 사냥감의 거대한 두개골과 그 이빨이 오른쪽 견갑을 대신하고 있었다.


 스카르센의 얼굴에는 헬멧 대신 얼굴에 딱 맞는 가죽 가면이 씌워져 있었는데, 그 형태가 마치 늑대와 악마를 흉측하게 합쳐 놓은 듯하였다. 가면에는 옻칠이 되어 있었고, 돌 조각들이 피어싱처럼 박혀 있었다. 가면 사이로 번뜩이는 두 눈동자는 몸에 입은 갑옷을 닮아 싸늘한 회색이었고, 깨진 흑요석 같은 날이 달려 있는 검은 도끼가 등을 가로질러 매여 있었다.


 스카르센이 이끄는 전사들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야성적인 모습이었으니, 그들이 장비한 무기와 갑옷에는 각종 부적과, 늑대 시체에서 뜯어낸 주물(呪物)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선도자의 뒤를 따라 나아가는 저 세라마이트 괴수들의 행진이 과연 멈추기는 할지, 아흐리만은 확신을 갖지 못했다.


 이 노골적인 도전 행위에 분노한 아흐리만은 계위를 따라 상승하였다. 아에트피오가 두려움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튜텔러리가 대양 속 피난처로 달아나자 아흐리만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아흐리만의 시선이 으르렁거리는 늑대들에게로 돌아갔다. 지성이 담긴 늑대들의 눈동자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싸늘하게 식어 내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순간, 늑대들의 형상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아흐리만은 모든 튜텔러리들이 전부 달아났음을 깨달았다. 마음 속의 분노가 순간적인 당황으로 변하고, 모든 전사들의 시선이 마그누스에게로 향하였다.


 아흐리만은 마음 속에서 그들을 진정시키는 프라이마크의 존재감을 느꼈다. 그 목소리는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모든 원정대장들이 들을 수 있게 울리고 있었다.


 진정하거라, 아들들아. 이건 그저 가식적인 연출일 뿐이니라.


 거대 늑대들이 멈춰 서더니, 원정대장들과 겁에 질린 환관들을 흐트러진 반원형으로 둘러싸고 진을 쳤다. 늑대들이 고개를 낮추고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에, 헤카 지팡이를 따라 파괴 에너지의 파동을 쏘아 내고 싶은 충동이 이성을 압도하기 직전까지 강하게 치밀었다.


 "마그누스 더 레드 전하." 스카르센이 마치 의심된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우르릉하고 거칠게 울리는 그 목소리는 가히 살육자의 목소리 그 자체였다. "제 이름은 암로디 스카르센 스카르센손. 스페이스 울프 군단 제5중대의 군주입니다. 펜리스의 군단들의 위대한 늑대, 리만 러스 전하의 동원령을 전합니다. 그대의 병력을 소집하여 시급히 아크 리치 성단으로 향할지어다. 이상이 늑대왕 전하의 명령입니다."


 감히 프라이마크처럼 강대한 존재의 앞에 서서 그처럼 대담하고도 공격적인 전언을 전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흐리만은 자신이 무의식 중에 이미 총의 개머리판 위에 손을 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동료 원정대장들의 아우라에서도 격노의 물결이 끓어오르며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사지가 에테르 에너지로 떨리고 있었다. 잔잔하게 찰랑거리던 에너지의 흐름이 요동치며 성난 파도로 변하여, 지금 당장 해방해 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코르비다이의 영향력은 현재 최저조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흐리만은 여전히 대양의 권능을 끌어모아 경이로운 파괴의 힘을 방출할 수 있었다.


 육신 안에 에너지가 차오름에 따라 주변의 에테르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 이것이 바로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이었으니, 곧 시원의 창조자의 원천에 접속함으로써 그 권능을 마치 검사가 검을 휘두르듯 날래게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에너지는 스카르센과 그 휘하 전사들의 주위에서도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 에너지의 흐름이 사우전드 선 군단의 아스타르테스들의 몸을 간단히 통과하고 지나가는 데에 비해, 스페이스 울프 군단의 전사들은 그 에너지에 있어 아나테마나 다름이 없었다. 스카르센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겨우 흐릿한 아지랑이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니, 마치 짙은 안개 속으로 간신히 비치는 겨울 햇빛과도 같았다.


 스카르센이 결계를 친 건가?


 그럴 리는 없을 터였다. 다만, 어쩌면 스카르센의 갑옷에 걸린 저 많은 주물들이 그를 방어해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저런 부적 따위가 제공해 주는 방어 효과란 대부분 착각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어쩌면 그에 대한 믿음이 거기에 강한 힘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아흐리만은 스페이스 울프 군단의 터미네이터들 가운데 머리에 딱 달라붙는 가죽 모자를 쓰고 있는 수염투성이 전사 한 명의 몸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깊은 어둠 속 덜 짙은 그림자처럼. 또는 뇌우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처럼.


 그 전사에게서도 자신과 비슷한 힘이 느껴졌지만, 그 기운은 아흐리만이 느낀 순간 다시 사라져버렸다.


 "예를 갖춰라, 이 무례한 것!" 포시스 트'카르가 으르렁거리며 외치는 소리에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제2원정대장, 트'카르가 앞으로 나서 헤카 지팡이를 발 앞에 꽂고는 말했다. "다시 한 번 그와 같은 식으로 지껄인다면 대양에 맹세코 끝장을 내 주겠다."


 찬탄할 만하게도, 스카르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포시스 트'카르가 내뿜는 분노의 기운이 맹렬하게 그의 아우라를 두들기고 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인상적인 일이었다.


 스카르센의 시선은 오직 마그누스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제 전언을 전해 드린 그대로 이해하셨습니까?" 스카르센이 물었다.


 "이해하였다." 마그누스가 차분히 대답하였다. "이제 네 가면을 벗어라."


 스페이스 울프 군단원이 마치 뺨이라도 맞은 듯 움찔거리고, 아흐리만은 맹렬한 힘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신보다 무한히 더 거대한 정신의 의지에 자신의 내면을 채우고 있던 에너지가 순식간에 빨려 나가는 느낌에 아흐리만은 헛숨을 들이켰다.


 사지가 힘겹게 저항하며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떨리는 동안에도, 스카르센의 손은 위로 뻗어 올라가 가면을 고정시키는 버클을 풀었다. 스카르센이 얼굴을 덮고 있던 가면을 벗고, 마치 폭풍에 깎여 나간 절벽처럼 험악하고 수척한 얼굴을 드러내었다. 얼굴은 말끔하게 면도가 되어 있었고, 높은 광대와 이마에는 개과 동물의 송곳니가 마치 왕관처럼 꿰어져 있었다. 아랫턱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늑대의 턱뼈 모양을 흉내낸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스카르센의 관자놀이에서 혈관이 꿈틀거리며 맥동하였다.


 "훨씬 낫구나." 마그누스가 말했다.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마그누스는 마치 체구가 부풀어 오르듯 커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여느 때와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막강한 프라이마크의 존재 앞에 늑대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나지막이 으르렁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서 아흐리만은 공포가... 아니, 정확히는 먹잇감이 된 짐승의 경계심이 어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스카르센이 이곳까지 온 목적은 단 하나. 사우전드 선 군단을 아크 리치 성단으로 데려가기 위함이었다. 그를 위해 스카르센은 가능한 가장 분명한 방식으로 자신의 전언을 전하였지만, 마그누스는 스페이스 울프의 거친 힘으로 간단히 위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저를 죽이시면 위대한 늑대의 분노를 감당하셔야 할 것입니다." 스카르센이 씨근거리며 말했다.


 "그 입 다물거라!" 마그누스가 천둥 같은 목소리로 말하매, 세계가 침묵하였다. 모든 소리가 침묵하여 사라지니, 바람조차 울음을 멈추고 소금 결정들도 지면 위로 미동 없이 엎드렸다. "그대는 내게 있어 아무 것도 아니다, 암로디 스카르센 스카르센손이여. 나는 그대나 그대의 야만인 형제들이 나를 막으려 손 한 번 들어 보기도 전에 그대를 선 자리에서 바로 죽여 버릴 수 있다. 생각 한 번만으로 나는 그대들의 함선들을 파편 더미로 만들 수 있다. 그 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난 후에, 다음 할 말을 신중히 선택하거라."


 마그누스의 도발적인 말에 스카르센의 아우라가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본 아흐리만은, 스카르센이 용기가 없는 전사는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허나 동시에, 그는 자신이 프라이마크의 권능 앞에서는 그저 한 조각 티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지혜가 없는 전사도 아니었다. 스카르센은 좌우를 둘러보며, 주변의 세상이 모두 얼어붙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웅장한 개선로 양옆으로 조각상처럼 도열해 있는 사우전드 선 군단을 제외한 모든 참관인들과 휘날리던 깃발들이 그대로 허공에 굳어져 있었다.


 스카르센이 고개를 들어 힘줄이 불거진 두꺼운 근육질 목을 드러내자, 아흐리만은 그 몸짓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역주: 자기가 무례를 범한 걸 인정하니 그에 대한 처벌로 죽여도 상관없다는 뜻. 죽일 테면 죽이라고 뻣대는 걸지도 모르지만 이어지는 문단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해석이 더 알맞다고 생각함.


 마그누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곧 세계가 자연적인 리듬을 되찾았다.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하고, 비단 깃발들도 바람에 날리는 소금 결정들의 아지랑이 속에 다시 펄럭였다.


 "울프 로드, 스카르센 공." 마그누스는 말했다. "그대가 전한 전언은 이해하였으나, 우리에게는 그대의 아비의 군단 곁에서 함께 싸우기 이전에 이 아고루 땅에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노라."


 "이 행성은 이미 순종하지 아니하였습니까?" 스카르센이 물었다. 아흐리만은 돌연 공손해진 스카르센의 어조에 다른 스페이스 울프 군단원들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을 감지하였다.


 "그러하였지." 마그누스 역시 동의하며 말했다.


 "허면 여기에 또 무슨 일이 남으신 겁니까?" 스카르센이 물었다. "굴복시켜야 할 행성은 아직 남아 있고, 그를 위해서는 전하의 군단의 힘이 필요합니다. 전하의 전우들이 전하를 부르고 있으니, 부름을 받으면 싸우러 나서는 것이 전사의 의무입니다."


 "그대의 행성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 마그누스가 말했다. "허나 이곳은 펜리스가 아니다. 사우전드 선 군단이 언제 어디에서 싸울지는 내가 결정할 몫이며, 늑대왕이 결정할 몫이 아니다. 하물며 그대의 몫은 더더욱 아니지. 이해하였느냐?"


 "이해했습니다, 마그누스 전하. 허나 저는 전하의 전사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결코 되돌아오지 않겠노라고 피의 맹세를 맺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며, 내 결정 또한 논의할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마그누스의 목소리에는 착각할래야 착각할 수가 없을 정도로 날이 서 있어, 그의 인내심이 다하였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허면 저희의 협상은 교착 상태가 되었군요."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구나." 마그누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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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스울이 사이킥 저항력 있다는 얘기를 나무위키에서 봤었는데 이 대목을 보면 사실이 맞기는 한듯.


정확히는 그게 무슨 진-시드에 각인된 유전적 저항력이 아니라 특유의 펜리스 주술 신앙에 의한 것인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