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시트 행성, 이곳은 행성 연방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세력의 새로운 개척 행성 중 하나다.


아직 개척지는 작은 도시 크기긴 하지만 자원이 풍족하고 지성체가 없던 행성이라 원주민과 개척민 사이의 불화같은 것도 없이 평화롭고 살만한 곳 이였다.


유일한 골칫거린 행성의 거수들이 있었으나 가끔 이놈들이 도시로 들어올 경우엔 대피소에 있다가 맹수들이 흥미를 잃고 떠날때 다시 나오면 되었다.


게다가 새로운 정착민인 '놈'이라 불리는 뛰어난 지능의 그린스킨과 반쯤 미쳐서 그린스킨을 시종들고 있는 클락트 콜트란 인간이 들어온 이후엔 대피소에 숨을 필요도 없어졌다.


놈이라는 그린스킨이 푸른빛으로 빛나는 검 한자루로 도시 근처에 위협이 될 법한 포식자와 거수들을 전부 처리하고 개척지 근방 현상금 수배자들 목을 베어버렸으니까.



마을 사람들은 놈과 콜트를 환영해주었으며 놈과 콜트도 도시 사람들과 꽤나 친근하게 지냈다.



어느날 탐험가 출신 거주민 한명이 술에 잔뜩 취한채 놈이 마치 검기를 못쓰는 드라자처럼 싸운다고 떠들어댔고 호기심 많던 놈은 그가 누군지 물었다.


거주민은 드라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놈은 이야기를 중간쯤 듣다 갑자기 자신의 칼에다 대고 간지러우니 콧방귀 좀 그만 뀌라고 소리쳤다.




놈은 팔랑크스 탐험가들에게서 전설로 불리는 칼잡이도령 드라자처럼 검기로 단번에 운석을 쪼개고 지형을 바꾸진 못했다.


그러나 놈이 들고 있는 검은 닿은 것을 전부 쪼갰기에 놈은 그저 상대보다 빠르게 다가가 검을 꽂기만 하면 적이 죽어서 검기 같은게 필요하지 않았다.


이 이상한 검을 쥐고 있을때 놈은 언제나 상대보다 빨랐고 강했다.




하지만 오늘 놈은 그날 거주민이 들려준 칼잡이 도령의 검기 같은 것이 간절했다.




장대같은 비가 내리고 도시 전체에 어둠이 짙게 깔린 오늘,


페허가 된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폴과 개척단,거주민들로 이루어진 민병대만이 지하 대피소 앞에 바리게이트를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앞, 요충지에서 놈이 끝없이 몰려오는 카오스 망령들을 푸른빛이 나는 검으로 베어내고 있었다.




놈은 절대 지치지 않았다. 적을 베어내면 오히려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다.


벨때마다 검의 푸른빛이 짙어지고 검신에 이상한 얼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놈은 기괴한 전능감마저 느꼈다.


붉은 전사들이 괴기한 발음으로 피와 해골을 탐했으나 놈의 검이 그들을 흝고 지나가면 허세의 가면이 벗겨지듯 비명소리를 지르다 추하게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적은 너무 많았고 가까이 있는 붉은 전사들은 놈과 싸웠지만 저 멀리 있는 파란 전사들은 놈을 눈치채지 못하고 도시로 향했다.


놈은 최대한 전사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크게 돌면서 싸웠으나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고 범위가 넓어 전사들이 대피소로 세기 시작했다.


날개가 달린 붉은 거인의 검을 깨부순 뒤 목덜미로 뛰어 날아가 척추를 끊어내고 새머리를 한 거인이 내지른 거친 빛줄기를 검날로 반사시켜 적들을 한줌의 잿더미로 바꾸다 문뜩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개척지에 살아 있는 이가 자신 이외엔 없게 될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단순한 그린스킨에 불과한 놈이 생각한 것이 아니였다.



사람이 홀로 서 작물로 날아드는 메뚜기 무리를 손으로 쳐낸다고 생각해보라


물론 사람은 메뚜기보다 강하니 손짓 한번에 많은 메뚜기가 죽을 것이고


메뚜기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리라


하지만 과연 메뚜기 무리가 작물을 해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놈과 망령들의 형세는 그와 같았다


"어르쉰 닥쳐라"



놈은 낄낄대는 머릿속 목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검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놈이 아무리 검을 휘둘러 망령들을 빨아들이고 죽인다 하여도 망령들은 자꾸만 뒤로 세기 시작했다.


폴이 든 플라즈마건의 발사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하자 놈은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비록 인간들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 곳 개척지의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그린스킨인 놈은 마음에 드는 것을 지켰다.


. . .



드라크니옌은 저 얼뜨기들이 이 땅에 정말로 와줘서 즐거웠다


낚시꾼처럼 자신이란 미끼를 놓고 물고기가 걸리길 기다렸는데 설마 이렇게 많은 고기가 걸릴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저 얼뜨기들 하나하나의 질은 떨어졌지만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풍족한 양에 드라크니옌은 굶주림이 해소되는 것이 느껴졌다


드라크니옌은 놈 이외엔 누가 죽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인간들은 지금이 되었든 나중이 되었든 죽이기도 전에 죽는 허탈한 존재들이니까


영구적으로 자신을 들고 다닐 수 있을 특이한 그린스킨인 놈만 있으면 되기에 드라크니옌은 이 만찬을 순수히 즐기고 있었다


그때 행성의 대기권 근처에서 아주 강렬한 힘의 열기가 느껴졌다


드라크니옌에게 아주 익숙하면서도 처음 느껴보는 모순적인 힘의 파동이였다


드라크니옌은 자신이 놀랄 정도로 강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존재가 누군지 호기심이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 . .



하늘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눈이 내리듯 빛은 점차 행성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붉은 전사, 파란 전사, 거인들, 기계들 가리지 않고 그 눈송이 같은 빛을 멍하니 처다봤다. 그 빛송이들이 망령들에게 닿자 눈이 녹듯 망령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놈은 망령들을 배어내다 이놈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놈은 자신의 손이 검을 땅에 강하게 내려꽂는 것이 느껴져 화를 내며 검을 돌아보았다.


검은 겁먹은 타조처럼 자신의 검날을 땅에 깊숙히 내려박아 자신의 면적을 최대한 줄인 뒤 놈을 끌어 당겼다. 놈은 의아해 하면서도 양반다리를 한채 검 옆에 앉아 빛송이를 막아주었다.


평소의 드라크니옌 어르신은 늘 태연했다. 그날 처음, 황무지에서 극적인 첫 만남을 가졌을때를 빼곤 늘 시답지 않게 낄낄대거나 그저 놈을 공격하는 존재들을 죽일 뿐 감정적으로 격해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의 어르신에게선 격렬한 그리움과 반가움, 분노와 슬픔이 느껴졌다.


어르신이 하늘에서 내리는 빛송이를 극도로 경계하기에, 놈은 빛송이가 수없이 떨어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어르신을 위한 우산이 되어주었다.


새하얗고 아름다운 빛송이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대피소를 빠져나오자, 작게 하늘에 떠 있었던 함선 하나가 사라졌다.




. . .



연방의 한 사무실, 높으신 분 한명이 망령들로 인한 피해보고서를 읽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폴라시트 행성은 아주 최근에 개척단을 보낸 행성에다 그 행성엔 지성체가 개척단과 이주민들을 제외하곤 없다는 것을 분명 확인했었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자료들을 보면 망령들은 지성체가 많은 곳을 집중적으로 타격했었다.


그런데 이 말도 안되는 피해기록은 뭔가.


"이거 제대로 적힌거 맞아? 내가 잘못 보고 있는거 아니지?"


"예. 저희도 몇번이고 확인했습니다. 영상도, 기록도 전부 조작된 것은 없습니다..."


"허...아니 사람도 별로 없는 곳을 왜 이리...? 아니 그보다 어떻게 살아남은거지?"


"글쌔요...저도 이걸 보며 경악했습니다..."


개척단장 폴의 바디캠 영상에선 수많은 날개 달린 붉은 거인들과 푸른 거인들이 저 멀리서 무언가와 충돌하며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피소 근처에선 폴과 무장세력의 플라즈마건이 망령 초인 전사들을 향해 쉴새 없이 쏟아지는게 보였다. 대피소와 바리게이트를 제외한 도시가 전부 날아가 꽤 멀리까지 찍혔음에도 주변엔 망령 전사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바디캠엔 너무 멀어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푸른빛으로 빛나는 유물인지 뭐시기가 저 무시무시한 거인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 중이라고 높으신 분은 추측했다.


아니면 저 푸른빛의 유물이 대악수들과 망령 대군을 끌어들였거나.



높으신 분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보고서로 자신의 이마를 툭툭치며 눈을 감았다.


"분명히 이 행성에 뭔가 있어...아주 강력한 무언가가...흠 조사단을 파견해야겠군."


"저희 지금 사람도 자원도 부족한 건 아시죠? 개척지까지 돌볼 여유는 없을겁니다."


"안심하게. 이런거 조사하는데 최고의 실력을 가진 친구를 알고 있으니까."


"네"


하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사무실을 나가자 높으신 분으로 보이는 분은 전화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누르고 말을 이었다.


"오 아그!!!! 자네 지금 한가하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놈하고 아그의 만남 바로 전 내용...


필력이 너무 안좋아서 부가 설명을 하자면요...


드라크니옌이 광역 어그로를 시전해서 워프에 관련된 것들을 먹으려고 낚시하고 있었는데


하필 망령사건이 터져 카오스 망령들의 개척도시 대규모 침공이 시작된 겁니다.


원래 대로면 이정도로 위험한 사건은 아니였어요.


그리고 빛송이로 망령들을 정화하고 사람들의 안전을 확인한 뒤 떠나간 함선엔 올드원하고 황제가 타고 있었어요.


드라크니옌은 황제와 올드원을 느낀거죠. 황제는 익숙한데 올드원은 익숙하지 않은...그런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ㅈㅅ


드라크니옌 급이 생각했던거 보다 너무 높아서 좀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저기 나온 붉은 거인, 푸른 거인 전부 그레이터 데몬들이 맞아요.


약간 세상 태연한 흰머리에 길고 풍성한 흰수염이 달린 늙은 바바리안을 떠올리며 썼어요.


망령 전투 기록들에선 주인공격 인물들이 너무 잘 막더라고요 그래서 올드원의 개입이 아니면 빡센 레벨의 망령습격도 써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ㅈㅅ


드라크니옌은 놈과 만나기 당시(종말을 기다리다) 이런 상태였고, 놈과의 첫 만남은 (잘 드는 막대기)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