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최고 성구 관리인]
[탄약 부족]
[부활]
재정비 과정에 착수한지 벌써 몇 주가 지났건만, 아직까지도 자야는 재정비에 애를 먹고 있었다. 자야는 사다리의 마지막 5m를 주루룩 미끄러져 내려온 뒤, 헬멧을 벗고 상쾌하지만 무더운, 금속내 섞인 격납고의 싸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녀의 최고 성구 관리인-Sacristan Apex인 토롤렉-Torolec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왼쪽 무릎 부위의 공기 역학 장치에서, 압력 밸브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자야가 로브를 뒤집어 쓴 토롤렉에게 말했다. “그곳에서 생긴 결함이 기체의 선회 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후드 달린 로브를 뒤집어쓴 토롤렉은 키가 껑충하고 깡마른 사내였다. 비리디온 가문의 뒷다리로 선 페가수스 문양이 새겨진 검은색과 로럴 그린 색 섞인 로브를 입고 있음에 토롤렉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다. 토롤렉은 항상 기도문이 새겨진 양피지 조각들을 훈장처럼 매달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성스러운 작업에 임하고 있을 때면 양피지 기도문들은 종종 엔진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펄럭이곤 하였다. 최고 성구 관리인으로서 토롤렉은 비리디온 가문 제일의 머신-시어였다. 그 나이가 어언 300살에 달한 토롤렉은 자야의 일생 동안 그녀를 알아왔고, 또 섬겨왔다. 이전에 토롤렉은 나머지 함대와 함께 하이락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바가 있었고, 자야는 그녀의 가문을 가장 오랜 세월 동안 섬겨온 가신의 소원을 존중하여 이를 받아들여 주었었다. 지금의 상황과 또 주변 상황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를 고려하여 볼 때, 자야는 토롤렉이 자신의 곁에 있음에 이전보다 배는 더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부분을 재조율한 것이 이걸로 벌써 두 번째입니다.” 토롤렉 노인이 대꾸하였다. 토롤렉의 목소리 주위로, 환기 시스템이 울부짖으며 숨결을 내뿜는 소리가 함께 울렸다. 공기 정화용 가고일들이 공장 내음을 들이마시고 재활용된 공기를 내쉬며 용처럼 우는 소리를 내었지만*, 푹푹 찌는 열기만은 거의 줄여주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남작님─ 문제는 밸브가 아니라 합일-the Merging**에 있습니다. 모든 증거들이 기사와 그것을 조종하는 자제 사이의 단절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건만, 남작님께서는 축성된 금속과 순종적인 기계 장치들에 비난을 돌리시는군요.”
(*역주: 원문은 “Air filtration gargoyles breathed in the forge scent and exhaled recycled air, dragon-keen, doing little to diminish the sweltering heat.” 여기서 드래곤-킨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애매하다. 일단 아일랜드 방언에 keen에 통곡이나 구슬피 움이라는 뜻이 있길래 이걸 차용했는데, 이게 맞는 해석인지는 애매하니 일단 역주를 통해 밝혀 둠.)
(**역주: 나이트 아머의 머신 스피릿과 그걸 조종하는 기사의 정신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 한마디로 기체와 조종사 사이에 링크가 연결이 안 된다는 거다.)
두 기의 서비터들이 걸어나와 자야의 흉갑과 견갑을 벗겨주려 하였지만, 자야는 경고의 손짓으로 서비터들을 뒤로 물렸다. “지난 밤이 새도록 명상에 잠겨 깊이 생각해보았네.” 자야가 따져 들었다. “하지만 내겐 자네가 말하는 단절이 느껴지지를 않아.”
토롤렉은 전원이 꺼진 기사를 향해 물러났고, 자야는 그 노인의 뒤를 따를 수밖에는 없었다. 성구 관리인은 하나의 팔뚝으로부터 뻗어 나온 바이오닉 의수 두 개를 들어 올려, 기사의 발치의 도색되지 않은 장갑판 위에 두 손바닥을 올려 놓았다.
“남작님께서는 기사의 고결한 혼에 저항하고 계십니다. 기사의 혼도 남작님께 저항을 하고 있지요. 고집불통인 두 영혼이 서로 뒤엉킨 채 다투기만 하는 꼴입니다, 아주.”
자야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이는 오직 토롤렉뿐이었다. “내 영은 평안하기만 하네.” 거짓말이었다.
“정 그러시다면야 더 이상 말다툼은 하지 않도록 하지요, 남작님.” 토롤렉은 거대한 병기를 올려다보며, 그 음침한 영광스러움을 견식하였다. 자랑스럽고도 눈부신 가문의 상징색이 보여야 할 장갑판 위에는, 오직 도색이 벗겨진 채 상처자국으로 덮인 금속 재질만이 남아 그의 시선에 들어오고 있었다. 기사의 업적과 그것을 조종하는 기사 자제의 명예로운 복무 기록이 새겨진 군기가 매달려 있어야 할 곳에는, 그 어떤 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이 기사들은 여전히 생존 중인 가문들로부터 폐기되고, 응급 장비로서 유배당한 것들이었다. 곧 이 기사들은 전장으로 행군하게 될 터이니, 그 생애 처음으로 기사들은 바람에 휘날리는 비리디온 가문의 삼각기 없이도 전투를 치루게 될 것이었다.
“말다툼하기 싫다니, 자네 치고는 참 드문 너그러움이로군.” 자야가 말했다.
주름으로 쭈글쭈글한 토롤렉의 얼굴에 장난기가 떠오르며, 그의 두 눈동자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타보시지요, 남작님. 어쩌면 다음 연습 때는 남작님과 새로운 병기의 합일이 성공할지도 모르잖습니까. 무기 체계 시험도 예정되어 있고 말입니다.”
“저 고물단지의 대포라면 비장전 격발 시험을 벌써 한 백 번은 해봤을 걸세.”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오늘은 실사격을 하시게 될 겁니다.”
자야는 토롤렉을 빤히 바라보았다. 모르탄 가문-House Mortan으로부터 화물이 도착하기를 고대하며 기다린 지가 벌써 일주일이 넘은 지금이었다. “탄약이 도착한 겐가?”
“마침내 도착했지요. 저희가 방금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이에 이미 도착했습니다.” 토롤렉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기쁨으로 밝아져 있던 그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물론, 남작님께서는 가문의 공장으로부터 성스러운 물자들을 공여해준 크라스트 가문-House Krast에 적절한 감사를 보이셔야 하실 것입니다.”
“크라스트 가문이라고?” 자야의 목소리에서는 불신의 기색이 울리고 있었다. “그 오만한 것들이 어찌….”
“어허.” 토롤렉이 책망하 듯 말했다. “그 너그럽고도 고결한 분들께서, 라고 말씀하시려던 참이셨겠지요?”
“… 그렇지. 허나 그럼 이전에 우리의 요청에 거절을 했던 것은 또 뭐였단 말인가?”
“들리는 바에는 인장관 각하께서 이 문제에 대해서 크라스트 가문에 의지를 하셨다 하더군요.”
여기저기 심하게 찌그러진 자국이 남아 있는 청회색 기사 한 대가 곁을 지나가며 격납고의 바닥을 진동시키자, 자야는 그 기사를 바라보았다. 깨끗이 닦아 기름을 다시 칠할 필요가 심히 급해 보였다. 쇠가 반항하 듯 삐걱이는 소리는 차마 듣기 괴로울 정도였다.
자야가 몸을 움찔거리는 모습을 토롤렉이 보았다. “아마 기사를 “저 고물단지”라고 부르시는 것을 그만두시기만 해도 기사의 존중을 얻기가 더 쉬워질 텐데 말입니다. 저희 궁중의 다른 자제들은 이미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자야는 체면치레로라도 토롤렉의 꾸짖음을 받아들일 수밖엔 없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그러해 보이더군.”
“억울해 하시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남작님. 허나 감사할 줄 모름의 악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주의시켜 드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되는군요.”
자야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저 자제들은 기사 갑주라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주목 받지도 못하고 방치되어 있는 유배 생활조차도, 여느 기사 가문들이라면 응당 행운이라 여길 만한 것이리라. 하지만 이토록 빠르고도 심각하게 전락하여, 그들에게 분개하거나 아예 무시해버리는 다른 가문들로부터 적선 받은 고철 덩어리들에나 의지해야 한다니….
자야는 숨을 들이 마셨다. “수송되어 온 탄약이 도착하면 불러주게.”
토롤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몸을 꾸벅 숙여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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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 쉒, 8장에서 으리으리하게 수송선 내려줄 때는 신삥들 좀 가져왔나 했더니 고물들 갖다 주고서는 생색 낸 거였네.
그러게요. 난 또 신제품 언박싱 해주려는 줄 알았지....
파일럿은 정비탓 정비는 느그탓 ㅋㅋ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