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하라. 내가 영광스러운 소식을 전하노니, 신께서 우리 사이로 거니신다. 신-황제 폐하께서 나의 길을 인도하시니, 내가 혼돈의 조류 속에서 헤맬 지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이다."

붉게 물든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자신의 조종석을 마치 기도실처럼 꾸며 두었고, 여러 대의 모니터 화면들 위에는 머리 둘 달린 아퀼라 조각상이 날개를 활짝 펴고 매달린 채, 그를 외눈으로 굽어보고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나를 영원히 다스리시는 군주시요, 나는 그분의 신하일지니, 내게 부족함만이 있을지어다."

건틀렛을 낀 손이 서로 맞물리며 까드득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움켜쥔 손은 경건한 기도의 열정으로 무심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깍지 낀 손을 두꺼운 흉갑 위로 더 가까이, 심장의 고동이 세라마이트판 너머로도 전해질 정도로 가까이 가져다 대며, 사내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기도하였다.

"폐하께서는 내 영을 약속된 낙원으로 인도하시며, 나를 명예의 길로 이끄실지어니. 그분께서 나의 혼을 혼돈의 군세 속에서도 지키시며, 내 원수들의 앞에서 내 검을 높이 세우시고, 내 머리에 관을 씌우시는도다. 내가 폐하의 제국에 영원히 거하리니, 내 평생에 명예와 용기와 충성이 있으리로다."

희미한 붉은색 조명빛만이 가득한 조종석의 왕좌 위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제국의 기사 안에서 그는 결코 홀로였던 적이 없었다. 그의 기도에 응답하듯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기계령이 깨어났음을 그에게 알렸다. 기계령이 그와 함께 읊조리며, 황제를 칭송하는 기도의 문구는 더욱 더 높이 조종석 안을 울린다.

그리고 기사는 투구를 썼다.



투구의 바이저 너머로 외부의 빛이 비쳐 들어오며 눈이 부시도록 시야가 밝게 물들었다. 기사의 눈앞에 푸르른 초원이 펼쳐졌다. 시리도록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초원의 푸르름에, 기사는 조종석 내부를 가득 채운 성스러운 향 냄새 너머로도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초원의 양쪽 끝에는 지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로 늘어선 두 군대가 전열을 이루고 서있었다. 저쪽 끝에는 검게 물든 적군의 전열이. 그리고 그의 발밑에는 백색과 청색 갑주를 입고 있는 황제 폐하의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전열을 이룬 채,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외부의 감각들이 일제히 수용되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기사는 발밑의 병사들이 들고 있는 창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갑옷과 갑옷이 서로 긁히는 소리를, 그리고 동료 기사들의 검이 피에 굶주린 채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병사들이 황제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성가를 부르며 창으로 지면을 두드리는 성스러운 합창 소리가, 제국의 위엄을 자랑스레 내보이고 있었다.

황제를 위한 찬양의 소리가 이리도 아름답거늘, 거기에 불협화음을 섞어 넣으려는 듯 적들이 내지르는 야만스러운 함성소리는 아득하게 들려와, 투구의 청각 장치를 통해 그의 고막을 울려 왔다.



경멸과 증오로 송곳니를 드러내어 보이며, 기사는 기도문의 마지막 구절을 읊었다.



"이리하여 나는 신-황제 폐하의 심판의 검이 되리니, 폐하의 의지가 나를 통하여 천벌이 되어, 폐하의 원수들을 내리치리이다."


.

.

.

.

사내는 발밑을 간질이는 풀잎과 뺨을 쓰다듬고 지나가는 바람의 숨결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형형색색의 갑주를 걸친 수십만의 전사들이 대군을 이루고 서있는 그 모습이란 과연 장관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군대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그록스의 피로 얼굴 위에 야만스러운 워페인팅을 그려놓은 카밀리아드-Kamiliad 왕국의 전사들이었다. 신성한 삼각꼴 문장을 이마에 새긴 용기와 전쟁의 신, 카르나-Kharna의 사제들은 전사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들에게 블러드러스트(bloodlust)의 축복을 걸어주고 있었다. 축복을 받은 전사들은 금방이라도 적들을 향해 뛰쳐나갈 것처럼 입에 게거품을 문 채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열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내는 성스러운 황동 사냥개들 위에 타고 있는 거구의 장군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만일 광란에 빠져서 진열을 흐트러트리는 전사들이 있었더라도, 저들이 휘두르는 무자비한 철퇴에 맞고 금방 진압을 당했으리라.

중앙과 우익을 이루고 있는 카밀리아드 군대의 좌익에는 그와 같은 용병들이 보다 어수선한 진형을 이루고 서있었다. 용병들 중 대부분은 카밀리아드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카르나의 문장을 방패나 갑옷 위에 새겨놓고 있었지만, 개중에는 다른 신들을 섬기는 전사들 역시 섞여 있었다. 까마귀를 본딴 가면을 쓰고 뱀처럼 구불구불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마법사들은 마법과 지혜의 신인 잔차르-Zantzcar를 섬기는 이들이었고, 자비로운 생명과 풍요의 신 나르갈-Nargal을 섬기는 전사들은 두꺼운 갑주를 전신에 걸친 채 자기들끼리 기분 좋게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끼인 사내는 미와 예술의 여신, 셀레네스-Seleenes를 믿고 있었다. 여신의 다른 열렬한 신도들과는 달리, 그가 셀레네스를 믿는 이유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셀레네스는 예술의 여신이지만 또한 부(富)와 물질적인 성공을 관장하는 여신이기도 하였고, 지금까지 셀레네스는 그에게 거금을 벌어들일 기회들을 어김없이 내려주었었다. 그러니, 분명 이번의 전투도 한 턱 단단히 벌 수 있을 만한 건수가 되어 주리라.

사내는 갑옷의 품 속에서 작은 양피지 조각을 꺼내들었다. 낡아서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양피지 조각에는, 그와 같이 셀레네스를 섬기는 용병 동료가 그려준 가족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속에서 그를 향해 미소 지어주고 있는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보고 있으려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힘을 풀리려 하고 있었다.

사내는 양피지 조각을 조심스레 고이 접어 다시 품 속에 집어넣고는, 손에 쥔 곡도와 방패를 더욱 굳게 잡으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여름이 지나고 나면 곧 있어 길고 혹독한 겨울이 온 땅을 뒤덮을 것이었다. 얼어붙은 가스 폭풍이 지면을 휩쓸게 되면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으니, 그 전까지는 온 가족이 겨울을 나기에 충분할 만한 돈을 모아두어야만 했다.

용병 사내는 초원 반대편에서 지루하리만치 단조로운 노래를 불러대고 있는 적군을 바라보며 풀밭 위에 침을 내뱉었다.

아마, 이번 전투가 올해 마지막 벌이가 될 것이었다.

.

.

.

.

병사들이 창으로 지면을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야만족들의 함성소리가 커질 수록, 병사들 사이에 섞인 하급 지휘관들은 그 함성소리를 찬송가의 소리로 덮어버리도록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아마, 저 반대편에서 야만족들의 우두머리들도 마찬가지 행동을 하고 있으리라.

소음을 동반한 제국의 병사들과 야만족 전사들 사이의 신경전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투구의 복스-링크 너머로 동료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란첼롯 경-Sir Lanczelot.]

그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초원의 모습을 담고 있던 모니터 화면 하나가 전환되며 목소리의 주인의 모습을 비추었다.

"거윈 경-Sir Gerwyn."


기사, 란첼롯은 화면 속의 동료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보내며 대답하였다.

거윈은 마주 고개를 숙여 인사에 답하고는 말했다.

[적군의 기세로 보아 곧 돌격해올 것 같소. 우리 쪽도 준비를 합시다.]

란첼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윈 경은 좌익을 맡아 주시오. 적군의 포진으로 보아 좌익과 중앙에 정예가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니, 좌익의 거윈 경과 중앙의 내가 적들의 정예를 막는 사이 우익의 몰트렛 경-Sir Moltred이 적의 좌익을 돌파하고 후방으로 돌아가 적들을 포위섬멸하도록 합시다."

란첼롯의 말에 거윈은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전대의 몰트렛 경이 오크에게 전사하고 이번 대의 몰트렛 경이 습명을 받은 지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소. 그만한 중임을 맡겨도 되겠소이까?]

거윈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지만, 란첼롯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대의 몰트렛 경이 아직 경험이 적고 젊기는 하나, 그를 보충할 만한 용맹과 지략을 충분히 지니고 있소. 무예 또한 습명을 받기에 족할 정도로 출중하였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나는 몰트렛 경을 믿소이다."

[경이 그리 말한다면.]

란첼롯의 단호한 태도에 거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데답했다.

란첼롯 역시 거윈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말했다.

"허면 방금 전의 전략안은 거윈 경께서 몰트렛 경에게 전해주시오. 나는 전투에 앞서 병사들을 고무시켜 두겠소."


[그러도록 하리다. 황제 폐하께서 가호하시기를, 란첼롯 경.]

"황제 폐하께서 가호하시기를."

복스-링크가 끊기고, 다시 화면 위로 초원을 가득 메운 병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 쉼호흡을 하며 호흡과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란첼롯은 기체의 복스-스피커를 투구의 음성 장치에 연결시켰다. 딱 하는 소리가 스피커가 연결되었음을 알리고, 짧은 나팔 소리가 초원 위로 울려 퍼지며 병사들의 시선을 그에게로 끌어당겼다. 란첼롯은 왕좌의 팔걸이에 달린 조종간을 밀어, 그가 타고 있는 기사를 병사들의 전열 앞으로 옮겼다. 란첼롯의 나이트-팔라딘, 아론다이트-Arondyght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제국의 병사들은 그들이 받은 제식 훈련 대로 규율 잡힌 움직임을 보이며, 기사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병사들의 전열 앞까지 걸어 나온 아론다이트는 빙글 몸을 돌려 병사들과 마주 보도록 섰고, 일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치켜 든 창끝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이자, 마치 은빛 바다가 배던 초원-Meadow of Badon 위로 넘실거리는 듯하였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하게 진을 이루고 늘어선 제국의 병사들을 보자, 란첼롯은 자랑스러움이 물밀 듯 가슴 속에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저 하늘 위에 혼돈의 검흔(劍痕)이 벌어진 지 어언 100년. 황제 폐하께서 계시는 성스러운 테라로부터 아스트로노미칸의 성스러운 빛이 끊어진 뒤로 그들의 행성, 카멜롯-Carmaelot은 난세에 휩싸여 있었다. 동쪽에서는 오크들의 준동. 서쪽에는 어둠의 마신들을 섬기는 야만족들의 왕국들. 남쪽에서는 10년 전 깨어난 리치가 언데드들을 일으켜 세우며, 카멜롯의 수도 로그레스-Logres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들의 하이 킹인 아르투르 105세-Artur CV는 믿을 수 없는 북쪽의 요정들과 마지못한 협정까지 맺어가며 카멜롯을 지켜내려 동분서주하고 있었으나, 적들의 위협은 계속해서 커져갈 뿐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멜롯의 백성들은, 황제 폐하의 신실한 종들은 여전히 그 충성과 신앙을 버리지 않은 채로 한 세기에 걸친 항전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이 어두운 난세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믿음을 지키고, 또 믿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벅차오르는 긍지 속에서 란첼롯은 입을 열었다.

"카멜롯의 자랑스러운 병사들이여!"

병사들과 기사들의 시선이 아론다이트에게로 향했다.

"지금은 난세의 시대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전쟁은 우리를 서서히 좀먹어 왔으며, 한때 이 카멜롯 전체를 지배하였던 철탁-Iron Table의 번영도 이제는 한줌의 영토로 줄어들어, 하이브 시티 로그레스를 비롯한 일부의 성읍들만을 지키고 있다. 신성한 테라의 빛은 혼돈의 검흔에 의해 끊어졌으며, 그 별들로부터는 그 어떤 지원군도 도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 대지에 서서 신성한 카멜롯의 영토를 지키고 있다."

란첼롯은 아론다이트의 오른팔에 달린 리퍼 체인소드를 돌려, 등 뒤의 적군을 가리켰다.

"보라, 혼돈의 군세가 이 카멜롯을 노리고 있다. 황제 폐하의 은총을 저버리고 피와 해골의 신을 섬기는 야만족들이 지옥의 마귀들과 결탁하여, 황제 폐하와 그분의 첫 번째 자식의 이름으로 제국의 품에 안겼던 이 행성을 감히 노리고 있는 것이다!"

란첼롯의 외침에 병사들 사이에서 분개의 웅성임이 일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여전히 군율로 다져진 침착함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런 병사들의 표정에서도 분노의 감정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좋은 징조였다.

"그러나 저들이 절대로 이 행성을 암흑의 마신들에게 넘길 수 없을 것임은, 이 행성이 황제 폐하께 영원히 바쳐진 그분의 보석이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를 섬기는 기사는 결코 제국에 등을 돌리지 않는다! 적들의 수가 우리를 두 배로 압도하건, 열 배, 백 배로 압도하건! 우리는 결코 그분의 은혜로부터 등을 돌리지 않는다! 저 워프의 저주 받을 배은망덕한 반역자들이 그러하였듯이, 제 한 몸 건사하고자 폐하의 빛을 버리고 혼돈의 암흑 속으로 투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육신의 죽음보다 더욱 두려운 영혼의 저주가, 황제 폐하를 저버린 저 개의 종자들이 받을 그 저주가 실재하며, 황제 폐하를 섬기는 종에게만이 영원한 구원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환호성과 함께 찬성의 외침이 솟아오른다. 병사들은 창대로 바닥을 내리찍고, 방패를 두드리고, 발을 굴러가며 함성을 내지른다. 찬양소리보다 크게 울려퍼진 병사들의 함성소리는, 마침내 야만족들의 울부짖음을 완전히 묻어버렸다.



란첼롯은 하늘을 향해 배틀 캐논을 쏘아 올렸다. 머리 위를 덮고 있던 구름이 포탄에 찢겨 나가며 갈라지고, 비쳐 들어온 밝은 햇빛이 아론다이트와 카멜롯의 병사들을 향해 내리 비쳤다.

"충성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황제 폐하의 첫 번째 아들이신 위대한 사자께서 그리 말씀하셨 듯이, 우리는 오늘 이곳에 굳게 서서 황제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고, 이 신성한 영지를 지킬 것이다! 저 하늘을 보라! 혼돈의 검흔이 제아무리 저 공허의 바다를 검게 물들이고 있을 지라도, 우리의 태양 괄크메이-Gwalkmei는 여전히 황제 폐하의 신성하신 아스트로노미칸의 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옛 밤이 황제 폐하의 화염검에 물러나고 제국의 빛이 밝아왔듯이, 황제 폐하의 빛은 지금 이 순간도 어김없이 혼돈의 밤을 물리친다! 황제 폐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제국의 병사들이여! 폐하의 은혜에 등을 돌린 반역자들에게, 폐하께서 우리를 통하여 심판하시는 죽음을 내려주어라!!"

병사들의 함성이 하늘을 울리고 대지를 진동시켰다. 기사들이 울리는 뿔나팔 소리가 온 초원을 뒤흔들며 울려 퍼졌다. 란첼롯은 아론다이트를 뒤돌려 야만족들을 향해 잔인한 기계의 시선을 보내었다. 역대 란첼롯들의 혼들이 기계령 속에서 하나 되어 황제와 가문을 찬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적들의 죽음을 부르짖으며 피에 굶주린 함성을 내지른다. 란첼롯 역시 선조들의 열망에 몸을 맡기며, 가슴 속에서 증오와 분노의 불꽃이 한껏 타오르게끔 하였다.

투구의 바이저 화면 너머로, 거윈의 기사 갈라틴-Gallhatine과 몰트렛의 기사 클라렌트-Klarent가 휘하의 기사들을 이끌고 각기 좌익과 우익 앞에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등 뒤에서도, 아르투르 왕과 황제의 충성스러운 철탁의 기사들이 집결하였다.

란첼롯은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아론다이트의 리퍼 체인 소드에 동력을 불어넣었다. 거대한 톱날이 으르렁거리며, 적들의 죽음을 약속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가 최고조에 달했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란첼롯은, 붉은 버튼을 주먹으로 내리찍으며 돌격의 뿔나팔 소리를 울렸다.

"네 영혼을 쫓아 앞으로 돌진하며, 외쳐라! 신-황제 폐하시여, 아르투르 왕과 카멜롯, 그리고 聖 라이온 전하를 가호하소서!!"

함성 소리와 함께, 은빛 노도가 초원을 가로질러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

.

.

.


"놈들이 온다!"

카밀리아드의 장군들 중 한 명이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전사들의 이목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은빛 물결을 향해 꽂히고, 전사들은 전투에 대한 기대감으로 으르렁거리며, 각자가 믿는 신들에게 기도를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잔차르의 마법사들은 하늘의 원반을 불러내어 그 위에 올라타고는 마법의 주문을 웅얼거리고, 카르나의 사제들 역시 황동 푸줏칼을 꺼내들며 유혈과 살육을 갈구하는 찬양을 불렀다. 거칠고 야만적인 찬양 소리는 이내 카밀리아드 군의 대열 전체로 퍼지며 음산하게 초원을 울리고, 용병들 가운데서도 카르나의 신자들이 찬양에 합세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보태었다. 나르갈의 전사들 역시 온갖 질병의 이름을 기도문처럼 웅얼거리는 그들만의 음습한 찬송을 부르기 시작하고, 그 지루한 멜로디에 코러스를 더하며 셀레네스의 신자들 역시 노래를 불렀다.

용병 사내는 그 찬양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그저 이번 벌이가 온 식구가 겨울을 나기에 충분하기를 셀레네스에게 기도할 뿐이었다.

카멜롯의 군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카밀리아드 군으로부터 특히 더 거구의 전사 한 명이 황동 성수(聖獸)를 몰고 나왔다. 다른 장군들에 비해서도 거의 배는 될 정도로 거대한 사내는 손에 든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적군으 가리키며 말했다.

"보아라! 시체 황제의 종들이 달려오는구나! 겨우 저까짓 함성소리로 우리를 겁 먹게 하겠다니, 그 용기가 가소롭다. 카르나 신의 자랑스러운 전사들이여! 진정한 전사의 함성이란 어떤 것인지를 저 시체-종놈들에게 들려주어라!!"

그 한 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카밀리아드 군대에서 고막이 터질 듯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산채 만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그 외침소리에 천지가 진동하고, 달려오던 카멜롯의 군대 사이로 약간이지만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비웃으며, 카밀리아드의 전사들은 더 크게 울부짖었다. 용병들 역시 각기 통일되지 못한 함성을 내지르며 시체 황제의 종들에게 비웃음을 보내었다.

용병 사내는 거칠기만 하고 운율이라고는 없는 추한 함성소리에는 미간을 찡그렸지만, 입가에는 다른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비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아무런 은총도 내려주지 못하는 시체 따위를 신이랍시고 섬기는 꼬락서니들이라니. 자신들에게 진정으로 은총을 내려줄 수 있는 진짜 신들의 전사들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을까?

사내는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어보이고는, 적군과 자신들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여 보았다. 적군은 이제 거의 자신들에게까지 도달해 있었고, 적군의 선두에서는 푸른색과 은색이 섞인 갑주 위에 테두리를 붉게 칠한 기계 기사가 다른 기계들과 함께 달려오고 있었다.

등 뒤에서 들린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사내는 어깨 너머를 힐끗 돌아보고는, 그대로 옆으로 물러섰다. 카밀리아드에는 카멜롯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기계 기사들은 없었지만, 대신 신의 은총을 받은 거인들이 있었다. 신들의 지나친 은총을 억지로 받아들인 탓에 몸이 뒤틀려버린 거인들이, 성큼성큼 전열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전신에 뼈로 된 가시들이 달린 자. 온몸에 촉수가 돋아 난 자, 뿔과 눈으로 온몸이 뒤덮인 괴수 같은 자까지, 각양각색의 거인들이 그들의 앞에서 기사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며 으르렁거렸다. 그들의 모습은 비록 추하였으나, 저들이야말로 진정 신들의 은총을 받은 신들의 투사들이었다.

사내는 거인들이 날뛸 때에 휘말리지 않도록 살짝 뒤쪽으로 물러서며, 손에 쥔 곡도를 빙글 허공에 돌려 보였다. 곡도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의 손 안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카멜롯의 병사들이 창날을 앞으로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붉은 빛줄기들을 쏘아내었다. 창끝으로부터 쏘아진 붉은 광선들이 거인들과 전사들의 몸을 지지며 뚫고 나갔다. 무장이 빈약하였던 일부 전사들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지만, 거인들은 그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몸을 흔들어 몸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를 털어낼 뿐이었다. 용병 사내 역시 특수 제작된 거울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광선들을 막아내었다. 맨들맨들하게 깎인 방패는 광선들을 산란시켜 위력을 줄여주기는 했지만, 방패로는 광선들의 열기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다. 팔뚝을 덮고 있는 방어구 너머로 열기가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사내는 신음을 흘렸다. 방패로 광선들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지만, 딱히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적군과 아군이 격돌하여 근접전을 벌일 때까지만 광선들을 막아내면 되는 것이니까.

"병투(兵鬪)에 임하는 자, 각기 전열 앞에 나와 설지어다!!"

카멜롯 군이 초원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으며 사선을 형성하자, 카밀리아드 군의 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대장의 외침에 전사들 역시 따라 외치며 방패를 내밀고 무기를 들어 올렸다. 전사들이 들어올린 도끼와 칼, 창끝과 철퇴가 햇빛 속에서 야만적인 빛을 발했다. 마법사들 역시 다색의 화염구들을 꺼내며 곧 있을 살육에 대한 기대감으로 히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카밀리아드의 장군들이 황동 사냥개를 몰며 전장으로 달려 나가고, 그 뒤를 쫓아 카밀리아드의 중장 전사들이 물밀 듯 카멜롯 군을 향해 밀려 나간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용병들로 이루어진 좌익 역시 돌격을 개시하고, 무질서한 전사들의 대열이 초원 위를 내달린다.

용병 사내는 앞서 달려 나가는 거인의 뒤에 몸을 숨긴 채, 손 안에 든 곡도를 굳게 붙들었다.

"여신 셀레네스시여, 저에게 부와 영광을 내려주소서!"

용병 사내의 기도에 하늘 위에서 우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상의 균열이 꿈틀거렸다.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본 사내는 입가에 히죽 미소를 짓고는 쏟아지는 붉은 광선 너머의 적병들을 노려보았다.

여신께서는 그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그리고 이번 벌이는 분명 훌륭할 것이었다.



────────────────────────────────────────────────────────────


마오맨 12장 번역하다가 차오른 임나 뽕을 참지 못하고 출전하였다.


사실 원래부터 구상하고 있던 2차 창작 소설의 프롤로그 부분이었는데,

마침 우연히 이벤트도 열렸겠다, 임나 뽕도 찼겠다, 해서 주인공만 임나로 바꿔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