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내부에는 소리와 색채가 만연하였지만, 스페이스 울프 군단원들은 그 전설적인 뛰어난 감각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또 그들이 이름 붙일 수 있는 색채 역시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 매끄러운 동굴 벽면에서 생물성 발광체 같이 연기처럼 일렁이며 퍼져 나오고 있는 그 색채들은 에테르에 속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스타르테스들이 입은 파워 아머에는 어둠 속도 꿰뚫어볼 수 있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었지만, 에테르 시야가 없는 이들에게는 주변이 그저 어두운 녹색의 흑백 이미지로만 보일 터였다. 동굴 암벽에 포화하고 있는 진정한 빛의 조잡한 해석 정도에는 지나지 않는 모습으로 말이다.
일백 명의 전사들이 산의 뱃속으로 파고 들었다. 전사자들의 진-시드를 수확하는 임무로부터 차출해 올 수 있는 것은 그 일백 명이 전부였다.
마그누스는 전사들을 이끌고 자신에게만 보이는 굽이길을 따라 나아갔다. 스카르센 공과 살매장이 오테레가 마그누스의 곁에서 함께 행군하였고, 아흐리만은 그 틈을 타 울프 로드를 힐끗 살펴보았다. 스카르센의 아우라는 단 하나의 결의에만 집중되어 갈아진 예리한 칼날과도 같았다. 이 전사는 결코 해이해지지도, 의문 때문에 멈춰 서지도, 그리고 결코, 결단코 자신의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 망설이지도 않을 그런 자였다.
그 확고한 결단력은 아흐리만으로 하여금 고대 카발라 전승에 기록된 골렘 전설을 떠올리게 하였다. 골렘은 고대의 사제가 자신의 백성들을 박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진흙으로 빚어 만든 생명체였다. 골렘은 강력했고, 또 막을 수 없는 괴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주인의 지시에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복종하였으며, 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맡은 임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스페이스 울프 군단이 치른 전쟁들에 대한 기록들을 읽어 본 적이 있었던 아흐리만이 보기에, 골렘은 가히 스페이스 울프 군단을 나타내는 완벽한 비유였다. 러스의 자손들은 병기요, 맡은 일을 끝마치기 전까지는 결코 멈추지 않을 완벽한 파괴의 힘이었다.
물론, 골렘의 전설은 오만에 대해 경고하는 교훈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후에 만들어진 이야기들에서는 골렘이 그 창조자에게 반역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술수를 부려 해체해야만 했다는 구절들이 등장했으니. 잉골슈타트의 골렘* 역시 그런 괴물들 중 하나였는데, 자신의 창조자를 때려 죽이고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을 파괴한 뒤, 북극에서 스스로를 불태워 자살하였다고 이야기는 전하고 있었다.
*역주: Golem of Ingolstadt, 아마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이야기인듯.
머릿속에 떠오른 비유에 아흐리만은 불편함을 느꼈다. 그리고 터널이 계속해서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동안, 그 생각을 정신 속에서 치워 버렸다. 평소라면 아무리 복잡한 길이라도 문제 없이 되짚어 갈 수 있겠지만, 이 산 속에 들어온 순간부터 아흐리만은 방향 감각을 상실하였다.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오직 프라이마크뿐인 것 같았지만, 그들이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또 어느 교차로를 따라가야 하는지를 프라이마크가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는 아흐리만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른 원정대장들 가운데서 그와 함께 산 속으로 들어온 것은 오직 우티자르뿐이었다. 포시스 트'카르는 너무 쇠약해져 있었고, 하토르 마아트는 그런 트'카르를 파보니의 치유술로 회복시키고 있었다. 칼로피스 역시 전투 지역을 확보하고 점령하기 위해 지상에 남았다. 외계인들의 타이탄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지만, 저 숨겨진 골짜기들과 동굴들 속에 또 어떤 무시무시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을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 결과, 산 아래로 진입한 사우전드 선 군단원들 중에는 각기 다른 원정대로부터 차출된 아스타르테스들이 뒤섞여 있었다. 아흐리만은 각 아스타르테스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힘의 빛이 희미하게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미세하게 차이를 보이는 각 아우라의 성질을 통해, 그 전사가 어느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지가 드러나고 있었다.
아흐리만은 전사들 중 대부분이 퓌라이 교단 소속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우티자르가 말했다. "어차피 스페이스 울프들과 함께한다면 교묘하게 재주를 감출 필요도 없겠지요."
거의 고개를 끄덕일 뻔하 순간, 아흐리만은 자신이 그 생각을 입밖으로 내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방금 내 생각을 읽은 건가?" 아흐리만이 물었다.
"지금으로서는 읽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고역입니다." 우티자르가 대답하였다. "이곳에 흐르는 에테르 에너지의 수위 때문에 모두의 생각이 너무 고조되어 있습니다. 마치 모두가 고함을 질러 대고 있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이거 퍽 불편하군요."
자신의 생각이 읽히고 있다는 생각에 아흐리만은 짜증을 느꼈다.
"조심하게." 아흐리만이 경고조로 말했다. "그러다 언젠가 곤경에 빠질 수도 있어. 사람은 속에 깊숙이 감춰 둔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네."
"제 권능도 형제님의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우티자르가 말했다.
"어쩌다 그런 결론에 도달한 건가?" 아흐리만이 말했다. "코르비다이와 아타나이안의 권능은 전혀 같은 점이 없거늘."
"저는 사람이 지금 생각하는 바를 읽습니다. 그리고 형제님께서는 사람이 미래에 행할 바를 읽으시지요. 차이는 그저 그 시간선일 뿐입니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군." 아흐리만은 그 말에 납득하며 말했다. "어쩌면 언젠가 이에 대해 토론을 나누어 볼 수도 있겠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겠지만."
"그렇겠지요." 우티자르가 재밌다는 듯 큭큭 웃으며 말했다.
아스타르테스들은 침묵 속에서 한동안 더 행군하였다. 어둠 속으로 깊이, 더 깊이 이어지는 굽이길을 따라. 만성적이었던 에테르의 부재 이후에 이렇게 산 속의 에테르에 접촉하는 기분이란, 상쾌하면서도 동시에 걱정되는 기분이었다. 그 어떤 것도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으니. 하나의 상태를 이처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극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려면, 그 트리거가 무엇이던 오직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법이었다.
이 산 속 깊숙한 곳에 대체 무엇이 도사리고 있기에 이렇게나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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