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교’는 내 관할이 아니다. 그들은 주로 대부분의 업무를 말카도르 영감님과 함께 했고, 나랑 관련된 일은 ‘퍼라이어 블러드’의 효용성을 잠깐 주목 받았던 일과 스페이스 마린 군단에 대한 지원을 관리하는 것 외에는 교류가 극히 드물었다. 화성과 포지월드 주민들의 생활상을 알게 된 이후로는 당장이라도 가서 엎고 싶다고 해도, 대성전에서 그들이 맡은 군수품 생산 능력을 생각하면 당장은 같이 갈 수밖에 없으니까.


“ 화성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하이로드 케이. “


“ 기계의 성지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켈보르 할 님. “


그런 면에서 화성의 제조장관Fabricator General of Mars의 초대는 의외였다. 그저 우연히 센츄리오 오디나투스Centurio Ordinatus에 대해 알게 되어 화성에 사용 허가를 요청했을 뿐인데, 그가 만나자고 할 줄은 몰랐으니까. 말카도르는 ‘그대와 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한 번 가 보게’ 라고 해서 오긴 했지만…


“ 그대가 오디나투스에 대해 관심이 있어 하길래 허가를 드리는 김에 한 번 만나자고 한 거요. 옴니시아의 화신에 준 하는 강력한 무기를 그대가 어떻게 사용할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으니. “


“ 늘 그렇듯이 대성전을 위해서 입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나이트 로드와 월드 이터둘 모두를 관리하게 된 입장이라, 필요한 자원은 최대한 활용해야 지요. 타이탄에 대해서는 두 군단과 함께 하면서 어느정도 알게 되었지만, 우연히 알게 된 오디나투스 또한 유용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는, 대부분의 고위 테크-프리스트가 그러하듯이 몸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했기에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녹색 빛 기계 의안 아래에는 철제 마스크가 자리 잡았고, 목은 기계 성대로 교체, 로브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나머지 신체부위도 기계로 바뀌어 있겠지. 속을 알 수 없는 이런 사람은 내가 상대하기 힘든 부류였다. 차라리 페투라보랑 기싸움이나 하는게 낫지, 그 놈은 적어도 솔직하니까.


“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도 되오. 우리가 서로 만날 일은 없지만, 하이로드 말카로드 다음으로 황제폐하의 총애를 받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기에 자리를 만들었을 뿐. “


“ 저는 그냥, 폐하께서 맡기신 일을 그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너무 막중한 업무라 힘에 부치고 있지만, 해야 하는 일이지요. “


“ 그런 것 치고는 열심히 하는 것 같던데… 황제 폐하 앞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던 것 치고는 말이지. “


의뭉스럽다는 말투였지만 이해는 간다. 그동안 참석한 회의에서 내가 보인 태도는 하이로드 라기에는 많이 막나가긴 했지. 누가 봐도 폐하께 건방진 태도를 하면서, 정작 군단에 대한 감찰은 철저하게 뒤집어 엎었으니. 영감님 하고 만나면서 보고서라도 얻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부러 부를 이유는 되지 않는데.


“ 그 이유는 폐하께서 저를 강제로 끌고 오셨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주인 이신 그 분께 저는 충성합니다만, 평온한 생활을 바란 저는 지금 일에 짓눌린 채로 살아가고 있지요. 그러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 원치 않게 폐하의 아래에서 일하게 되었단 말이오? 그럼에도 그대는 그 분께 충성한다고? “


“ 그 분을 따르겠다고 맹세 한 이상, 그렇습니다. 또한, 제가 지금 맡은 일들을 이대로 버리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


잠시 조용히 생각 하는 것 같던 그는, 오디나투스의 사용을 허가한다는 증서를 내밀며 이 곳으로 왔으니 한 번 화성을 구경해 보고 가라는 말과 함께 배웅해주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떠보려던 것 같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으니 상관 없다. 혹시 모르니 테라에 들러 말카도르 영감님에게 알려주면 되겠지.





알파 리전이 ‘그림자’로 활동하면서 하이로드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하이로드 케이가 정보부의 수장으로써 등극함으로써 그들이 받아야 할 영광이 그에게 가게 되었다고는 하나, 역으로 그들의 활동에 정당성이 생기고 은밀함이 더욱 늘어난 이점은 큰 이득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아무리 명목상의 정보부 수장이라고 해도 케이가 자신들을 늘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군단원이라면 함부로 비웃는 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결정적으로, 글로리아나급 함선 ‘황제 폐하의 눈’에서 먹은 케이크가 그들 사이에서 호평이었으니까. 모든 알파리전의 군단원과, 그들이 데려온 휘하 일반 공작원들에게도 대접하고, 여유가 된다면 그들과 직접 만나려 들기도 했으며… 군단 입장으로는 그러지 말았으면 했지만, 감사를 표하려는 그의 속 뜻은 알 수 있었으니 넘어가고.


다른 군단에서 ‘하이로드가 비밀 세력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거 아닌가’ , ‘나이트 로드와 월드 이터가 그의 밑으로 들어가기 이전부터 알려지지 않은 군단이 그를 보좌하고 있었을 것이다’ 같은, 사실에 근접했지만 증거 없는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유능한 이를 함부로 대하려는 자는 알파 리전에선 그 누구도 없었다—일이 알아서 몰려오는 체질인 것 같아 불쌍하다는 평이 나올 뿐.


“ —보고서는 이미 준비 되었고 감사는 적당히 하라고 했으니, 저는 여기서 쉬겠습니다. “


“ …뭐라고? “


그러나 지금처럼 대충 하고 넘어가겠다는 하이로드의 모습은 ‘오메곤’을 당황하게 했다.


“ 요금 제가 잠에서 깨면 무슨 생각이 드는 지 아십니까? ‘황제 폐하 개새끼’ 입니다. 일은 더럽게 많이 맡기셨고, 쓸데없이 글로리아나 급 전함이나 주고, 제가 쉬는 꼴을 안 보시려 하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 끝내자마자 다른 일이 터지고, 그거 겨우 수습했더니 다른 프라이마크가 부르더군요. 그렇게 몇 번을 시달리다 보니까 어느 날엔 호위 중이던 죄 없는 캡틴 아우구스투스의 멱살을 잡으려 드는 제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다른 프라이마크들 뒤치다꺼리 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동안은 별 일 없으면 잘 부르지도 않던 폐하께서… “


소파에 드러 누으며 멍한 표정으로 중얼대는 그 모습은 참 맥없어 보였으나, 케이가 말하는 내용은 ‘오메곤’을 조금 당혹스럽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호위 책임자인 커스토디안 가드 캡틴에게 뭘 해? 황제 폐하를 두고 뭐라고? 아무리 폐하께서 케이를 강제로 데려왔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할 줄은 몰랐으니까.


“ 아예 손 놓고 은퇴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감사 왔다는 핑계로 좀 쉬겠다는 것 뿐입니다. 어차피 3일 뒤에는 황제 폐하께 가야하고, ‘ 프라이마크 들은 알아서 잘 할 테니 당분간은 짐의 곁에서 배우라 ‘ 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아니면 못 쉴 겁니다. 프라이마크 감사도 미루고 뭘 배우라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


“ …이해는 가지만, 이래도 되겠나? “


“ 새삼스럽게 왜 이러십니까, 이번에 저와 같이 온 사람들 전부 20번 군단 소속 공작원이라는 거 ‘오메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


“ …… “


“ 제가 봐 온 알파리우스 전하 라면 그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폐하의 근위대가 호위로 있어도, 제 안전을 위해 프라이마크께서 준비했을 거라고 짐작 정도는 합니다. 정확한 인원수는 모르겠지만 중요 요직의 상당수는 그렇겠죠. “


소파에 드러누운 채로 사실을 말한 하이로드를 보며 ‘오메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케이를 처음 봤을 때 보았던 그의 눈과 지금의 그의 눈은 피로에 찌들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 항상 무언가 빠진 듯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자, 자신들이 책과 소설, 영상에서 나오는 가공의 이야기 속에서 절망적인 전쟁을 치룰 거라 했으나, 정작 중요한 내용은 모두 잊어버렸다고 하는 정신병자. 그럼에도 그는 이 우주에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퍼라이어 였고, 그 능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알려지자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다.


황제폐하의 충신이라는 사실이 없었다면 그를 죽이기 위해 모든 것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그림자 시절의 알파 리전이 가장 먼저 나섰을 지도 모르지.


“ 제가 걱정하는 건 폐하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프라이마크가 어떻게 행동할지가 걱정이 될 뿐입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몇몇 빼면 하나같이 어딘가 뒤틀리거나 정신을 딴데 두고 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감찰도 못 가는데 사고 쳤다는 소식 들려오면 미칠지도 모르겠군요. “


“ …자네가 그럴 때 마다 가끔은 질린다는 거 알고 있나? “


“ 잊지 마십시오. 폐하가 어떻게 하셔서 조용히 만든 건지는 몰라도, 저 차원 너머 ‘빌어먹을 놈들’이 있는 이상 철저해야 합니다. 아니면 외계인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엿 먹일 수도 있지요. 그걸 알고 있는 이상, 저는 마음 놓고 쉴 수 없습니다. “


멍 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케이의 눈은 ‘오메곤’을 향했다. 저 눈, 폐하를 볼때 가끔 나오는 저 공허한 눈이야 말로 하이로드의 권위의 원천이다. 우연히 옆에서 저 눈을 보게 된 공작원이 ‘공포가 발끝부터 목까지 죄어드는 것 같았다’ 라고 했던 평가는 ‘직접 겪어 본’ 자신도 공감할 수 있었다.


“ 밖에서는 폐하에게 강제로 끌려온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것들’에게 머리를 숙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차라리 건방진 놈으로 남아서 사정 모르는 떨거지들이 달라붙지 않는 쪽이 낫지요. “


“ 그런가. “


“ 아, 그리고 이번 감사에서 알파 리전에 지적할 부분은 단 하나, ‘외계인의 기술은 받아 들이되 그들을 결코 믿지 말라’는 겁니다. 시선을 넓게 보는 것과 그들의 헛소리를 함부로 받아들이는 건 다른 법이니까요. 당신과 당신의 군단은 제국에서 중요한 군단이고, 외계인 놈들이 마음대로 휘젓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이걸로 끝입니다. ‘알파리우스’ 님이 오시거나, 케이크 오면 깨워주십시오. “


‘오메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케이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