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유혹


사드마는 미칠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얼떨떨했다. 그런 음악과 향기가 있다니! 일순 자신도 모르게 엉망진창으로 춤춰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도리어 친구가 보인 반응이 어이없게 느껴질 지경이었으니.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모든 게 밋밋해 진 것이다. 


아침마다 공원에서 맡던 풀냄새도, 바이알 거리의 향담배도 이젠 그저 그럴 뿐이었다.

세상은 회색이었고, 그 때의 기억은 총천연색이 되어 밤마다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사드마는 다시 미친 듯 춤을 추고 있었다.


“춤춰요, 여러분! 세상이 끝날 때까지 춤을 춥시다!”


비명 같은 탄성이 대답을 대신했다. 누군가가 넘어지더니 네 발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저 뒤편에서는 개처럼 울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팔다리가 제멋대로 꺾이는 듯 춤추는 이도 있었다. 자기 몸을 매만지며 콧소리를 흘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아엘다리는 은하의 지배자가 아니었다. 그저 짐승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것엔 상관치 않았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우리 형제와 자매들이여! 정말 훌륭해요!”


6명의 가수들은 모두 땀에 흠뻑 담긴 채였고, 나르쉬는 흐뭇하게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저희는 특별한 노래를 여러분께 바치겠습니다.”


그 말에 공원 전체가 환호성으로 진동했다. 


“제목은,<그대에게 바치는 기도>.”


관객들이 준비할 틈새도 없이 바로 소리가 폭발했다.


웅웅대며 울리는 거대한 나팔이 혈관을 따라 소리를 부어넣는 듯했다.


튕기는 현악기 소리가 여러 방향에서 들리고, 다시 색색의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오, 정말 제대로 하는군.’ 사드마는 기쁨으로 소변을 지릴 것만 같았다.


‘그래, 이거야. 난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고.’


안개 속에서 다채롭게 번뜩이는 은색 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본격적인 연주가 시작되었다.


연주자들은 무수한 음계를 마음대로 넘나들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고음과 저음이 놀라운 충격을 연속으로 때려 넣었다. 


저음은 뱃속을 울리며 울렁였고, 고음은 귀와 머리를 헤집으며 색색의 이미지를 실어 날랐다.



바닥이 당장에 부서져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누가 그딴 걸 챙기겠는가?

마지막으로 현이 끊어지는 잡음과 함께 노래가 끝났다.


그리고 청중들은 대부분 비틀대며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명은 멍하니 앉아 있었고 사드마도 그들 중 하나였다.


“즐거우셨나요?”


 사드마의 눈앞으로 나르쉬가 고개를 기울였다.


“에, 예, 뭐.”


“최근에 저희 강연에 열심이시더군요.”


사드마는 그야말로 뇌가 빠진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더 원하시나요?”


그제야 사드마의 입이 다물어지고 눈에 빛이 돌아왔다.


“더?”


“네, 원하시는 만큼, 얼마든지 즐기고 싶냔 말입니다.”


사드마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저절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네, 네. 물론이죠. 더 많이란 말입니까?”


“따라오세요.”


나르쉬는 웃었지만, 비웃음이었다.


“지하에 이런 데가 있었소?”


“아주 오래전부터요.” 나르쉬가 앞서며 답했다. 


보통 아엘다리는 지하에 집을 두지 않았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높게 지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유별난 이곳에 사드마는 흥미를 느꼈다.


앞서던 나르쉬의 발이 멈추고, 새하얗고 거대한 문이 보였다.


문에는 집게발과 덩굴이 섞인 듯한 나무가 새겨져 있었다. 나무의 좌우에는 각각 아엘다리 남녀가 있었고, 뿔과 뱀같은 하반신, 집게발이 달린 팔들을 추가로 단 아엘다리가 둘 사이에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저건 뭘 의미하는 거죠?”


나르쉬는 대답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었다. 문 틈새로 색색의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사드마는 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사드마를 덮친 것은 향기였다. 한순간에 코를 알싸하게 만들더니, 적어도 여섯 가지 이상의 향이 흡사 음악을 연주하듯 다양한 농도로 코와 입안에 퍼져갔다.


 그건 마치 빛을 향으로 표현한 듯 다채롭고 선명했으며, 냄새를 눈으로 보고 맛보며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색채가 그를 압도했다. 기본은 분홍색과 자주색, 깊은 비취색과 발랄한 금색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색들이 존재했다. 적자색, 청록색, 감청색, 유황색, 


이외에도 이름조차 모르는 과시적인 색상들이 그를 꿰뚫었다.


방들은 전체적으로 곡선이 살아있었다. 뱀이 똬리를 튼 듯한 벽장식과 


나무처럼 구불거리는 기둥들, 푹신한 방석과 침상들 모두가 찬란한 빛 아래서 


그를 환영해주었다. 빛을 내뿜는 돔형 천장에는 나체의 남녀가 누군가를 중심으로 


원무를 추며 손을 뻗어 찬양하고 있었다. 너무 눈부셔서 뭐라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분홍빛과 보랏빛 성운을 아엘다리의 형태로 그린 듯 했다.


어느샌가 사드마는 침과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황급히 얼굴을 닦아내고 나서야 자신을 둘러싼 이들을 알아챘다. 


그들은 사드마를 비웃지 않았다. 다만 따스한 눈으로 그를 반길 뿐이었다. 


“형제자매 여러분.” 나르쉬의 한 마디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새 형제를 맞는 날입니다. 다 같이 사드마 형제를 환영합시다.”


“환영합니다. 사드마 형제!” 60명은 넘을 이들이 일제히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모습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사드마 형제여. 여기 우리와 서세요.” 이상하게도 사드마는 그 소리에 반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을 기다리는 쾌감에 관심이 쏠려 있을 뿐이었다. 

어느 새 모든 이들이 원을 그리며 섰고, 나르쉬가 손짓하자 누군가가 쟁반을 들고 왔다.


쟁반 위에는 병이 여러 개 있었는데 나르쉬는 큰 대접에다 병을 바꿔가며 내용물을 부었다.


한 방울까지 정성스레 배합이 끝나자 나르쉬는 바로 대접을 차례로 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쾌락의 주인을 위해 마십니다.” 모두가 마실 때 이 말을 외쳤다.


사드마도 따라 외치고는 대접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피를 진하게 졸여낸 듯한 약이 담겨 있었고 맛도 박하향이 든 피와 비슷했다. 하지만 대접을 옆으로 돌리고 나자마자 효과가 나타났다.

처음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노래나 악기 소리 같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시각이 바뀌었다. 옆에 있는 이들의 몸 주위에서 색채들이 일렁였다. 각자 다르지만 하나같이 찬란했다. 이 순간 사드마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느끼고 있었다.


“여섯 하늘의 주인이 함께하십니다.” 나르쉬는 한껏 고양된 말투로 선언했다.


“그는 내 안에, 나는 그 안에. 우리는 그 분의 태동을 듣습니다.”


사드마의 가슴 속 두근거림이 강렬해졌다. 


“쾌락이여! 나는 그대를 찬양합니다.” 나르쉬가 말하자 모두가 따라했다.


“과잉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따라 할수록 사드마의 감각이 고통그러울 정도로 강렬해졌다. 그리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그 순간이 되었다.

“환희를, 형제와 자매여, 환희를!”


 갑자기 원이 무너졌다. 그리고 모두가 서로 껴안고 매만지기 시작했다.


이제껏 없이 사드마의 사타구니에 힘이 솟구치며 단단해졌다. 지금이라면 어떤 바위와도 비교할 수 없으리라. 누구건 상관치 않고 사드마는 가장 가까이 있던 여인을 껴안았다.


그녀 또한 웃으며 그의 옷을 하나씩 찢기 시작했다. 자신도 마찬가지로 옷을 찢어버렸다.

모두가 하나였다. 도덕도 가식도 없이 순수한 기쁨만이 있었다. 


그것은 원초적인 쾌락이었다. 몇 번, 몇 십 번이고 상대는 바뀌었음에도 지치기는 커녕 감각은 더더욱 강렬해졌다. 셀 수 없이 자신이 폭발한 듯한 쾌감을 견디자 어둠이 찾아왔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잠 속에서 사드마는 아기처럼 웅크렸다.

무수히 많은 목소리가 나직하지만 드높은 금속성의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