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술이편 11장
季路問事鬼神 계로문사귀신
子曰 자왈
未能事人 焉能事鬼 미능사인 언능사귀
曰敢問死 왈감문사
曰未知生 焉知死 왈미지생 언지사
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해 물으니 공자왈
"사람도 섬기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섬기겠느냐?"
자로왈 "감히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공자왈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논어 술이편 20장
子不語怪力亂神.자불어괴력난신
공자(孔子)께서는 괴이(怪異)함과 용력(勇力)과 패란(悖亂)의 일과 귀신(鬼神)의 일을 말씀하지 않으셨다
논어 술이편 12장
子之所愼 齊戰疾. 자지소신, 제, 전, 질.
공자께서 삼가신 것은 재계(齋戒)와 전쟁(戰爭)과 질병(疾病)이었다.
1800년도 초반 조선 지리산
"허어.. 허어.. 하아..." 한 사람의 호흡 소리만이 하이얀 도화지아래에 불어내리는 눈보라 속에 울려퍼지는 사람의 소리였다.
걷고 있는 그의 늙고 병든 몸을 부축해 지리산의 중턱까지 이끌어준 하인들은 이제 없었다. 그들과 그가 마지막을 같이할 필요는 없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하므로
마지막 길은 그 스스로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다리는 천근이 매달린것마냥 무거웠고 팔은 힘 없이 늘어져 있었다. 머리는 사람이 앉아 있는 것처럼 가누기가 어려웠다. 그의 시야는 이제 점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가 여기까지 온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의 몸은 이제 멈춤을 향해 질주했다. 그의 세상은 점점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미 통제를 벗어난 팔다리의 티끌만한 힘들은 이제 사라져 버리고 그의 몸은 눈 속에 짐작마냥 내던져졌다.
쓰러진채 시야에 들어오는 곳은 단지 새파랗고 높디 높은 하늘이였다. 그러나 하늘에는 그림자 두개가 걸려있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빙빙돌며 머리위를 비행하는 독수리 두마리였다. 그들은 노인의 죽음을 그리고 찾아오는 만찬을 기다리는듯 했다.
"그래 마지막 가는길에 무엇이 문제겠느냐? 조금 더 올라가 정상에 올라간들 달라지는 것이라고는 그저 좀더 높은 돌무더기에 있다는것 뿐이겠지. 정상이나 여기나 모두 비슷한 산인것을, 옛 현인들도 모르고 맞이한 죽음이 나라고 다를것인가 ." 늙고 병든, 이제 앞날조차 기약하기 힘든 노인의 목소리만이 눈보라 속에 묻혀가며 울렸다.
따스한 온기가 포그한 몸을 감싸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는 일어났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독수리 두마리와 휘몰아치는 눈폭풍은 보이지 않고 하얀 천막만이 그의 시야를 매우고 있었다. 그의 몸은 새로 튼것같은 이불까지 덮혀있었다. 주위의 가재도구와 화로를 보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몸을 갉아먹고 더해지는 병마도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것은 단지 하나의 온기뿐이었다. 천막을 때리는 듯한 바람소리가 울리고 있었지만 단지 그뿐 한기와 냉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일어나셨소잉?"
"당신이 나를 구해주신 것이오?" 늙은 노인의 말은 경계심을 담고있었으나 무심함도 담겨있었다. 이미 죽음이 가까운 노인에게 자신을 털어먹거나 죽이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이 두려웠다면 이러한 겨울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산적이나 강도가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더라도 노인은 상관없었다. 이미 자신의 가장 가치있는것에 대해 관심없었으므로
"눈 속에 파묻혀 가는걸 퍼뜩 겨우 발견해서 끌고왔지라. 이런 겨울산에서 송장 치울뻔 했제, 사냥꾼이나 약초꾼들도 겨울산에는 목숨 아깝지 않그나 겨울잠자는 동물과 산삼을 노리지 않는이상 오지 않는디, 때마침 나가 있었으니 망정이제 쯔쯧" 화로에서 한 명의 사람이 부지꺵이를 뒤적이고 있었다. 평범해보이는 상투를 틀고 수염이났으며 사납지만 평온한 전형적인 사냥꾼 같은 인상의 사람이 뒤를 돌아보여 말했다.
"구해주셔서 고맙소. 혹시 사례를 받고 싶으시면 산 아래에 구례현의 정씨 집성촌에 가서 내 이름을 말하고 대가를 받으시면 될것이요. 그런데 내가 정상에 가야해서 말이요 혹시 아직도 밖에 눈이 많이 불거나 지금도 눈보라가 부는거요?" 마치 사냥꾼 같이 동물가죽과 활을 들고있는 사람에게 작은 고마움을 표하고 노인은 다짜고짜 정상에 갈 수 있는지 부터 물었다. 예의 없는 행동이기는 했으나 몸 상태가 차라리 좋은 지금 정상에 가고 싶었다. 결국어디라도 산이지만 정상이라는 끝을 보고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었고 애초에 그가 지리산에 발을 들일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사례는 됏소 그리고 밖에 눈보라는 걱정 없지라 그란데 괜찮긋소? 하루를 자다 일어났는디 지름(기름)도 충분허니 좀 따땃하게 쉬는게 낫지 않것소? " 사냥꾼은 그에게 더 쉬기를 권하며 하얗고 따뜻한 죽을 권했다.
"사냥꾼이신거 같은데 설사 양민이더라도 이런 거처에서 머물게 해주시고 돌봐주신것 만으로도 본인이 큰 은혜를 입었소. 하지만 본인도 목적이 있어 이 산에 올랐고 선비로서 뜻하는 바를 이뤄야하오 혹시 우리가 정상 근처에 있는것이오?" 노인은 무례한 요구임을 알지만 정중하게 죽을 거부하고 자신의 뜻을 밝히고 원하는 것을 말했다.
사냥꾼은 양민같았으나 그를 발견하고 지금까지 해를 끼치지 않고 돌봐주고 대가도 바라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적의는 없는 것 같았다. 떠나기전 좋은 인연이었으나 그는 자신의 삶이 이미 얼마남지 않고 죽을날을 기다리는 산 송장임을 이전부터 알았다. 이제는 그 끝을 원하는 곳에서 맞이하는 것이 그가 바라는 마지막 소원이었다.
"아따 이양반이 말끼를 못알아 듣네 왜 한겨울에 추운 산을 가려는겨? 깔따구(하루살이)도 아니고 일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되지도(힘들지도) 않소?" 사냥꾼은 미심쩍다는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쉬기를 권했다.
"허허 겨울산이 절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소?" 노인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면 사례를 할 수 있소 아까 말한 사례 말고도 나를 정상까지 데려다 주신다면 원하시는 대로 무엇이든 드리겠소. 이래보여도 저 산아래 구례 지역에서는 나름 먹고살고 있다오 사냥꾼으로 날 구하고 돌보시느라 손해를 보셨을테인데 그렇다면 노인 한 명 돕고 사례를 받을 수 있다면 이러한 겨울에 남는 장사아니요?"
사냥꾼의 눈에 고민이 스치고 이후 말을 이었다. "그라믄 쪼까 기다리쇼잉 준비를 해야되니께." 사냥꾼은 화로를 꺼뜨리고 천막안의 물품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노인도 근처의 가지런히 개어진 자신의 두꺼운 누비옷과 버선, 풍차와 토시를 신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몸은 가뿐했고 마치 몇 십년전 처럼 몸이 되돌아가 회춘한것 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활기를 느끼는 것이 언제인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노인은 사냥꾼과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회광반조인가 싶다가도 이내 생각을 지우고 산에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였다. 사냥꾼의 천막은 자신이 넘어졌던 길에 가까이 위치해 있었고 얼마안가 정상으로 가는 여정을 갈 수 있었다.하늘의 눈보라는 이제 보이지 않으며 하늘은 단지 맑을 뿐이었다. 사냥꾼은 노인의 앞과 뒤에서 눈 속에 숨겨진 바위를 알려주고 길을 안내하고 잡아주고 지탱하며 험한 겨울등산을 도와주었다.
몇 시간후 그들은 산 정상, 천왕봉에 오를 수 있었다. 산 정상은 아래로 보이는 지상에 비해 맑고 투명했으며 휘내리는 눈이나 바람 한 점 없었다. 그리고 하늘을 배경삼아 날아다니는 새들의 존재 조차, 하늘에 걸리는 구름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산 정상이 그들을 기다리며 맞이하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인은 한 동안 짓지도 않았던 시상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천왕봉은 겨울 답지 않게 눈 속에서도 구상나무나 털진단래등이 꽃봉우리를 피우며 눈 겨울산을 물들였고. 밤에 빛을 내는 야광나무의 꽃들도 잔잔한 바람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고 있었다. 만병초는 높디 높은 키를 무리지어 그 자태를 방문자들에게 뽐내고 있었다.
"하아.. 이렇게 좋은 것을.." 노인은 이내 정상 근처의 바위위에 앉아 지리산의 정상을 그리고 그 아래의 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병든몸을 이끌고 그 끝을 보기위해 오른 산 정상은 그만한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삶이 얼마나 남아있더라도 지금까지 산에 오른 고생에 대한 보상은 설사 그의 목숨으로 지불하여야 하더라도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했다.
"다 봤지라? 이제 내려가야하지 않갓소?" 지금까지 묵묵히 길을 안내해준 평범한 사냥꾼은 그에게 내려가기를 권했다.
"아니오 되었소 곧 하인들이 날 데리러 올것이오 시간이 지나서 오지 않으면 얼마 있다가 나를 데리러 오라고 말해놨소 지금까지 고마웠소이다. 나는 여기서 경치를 조금 오랬동안 보고 싶소 그래서 산에 올랐지 그러니 내 걱정은 하지말고 꼭 내려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사례를 받기를 바라오." 노인은 예절을 가지고 그러나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만하고 내려가는게 좋지 않겠는가? 傷人乎? 不問馬.(상인호 불문마) 廐焚 子退朝曰 傷人乎 不問馬. (구분 자퇴조왈 상인호 불문마)라 목숨은 소중히 하는 것이 좋지 공자께서도 마굿간의 말보다 사람 한 명을 더욱 중요시 여기셨소." 사냥꾼 혹은 약초꾼이나 심마니 같던 남자는 갑자기 이런 말을 내뱉으며 노인의 감상에 잠겨있는 심상을 어그러 뜨렸다.
"산에서 사시는 분 인줄 알았으나 어디 양반집 자제이신가 보오. 하지만 난 이 산의 정상에 볼 일이 있소." 노인은 여전히 절경을 자신의 눈안에 담아두며 못알아 먹은 척 그리고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말했다.
"겨울산에 사례를 약속할 수 있을 정도의 지위 높은 양반 노인이 하인이나 노복을 떨여뜨려 두고 홀로 약초나 동물을 찾지도 그렇다고 단체로 시를 짓거나 나들이 하는 것도 아니라면 미쳤거나 아니면 자살하려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겠소? 사냥꾼으로 보이는 사람한테 예를 지키시는 정도이니 미친건 아닐테고 결국 답은 하나겠지 하지만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오. 아니 그렇소? 여기서 죽는다면 잘못하면 아무도 시체도 찾지 못하고 제사상도 못 받을 거요."
"무슨 뜻이신지는 알겠으나 본인은 어차피 오래 삶을 누리지를 못하오 눈은 침침하고 다리는 무거우며 몸은 이제 말을 듣지 않소 어차피 사그라짐이 있다면 피는것도 있는법, 자연의 이치로 노인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대단한 일이 아니오. 제사란 결국 혼령이나 넋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혼령이니 넋이니 하는 것은 괴력난신에 불과하니 유자라면 그런 허황된 것을 믿지 말아야 함은 분명하오. 어차피 살날이 얼마 남지 않는 노인이니 곧 죽을 사람 소원 들어주는 샘 치고 그냥 내려가시면 되오 여기까지 도와주신것만으로도 난 감사하오." 노인은 여전히 보고싶었던 그리고 잊지못한 광경을 바라보며 별일 아니라는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서역에서는 이런 말이 있소 생명이 있는 한 사람은 무엇인가를 바랄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바라지 않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끝내 불행해진다
왜 포기하고 실수를 하려는 것이오?" 노인의 뒷편에서 사냥꾼의 것으로 들리는 평이하면서도 갈대 같으나 그럼에도 굳세고 강건한 어조의 말이 이어졌다.
"당신의 말은 알아 들었네 하지만 내가 실......" 노인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가 참지 못하고 끝내 뒤돌아본 곳에는 한 세상을 살아온 노인이 보기에는 어디서든 본듯한 한 사람이 단지 그의 발로 오롯이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단지 한 사람이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지극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한 사람 서있다. 그 사람은 마치 시간이 멈춘듯하지만 노인을 이끌고 산의 정상에 오르도록 도움을 주었던 사냥꾼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이전과 같이 평범해 보였으나 수많은 것이 들어있음을 노인은 반백년 넘게 살아온 자신의 눈으로 알 수 있었다. 왕, 무신, 문신, 공인, 현자, 황제, 갓바치, 매품팔이(날품팔이), 여리꾼(중개업자), 곡비(곡을 대신해주는 사람), 대립군(군역을 대신서주는 사람) 이전까지 자신의 눈으로 일생으로 보았던 수많은 사람이 단 한사람으로 합쳐져 존재하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조정에서 일한 노인은 바다 건너 왜의 덴노라는 제사장과 대장군이라는 쇼군 그리고 황제가 기거한다는 자금성 까지가 오랑캐 황제도 보고 왔었다.하지만 삶의 끝자락에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단 한사람은 조선의 왕도 일본의 대장군도 청의 황제조차 그에게 비길 수 없었다. 노인은 그의 눈을보고 찰나의 불가한 시간에 그 사실이 자명한 법칙같이 느껴졌다. 그 아니 '이건' 어떠한 존재인가? 불씨들이 말하는 석가라는 것인가? 아니면 천주학쟁이들이 믿는다는모든것을 창조했다는 신이라는 존재인건가?
"다.. 당신은 대체 무,,으엇이요?" 노인은 가까스레 말을 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혐오했던 불씨나 무당에게 비는 사람처럼 무릎을 굽힐것 같았다. 노인은 순간 자신의 몸의 생명이 다해서 무릎이 굽혀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눈 앞의 존재를 보고 자신의 무릎이 자신도 모르게 굽혀질뻔한 것이다. 인생에서 이러한 존재를 만나거나 느낀적은 단언컨데 단 한번도 없었다. 단지 희한에 가득찬 삶의 끝자락을 원하는 곳에 마치고 싶어 산을 오른 한 사람의 양반노인은 생애최초로 이상한 현상을 겪고있었다. 몸은 늙고 오래되었으나 이성은 오랜 시간만큼 벼려있었고 괴력난신을 믿지 않았다. 노인은 무릎을 꿇을 수 없었다. 눈 앞의 무엇인지 모를 존재에게 단지 몸이 원한다고 굽힐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유학을 믿은 학자로서 그리고 잡신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마치 모든것을 운명에 맞긴다는 불씨들이나 사람을 괴롭힌다는 잡신들같은 것에 무릎 꿇어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설사 그가 벼량 끝에 서있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무릎을 꿇지 않고 눈 앞의 존재를 보려했다.
"역경을 해치고 별을 건너면 나름 해답이 있다오. 이건 내가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지 스스로 믿는 바를 배웠고 행하고 익히고 즐거움을 얻는 사람은 얼마나 빛나겠소? 마치 당신처럼 정말 마음에 들어" 사냥꾼 아니 그 존재는 퍽 마음에 든다는 듯이 노인을 바라 보았다.
"그으게 무슨 ,,," 노인은 말을 이을 수도 없었다. 눈 앞의 존재는 분명 사람이 아니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정에서 혹은 사림에서도 현자 혹은 선현으로 까지 불리울 사람들에게서도 이러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노인은 입술을 꽉 물어 피가 나더라도 버티고 있었다. 이미 삶은 죽음에 가까워져 있었고 노인은 끝자락에 만난존재가 무엇이더라도 굴복할 수는 없었다.
"이제 좀 아니 많이 편안해질거요. 걱정할 필요는 없소 단지 잠시 얼굴을 보러온 것 일 뿐이니" 사냥꾼은 바위 위에 편하게 걸터 앉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그 후 노인은 몸의 감각이 돌아오며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당신은 내 목숨을 거두고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주러온 저자의 것들이 말하는 저승사자인거요? 아니면 무당들이 말하는 잡신이라도 되는 것인가? 노인은 숨을 몇 번 몰아쉬더니 가까스로 말을 이었다.
"나는 그런 이상하고 허황된 존재가 아니지 나도 단지 하나의 사람이요 그러니 배우고 익힌것을 결국 행하지 못하고 절망속에 자포자기한 사람을 본다면 구하고 싶지 않겠는가?" 사냥꾼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하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뜻을 말했다.
"마치 우리가 오랜 지기인것처럼 말을 하시는구려 우리가 만난지 채 3~4시간이 넘지도 않았는데"
"그렇지만 이해에 꼭 오랜 시간이 필요한건 아닌 법이지 아니 그렇나? 내가 한번 우리 나리의 속사정을 이야기 해볼까? 우리 양반께서는 조선의 현실을 슬퍼하시니 그러나 포기하고 그만 두는건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지 그건 모든 것을 운명이라는 혼돈에 맡기는 괴력난신과 비슷한게 아니겠는가?" 사냥꾼은 어느새 진중한 어조로 노인의 속마음을 들여다 본 것처럼 대화를 계속했다.
"물론 자내 생각은 나도 이해하네 관료들은 부패하거나 괴력난신을 믿으며 겉으로는 훌륭한 관료인척 하지만 뒤로는 백성을 수탈해 불씨나 무당에게 바치거나 혹은 한낱 예언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잡신들의 사제들은 재물과 헛된 것들을 위해 헌신하고 백성들은 수탈당하거나 괴로운 현실에 괴력난신을 믿으며 현실에서 도피하지
그것도 모자라서 왕실의 여인들은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망정 불씨를 믿거나 죽기직전까지 무당을 궁에 들이기도 다반수야 이미 조선의 타락은 멈추지 못하고 한 국가는 파멸도 달려가는지도 모르지 아니 이미 고위 관료들이라면 눈치는 채고 있겠지, 당신처럼 그리고 사실 주변국도 별 다를바 없겠지만 그래도 당신은 조금의 희망 한 조각을 가지고 열국을 돌아다녔군 진리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어디에라도 존재하기를 꿈꾸며" 사냥꾼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선현 같았으나 약간의 조롱이 담겨있었다.
"난 이제 그저 예전에 꿈을 꾸며 보았던 산 정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오, 그러니 더욱이 날 막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오? 이러한 능력을 가지는 당신은 괴력난신일테니 나같은 놈 하나 죽는것이 좋지 않소! " 노인의 목소리는 평이한 어조의 시작과는 반대로 점점 커져나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울분이 담겨있었다.
"내가 무엇을 해주었어! 이 나라를 위해! 여전히 부모가 양반이어서 양반인 멍청한 놈들은 경전이나 외우고 죽은 혼백이나 받들며 시체나 떠받들고 있지 잡신들은 여전히 성행해 내 평생을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상덕치인'을 위해 살았어 질서와 인간적인 것을 꿈꾸며 모두 덕성을 가지기를 바라며 생활했지 하지만 왕이며 관료며 백성이며 저런 놈들을 봐! 썩어바진 짓거리만 반복하는 놈들 뿐이야."
"그러니 넌 무엇이냐? 이제 그러한 세상이 도래했으니 날 비웃으러온 것이냐? 오냐 그래라 하지만 모두 굴복하더라도 난 너희같은 것에 굴복하느니 차라리 혀를 꺠물고 자결할 것이다! 너 같은 놈이 있다고 굴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괴력난신의 같은 놈이 실제 있더라도 나에게는 비웃음 밖에 들을것이 없을것이다!"
울분에 담겨있는 목소리는 점차적으로 커졌으나 그만큼 뚜렷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상덕치인(常德治人)이라 참 좋은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괴력난신이라는 허황되고 난잡한 것을 믿지 않고 상덕치인이라는 질서와 인간의 덕성을 믿는 것은 바른 일이지 해답이라는 것은 항상 덕성, 질서, 그리고 사람에게 나오는 것일뿐 괴력난신으로 부터 나오는 것은 단지 거짓된 것이야. 한 때 번성하여 이 땅에서 아주 당연하게 믿어온 사실이 이제는 적혀있되 믿는 사람 하나 없는 공허한 말이 되버렸으니 당연히 안타까운 것이 아닌가? 잠깐의 무례는 용서해주게 자네 같은 사람은 이제 보기 힘들거든" 사냥꾼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리고 친근함이 느껴지는 어조로 노인에게 자신의 답을 들려주었다. 그의 모습은 노인에게 해답을 얻은 선현처럼 보이는 지도 몰랐다.
"그럼 자네는 무엇이오 대체? 나에게는 왜 온것이요? 아니 내가 지금 사실 눈속에 파묻혀서 죽어가며 헛것을 보고있는거요?" 노인은 이제 말할 기운도 없이 바위에 걸터않아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도 단지 자네와 같은 한 사람의 사람일 뿐이고 이건 현실이내 난 단지 괴력난신에서 벗어나 상덕치인을 오래동안 바라마지 않는 자네와 같은 사람이지" 갑자기 가방을 뒤적이며 사냥꾼은 계속 말을했다.
"자네와 같은 사람은 이제는 정말 한 줌밖에 남지 않았지 그러니 내가 어찌 즐겁게 배우는것 처럼 자네를 만난 것을 기뻐하지 않겠는가?" 사냥꾼은 정말 정말 끼쁘다는 듯 하나의 병을 꺼내 마시고는 한 잔을 노인에게 넌냈다.
"서역에서 온 포도주라내 깊은 지기와 만난다면 이러한 술도 절경아래에 꽤 괜찮지 않겠는가?"
"마치 당신이 증자, 맹자 장자 공자 혹은 선현인 것처럼 말하시는 구려 이름에 자(子)라도 붙어있소?." 노인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러나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자(子)라.... 공자나 자로 증자까지 다들 그리운 이름이지 그러나 그것이 문제이던가? 진리가 진리인것은 그것이 옳기 때문이지 현자들이 말을 해서가 아니지 않나? 진리를 말했기에 현자이지 현자가 말을 해서 진리인 것은 아니지 자네는 그 사실을 잘 이해하지." 평이한 어조는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의 말에 서려있는 친근함을 노인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은 정말 말도 안되는 귀신이거나 아니면 말도 안되는 사람이겠군, 그렇다면 정말 한가지 묻고 싶소 그렇게 오랫동안 당신같은 사람이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대체 왜, 이 땅을, 우리를 이렇게 둔 것이요? 왜 우리를 버린 것이요? 당신이 그렇게 오래동안 살아온 존재면서 진리를 추구한다면 왜 그렇게 내버려 둔것이요?" 의심은 새로운 사실을 만나 확장되었고 노인은 그 해답을 알고 싶었다.
사냥꾼의 눈은 이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산 혹은 땅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 혹은 그 이상을 보고 있었다. "상덕치인이 필요한 곳은 이곳만이 아니네 비록 이곳에서는 사그라 들지 모르지만 진리는 다른 곳에서 피어오를 곳이고 괴력난신들은 결국 사라질 것이내 이곳에 괴력난신이 피어오르고 그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그것은 변하지 않은 것일세" 확신과 숙명이 담긴듯한 그러나 고집이 묻어있는 확고한 그의 말투는 반세기를 넘게 살아온 노인에게도 가슴 깊이 고동쳤다.
오랜기간 관료 생활을 해온 노인은 더 큰것을 얻기 위해 하나를 포기한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알아왔다. 하지만 그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땅은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겁니까? 이대로 저런 모습을 반추하고 돌아보며 고통이나 받아야 하는겁니까?"
"잠시의 고통은 걱정할 것이 없네 날씨가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든것을 알게되는 것처럼 우리의 꿈은 결국 이 땅에서 이루어질 것이네 불씨나 잡귀나 천주학이나 결국 허황된것이 맞아들일 명(命)을 맞이하겠지 자네의 고통은 우리의 탓도 있으나 '괴력난신'때문이기도 하네 하지만 주의하되 근심하지 말고 배우고 익히며 학습한 것을 지속하게나 결국 이루어질 것은 근심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네" 사냥꾼은 생각은 마치 '상덕치인'이 천명과도 같이 결국 자명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의 생각에 의심은 자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네 나도 일어나 서쪽으로 먼길을 가야 겠어. 자네를 만나 조금 시간을 쓰기는 했지만 머뭇거릴수는 없네 나를 반겨줄 아주 오래되고 고약한 자들이 있으니 나도 그들에게 올바른 천명(天命)을 전해줘야겠지 이제는 아주 재미있는 일이 될거야." 사냥꾼은 이제 바위에서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의 뒤로는 이제 비춰오는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어딘 가를 바라보고 있되 해아리기 노인으로서는 이해하기도, 추측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보고있었다.
"아 자네 몸은 이미 내가 눈에서 구하면서 좀 살폈네 평소처럼 생활한다면 천수를 누리기에는 별 문제가 없을거야 언제나 실수를 되돌아 보고 자기 본성을 기르시게" 사냥꾼은 서서히 일어나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인은 단지 사냥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기회를 얻은 것을 이제 알았으며 몸을 둘러보며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사냥꾼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에게 다시는 보지 못할 깊은 인상을 남겼으나 얼굴의 특징이나 눈매 혹은 표정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손에는 아직도 사냥꾼이 건네준 술이 조금 남아있었고 그것을 마시고 잔을 비우는 와중에도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노인은 자신의 몸이 매우 가뿐하고 홀가분해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리는 무릎도 침침한 눈도 그리고 무거운 몸도 이제는 그 어떤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사냥꾼이 내려간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잠깐 정말 죽기직전 괴력난신 빠진 것인지 아니면 역사에 기록조차 되지 않은 오래된 선현을 만나고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꽃들과 밝히는 흙내음은 그가 현실속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는 사냥꾼이 간 길로 세 번의 배례를 올렸다.
사냥꾼이 괴력난신이든 혹은 진실한 스승이었든 그것은 상관없었다. 그는 계속해서 이전의 길을 걸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하는 길을 고수한다면 괴력난신인 경우 좋지 못할 것이고 진실한 스승이라면 기쁘게 맞이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에게 후회나 절망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이제 올라온 길로 서서히 발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천왕봉 정상 푸른 하늘에는 두 마리의 독수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날아가고 있었다. 저 멀리 태양이 지는 곳을 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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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경은 지리산이고 공자의 사상이 어느 정도 황제의 반종교 사상이랑 비슷해 보여서 한 번 만들어본 소설입니다.
위의 전라도 사투리는 단지 배경이 지리산이기 때문에 제가 지리산을 올라간 구례를 배경으로 삼아 넣어봤습니다. 예전 1800년도 사람이 서울말을 쓴다면 뭔가 이상하니까요
"
논어를 이렇게 추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으셨다 이거 논어에서 가장 좋아하는 파트인데 여기서 보네
괴력난신은 없다
오우야 필력이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