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31시간

(프롤로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19461&s_type=search_name&s_keyword=BIle&page=1

(31시간(1):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19849&exception_mode=recommend&search_head=20&page=1)



두번째 게헨나 순종 작전, 또는 후대의 제국 역사가들이 게헨나의 정화는 지금까지 월드 이터가 수행해온 전쟁과는 여러가지 의미로 크게 다른 전투였다.


누세리아에서 프라이마크가 발견되신 이후 처음으로, 프라이마크께서는 궤도에 머물으면서 군단의 행성 강하를 지켜보셨다. 하지만 그분이 함께하시지 않으셔도, 그들은 그분의 존재감을 느꼈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그들을 드리웠으며, 그들의 심장이 뛸 때 마다 카운트다운은 흘러갔다.


이제 지휘관들은 프라이마크 없이 작전을 짜고 브리핑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앙그론은 작전계획에 거의 손을 놨으며, 딴 생각을 하거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무관심하게 으르렁거리는 것 밖에 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월드이터는 지금 그들을 고무시키는 유전 주군의 초월적인 전투 기량 없이 전투를 치루어야했다. 그의 전투 실력은 완전히 새로운 경지로, 주변을 철저히 장악하였으며 마치 그에게는 군단이 아예 필요없는 것만도 같았다.


또한 이번 작전은 군단 역사상 최초로 적대적인 행성에 강하하면서 사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함대가 궤도상에서 찍은 고해성도 픽트 사진에서는 지휘관들의 바이저에 실시간으로 전송되었다. 하늘에 탄막을 뿌리는 방공포도, 기동하고 있는 방어군도, 대규모 대피에 의한 혼란이나 소요도 보이지 않았다. 게헨나의 사람들은 지금 불타는 하늘에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무기들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으며, 평소대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군단이 이 땅에 내려오는 순간, 그들도 현실을 직시하게 되리라.


군단원들이 드랍 포드에서 튀어나오고 건쉽에서 뛰쳐나와 신속하게 각자의 착륙지점에 경계 구역을 확보하였다. 정찰 분대가 이동하고 중대가 집결하자 인접 부대간 통신망이 연결되었다. 적 함대와 방어망이 없어도 12군단은 방심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단순히 수 천명의 스페이스 마린을 전장에 배치하는 것도 많은 시간과 작업이 필요했으며,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제 모두가 지표면에 도착하고, 군단원 모두의 눈이 무심히 흘러가는 잔존 시간에 눈을 때지를 못하고 있을 때 전진 명령이 내려왔다.


잔존 시간: 26시간


스페이스 마린이 어떻게 싸우는 지에 대해서는 각 군단의 기록과 대성전 당시 리멤브란서들에 의해 많이 기록되어져있다. 아이언 핸드의 경우 침묵을 지키며 전투에 임한다고 한다. 그들의 정신은 모든 방해 요인을 배제하고 차갑고 냉정하게 적에게 공격을 선사한다고 한다. 다른 이들, 러스의 자손들이나 칸의 화이트 스카의 경우, 요란한 돌격과 함께, 웃으면서 볼터와 칼을 휘드르며 전투에 임한다고 한다. 하지만 12군단의 경우는 이들과 달랐다.


워하운드가 창설된 이후, 그들의 적이 제노이든, 기계이든, 심지어는 황제폐하의 썬더 워리어이든간에, 워하운드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싸워왔다. 적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것들은 그들에게 달려오는 군단원들의 모습과, 그들을 조준하는 군단원의 빛나는 무기들, 그리고 목청을 찢는 포효였다.


워하운드, 추후의 월드이터가 되는 그들은, 칼날이 닿을 거리까지 도보로 적에게 접근하였다. 그러면서 군단원들 사이 기계적인 침묵을 유지하거나, 시끄러운 고함을 외치지 않는다. 되려, 적에게 접근하면서도 마치 훈련장으로 향하는 형제들과 대화를 나누듯 평정과 침착함을 유지하였다. 백부장이 팔랑크스 대형을 적에게 접근시키기위해 속도를 올리는 일은 드물었고, 서둘러 돌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컴뱃 쉴드에 파워 스피어, 그리고 파워 아머를 입으면 딱 월드이터!)


그들은 단순히 차분한 전의와 함께 진군할 뿐이다. 감히 그들에게 맞서는 적들은 부수고, 파괴하고, 뚫고 지나가도 진군 속도를 바꾸는 일은 없었다. 밤이 되면 대지에 그늘이 지듯, 그들은 피할수도, 멈출수도 없었다. 이러한 전술로 그들은 적과 교전하기 이전에도, 초인들의 평정심에 질린 수 많은 적들을 무찔러왔다. 12군단은 오직 적이 와해되고, 모든 사기와 지휘를 잃고 도주할 때만 속도를 올렸다. 최후에 적을 추격하여 패주하는 모든 적을 쫒아서 섬멸할 때, 그들의 이름 그대로 워하운드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지금은 현재의 군단 이름대로 세계 전체를 포식하는 자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 착륙지점에는 아무런 적도 없었다. 월드 이터들은 게헨나의 폭풍에 침화된 돌투성이 땅을 방해받지 않고 이동하였다. 그들은 수 천의 스페이스 마린의 침공에도 무방비한채로 열린 빛나는 도시들의 문에 이르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명체도 보지못하였다. 문밖에서 군단을 맞이한 것은, 침묵을 유지한채로 서있는 군중이었다.


게헨나인들에게는 군대가 없었다. 무기도 없었으며, 오직 사람만 있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모두가 똑같이 대머리에, 성별을 알 수 없는 차림이여서 궤도에서 본 오하나 사절들과 다를게 없었다. 그들은 도시의 벽을 등진채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에 공포가 보이지 않았고, 몸에 긴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월드 이터를 향해 악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마치 친구를 대하듯 걸어갔다.


잔존시간: 23시간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첫 열의 월드 이터들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몰라서 순종적인 게헨나인들을 뒤로 밀쳤을 뿐이었다. 군단원들은 도시로 향해 중앙첨탑을 차지하기 위한 길을 찾을려 했으나, 가짜 인간들에 의해 밀리기 시작했다. 더 많은 게헨나인들이 앞으로 움직이자, 단순히 머릿수만으로도 군단을 늦추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군단을 뒤로 밀어냈다. 스카웃들이 부대 지휘관들에게, 사람들이 월드 이터의 팔다리에 늘어붙어서, 웃는 표정 하나 안바뀐채로 초인들을 눕혀서 그들의 무게로 뭉게려고 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마고는 이런놈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일평생 전쟁을 벌여왔고, 알지 못하는 미지의 적들과도 싸워왔지만, 그는 항상 자신의 무기들을 믿어왔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무기는 팔랑크스 대형이었다. 팔랑크스 대형은 어떠한 전장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했으며, 다른이들이 종종 따라했어도 그들만큼 잘하지는 못했다. 오와 열을 갖춘 형제들, 훈련장에서 서로 사슬에 묶여서 훈련한 유대감, 그리고 하나되어 움직이고 죽이는 것, 팔랑크스만큼이나 그들의 군단을 상징하고, 그들의 형제애를 나타내는 것은 없었다. 군단원의 방패가 자기 자신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옆의 형제들을 지켜주는 한 팔랑크스 대형은 깨트릴 수가 없었다. 팔랑크스 대형은 철저한, 효율적인 살육 기계였다.


그들은 누구도 살려두지 않았다. 누구도. 12군단 백부장들은 작전을 짜거나, 돌격을 준비하면서 포로를 잡는 것은 선택지에 넣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은 군단의 목적에 벗어낫다. 그들은 창조될 때 부터 적의 목을 찌르는 칼날이지, 포승줄이 아니었다.


그러한 무력이 마고의 지휘아래에 놓여있었다. 게헨나의 수도인 말코야(Malkoya)를 눈 앞에 두고, 그는 수백만의 똑같은 평온한 얼굴들의 바다를 향해 방패벽들을 이끌었다.


'앙그론 전하를 위해! 황제 폐하를 위해!' 백부장이 큰소리로 외쳤다.


방패벽의 중앙에서, 마고는 전열의 베테랑들과 함께 적에게 창을 찔러넣고, 창을 뒤로 빼서, 다시 찔러넣기를 반복하였다. 게헨나인들이 신음소리도 없이 죽고 다치며 쓰러는 와중에도, 다른 게헨나인들이 뒤에서 계속 몰려왔다. 놈들은 지금 자신들이 인공 피투성이의 다른 게헨나인의 몸을 밟고 전진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게 분명했다.


'서두르지 마라! 그대로 계속 전진한다!' 마고가 외쳤다. 그의 창은 결코 쉬지 않았다. 방패벽 사이 틈을, 더욱더 많은 수의 게헨나인들이 도시의 관문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놈들이 방패에 타고 올라와서 무게로 누르자, 마치 바다의 밀물을 막는 것만 같았다.


'참 쉽게 죽어주는군.' 오론테스가 으르렁거렸다. 그가 똑같은 얼굴의 바다를 향해 창을 내지를 때마다 호박색 피가 면갑에 튀었다. '계속 죽이다보면 달라질지도 모르지. 심지어 놈들은 우리와 싸울려고 하지도 않아. 여기에 무슨 명예가 있는거지?'


'오, 사람들이 오늘을 기리며 노래라도 하겠지요.' 한노가 말했다. 그는 적을 방패로 빠르게 밀쳐 넘어트리고는 발로 밟아서 죽였다.


전진이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게헨나인들이 마고의 창에 늘러붙어, 몸무게로 창을 두동강내자 마고가 신음소리를 냈다. 마고는 반쪽차리 장을 버리고 그의 볼카이트 서펜타(Serpenta)를 꺼내들었다. 무기의 응집된 폭팔력은 놈들 무리를 불타는 재로 만들어 틈을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안가 그 틈으로 더 많은 게헨나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런 놈들에게 쓰러지게 될 때 얻게될 불명예를 생각해보게, 형제들이여.' 마고가 피스톨을 꽂아넣고 체인엑스를 들었다. '그러니 더욱더 힘을 내게.'


첫 한시간만에, 셀 수도 없을 양의 인간이 아닌 것들의 피가 대지를 적셔 땅을 노란색 진창으로 만들었다. 군단원들의 다리가 그들이 죽인 시체들에 잠기었으며, 경로 앞에 시체 산을 만들었다. 시체 산이 방패벽보다 더 높아지자, 게헨나인들은 그저 기어올라서 월드 이터 위로 떨어져내렸다.


팔랑크스 대형이 느려지다 이내 멈추고, 이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시체가 얽혀서 군단원들 사이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체의 무게때문에 방패가 내려졌고, 수십의 손길이 방패를 끌어당겼다. 하나 둘 씩 전사들이 대열에서 끌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열의 베테랑 한 명이 고립되어 적에게 압도당하다가, 수백명의 몸에 압사당하였다. 마고의 망막 디스플레이 한편에 사망 신호가 끊임없이 표시되었다. 한 베테랑의 헬멧이 벗겨지고 게헨나인에게 눈을 찔리자 그의 고통과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복스에 울려퍼졌다. 그렇지만 이러는 와중에도, 게헨나인 사살수가 치솟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잔존시간: 19시간


대형이 와해되고 있었다. 한 명의 필멸자는 군단원에게 있어 상대조차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백 명이라면? 천 명은? 혹은 더 많은 수의 필멸자라면? 스페이스 마린의 시계가 다하기 전까지 몇 명이나 상대할 수 있을까?


마고조차도 유혈낭자한 현 상황에 대해 진절머리를 쳤다. 군단은 자신의 생존따위는 신경도 안쓰고 전진하며, 사기에 영향도 받지 않는 수백만의 적들과 싸우는 일에 대비되지 않았다. 한 명의 게헨나인을 죽일 때마다, 백명도 넘는 게헨나인이 도시에서 쏟아져나와 그 빈자리를 대신하였다. 지금의 일방적인 살육을 전투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전투는 지금 국면이 변화하려는 시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


'백부장,' 대열 중앙의 아스타코스가 멀하였다. '현 지점을 사수하는 건 힘듭니다. 지금은 뒤로 물러나 정렬하여 대형을 갖추어야합니다. 그렇지않으면 중대의 반을 잃을수도 있습니다.'


이를 악물은 마고의 입에서 좌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방패를 앞으로 후려쳐서, 죽어서도 달라붙은 세명의 시체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마고는 형제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있었고, 전열에서 싸우는 마고보다 중앙에 있는 중대 기수의 시야가 더 정확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당장의 치열한 전투에서 떨어져있는 아스타코스는 언브로큰이 천천히 한명씩 적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것을 보고있었다.


'대열을 좁히고 후퇴한다.' 마고가 체인엑스의 옆면으로 한놈을 후려치고 명령을 내렸다. '볼터 사격과 동시에 후방으로 빠진다.'


아직 창을 들고 있는 월드 이터가 적들을 저지하는 사이, 그 뒤의 형제들이 무기를 꺼내들고 그들에게 볼터를 건내주었다. 방패 사이에 볼터를 고정하고, 볼터탄을 약실에 장전하였다.


조준할 필요도 없었다. 군단 지속 사격 교리에 따라 적들에게 사격을 가하였다. 팔랑크스가 한 발작씩 뒤로 이동할 때마다 그에 맞춰 적에게 끔찍한 총성의 불협화음을 들려주었다.


밀집된 비무장한 적들에게 가한 영거리 볼터 사격은 끔찍하게 효과적이었다. 시체들이 터져서 날라다녔다. 팔다리가 이리저리 흩날렸다. 볼터 한 발이 적에게 꽂혀서 관통된 다음 폭팔하여 그 뒤의 세 놈을 더 죽였다. 이제는 더 이상 살육도, 학살도 넘어섰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짓으로 그들에게 달려드는 게헨나인들에게 충분한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봍터 사격으로 그들과 게헨나인들 사이 약간의 틈이 벌어지자, 그 틈을 노려 마고는 더 넓은 전장으로 물러났다. 마고의 디스플레이에 근처의 다른 중대 표식이 반짝였다. 멀리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중대들의 상황도 언브로큰보다 크게 다를건 없었다.


지휘관들 사이 통신은 방패로 쳐대는 소리와 체인웨폰의 소음때문에 잘 들리지가 않았다. 머리 위로 스톰버드가 파괴되어 굉음과 함께 추락하고 있었다. 도시의 첨탑에서 수십명의 게헨나인들이 스톰버드의 터빈으로 투신하자, 유성처럼 불의 궤적을 남긴채 추락하고 있었다. 지상으로 추락한 스톰버드가 불길과 함께 파편을 남기고 폭팔하였다. 전차가, 궤도에 기어들어간 게헨나인들 때문에 수없이 많은 시체가 엉겨서 움직이도 못하고, 결국 시체에 파묻혀 사격도 이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궤도 위의 함대는 모든 전투지역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연락했다. 군단은 빠르게 중요 인구 밀집 지역과 주요 산업 및 교통 인프라를 장악하기 위해 게헨나의 모든 대륙에 동시다발적으로 강습을 개시하였다. 수백만 명의 게헨나인들이 12군단의 모든 강습부대를 반겼고, 월드이터들은 인공 피와 살로된 산사태에 의해 파묻혀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소수의 병력들은, 주로 드랍 포드로 착륙한 어썰트 분대들은 도시의 중심부로 돌파하는대 성공하였으나, 도시의 높은 첨탑과 좁은 길거리에서 게헨나인의 저항은 야지에서보다 더욱 치명적이었다.


마고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런 아군과 적이 밀집된 전투에서, 궤도의 함대의 전함들이 정밀 폭격을 가하기는 어려웠다. 눈을 한번 깜빡이는 것으로 백부장은 우주에 있는 함대와 복스 링크를 열었다. 마고의 디스플레이 한 켠에 군단의 엄니의 함장의 흐릿한 모습이 작은 화면에 나왔다. 반백의 함장은 빳빳한 하얀 제복을 입고 있었다.


'유타(Yuta) 함장,' 마고가 말하였다.


'백부장이시여.' 유타가 응답하였다. 그의 걸걸한 목소리가 통신상태 때문에 잘 들리지가 않았다. '옥좌행성이시여, 도대체 아래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겁니까? 저도 궤도 픽트 사진을 보고있습니다만, 이런 건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그대의 화력지원이 필요하다, 함장. 군단의 엄니를 가능한 낮은 곳으로 이동시키도록. 이곳 지표에서 그대에게 사격 해법을 전송하겠다.'


마고의 바이저에 띄워진 이미지가 흔들렸다. 유타 함장은 화면에서 등을 돌려, 화면 밖 누군가에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주군이시여.' 유타 함장이 몇 분후 대답하였다. 불안정한 통신상태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에 긴장이 느껴졌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함선 포격이 군단 자산 또한 피해를 끼치지 않으리라고는 보장 할 수가 없습니다. 함대 누구도 불구능합니다. 브루조(Brujo) 사건 이후로, 저희는-'


연결상태가 악화되며, 유타 함장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마고는 그가 뭐라고 말할려고 했는지 알고 있었다. 브루조 행성은 지금으로부터 세번 전의 순종 작업을 벌인 행성이었다. 프라이마크의 명령에 반하여 궤도 폭격이 이루어지자, 폭격을 예상하지 못했던, 앙그론 곁에서 싸우고 있었던 챕터의 절반 이상이 몇분만에 날아갔다. 전투가 끝나고, 프라이마크가 궤도로 돌아오자, 함포를 발사했던 선장들은 모두 처형되었다.


제독들은 포격 도중 다시 한번 군단원들을 죽일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지상전에 화력지원을 거부하고 있었다. 마고와 지상의 다른 전사들만이 일을 해결해야 했다. 좌절감 속에서 마고는 함대와의 연결을 종료하였다.


주위를 둘러보며, 마고는 형제들의 부대의 기수들을 찾아보았다. 다른 중대들은 팔랑크스 대형을 버리고 체인 엑스와 검을 꺼내들고 적에게 달려들며 돌진했다. 처음에는 게헨나인들 무리에 깊숙히 들어갈 수 있었지만, 얼마안가 주위 아군 예비 병력들에게서 고립되어 결집을 잃고 적들 사이에서 흩어저버렸다. 팔랑크스 대형을 갖춘 중대들 중 두개 중대가 그런 미친짓을 저질렀다. 그 중 하나는 18중대의 예비로 있어야 할 중대였다.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다.


마고는 욕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기르라면 이런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리전마스터가 이 광경을 봤더라면, 해당 중대 지휘관들을 군단원 전부가 보는 앞에서 태형에 처하게 한 다음 병사로 강등시키고, 보조 예비 중대로 추방시켰을 것이다. 의무와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형제애는 어디에 있는가? 테라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군단을 지탱하던 핵심 교리와 정체성은 어디가고 맹목적인 공격이 대신하다니, 이런 모습을 본 마고는 머리 끝까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왜 이러는지 이해하기는 쉬웠다.


프라이마크께서 바로 이런 식으로 싸우기 때문이다. 생각없이, 이성없이, 결과따윈 상관없이. 앙그론은 피와 살로 된 분노의 폭풍의 현현 그 자체였으며, 모든 구속 따위는 그의 머리에 박힌 장치에 의해 끊어져있었다. 분명 보기에는 경이롭기 짝이 없었으며, 마고또한 그 힘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앙그론의 싸움 방식을 군단에 적용하는 것은 월드 이터를 죽이는 일이나 다름 없었다.


볼터 연속 사격으로 언브로큰은 몇 초의 시간을 벌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똑같이 평온한 얼굴들이 월드 이터의 바이저에 다시 한번 가득 채워졌다. 놈들은 친절한 웃음을 지으면서 땅에 깔린 곤죽이 된 시체 더미를 밟으며 다가왔다. 그들은 침략자들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싸움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했다. 놈들은 덩쿨이 돌을 휘감듯 18중대의 대형을 향해 손을 뻗어왔다. 놈들은 월드이터의 팔다리를 잡아 넘어트리고는, 세라마이트가 부서지고 몸이 터질때까지 위에 들러붙었다. 놈들의 무수한 손들이 헬멧을 뜯을려고 뻗어오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고는 눈구멍 뒤 뼈를 부수고 뇌를 휘저을려 했다.


'이건 미친짓입니다.' 한노가 말하였다. 그는 전투 도중 방패를 잃어버리고, 이제는 두 쌍의 팔락스 블레이드로 다가오는 건 모조리 배고 있었다. '병력들을 철수시키고 함대를 불러 행성을 유리로 만들어야합니다.'


'안돼!' 마고가 볼카이트 서펜타로 또 다른 게헨나인들 무리를 증발시키며 말했다. 그는 빠르게 피스톨을 집어넣고 체인 엑스를 꺼내 낮게 휘둘러 세놈을 양단하였다. '그분이 용납하지 않을거야. 자네도 그러지 않을거라는 걸 알탠대.'


'그분이 이건 용납하시리라 생각하십니까?' 오론테스가 물었다. 퍼스트엑스의 말에 모든 중대원들의 머리에 시간이 떠올랐다.


'우리가 승리하면 그러실 거다.' 마고가 답하였다. '저놈들의 숫자가 많을지라도, 무한하지는 않다. 우리가 숨을 쉬는한, 우리는 싸운다. 놈들을 죽인다. 분노를 일으키라, 형제들이여. 먼저 부서지는 건 놈들이지, 우리가 아니다.'


백부장 주위로 18중대가 다시 집결하며 새로운 활기가 솟아오르며, 수시간의 근접전에서 쌓인 피로를 날려버렸다. 어깨와 어깨를 맞대고, 한 형제가 글라디우스와 체인엑스로 게헨나인들 한 가운데를 파고 들면, 다른 이들이 볼터 사격으로 측면과 후방을 엄호해주었다.


재공격을 감행하고 나서 첫 한 시간 동안은, 마고와 형제들이 다시 승기를 잡았다. 지겹도록 좁혀지지 않았던, 당장이라도 처들아가고 싶었던 말코야 도시의 관문의 그림자가 그들을 드리웠다. 그들은 현재 유리한 상황에서 밀고 들어가, 게헨나인들을 떨게 만드리라. 그리하면 수도는 그들의 것이 될 것이었다.


갑자기 18중대의 오른편에서 소리가 들렸다. 위급 상황과 도움 요청을 알리는 표준 복스 통신이었다. 그리고 통신은 다른 백부장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었다. 마고는 심장이 덜컹거리며 무슨일이 일어난지 깨달았다. 도움을 청한 중대에는 더 이상 백부장이 없었다.


'44중대입니다.' 아스타코가 복스로 전송했다. 그가 군기를 들고 오른편으로 돌렸다. 마고가 측면을 살피기 위해 잠시 물러서서 숨을 골랐다. 그는 44중대의 임무가 18중대의 지원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44중대의 병력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지휘관들이 맹목적으로 전투에 집어던진 다른 병력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를 때 마다 44중대의 전사들이 적들 사이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중대라고 부르기도 힘들고, 게헨나인들의 바다 사이 대리석과 푸른색의 갑주가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형제들은 밀려죽기전에 후퇴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이 형제들은 전부 죽고 말것이었다.


'44중대가 전열에서 너무 밀고 들어가서 포위당했습니다.' 중대 기수가 보고하였다. '다른 중대들은 전부 교전중입니다. 저들을 도울 수 있는 부대가 없습니다. 우리가 저들을 저버리면, 저들을 잃을겁니다.'


'바르카(Barca)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거지?' 마고가 체인엑스로 게헨나인을 두동강 내며 말하였다.


'44중대 백부장은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스타코스가 대답하였다. '바르카와 44중대는 우리 뒤에서 후위 지원을 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마고, 관문이 바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오론테스가 체인 엑스를 휘두르며 말하였다. '만약 지금 계속 전진하면 놈들을 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보십시오. 우리가 지금 후퇴하면, 다시 전진할 시간이 없습니다.'


마고 뒤로 번개가 쳐서 수십명의 게헨나인들을 녹였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중대장님.' 테티스가 말하였다. '44중대를 돕든, 아니면 계속 전진하든, 둘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린 저들을 버릴 수 없다.' 마고가 말하였다.


'시간을 보시란 말입니다!' 오론테스가 어깨에 들러붙은 시체를 떨처내며 말하였다. '우리와 44중대 사이 이 개잡놈들 무리가 한 가득입니다. 44중대는 우리를 지원했어야 됬습니다. 애초에 공격 자체를 해서는 안됬다는 말입니다. 바르카도 알고 있었을 터, 그런대도 놈은 머저리마냥 돌진했고, 그 대가를 치루고 있는겁니다. 지금 후퇴해서 저들을 돕는 건, 지금까지 피흘려서 얻은 이점들을 포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우리의 실패에 대해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드시겠지요.'


'안된다!' 마고가 소리쳤다. '우리는 형제를 버리고 승리를 얻지 않는다. 나는 죽어가는 나의 형제들을 도울 수 있음에도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거나 버리지 않겠다.'


'하지만 프라이마크의 명령은-'


'그 자의 빌어먹을 시간은 잊어버려!' 마고가 말을 끊었다. 그는 마음을 정했다. '우리가 그자의 아들이기 오래 전부터 그들은 우리의 형제였다.'



"나는 죽어가는 내 형제들을 도울 수 있음에도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거나 버리지 않겠다."


그나저나 의외로 앙그론 이전 월드이터는 하나 되어 싸우는 그리스식 중장보병에 가깝습니다.

그때의 월드 이터가 흉포하지만 절제된 정복자라면, 나중에는 흉포하기만 한 도살자로 변하는 거지요.

그냥 앙그론 죽고 리전마스터 기르가 계속 이끄는 것이 황제에게 더 도움이 되었을 듯.


글자 수 때문인지 계속 짤려서 나누어서 올리겠습니다.

여기 글자 수 제한이 어떻게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