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설명: 생귀스 익스트리미스(번역명은 사생결단)로 2대2 배틀을 하게 된 카르고스와 나씨어 아밋. 사생결단은 말 그대로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하는 거임.)


 

그의 남은 삶 동안, 아밋은 검의 휘두름을, 피부에 닿는 주먹의 충격을, 네 명의 싸움꾼 사이를 오간 숨과 욕설을 전부 떠올렸다. 종종 이런 일이 있곤 했던 카르고스에게는, 그날 밤의 디테일들은 조화되지 않은 순간의 연속이자 별개의 감각의 번뜩임이었고, 각각의 순간은 붉게 물든 채 서로와 연계되지 않았다. 그것들 중 일부는 기억이라는 걸, 그는 알았다. 그것들 중 일부는 기억인 것처럼 구는 인상들이 조각조각 모인 것이라는 걸, 그는 확신했다. 두 상태 사이에 정말 중요한 만큼의 차이가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들의 프라이마크들은 거기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잊지 않을 것이었고, 잊을 수도 없었다. 그와 아밋이 30번 투기장의 살해장으로 걸어 나왔을 때, 그는 높은 관중석에 앙그론과 생귀니우스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거의 포효하다시피 길게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부하들 위에 우뚝 선 채 투기장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앙그론은 싸우는 이들의 이름이 아니라 곧 피 냄새가 날 거라는 사실에 이끌린 채 평상시의 초조한 무관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투기장에 오는 것은 부하들의 투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지, 누구 한 명을 지지하기 위해서가 결코 아니었다. 그가 천천히 숨을 쉬자 갑옷 입은 가슴이 오르내렸고, 카르고스가 군중들의 화를 돋우자 인정한다는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으로 빛나는 천사는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이목구비는 조심스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의 완벽한 얼굴에 살아 있는 감정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를 괴물처럼 보이게 하는 대조였다.

 

선장 사린도 참석했다. 그녀의 권리대로 기함 선장으로서 두 프라이마크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앙그론에게 어깨 너머로 무어라 말했다. 프라이마크의 깨물어진 입술이 짧고 험악한 미소를 지으며 구부러졌다.

 

아밋의 군단에서는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직 프라이마크만 있었다. 나머지 관중석은 다양한 방식으로 박수치고 환호하고 구호를 외쳐대는 월드 이터와 정복자의 인간 선원들이 채우고 있었다. 생귀니우스의 비정상적인 고요함의 한기에도 불구하고, 카르고스는 사방에서 자신을 압박하는 소리의 벽들 속에서 영광을 누렸다.

 

그들 위로 별들이 시야 속으로 뻗어 나와 남녀들을 숨 막히는 경외감에 빠뜨렸다. 카르고스는 그게 뭐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들은 페라쿨과 제그레스가 기다리는 강철 갑판의 중앙으로 다가갔다. 아밋은 주먹을 심장에 가져다대 경례하며 그들을 반겼다. 카르고스는 검을 들어 올려 군중들에게 경례하다가 마침내 몸을 돌려 상의를 입지 않은 두 상대에게 퉁명스럽게 목례했다.

 

전통이 그들에게 서로 경례하라고 요구했다. 페라쿨과 제그레스는 그대로 했다. 카르고스는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던져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호를 그리며 투기장의 거친 빛을 반사시켜 회전하는 번쩍임을 비추고는 깔끔하게 손바닥에 안착 시켰다. 군중들은 자신들의 취향대로 카르고스의 장난에 웃음을 터트리거나 야유했다.

 

그런 다음 그는 경례했다. 여전히 웃고 있었다. 기분은 좋았다. 피의 욕구로 달아오르고 움찔댔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 일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 네 명은 프라이마크들에게로 몸을 돌려 경례의 뜻으로 무기를 들어 올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되지 않은 맹세-욕설의 4중주였다.

 

우리는 곧 죽을 이들이니, 당신께 경례합니다!”

 

앙그론은 답으로 흉갑을 주먹으로 쳤다.

 

생귀니우스도 똑같이 했으나, 더 느렸고 더 조용했다. 여전히 표정은 없었다. 관중들이 고조되었고, 로타라는 손을 들어 올려 첫 번째 종을 울렸다.

 

네 명의 전투원이 서로를 마주했다. 페라쿨은 대못의 고통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의 피부는 누랬고 코에서는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더 키가 크고 덩치도 더 큰 제그레스는 더욱 통제력이 있었다. 카르고스처럼 힘들게 숨을 내쉬고 있긴 했지만, 눈은 맑았다.

 

카르고스는 눈앞을 흐리는 갈망을 내뿜으며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아밋은 그 마지막 순간에 그를 끌어당기며 예의를 어기는 것을 막았다.

 

두 번째 종에.” 블러드 엔젤이 경고했다. “기다려.”

 

카르고스는 알겠다는 뜻으로 끙 소리를 내고는 다시 줄로 돌아왔다.

 

제그레스는 피를 뱉는 자의 실수에 미소를 지었다. “오늘 널 죽일 거라 미안하군, 나씨어.”

 

오늘밤, 제그,” 카르고스가 참견했다. “네 머리 없는 몸뚱어리는 차가운 아포세카리온에 누워 있을 거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네 해골을 부드럽게 광이 나도록 피부를 벗기고 사포로 닦을 거야. 알겠지만, 트로피는 아니야. 내 의도는, 형제여, 선장 사린에게 장식용 요강으로 주려는 거지.”

 

제그레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널 베는 건 즐거울 거야, 카르고스.”

 

아밋의 목소리는 넷 중 가장 낮고 부드러웠다. “말만 하지 말고 보여줘.”

 

두 번째 종이 울렸고, 그 소리와 함께 카르고스의 기억이 붉게 물들었다.

 

이것이 그가 기억하는 것이다.

 

톱날 달린 칼날이 뼈에 부딪치며 갈리는 느낌. 인간의 신체의 살점 속에서, 고기 때문에 작아진 그 소리.

 

사슬의 달가닥거림. 땀투성이 목을 감은 느슨한 강철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날카로운 채찍소리. 남용된 척추뼈의 느리고 기분 좋은 탁탁거림. 처음에는, 탁탁거림뿐. 다음엔 불편한 찰칵거림. 그 다음엔 척추 디스크가 늘어지기 시작하자 건조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비가 기다리고 있다, 아주 가깝다. 분투하는 적에게 마지막 일격을. 부러지는 소리는 으드득거리는 소리가 된다. 척추가 깨지기 시작한다.

 

음악. 이건 음악이다.

 

해골에 닿는 해골의 날카로운 강타, 박치기의 살인적인 친밀감. 부비강의 더 부드러운 사골(篩骨)에 부딪치는 전면의 뼈와 주된 목표로 노려지는 비강, 연골을 두드리고, 혈관을 쳐부수고, 얼굴의 혈류를 방해하기. 결함으로 타오르는 시각과 후각. 누관의 활성화와 파열된 혈관에서의 머리의 피의 출혈.

 

산만. 짜증. 결국 무시할 수 없는.

 

, 그의 형제가 외친다, .

 

그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검을 아밋에게 던진다. 흉터와 두개골 수술의 생명체로서 아름다운 블러드 엔젤은 이제 검 두 자루를 들고 회전하고 벤다. 아밋은 싸우면서 춤을 춘다. 두 칼날이 살점에 이끌리고 울음이 되고 신음이 되는 포효를 낳는다. 고기가 절개되어 열린다. 피가 흐른다.

 

열기. 또 다른 인간의 구취. 공포와 위산 향이 나는 마지막 식사의 악취. 이빨, 이빨, 이빨의 급락하는 압박. 축축한 생명의 솟구침, 붉고 걸쭉하고 구리의 악취가 나는. 또 다른 인간의 피를 삼키기, 생명을 마시기, 적이 뭘 하고 있는지 본 그의 눈에 어린 공포를 보기 위해 메스꺼운 맛을 견디기. 그것은 그의 피다, 그는 안다. 그것은 또 다른 남자의 이빨로 씹히는 그의 살점, 그의 육신이다. 그는 산채로 먹히고 있다.

 

얼굴의 광대뼈에 팔꿈치가 부딪치는 으드득 소리. 광대뼈와 안와를 박살낸 실로 엄청난 일격. 눈알이 대롱대롱 걸리고, 눈꺼풀은 무의미해진다. 웃음은 백비트고, 그리고 웃음과 환호. 군중들의 소리, 더 이상 개별적인 것이 아닌 게슈탈트, 피와 땀과 낭비된 생명을 먹는 한 명의 신. 피가 어디서 오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신. 오직 풍부하게 흐르기만 하면 되는.

 

그리고 그것은 흐르고, 흘러가고, 흩뿌려진다. 형편없는 시의 과장법으로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숙성되어, 쪼개진 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체로 더 일상적인 표현의 피의 호. 공기 중에 짙어진 피 냄새. 그의 얼굴 살갗에 닿는 뜨거운 피의 입맞춤. 하지만 빠르게 식고, 그 첫 번째 0.5초 동안 피는 언제나 튀겨진 끓는 물이다.

 

어둠과 빛, 번갈아서, 하나가 있으면 다른 하나가, 계속 또 계속. 강철 갑판을 강타하는 해골의 천둥소리. 이미 구멍 난 뼈가 골절되는 걸 강조하는. 비명, 자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의 도움을 구하는, 칼날이 그의 등을 어설프게 썰고 조각내며 절개하고 그의 두개골이 강철에 갈리기 때문. 손가락의 비현실적인 감각, 증오로 구부러진, 육신에 닿는, 척추를 긁는. 분해를 앎.

 

뇌와 혀 사이의 어딘가에서 단어를 전부 훔치는 피의 욕구의 열기. 으르렁거림이 노예를 잡아당기는 밧줄처럼 구두점을 찍는 짐승의 숨이 되는 분노의 말. 그렇게 격렬한 증오는 말하는 능력을 박살낸다.

 

입천장을 혀로 누르고, 강제로 침샘에서 액체를 뽑아내고, 독의 흐름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입을 짜내기. 그것을 뱉고, 놓치고, 갑판을 녹이는 침 덩어리의 소리를 듣는 것. 다시 시도, 이번에는 더 가까이, 뱉는 것이 아니라 입을 더 크게 벌리기, 흘러가게 하기, 이빨 위로 흘러가게 하기발악하며 떨리는 눈에 떨어지는 산. 일을 마무리하고 시야를 훔치기 위해 눈알을 핥기, 부식성 독으로 영혼의 창문에 거품을 내기.

 

형제와 다시 나란히. 함께 쓰는 사슬을 한 명의 목에 감고, 당기고, 당기기. 마구 움직이는 손이 힘없이 잡고 땀과 피에 젖은 몸들을 헛되이 때린다. 입이 벌려지고, 아가리가 되지만, 아무것도 깨물지 못하고 공기만 마신다. 이번에는 어떤 뼈도 탁탁거리고 부러지고 으스러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들이 대미를 장식한다. 이번에는 그가 죽을 것이고, 그것은 죄인의 죽음이자, 무혈의 죽음, 교살에 의한 소멸이 될 것이다.

 

투기장 갑판에 쓰러지는 죽은 고기.

 

-군중들의 동물적인 포효.

 

두 군단의 군주들의 눈에 어린 시선. 한 명은 냉담하게 인정하고, 한 명은 애절하게 받아들인다. 한 명은 승리를 본다. 한 명은 패배를 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떨어진 검을 집어 든다.

 

저항하지 않는 육신을 싸움으로 무뎌진 칼날로 톱질한다.

 

아직도 피와 골수가 떨어지는 머리를 들어 올린다. 그 냄새는 완전히 익숙하지만 결코 기분 좋지는 않다.

 

그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남자의 곁에서 싸운다는 명예. 극히 적은 영혼만이 견뎌낼 수 있는 것을 이겨낸 후의 고마움, 피로하고 충혈된 눈 속의 형제애.

 

그와 그의 형제는 손목을 들어 올린다. 그들의 손목은 여전히 피투성이 사슬의 길이로 묶여 있다.


여태 번역했던 것들 중에서 손꼽히게 고어한 묘사인 듯;; 여담이지만 마지막의 '피투성이 사슬의 길이(length of bloodstained chain)'는 4부의 제목이기도 하다. length를 시간으로 번역했는데, 길이로 번역하는 게 맞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