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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



대성전 후기 도중



카르고스



그가 네레쉬의 잘생긴 얼굴을 쪼개서 뼈를 드러내자 군중들이 아주 감미롭게 노래했다. 그들의 환호와 야유가 물리적인 파도를 형성해 그를 덮쳤고, 격렬한 밀림의 열기를 이뤄 불어왔다.


네레쉬는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는데도, 처음에는 너무 완고한 나머지 자신이 끝났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두 걸음 물러났다. 직후 현실감이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갑작스럽게 뼈대를 잃은 듯, 화염에 휩싸여 추락하는 건쉽처럼 우아하게 갑판으로 쓰러졌다. 굉음이 몸을 타고 흘렀고, 다시 군중들은 끓어올랐다.


이제는 예쁘장하지가 않지, ?” 카르고스는 뺨과 눈구멍이 깎여나간 채 멍해진 전사를 향해 씩 웃었다. “네가 그 많던 리멤브란서 화가랑 시인 놈들을 감명시키던 시간은 끝난 것 같군, 형제여.”


네레쉬의 답은 말 대신 피를 쏟는 것이었다. 피가 갈라진 입술에서 뿜어져 나와 패배한 전사의 얼굴 옆면을 타고 흘렀다.


바로 그거야.” 카르고스가 기분 좋다는 듯 말했다. “엎드려 있으라고.”


그는 두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피부는 땀으로 젖어 빛났고, 손가락 관절은 형제의 피로 젖어 빛났다. 군중들의 소리가 두 배가 되었다. 환호와 야유 모두.


“8돌격중대의 챔피언!” 카르고스는 바라보는 전사들에게 고함치며 그들에게 부응했다. “8돌격중대의 챔피언이다!”


그의 발치에서, 네레쉬가 입에서 거품을 뿜으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발작이 일어나자 카르고스는 쓰러진 상대로부터 춤을 추듯 뒤로 물러났다.


의무관!” 군중들로부터 외침이 솟아났다. “아포세카리!”


카르고스는 웃음을 터트리며, 갑판 위에서 경련하는 형체를 보고 놀라워하면서도 기뻐했다. 결국 그는 아포세카리였다. 도구 없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진단할 수 있었다. 이 불쌍한 개자식의 뇌에 뼛조각 몇 개를 박아 넣은 것이었다. 이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씨익 웃으며, 카르고스는 고리 가장자리에 있는 월드 이터 제11기갑화중대의 인원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들의 챔피언이 그에게 손 대신 엉덩이를 건네는 걸 방금까지 바라보던 이들이었다.


이 자식에겐 아포세카리가 필요하지 않아. 채플린이 필요하지.”


11기갑화중대의 백부장, 페라쿨은 군중들을 전투원들과 갈라놓는 저출력 보이드 쉴드를 건틀렛으로 때렸다.


그를 도와줘! 이 비열한 개자식아!”


카르고스가 강철로 때운 이를 핥았다. “도와주라고? 어떻게? 너희 영웅에게 정확히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말해주지. 너희들처럼 약골 똥 부스러기였던 거야. 그런 결점은 도와줄 수 없어.”


장교는 분개하며 피의 욕구와 대못의 압박 탓에 경련했다. 그는 투기장의 규칙을 어기고 저출력 보이드 쉴드를 내리라고 외치고 있었다. 제한용 역장은 시합이 끝나면 90초 간 유지되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승리를 만끽하며 투기장을 돌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분노에 찬 관중들이 시합이 끝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뛰어들어 끼어드는 걸 막았다.


카르고스는 죽어가는 전사 곁을 돌며 초를 셌다. 네레쉬의 동료들의 눈이 그에게 꽂혀 있는 걸 느끼며, 인간의 얼굴을 꾸미기 위해 가장 완전히 거짓된 슬픔의 표정을 선택했다.


네레쉬, 내 친구여.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군. 무슨 문제 있어?”


군중의 절반이 웃음소리로 포효했다. 다른 절반은 분노로. 하지만 투기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이지 않던가.


시간이 지나고, 칸은 그를 반기지 않았다. 그의 중대장은 8돌격중대의 막사에서 그와 만났고, 카르고스는 칸의 얼굴에서 이것이 달갑지 않은 논쟁이 될 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수십 명의 전사들이 무기를 닦고 갑옷을 대충 수리하거나, 자연스럽게 잠들도록 내버려두지를 않는 대못의 고통에 대응하는 불편한 최면 상태에 빠진 채 휴식을 취하며 서성거렸다.


백부장은 갑옷을 입고 있었으나, 카르고스는 구덩이에서 싸울 때 입는 속옷바지만을 아직도 입고 있었다. 그의 몸통은 흉터로 그려진 지도였으나,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가고 싶지 않을 곳들의 지도였다.


나랑 얘기 좀 하지.” 칸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미소가 한 단계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별로 마음에 드는 소리는 아니군, 형씨.”


칸은 재미없다는 듯 그를 응시했다. 그의 피곤한 눈은 아포세카리의 이목구비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 카르고스.”


카르고스는 일어나서 복종했다. 칸이 공용 막사에서 그를 데려고 나가며 그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한동안 정복자의 검소한 내부를 걸었다. 새 배주인, 기함-선장 사린은 효율성과 규울을 위하는 악마였다. 그녀의 권한은 군단의 전사들에게로 정확히 확장되지는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프라이마크가 있어도 간신히 질서를 유지했다. 앙그론도 속세적인 문제로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기함 내부에서, 그녀의 말은 곧 법이었다. 정복자III군단과 IX군단의 색을 입은 선박들의 화려한 내부도 없으며, 아름답다고 불릴 만한 무언가도 아니었다. 이곳의 것들은 전부 명료한 기능과 군사적 효율성을 위해 축소되었고, 서비터 교대조와 부하들, 하인들은 그것을 그대로 유지했다.


카르고스는 다양한 임무와 외교적 업무를 위해 생귀니우스의 개인 전함, 붉은 눈물에 탑승해본 적이 여섯 번 있었다. 그 모든 황금, 그 모든 조각들, 그 모든 상아들카르고스는 그것들에서 요점을 전혀 짚어낼 수 없었다. 오직 펄그림이 자기 자신에게 바친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황제 폐하의 자랑만이 더 나쁠 정도였다. 자랑호에 자리한 허세는 참을 수가 없었다. 광이 나는 리벳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왔으니.


칸은 그들을 정복자의 수 킬로미터 길이의 척추가 내려다보이는 지지대 달린 발코니로 이끌었다. 도시만 한 크기의 성채와 방어용 탑들이 전함의 등에 성벽을 이루고 있었다. 카르고스도 이 풍경을 아름답다고 단정 짓지는 않을 것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는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전히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었다.


갑옷 입은 칸은 아포세카리보다 키가 컸다. 그는 지쳐 보였으나, 칸은 언제나 지쳐 있었다. 앙그론의 시종무관으로서 행동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고스는 백부장이 선원용 난간을 잡고 힘없이 우주를 응시하자 감정이 이입되어 고통스러웠다. 배 아래에서는 세르리온 행성이 구름 사이로 보이는 푸르른 경작지와 깨끗하게 탁 트인 바다들로 얼룩진 채 차분하게 춤추며 자전했다. 정복자의 우현에 정박한 붉은 눈물의 거대한 칼날 같은 선체는 자매함과 방향을 나란히 한 채 공허 속에 걸려 있었다. 불필요한 금으로 장식된 블러드 엔젤의 인장이 그것의 척추 요새에서 빛을 냈다.


네가 그를 죽였어.” 칸이 우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아.” 카르고스가 답했다. “거기 있었잖아.”


칸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무슨 말 할지 알잖아, 멍청아.”


정말 모르겠는데. 설명해줘, 형씨. 정확한 단어를 써서.”


그건 죽음의 대결이 아니었잖아. 사생결단이 아니었다고.”


카르고스는 금속 이빨 사이로 숨을 들이마셨다. “거긴 검투장이야, 형제여. 우리는 쉴드 둘러진 고리로 들어가는 매 순간마다 죽음을 무릅써. 네레쉬는 싸웠고 죽었어. 내가 놈을 죽이려고 한 것 같아? 아니었어. 알겠어? 그게 널 기쁘게 해? 그건 죽음의 대결이 아니었고 나는 그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놈이 죽었다고 내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 절대 아니야. 놈도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


칸은 고개를 저었다. 분노가 그의 눈에서 번뜩였고, 카르고스는 그가 그것을 억누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칸은 그들 중 최고였다. 백부장은 아주 드물게만 대못에게 자기 자신을 내주었다. 그것이 그가 훌륭한 시종무관이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칸의 자기통제력은 형제들 사이에서 전설적이었다. 정반대로, 카르고스는 그것이 동전의 반대쪽 면이지는 않은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아마도 왜 그의 백부장이 중간 정도밖에 안 되는 검투사인지에 관한 것. 전투에서, 칸만큼 곁에 두고 싸우고 싶은 월드 이터는 없었다. 하지만 구덩이에서는? 칸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적절한 집중력을 모으지도 못했고, 필요한 감정을 끌어내지도 못했다. 그는 그것을 훈련용 대련처럼 다루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긴 만큼 많은 결투에서 패배했다.


화난 거야?” 카르고스가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왜 그러신지, 형씨? 이거 아주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 같은데.”


아포세카리잖아.” 칸이 이를 갈며 말했다.


구덩이에 있을 때면 난 검투사야. 우리 모두가 그렇지.”


네 발치에서 형제가 죽어가고 있었다고.”


카르고스는 코웃음 쳤다. “통제용 쉴드가 꺼지지 않았잖아. 내 나르테시움과 메디카이 도구를 가져올 수 없었다고, 안 그래?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란 거야? 손톱으로 수술이라도 하길 바란 거야? 놈은 뇌에 해골 조각이 박혔어. 그 개자식은 죽었다고, .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넌 그를 비웃었잖아.”


재밌었거든!” 그는 죽어가던 네레쉬의 발작을 흉내 내며 눈을 까뒤집었다. 하면서 웃음을 멈출 수 없어 느낌이 약간 망가졌다.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란 거야? 장송곡이라도 불렀어야 했나?”


칸의 입술이 경련했다. 난간을 잡은 그의 손이 손가락마디의 서보를 누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카르고스는 웃음을 멈추었다. “정말로 화났군. 안 그래?”


정말 통찰력이 좋군그래. 난 네레쉬가 죽은 것엔 신경 안 써, 이 변덕스러운 바보자식아. 그 다음에 올 게 문제인 거야. 네가 도발한 거 말이야.”


카르고스는 여전히 현명하지 못했다. “내 생각엔, 도전이 있겠지. 아마도 사생결단일 테고. 난 페라쿨을 죽여야만 해. 그래야 끝이 날 거야.”


칸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네 유치한 악의가 더 큰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본 거야?”


그는 벨트 주머니에서 토큰을 꺼냈다. 상형문자로 조잡하게 이름이 새겨져 있는 붉은 강철의 원반. 도전의 원반. 카르고스는 칸의 꽉 쥐어진 손아귀에 숨겨진 상징들을 볼 수 없었으나,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 이름들이 무엇일지 알고 있었다.


아포세카리는 역시 기대하고 있었다. 회색 강철의 토큰은 구덩이에서의 싸움이 첫 번째나 세 번째 유혈이라는 걸 의미했다. 그의 시야에 원반이 들어오자 흥분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 전율을 일으켰다. 대못은 그 대답으로 부드럽게 톡톡 쏘며 물어뜯었다.


내가 페라쿨을 쓰러뜨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가 칸에게 물었다. “그놈은 네레쉬보다 두 배 빠르게 죽을 거야. 11기갑화중대에는 나를 쓰러뜨릴 수 있는 자가 없어.”


칸은 그에게 도전의 원반을 던져주었다. 카르고스는 그것을 잡았다. 양면에 이름들이 새겨져 있었다. 한쪽 면엔 페라쿨 셴, 카르고스 마레인. 다른 면에는 제그레스 할라스


.” 카르고스가 말했다.


그래.” 칸이 동의했다. “바로 그거야.” 그가 공허를 향해 손짓했다. 블러드 엔젤의 기함이 걸려 있는 곳으로. “함대 내부용 왕복선을 준비해놨어. 가서 그에게 직접 전해.”

사생결단은 생귀스 익스트리미스의 번역어임. 예전 번역물에서 본 건데 괜찮아서 차용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