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퀼론이 아르겔 탈을 발견한 곳은 연무장이었다. 둘은 서로에게 말을 꺼내기 전부터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아퀼론은 아르겔 탈의 초식 연습이 모두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고, 아르겔 탈 역시 그러한 커스토디안의 존중에 케이지 너머로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보냈다. 쇠약해진 육신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끔찍한 고문이었다. 작동이 꺼진 스파링용 칼이 묵직하게 공간을 갈랐다.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붉은 검을 대체하기엔 한참을 모자랐으나, 지금은 그조차도 버거웠다.
그는 심폐지구력을 단련하고자 일부러 호흡을 조절했다. 마침내 그가 칼을 내렸다. 2시간, 고작 2시간 남짓 움직였을 뿐인데 근육에 무리가 왔다. 만약 여정을 떠나기 전의 자신이 지금의 몸 상태를 봤다면 99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속죄했었을 정도로 꼴불견이었다.
"아퀼론, 오셨구려."
그제서야 아르겔 탈은 아퀼론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반 시체나 다름 없는 몰골이군."
워드 베어러의 캡틴이 코웃음을 쳤다.
"나 역시 그리 생각하오."
"마지막에 우리가 대련했을 때 그대는 4분까지 버텨냈네."
"그때는 그랬소만, 지금의 당신은 그때처럼 봐줄 생각이 없나 보오. 벤다사의 일로 온 거요?"
평소라면 농담을 하는 이는 아르겔 탈이었을 것이다. 아퀼론은 역장이 쳐진 케이지의 문을 열고 들어와 아르겔 탈이 든 것과 같은 모양의 스파링용 검을 집어 들었다. 그 뒤로 케이지의 문이 닫혔다. 두 전사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한 쪽은 테라의 황궁을 섬기는 자들이 입는 하얀 로브였고, 한 쪽은 제 17 군단의 전통적인 회색 로브였다.
"그대에게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지."
그는 마치 대검을 잡듯 두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다른 커스토디안들은 제식 가디언 스피어를 애용하였으나 아퀼론은 고풍적인 느낌이 나는 바이든핸더 브로드소드를 주로 사용했다. 언제 어디를 가든 그는 그 검을 항상 패용하고 다녔다. 아르겔 탈은 쌍검을 십(十)자 모양으로 교차하여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근육에 힘을 주자 내부에서 분비되는 젖산 때문에 따끔거렸다. 과거 그들이 대련할 때, 서로는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을 즐겼다. 예를 들면 아퀼론은 패도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을 선호했고, 아르겔 탈은 그에 비하면 정적이고 수동적인 방식으로 맞섰다.
"그래서, 말해줄 수 있겠나?"
아르겔 탈의 말마따나 아퀼론은 봐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워드 베어러 캡틴이 미처 그러겠다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쌍검은 저 멀리 튕겨 나갔다. 아르겔 탈은 바닥에 쓰러진 채 자신의 턱 끝을 겨누고 있는 커스토디안의 검을 바라보았다. 커스토디안은 턱 끝을 살짝 그어 승리를 선언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유감이군."
그는 아르겔 탈에게 손을 뻗었으나 캡틴은 손길을 거부하고는 벌떡 일어서 검을 집었다.
"다시 해보지. 그리고 당신 목소리에 깃든 연민은 달갑지 않소."
"그럼 어디 한 번 지워보게. 물론 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잊지 말도록."
그 뒤에 이어진 대련은 처음에 비해 몇 초 정도 길어지긴 했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아르겔 탈은 그의 목에 겨눠진 아퀼론의 검을 손으로 치웠다.
"혹시 보고서는 읽어 봤소?"
아르겔 탈은 다시 한 번 내밀어진 커스토디안의 손길을 거부하며 물었다.
"읽어봤지. 허나 내용이 너무 허무맹랑하고 애매모호하더군. 그마저도 매우 순화해서 말한 것일세."
아르겔 탈 역시 그 조사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카디아의 표면에 강하, 눈으로의 여정 등. 그 보고서는 자신이 보기에도 말이 되지 않았다. 처음 읽었을 당시 열 살 짜리 꼬맹이가 쓴 소설보다도 조잡하다고 느껴 그 역시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당신이 제대로 본 것이 맞지만 그 안에 틀린 내용은 없소.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대답해 드리리다."
다시 검을 든 아르겔 탈은 이번에는 먼저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다. 허나 그 결심이 무색하게도 아퀼론은 가볍게 검을 두 번 휘둘러 그를 무장 해제 시켰고, 발로 걷어차 다시 바닥에 나뒹굴게 만드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벤다사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그는 내게 프라이마크 로가가 부관 몇 명과 함께 원주민들의 괴이한 의식에 참여할 것이라고 보고했네."
"사실이오."
"그건 그렇고, 내 허초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네."
"알고 있소."
"좋군. 이제 대답하게."
무엇인가 그의 피 속에서 끓어 올랐다. 충동적이고, 잠잠해지기를 거부하는 폭발적인 감정이었다. 아르겔 탈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커스토디안을 향해 제국 표준어와 콜키스어로 쌍욕을 퍼붓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눌렀다.
"그들의 의식은 우리가 걱정했던 그런 부류의 의식이 아니었소."
그는 바닥을 짚고 일어서며 말을 계속했다.
"고대의 서적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아주 지루한 의식이었지요. 선조들의 영혼에게 기도하거나, 춤추거나, 향초를 피우면서 북을 연주하는 것 따위의 것 말이오."
검을 고쳐 잡은 아르겔 탈이 다시 공격했다. 총 3합의 검격이 이루어졌고, 그는 다시 케이지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그의 머리 끝에는 케이지를 둘러싼 역장이 발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프라이마크 로가는 그런 저급한 의식만 보고 그대를 워프 속으로 보냈다는 말인가? 낡은 거짓 의식만 보고서?"
이번에는 아퀼론이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아르겔 탈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시오."
워드 베어러의 캡틴은 어깨를 지지대 삼아 한 바퀴 몸을 굴린 뒤 다시 일어섰다. 근육이 온통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프라이마크께서 우리를 폭풍 속으로 보내신 것이 아니오. 내가 자원했소. 현재 우리 군단에는 메카니쿰에서 지원해준 탐험선이 부족한 형편이오. 따라서 우리는 할 수 없이 군단 자체 함선 중에서 가장 작은 체급의 함선을 고를 수 밖에 없었소."
두 전사는 검을 서로에게 겨누며 천천히 케이지 가장자리를 돌았다. 칼 끝 사이의 거리를 50cm도 되지 않았다. 마침내, 아퀼론이 물었다.
"그리고 그대가 그 임무에 자원했다는 말이군?"
일시적으로 너프 먹은 아르겔 탈과
친구라면서 쇠약해진 친구를 개패듯 줘패는 아퀼론
아, 훌륭한 인성이다.
갈보르박은 커가를 찢어
커스토디안 가드? 감정이 철철 넘쳐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