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께서는 이 세상에 온갖 사악한 괴수들을 풀어놓으셨다. 동시에 신들께서는 내게 놈들을 사냥할 날카로운 눈과 강인한 활도 선물하셨지.”
그의 공식적인 직책인 헌트마샬로 더 알려져 있는 마르쿠스 불프하르트는 제국 정찰대의 수장이며 올드 월드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괴수사냥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덴란트의 드락발트 숲 깊숙이 위치한 드라켄부르크라는 작은 마을 출신인 이 사내는 원래는 그저 평범한 촌부에 불과했던 이였습니다. 허나 이제 그는 모든 제국 정찰병들의 명목상의 수장이자 그가 직접 이끄는 괴수사냥꾼 부대의 대장이기도 합니다. ‘불프하르트의 사냥꾼들’말이죠. 뭐 그들 스스로 그렇게 부르고는 있습니다만 마르쿠스의 부대는 실상 제국 전역에서 몰려든 온갖 함정꾼과 사냥꾼, 궁수와 정찰병들이 잡다하게 어울리고 있는 잡탕에 가깝습니다. 제국 그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다양한 인간 군상들로 이루어진 부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죠. 이 음울한 사내들의 출신지는 저 먼 남쪽 비젠란트에서부터 북으로는 미덴란트까지 다양합니다. 마르쿠스의 부대에서는 눌른이나 알트도르프 같은 대도시에서 태어난 도시민 출신 병사들이 아벨란트나 슈틸란트 같은 전원지방 출신의 전우들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워나가죠.
이 용맹한 사내들은 마르쿠스 불프하르트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 아래 싸워나갑니다. 그런 와중에 이들 사이를 경계 짓는 모든 지역색이나 편견은 눈 녹듯이 씻겨 나가죠. 그렇게 용사들 사이에서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강인한 전우애가 피어납니다. 불프하르트의 전사들은 다른 무엇보다 인류를 위협하는 공통의 적에 대항해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쿠스의 뛰어난 지휘 아래 싸워나가는 불프하르트의 사냥꾼들은 곧 제국동포들의 민심을 등에 업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제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괴수사냥꾼 집단을 꼽으라면 불프하르트의 사냥꾼들을 주저 없이 택하게 되었죠. 몇몇 이들은 더 대담하게도 이들이 바로 올드 월드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괴수사냥꾼들이라 주장하기까지 합니다.
마르쿠스와 그 부대원들의 활약상은 슈틸란트의 탈론비스트와 오스터마르크의 아이스 드래곤, 거기다 플레임스파이어 봉우리의 키메라 등 셀 수가 없습니다. 필부들이 이처럼 세상의 어두운 구석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괴수들 앞에서 두려움을 품고 도망칠 때, 마르쿠스의 사냥꾼들은 자리를 고수하고서 불가능에 당당히 맞섭니다. 손에는 활을 단단히 든 사내들이 담담히 적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먹일 기회를 노리면서요.
본래 마르쿠스의 삶은 평범했습니다. 미덴란트에 위치한 그의 고향마을 드라켄부르크는 어두운 드락발트 숲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는 조용한 촌락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마르쿠스는 평범한 사냥꾼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가 나중에 밥 먹듯이 행하게 될 괴수사냥 같은 건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죠. 그러나 단순하고도 평범했던 사냥꾼의 삶은 지역민들에게 드락발트 사이클롭스라고 알려져 있던 외눈 본그라인더 자이언트에 의해 끔찍하게도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숲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거인에 의해 그의 고향마을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죠. 놈이 불러일으킨 참화 속에 그날 눈물을 머금은 사냥꾼은 복수를 맹세했습니다. 놈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노라고.
가슴 속에 불타는 복수심을 간직한 마르쿠스는 거대한 사냥감을 쫓아 놈의 둥지까지 추적해나갑니다. 뛰어난 사수였던 마르쿠스는 치명적인 한 발로 거인의 남은 한쪽 눈을 애꾸로 만들어버렸죠. 사냥감의 눈이 완전히 멀어버리자, 분노로 불타오른 사냥꾼은 거인의 다리 사이로 뛰어들었습니다. 마르쿠스의 검이 연거푸 내리쳐지고 이윽고 거인의 힘줄이 끊어져나갔습니다. 눈이 먼 데다 이제 다리까지 쓰지 못하게 된 괴수는 그대로 대지에 널브러졌습니다. 한 치의 자비도 보일 생각이 없었던 마르쿠스가 놈을 덮쳤죠. 검을 든 손에 감각이 사라져 더 휘두를 수 없을 때까지 그의 검의 번뜩였습니다. 무력한 괴수의 목을 노린 검이 연거푸 내리쳐졌죠. 마침내 완전히 뜯겨져 나간 괴수의 거대한 머리통이 땅바닥을 굴러갔습니다.
그렇게 마을을 파괴하고 고향주민들을 학살한 괴수를 처치한 마르쿠스였습니다만, 여전히 그의 가슴속에 타오르고 있는 복수심의 불꽃은 꺼질 줄을 몰랐습니다. 숲속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괴수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으니, 이제 그는 더 이상 사악한 종자들이 동포들의 마을을 넘보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다시는 고향마을이 겪었던 것과 같은 참상을 반복하게 놓아둘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한 때 평범한 사냥꾼에 불과했던 이는 기나긴 세월 제국을 위협해왔던 괴수들을 사냥하겠노라, 이 세상 끝까지 쫓아 그 마지막 종자 하나까지 근절하겠노라 가슴 깊이 다짐하였습니다. 이제 이 세상에 마지막 괴수가 사라질 때까지 그의 삶에 휴식이란 존재하지 않을 단어였습니다.
마르쿠스의 전설적인 업적들이 제국 전역에 널리 알려지자, 마침내 황제의 귀에도 그의 무용담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황제는 마르쿠스에게 생각지도 못한 영예를 선물했죠. 그에게 기사작위와 귀족의 지위에 걸맞은 영지를 수여한 것입니다. 평범한 필부에 불과했다면 이러한 영예와 부귀를 마다할 수 없었겠죠. 허나 그는 마르쿠스였습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냥꾼 마르쿠스 불프하르트. 황제의 영예로운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 불프하르트는 오직 단 하나의 청원만을 올립니다. 사냥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내의 단호한 결의는 마침내 황제에게도 절절히 전해져 황제는 사냥꾼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선물을 수여하게 됩니다.
황실 금고 깊숙한 곳에서 활 한 자루가 꺼내졌습니다. 칼 프란츠 황제의 손에 들린 그 활은 황제의 손으로 직접 마르쿠스에게 수여되었죠. 호박석 활. 그 오랜 옛날, 드락발트 숲 깊숙한 곳에서만 자라나는 질 좋은 드락발트 떡갈나무로 만들어져 호박석 마법사의 강력한 마력을 수여받은 제국의 보물이었습니다. 이 훌륭한 활에는 사용자로 하여금 쏘아 보낸 화살을 적의 심장으로 정확히 인도하게 만드는 마법이 걸려있다고 합니다. 사냥꾼에게 이 같은 선물은 진실로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 종류의 것이었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황제는 그에게 제국 헌트마샬의 지위를 수여하니, 이는 곧 일개 사냥꾼에 불과했던 이가 제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정찰병들의 수장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거기다 마르쿠스는 황제에게 직접 뛰어난 사냥꾼 부대를 조직할 권한까지 재가 받았죠. 설령 그의 무용담이 끝을 맺는 날이 오더라도 그의 맹세를 다른 이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마르쿠스 불프하르트의 전설이 탄생했습니다.
제국엽병대장께.
부디 연락책에게 후한 금액을 지불하시어 서신을 전달하는 데 힘을 써준 소년의 노고를 치하해주십시오. 빠른 전달을 위해 소년에게 몇 푼의 금화를 약속했으나, 부득이하게도 그것을 지불할 만한 자금이 없었습니다. 당부하신대로 목표물들의 뒤를 쫓았습니다만, 위급한 상황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미트비히의 주민들을 구하기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가옥들은 모두 불타 무너졌고, 주민들의 자취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참화를 피해 이리저리 흩어졌거나... 혹은 모두 끌려갔을 거라 사료됩니다. 이것만으로는 우리가 두려워하는 문제에 대한 확실한 답을 얻었다 말씀드리기 이릅니다만, 추가적인 조사과정에서 심하게 훼손된 지그마 사원을 발견했습니다. 사원은 마을의 다른 건물들에 비해서도 그 훼손정도가 특히 심했습니다. 자취는 드락발트 산림 쪽으로 쭉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중 몇몇 발자국들은 분명 인간 남녀의 것들이었습니다만, 다른 것들은 인간이 남긴 자취가 아니었습니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쯤 폐허에 내려앉는 차가운 냉기를 피해 텅 빈 마을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미트비히에서 북쪽으로 몇 리그 정도 떨어진 객잔의 모닥불 곁에서 당신께 보낼 서신을 작성하는 중입니다. 이상하게도 불길의 온기가 예전 같지만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찌됐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선 예상보다 3일 정도 빨리 뵈어야할 것 같습니다. 핏빛 달 여관에서 저를 찾으십시오. 그런 다음엔 세간에 떠도는 그 이름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징조일지 아니면 불길한 징조일지 판단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허나 그 이름이 제게는 너무나도 불길하게 들리는군요. - 객잔에 모여든 지역민들까지도 다들 그 ‘까마귀들의 아버지’에 대해 수군대고 있습니다.
늘 쓰시는 ‘호박석 활’(bow of amber)을 가져오십시오. 분명 필요할 겁니다.
햅 어 리들 페이트!
아이센가르로 가야해!
서신의 분위기가 너무좋은걸
햄타지를 좋아하는 게 저런 스산한 분위기에 넘나 잘 어울리기 때문ㅋㅋㅋ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