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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프라우베르트는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식탁을 내려다보았다. 한쪽에 열댓 명은 앉아도 될 정도로 기다란 식탁을, 오로지 그 혼자 독차지하고 있었다. 끄트머리의 상석에 앉아서 프라우베르트는 노예들이 은색 뚜껑으로 덮은 접시들을 가져다 식탁에 올리는 걸 느긋이 구경했다.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인이 거만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복부에 이빨이 잔뜩 돋은 듯한 디자인의 파워아머 또한 거기에 한몫했다. 기가 눌린 노예들은 고개를 잔뜩 숙인 채 움직이느라 마치 곱사등이만 가득한 것 같았다.


멀리서 풍겨져 오는 냄새는 극히 미미했으나 예민한 아스타르테스의 감각은 그것을 붙잡았다. 먼 곳의 주방에서 다음 요리에 쓰일 재료들이 부글부글 끓고, 지글지글 구워지고, 푹푹 쪄지는 게 틀림없었다. 만약 좀 더 집중한다면 프라우베르트는 거기에 뿌려질 향신료 하나하나까지 모두 분간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방해자가 있었던 것이다.


“데샤아아아악! 배고파 뒤지겠는 데스! 똥닝겐은 언제까지 세레브한 와따시를 굶길 작정인 데스!”


프라우베르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겁에 질려 멈칫거리는 노예들을 그는 거친 손짓으로 재촉했고, 그제야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행동은 굼떴고, 프라우베르트는 짜증이 났다. 그러나 노예 하나를 본보기로 쳐 죽여서 재촉한다거나 하진 않았다. 피에 미친 더러운 월드이터놈들이야 거리낌없이 그러겠지만, 식사에 앞서 그런 행동은 너무도 품위 없게 느껴졌다. 식탁은 정갈하고 신성해야 한다. 프라우베르트의 지론이었다.


그가 한때 거짓황제의 노예였을 적,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황제의 자손들’이란 이름의 군단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군단의 아버지가 진실을 깨닫고 위대한 욕망의 신께 귀의한 뒤로 그는 그 이름에 속하는 걸 그만두었다. 그럼에도 완벽함을 요구하는 군단원으로서의 습관은 여전했고, 거기에 대해 프라우베르트가 신경 쓰는 ‘완벽’의 대상 또한 변함이 없었다. 폰 프라우베르트가 초인으로 거듭나기 전부터 집착해온 건 바로 ‘식사’였다.


어린 노예가 첫 번째 접시의 뚜껑을 열었다. 큼지막한 고깃덩이가 풍미 가득해 보이는 갈색 소스에 잠겨 있었다. 그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코로 향기를 음미했다. 분자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후각이 그 소스를 위해 얼마나 많은 향신료와 육수가 쓰였는지 짐작케 했다. 첫 인상으로는 그럭저럭 통과였다. 이만한 조리법을 갖춘 행성이라니, 이번 정복은 운이 좋았다. 특정한 호스트를 만들거나 속하는 대신 용병처럼 여기저기에 붙어 다니며 움직이는 그로서는 문명의 손길이 닿은 식탁을 갖춘 행성을 매번 접하긴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포크와 나이프를 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대신 큼지막한 푸줏간 칼을 꺼내다 요리를 조금 썰어냈다. 그러자 왼쪽 어깨에서 뭔가가 날아와 고기토막을 잡아챘다. 놀란 노예의 눈에 보인 것은 파워아머의 견갑 부분에 돋아난 얼굴 같은 것과, 그 아가리에서 튀어나온 촉수 같은 혀였다. 혀끝에도 부리 같은 이빨이 돋은 입이 있어 그걸로 물어간 것이다.


“데쁘쁫…… 똥닌겐이 바친 요리는 당연히 와따시가 먼저 시식하는 게 옳은 이치인 데스웅.”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모를 기다란 혀가 고리를 돌돌 감으며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다. 얼굴은 고기를 질겅질겅 씹더니 곧바론 그걸 뱉어버렸다.


“데갸아아악! 고기에 육즙에 하나도 없지 않는 데스! 퍽퍽한 고기를 그냥 소스 맛으로 속이려 드는 음식인 데스! 이딴 음식을 와따시에게 내놓은 똥닝겐은 당장 똥이나 처먹으란 데샤아아앗!”


프라우베르트가 노예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복부가 활짝 열리며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렇다. 파워아머의 장식 같았던 이빨은 실제론 진짜 복부에 난 입에 돋아난 것들이었다. 큼지막한 혀가 노예를 감싸더니 아까의 고깃점처럼 아가리로 빨아들였다. 허리까지 들어가자 입은 닫혔고, 상체를 잃은 몸은 부들부들 경련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피가 바닥에 튀었다.


식탁은 정갈하고 신성해야 한다. 그러나 격식 떨어지는 음식을 내놓는 건 그 이상의 죄다.


프라우베르트는 노예들을 다그쳐 계속 음식을 내오게 시켰다. 몇몇은 따로 바닥에 흘린 피와 시체를 치우게 했다. 황급히 다가오는 노예들을 보며 프라우베르트는 이번 호스트의 로드에게 그냥 이것들을 죄다 코른에게 바쳐버리라고 할까 하고 생각했다. 주인이 명령하기도 전에 일을 딱딱 해야 할 것들이 어찌 주인의 입에서 말이 나오게 만든단 말인가. 정말이지 굼뜨고 쓸모없는 것들이다.


아까의 노예보단 좀 더 머리가 굵은 노예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덜덜 떨면서 접시를 가져왔다. 뚜껑이 열리자 뭔가 갈색 덩어리 같은 게 있었다. 그리 맛있어 보이진 않는 겉모습에 다시 복부의 입을 열지 어떨지 고민하는 가운데 다시 혀가 뻗어졌다. 프라우베르트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놈이 감히 허락도 없이 먼저 손을 대? 그러나 왼쪽 어깨의 얼굴은 그런 본체의 불만 따윈 아랑곳없이 고깃점을 탐했고, 곧 탄성을 터뜨렸다.


“환상적인 맛인 데스! 신선한 조수육을 푸딩처럼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고아서 만든 것인 데스! 소스도 풍미가 재료 자체의 맛을 덮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데스. 이걸 조리한 똥닌겐은 특별히 와따시의 전속 요리사로 삼아줘도 괜찮을 것 같은 데스웅!”


프라우베르트는 언제 자신이 노했냐는 듯 기꺼워하며 작은 스푼으로 덩어리를 조금 떠서 먹어 보았다. 기대 이상의 맛에 프라우베르트의 얼굴이 풀어졌다. 노예도 자신이 죽음의 위기를 벗어났음을 직감했는지 조금 안도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것이 프라우베르트가 자신의 견갑에 깃든 악마를 방치하는 이유였다. 이해 모를 단어와 역겨운 목소리로 귀청이 따갑도록 불평을 떠들어대는 이 악마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지만, 미각에 있어서는 프라우베르트를 능가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프라우베르트는 기꺼이, 축복을 내려준 슬라네쉬가 노하는 한이 있더라도 왼쪽 어깨를 통째로 도려냈을 것이다.


금세 접시를 모두 비운 프라우베르트는 곧 다음 접시를 재촉했다. ‘완벽한 맛’을 추구하는 자신의 업이 단순히 우주 전체를 아우르는 식도락으로 변질됐다는 사실이야 어쨌든, 그는 아직도 입안에 가득한 맛을 곱씹으며 오늘도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우주엔 아직 많은 행성이 있고, 많은 진미가 있다. 그것들을 모두 맛보기 전까진 어떻게든 살아가리라. 프라우베르트는 다짐했다.


다음 접시가 나왔다. 포크와 나이프 부딪히는 소리가 흥겨웠다.









슬라네쉬가 온갖 욕망을 다 다루니 이런 놈도 있지 않을까 해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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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상궁 (절망편)


그와중에 참피새끼가 맛있다니까 빡치다 말고 냉큼 숟가락부터 들이대는 카스마가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