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류의 주인이다.
응당하게 그러하다.
별들이 늙어 죽고 중력의 고리가 무한한 순환을 만들듯 나 또한 그러하다.
내 검 아래 모든 인간이 아닌 것은 부정되리요. 모든 해악과 이단은 한낱 꿈결이 되리.
내 의지에 은하계 전체가 연결되고 아리따운 봄 결 한 낯 따스함이 영원한 하늘이 될지어니.
나의 황금빛을 찬양하는 모든 아이들아, 나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아이들아.
내 이 옥좌에서 일어나 떠오르는 해가 되어 그대들을 비출 것이니.
때가 되었다. 더 기다릴 필요 없다. 내가 가노라.
'아니.'
누가 감히 신에게 명령하는가?
'너는 신이 아니다.'
온 은하가 내 명을 받든다.
수조가 넘는 아이들이 꿈 속에서 내 이름을 노래한다.
'그것은 미명이다.'
늙고 추래한 손으로 감히 이 몸을 막는 그대는 누구인가?
젊은 얼굴에 나이든 눈에 지친 몸을 가진 그대가 어찌 감히 신 황제를 막는가?
그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대는 이 옥좌가 답답하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속죄한다.'
'내가 있는 한.'
'너는 벗어날 수 없다.'
'그 누구도 인류에게 굴레를 씌울 수 없다.'
황금빛 거인이 늙은 남자를 째려보았다.
늙은 남자의 가지같이 앙상한 손이 붉은 망토를 단단히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거인이 몸을 떠는 것 만으로도 조각날 그 손은 절대로 열리지 않으리.
거대한 신이 온갖 영광에 대해 떠들었다.
위대함에 관해, 당연한 권리에 대해 떠들었다.
그럼에도 늙은 노인이 숨을 헐떡이며 한 손으로 옥좌의 구석을 잡아 몸을 지탱했다.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심상이었다.
그 순간.
늙은 노인의 얼굴에 당황함이 떠올랐다. 그리고 슬픔이었다.
'길리먼... 내 아들...'
늙은 남자의 아이. 사랑 없이 태어나고, 어미 없이 태어나고,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어쩌할 도리 없이 그의 아들이었다.
끔찍함을 견디고 끝까지 현실 세상에 끝까지 남은 그의 아들이었다.
그 아들이 죽고 있었다.
아들의 몸에서 마지막 숨결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비밀스러운 기술로 만들어진 경이로운 육신이 작동을 멈추는 것이.
눈물 흘리는 늙은 남자에게 황금빛 신이 속삭였다.
지금 이 손을 놓아라. 망토를 옭아맨 매듭 같은 손아귀를 풀기만 한다면 우리 함께 자랑스러운 아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황제는 눈을 감았다. 감긴 눈에 고대의 테라. 지구의 대지가 떠올랐다.
푸른 초원과 드높은 하늘. 자신의 입가에 걸린 미소.
넓은 그리스의 땅은 따스했고 웅장하게 새워진 대리석은 세월에 적셔져 있었다.
늙은 남자가 메마른 목소리로 근위대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감긴 눈꺼풀 사이로 흐르는 눈물이 코를 타고 턱에 맺힌다.
이번에 거인을 놓아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도 모른다.
꾹 감긴 눈꺼풀 사이로 나오는 눈물처럼, 꽉 닫힌 노인의 손아귀가 한 손가락 한 손가락 펴진다.
'속죄한다.'
'인류를 위해.'
그렇게 황제는 자신을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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